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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죄송하지만 사직하겠습니다.」 미시로 「......」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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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2, 2016 19:19에 작성됨.

'덜컹덜컹'거리는 흔들림을 느끼고 잠에서 깬 카렌은 곧장 창 밖을 바라보았다.

분명 이륙 전에 잠을 청했을 것인데, 항공기는 착륙을 마치고 감속하는 상황.

그녀가 안전밸트를 메고 자고 있는 상황이라 승무원도 굳이 깨우지 않았던 것이다.

 

카렌 「여기가 한국인거네요.」

 

아직 잠에서 깬지 얼마되지 않아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 카렌을 보며 치히로는 조용히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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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 / For foreigner / 外國人 專用]

 

입국심사대 위에 적힌 간판을 보고 줄을 선 그녀들은 자신들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와중에 사실상 처음으로 외국여행을 온 카렌은 모든게 신기해서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카렌 「여기가... 입국심사 받는 곳인거죠?」

치히로 「네, 근데 뭐... 대답만 잘 하면 되요.」

카렌 「왠지 모르게 긴장 되는걸요.」

 

이윽고 다가온 자신의 차례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영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입국심사관이 친절하게 영단어를 알려주는 상황을 겪었다는 것은 아마 평생 그녀만의 비밀로 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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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의 검사도 마치고, 모든 입국 절차를 마친 그녀들은 곧장 김해공항 내의 한 카페로 가서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치히로 「호죠 양, P 씨가 보낸 편지를 토대로 찾아갈거라고 했죠?」

카렌 「네, 그래요.」

치히로 「편지 주소는 알고 있는데, 그 주소를 찾아갈 방법은 생각해봤어요?」

카렌 「음... 그냥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편지봉투 보여주면서 'This, This'하면 가주지 않을려...나요?」 헤헤

치히로 「자, 그럼 택시가 집 앞까지 갔다고 가정해봐요. 그런데 만약 그 집에 P 씨가 없다면?」

카렌 「네에? P씨 집인데 P씨가 없을수도 있어요?」

치히로 「지금 호죠 양이 가려고 하는 곳은 P 씨의 본가에요. 즉, P 씨의 부모님 댁이라구요?」

카렌 「네에에에에엣?!」

 

그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동그랗게 뜬채 소리를 질렀다.

이에 카페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카렌을 힐끗 쳐다보았다.

 

치히로 「지, 진정해요. 일단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네?」

카렌 「그그그그그그그럼 P 씨의 부모님을 뵈야 한다는거에요?」 꿀꺽꿀꺽꿀꺽꿀꺽

치히로 「하아... 어쩐지 혼자서 P 씨 찾아간다고 했을때부터 약간 이상하다 했어요. 사실, P 씨가 귀국하기 전날에 저와 술 한잔 했거든요. 그때 본가로 간다고 얘기했으니, 여기 이 편지에 적힌 주소도 분명히 본가일거에요. 그럼 P 씨의 부모님도 집에 계시겠죠.」

카렌 「으으... 갑작스럽게 부모님이라니......」 꿀꺽꿀꺽꿀꺽

치히로 「P 씨가 안 계시고, P 씨의 부모님만 계시면 사정을 말씀드리는게 좋을거에요. 제가 한국어를 할 줄 아니까, 그 점은 걱정마세요.」

카렌 「감사합니다.」

치히로 「일단 호죠 양이 얘기했던대로 편지 주소를 토대로 택시를 타고 가봐요. 지금 시각이 8시니까 오전 안에 뵐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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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거리던 택시가 떠나고, 그녀들은 허름한 아파트의 입구 앞에 서게 되었다.

일단은 '아파트'라고 이름이 붙어있었지만 그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건물이 총 5층으로 되어있어, 실제적으로는 맨션이라는 이름에 더 가까웠다.

또한, 아파트 주변의 주거지들이 새로 세운 원룸과 빌라 사이에 있어서 그 허름함은 더욱 돋보이는 것 같았다.

 

카렌 「여기가...」

치히로 「P 씨의 본가......」

 

카렌은 이런 곳에서 자라온 P 가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해보았다.

 

본가의 외견을 보면 부모님께서 흔쾌히 일본으로 P를 유학보낼 만큼 넉넉한 사정은 아니다. 오히려 P가 돈을 벌어 가정에 보탬이 되어야할 상황.

그런 가운데 P는 분명 자력으로 일본에 가서, 면학에 힘쓰고, 자기보다 훨씬 유리한 입지에 서있을 일본인과 경쟁하여 겨우 346 프로덕션에 들어왔을터.

 

그 어떤 커넥션도 없이 오로지 자기 힘만으로 타국으로 건너가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가진 것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도 하기 힘든 일을, 그는 해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아들이 갑자기 모든 일을 그만두고 귀국했다면 부모의 마음이 어땠을까.

 

카렌은 다시 한번, 자신이 P 에게 못 되게 굴어 제 발로 걸어나가게 한 것이 어떠한 것이었나를 실감해버렸다.

 

치히로 「자, 여기에요.」

카렌 「아, 네.」

 

카렌이 곰곰히 자신의 행동을 머릿속으로 곱씹고 있을 동안, 어느샌가 207호라고 적힌 철문 앞에 서게되었다.

치히로는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 카렌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치히로 「준비... 되셨나요?」

카렌 「네.」 끄덕

 

초인종을 누르자, 철문 안에서 [딩동]거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이쪽까지 들려왔다.

이윽고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철문을 열고 나왔다.

 

중년여성 [ㄴㄱㅅㅈ?]

 

카렌은 순간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당황했지만, 치히로가 웃으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치히로 [ㅇㄴㅎㅅㅇ? ㅈㄴ P ㅆㅇ ㅈ ㅈㅈㄷㄹㅇㄷ ㅅㅋㅇ ㅊㅎㄹㄹㄱ ㅎㄴㄷ.] 방긋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카렌은 치히로에게 든든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치히로가 와주지 않았다면 자기는 여기서 어버버거리면서 이상한 사람 취급 받았을테고, 그럼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테니까.

다시 한번 이렇게 자기 옆에서 도와주는 그녀에게 감사하는 카렌이었다.

 

중년여성 [ㅇㄷ... ㅇㅇㄹ ㄷㅇㅇㅅㅇ.]

 

여성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둘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였고, 치히로는 카렌에게 들어가자고 이야기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거실과 몇개의 작은 방이 전부인 좁은 집안이었다.

 

여성은 거실에 그녀들이 앉으니 조용히 녹차를 끓여와서 그녀들에게 한 잔씩 건네주었다.

그 와중에도 카렌은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로나마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중년여성 [ㄱㄹㅅ ㅇㄱㅇ ㅁㅅㅇㄹ ㅇㅅㄴㅈㅇ?]

치히로 [ㄷㄹㅇ ㅇㄴㄹ P ㅆㅇㄱ ㅇㅅㄹ ㄱㅎㄱ ㅇㅇㅅ ㅊㅇㅇㅅㄴㄷ.]

중년여성 [P ㅁㅇㄱㅇ...... ㅈ ㅇㄷㄹㅁㅈ.]

 

치히로는 이 여성이 P를 자신의 아들이라 소개했다고 카렌에게 얘기해주었다.

카렌은 곧바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카렌 「아, 안녕하세요! 호죠 카렌이라고 합니다!!」 꾸벅

 

물론 P 의 어머니는 일본어를 하지 못하니까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카렌은 성의를 다하기로 했다.

 

P 母 [ㅁㅅ ㄸㅇㅈㄴ ㅁㄹㄱㅈㅁ ㅈㅇ ㅇㅇㄴㅇ.]

치히로 [ㅈㄱ... ㄱㄹㅅ... P ㅆㄴ ㅇㄷㅇ ㅇㄴㅇ?]

 

카렌은 치히로가 P 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곧 P 의 어머니에게도 고개를 숙이고 사과해야한다고 되뇌이고 있었다.

 

P 母 [ㅇㅈ...... ㅁㄹㅅㄴ ㅂㄴㅇ.]

 

뭔가 얘기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P 의 어머니를 보고 치히로도, 카렌도 당황했다.

 

카렌 「치... 치히로 씨, 무슨 일인거에요?」 허둥

치히로 「모... 모르겠어요. '아직 모르시나 보네요.'라고 말씀하시고서는 갑자기 우셔서......」 지둥

P 母 [ㅁ, ㅁㅇㅎㅇ. ㅁㄴ ㅁㅅ ㅂㅇㄷㄹㄴㅇ. ㅅㅅ... P ㄴ ㅇㄱ ㅇㅇㅇ.]

치히로 [ㅇㄷㄴㄱ ㅁㅅ ㄸㅇㅈ?]

P 母 [ㄱ ㅇㅇㄴ...... ㅈㅇㅇㅇ.] 훌쩍

치히로 「주...죽었다고요?!」 휘둥그레

카렌 「?!」

 

너무나도 놀란 치히로는 되물어본다는게 일본어로 나와버렸고, 카렌 역시 어안이 벙벙하여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후에 이어진 P 의 어머니 얘기에 따르면, P는 일본 영주권을 따기 전 단계인 취업비자 상태였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병무청에서 그에게 입대영장을 발부해서 곧바로 입대를 했었지만......

진지 훈련 중, 사고로 발을 헛디뎌서 가파른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져 사망했다고 한다.

이후, 그의 유품을 부모가 정리하던 중에 미쳐 보내지 못한 P의 편지봉투를 보고 혹시나 싶어 보냈다고 했다.

타케우치와 치히로가 지난주에 편지를 받았으면서도 내용이 3달 전에 쓴 것임은 이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걸 들은 치히로와 카렌은 그저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카렌 「하하...하... 거...거짓말이죠? 치히로 씨, 지금 저한테 농담하는거죠? 그죠?」

 

갑자기 눈빛이 사라진 카렌을 보고, 치히로는 그저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카렌 「P 씨가 죽었다니...」 뚝뚝

 

카렌은 자신의 가슴 안쪽을 누군가가 옥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치히로 「호죠 양, 정신차려요!」

카렌 「가슴이 너무... 아파......」하아하아

치히로 「서, 설마?!」

카렌 「죄송해요... 어머니... 저 때문에... P 씨가...」 털썩

 

카렌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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