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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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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2, 2016 13:09에 작성됨.

호시이에게 속아넘어갔던 어리석은 남자들은 어른스럽게 잘 타일러서 쫓아냈다. 물론 비키니 차림의 여자들을 도촬했다는 건으로 안전요원들에게 신고해서 말이다

 

실제로 아주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호시이는 나이에 맞지 않게 발육이 좋으니까, 그것보다 더한 꿍꿍이를 가지고 접근했던 것이겠지. 저런 부류의 질 나쁜 남자들은 그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을 대동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야쿠자나 양아치들의 등을 쳐먹었던게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니었기에, 아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넘겨버릴 수 있었다

 

그래도 하기와라구미에게 사기를 쳤던 건 살짝 너무했나

 

"여기가 숙소야...? 바로 옆에 골드 호텔이라고, 엄청나게 휘황찬란한 호텔이 있는데, 이런 민박집이라니..."

 

미나세 家의 영애께서 투덜댄다. 합숙이라는 의미에서는 이런 곳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데. 물론, 예산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투자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는 파산의 지름길

 

아무래도 스케일 크게 노는 집안의 아가씨다 보니, 그 정도의 경제관념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합숙 같아서 좋네. 우리는 다 같은 방에서 자는 걸까, 후후훗"

 

미우라 아즈사가 미소지으며 말하자 다른 소녀들도 수긍하는 듯 하다. 일단 아이돌들 중에서는 최연장자니까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거겠지. 키사라기 치하야는 아마미 하루카를 붙여서 통제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아이돌들은 아키즈키만이 아니라 미우라도 붙여서 다루는 건가

 

흠...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일단 불만을 사그라들게 한 것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자. 물론 마음 속으로만

 

*

 

"......뭐, 예상은 했던 바이지"

 

아이돌들이 다 함께 묵는 만큼 그녀들의 방은 크다. 내 방은 그녀들의 방 크기의 1/3 정도 되는 모양이지만, 나쁘지 않다. 공간의 낭비가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아늑한 느낌도 든다

 

목욕시설은 아무래도 온천으로 대신하는 듯 하다. 여탕과는 그저 나무벽 하나로 대체하는 건가. 목욕 시간은 그들과 차별화를 두는게 좋겠군. 그리고 그들이 먼저 씻고 나간 뒤, 나는 온천에 발을 들였다

 

"후우......"

 

뜨뜻한 물에 어깨까지 푹 담그자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내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 나이를 먹었다. 예전만큼 무리하는 건 힘들겠지. 10년 전에는, 훨씬 더 잘 날아다녔겠지만 그건 젊으니까 당연한 것

 

저녁식사는 이후 바닷가에서 바비큐를 구워먹는 것으로 대신할 거라는 듯 하다. 고기인가. 음. 고기, 좋지. 눈치 좋게, 하루사토 마을에서의 일을 기억했던 하기와라가 고기를 사 온 모양이다

 

그녀 본인도 고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기와라의 아가씨와 그런 식으로 말이 통할 줄은 몰랐군. 뭐, 그녀는 과거에 한 번 본 적이 있지만, 아마 그 시절에 날 본 걸 기억하고 있지는 않겠지

 

무려 10년이나 지났으니까 말이야...그 10년 전, 과거의 나는...지금보다 더 막나가는 인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젊었으니까. 젊은이의 혈기라고 할까. 사기꾼으로서의 값싼 프라이드라고 할까. 사기꾼에게, 프라이드 따위가 있을 리 없지만

 

남을 속이는 것으로 먹고 사는 직종이다. 치밀함보다는 타이밍과 연출이 중요하다고 해도, 때로는 무릎을 꿇고, 숙인 채 들어가야 할 때도 있는 법. 자존심만으로는 안 된다. 사기꾼도 감정노동자인 셈이다

 

"그럼...슬슬 나가볼까..."

 

온천에 몸을 푹 담그고 있는 것도 좋지만, 일어날 때는, 확실히 일어나야겠지

 

*

 

지글지글.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고기. 고기의 밑에서 거품의 기포처럼 끓어오르는 고기 기름. 그 모든 것이 식욕을 자극한다

 

"마, 맛있겠어요......"

 

타카츠키 야요이가 눈을 빛내며 고기를 내려다본다. 그녀의 집안은 가난하다. 딸린 식구도 많다. 전형적인 '덮어놓고 애만 싸지르면 망한다'라는 케이스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시골에서 사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생각으로 애들을 그렇게 많이 낳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고기를 잘 먹어보지 못 했을 것이다

 

"많이 먹어라, 타카츠키. 너 같은 성장기의 소녀들은, 많이 먹어야 쑥쑥 클 수 있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키가 그 상태에서 고정되어 버릴거다"

 

"에엑?!"

 

타카츠키는 사무소 내에서도 최단신이다. 초등학생인 후타미 쌍둥이 자매보다 작다. 그것은 아마 성장기의 나이, 많이 먹지도 못 하고, 일찍 자지도 못 하는 삶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기를 많이 먹어라. 고기다. 고기. 고기만 먹으면 어떤 문제든 해결되기 마련이야. 사람의 고민도, 몸의 성장도 말이지"

 

물론 키사라기의 가슴이 커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도 그럴게, 그녀는 벌써 십대 후반. 곧 있으면 고등학교 3학년이다. 늦은 나이에, 갑자기 팍 성장을 하는 케이스가 완전히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녀는 영원히 72일 것 같군

 

"이렇게 바닷가에 놀러와 바비큐를 구워먹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네요"

 

감상에 빠진 듯, 아키즈키 리츠코가 중얼거린다

 

확실히, 내가 프로듀서를 맡은 이상, 이 소녀들은 반드시 유명해질 것이다. 유명해지면,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따라다니기 마련. 여기저기 쫓겨 다닐 수도 있으니, 위험하겠지

 

그러고보면, 상당히 유명해질 경우, 내 이름도 팔리게 되는 건가? 음, 사기꾼이기에 그런 식으로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는 건 사양하는 바이다. 가뜩이나 방송이나 그런 쪽의 관계자를 늘리고 있는 중인데, 그러다가 실수로 예전에 내가 등 쳐먹었던 인간과 마주한다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마지막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끝이 있으면 다시 시작이 있는 법. 새로운 시작과 함께 나아갈 세상은, 여기와는 크게 다르겠지만 거기도 여기만큼 즐겁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뭔가, 좋은 말이네요"

 

"운치가 있습니다. 달을 바라보며 먹는 고기도, 제법 일품이군요"

 

시죠의 은색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빛난다. 키사라기가 맥주캔들을 가져왔다. 음, 아이돌들이 보는 앞에서 되도록이면 음주는 피할 생각이었지만, 미우라 아즈사가 같이 마시자고 권해오니...크게 피할 이유도 없나?

 

적당히 걸치는 정도라면야, 나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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