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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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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1, 2016 20:48에 작성됨.

"봄버어어어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위해 공원에서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꼭 마주치는 사람. 포니테일 흩날리며 봄버! 라고 열혈스럽게 외치며 달리는 저 소녀의 이름은 히노 아카네
 
346 프로의 아이돌 중 한 사람이다
 
*
 
"......그래서 이건 또 무슨 일이랍니까?"
 
어째서인지 카페로 들어오는 정문이 사람들의 행렬로 막혀 있어, 후문을 통해서 들어와보니 상당한 개판이다
 
정문 근처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눕혀지고 있으며 입구를 막고 있다. 덤으로, 고양이귀를 한 소녀가 확성기를 들고 뭔가 항의를 하는 듯 외치고 있었다. 저 녀석은...분명, 마에카와 미쿠라고 했던가?
 
"데뷔를 하게 해달라고 시위를 벌이는 모양인데요?"
 
"......엑?"
 
나나 씨의 답변에 내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다. 데뷔를 하게 해달라고 시위를 벌인다? 그것도 이런 346 프로 정도 되는 대기업에서? 제정신인가, 저거?
 
"저거, 어떻게 할까요? 정리할까요?"
 
"히키가야 군이 그렇게 말하니, 뭔가 용역 깡패 같네요"
 
"무슨 말을...전 그냥 평범한...아니, 평범하지는 않지만 그냥 학생이라고요"
 
최근의 나를 돌이켜 보니 평범한 고등학생(웃음)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고쳐서 말했다. 사실 픽션에서 나오는 평범한 고등학생 중 진짜로 평범한 녀석은 없지. 아니, 애시당초 화자라거나, 주인공이라는 시점에서 이미 평범과는 거리가 멀잖아
 
"이런 식으로 가면 영업방해이지만...저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거든요..."
 
나나 씨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성우 아이돌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최근 보는 애니에 나나 씨의 이름은 올라오지 않았다. 즉, 그녀는 346에 몸을 두고 있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 한 아이돌이다
 
그렇기에, 이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거겠지
 
대기업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꼭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 나 같은 아르바이트생이나, 청소부로 일하는 아줌마들이라든가 보면 딱 알 수 있지 않은가
 
"딱 보면 알아요...저 소녀들도 분명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온 거겠죠. 346 정도 되는 덩치 큰 대기업에 소속되면 금방 데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하지만...이상과는 너무 다른 현실에 괴리감을 느끼고, 절망한 거겠죠"
 
"......"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그렇다. 우리들은, 너무나도 현실을 잘 알고있다. 보이 밋츠 걸이니, 비일상이니 그런 건 없다. 평범한 사람이 재벌이 된다거나, 총리 대신이 된다거나, 아이돌이 된다던가 하는 말은 전부 망상급의 황당무계한 꿈이다
 
진지하게 응원해 주는 사람도, 진지하게 멈춰 세워주는 사람도 없다. 이쪽이 아무리 진지하게 꿈을 이야기해도 상대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웃어서, 자신을 속이고 싶어 진다
 
하지만 웃어도, 어떻게 할 수 없으면, 울고 싶어진다. 항의하고 싶어진다. 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한 거냐고 외칠 것이다. 저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있었을 것이다. 누가 먼저 데뷔할 것인가. 누가 먼저 톱 아이돌이 되는 길에 올라탈 것이냐
 
저들은 그 경쟁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패배는 죄가 아니다. 우리는 벌을 받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저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2회차, 3회차 등 그런 기회가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의 저 행동은,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려는 것이다
 
"어이, 영업방해다. 신고 받기 싫으면, 이런 행동은 이제 그만둬"
 
"냥?!"
 
346 프로덕션 내에서 아이돌이 카페를 불법점거하고 빨리 데뷔 시켜달라는, 데뷔를 보장해달라는 시위를 벌였다─그런 소식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웃음거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346의 경쟁사에서 엄청나게 물어뜯을 것이다. 회사의 높으신 분들이 그런 사태의 원인이 된 이 소녀들을 가만히 냅둘까? 괘씸해서라도 쫓아내는 것만이 아닌 영업방해로 소송까지 걸 것이다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데뷔를 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잠자코 기다리라고. 너희들이 아니어도, 데뷔하기는 커녕 이런 커다란 기획사에 들어오지 못 하는 애들도 많아. 아이돌이 된다는 건, 프로가 된다는 거야. 언동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검사 대상이 되는 거라고. 나중에 트집 잡혀서 망해버리기 싫으면, 이런 짓은 그만둬"
 
아이돌은 TV 속에서 묘사되는 것만큼 화려한게 아니다. 아이돌이 있는 기획사에서 일하기에 잘 알 수 있다. 아니, 설령 이런 곳에서 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스리슬쩍, 소문도 남지 않고 사라지는 아이돌들이라든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아이돌들이라든가. 나는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기억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사람들이 기억한다고 해도 TV에 나오지 못 하면 의미가 없다
 
순수하게 라이브를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거라면 또 모르겠지만
 
"언제쯤인데...그 데뷔의 때가 언제쯤 온다는 건데...!"
 
"......"
 
마에카와 미쿠는 울먹이고 있었다. 감정이 복받쳐 올랐는지, 냉혹한 어른의 논리에 감성으로 저항하는 아이처럼, 소리쳤다
 
"열심히 노력했어! 양성소에서, 선택받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을 뚫고 여기에 들어왔어! 하지만, 여기서도 늦어! 몇 개월째 레슨만 받고 있는지 모르겠어! 가장 먼저 들어왔는데, 가장 늦게 들어온 애들보다도 무대에 오르는게 늦어! 그런 걸, 계속 보고 견디라는 거야?!"
 
아이돌은『상품』이다. 마에카와 미쿠가 먼저 데뷔하지 못 하는 이유. 그건 마에카와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 캐릭터라는, 흔히, 널리고 널린 컨셉은 더 이상 큰 의미를 가지지 못 하기 때문이다
 
"다른 컨셉으로, 바꿔보는 건 어때? 아이돌은 관심을 받지 못 하면 죽어. 네가 선택받지 못 하는 이유가, '고양이'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싫어! 컨셉이라도, 싫어! 미쿠는 고양이야! 고양이를 좋아하니까, 고양이 아이돌로서 데뷔할 거야! 미쿠는, 절대로 자신을 굽히지 않아!"
 
"이 일로 인해서, 오히려 더 데뷔를 못 하게 될 수도 있어. 어쩌면 346에서 쫓겨날지도 몰라. 아예 연예계에 발을 들이지 못 하게 될 수도 있지. 그래도, 자신을 굽히지 않을거야?"
 
"......그래! 한 번 이거다, 하고 정했으니까. 그 정도 각오도 없이, 막 행동하지는 않아! 설령 데뷔를 못 하게 되어도, 346에서 쫓겨나도, 다시는 이 바닥에 발을 들이지 못 하게 된다고 해도, 미쿠는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지 않아! 오기로라도, 반드시 데뷔할 거야! 왜냐하면, 미쿠는 아이돌을 정말로 좋아해서, 정말로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거니까!"
 
솔직하게 부럽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의문도 가지지 않고 비관적인 시점을 가지지 않고, '좋아하니까'라는 한 마디만으로 자신이 갈 길을 정해버리는 우직함이
 
멍청한 데에도 정도가 있다. 그리고, 눈부실 정도로 곧디 곧은 신념이다.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강함이 너무나도 눈부시다
 
"마에카와 씨!"
 
그리고 마치 이때를 기다렸던 것처럼 신데렐라 프로젝트 담당 프로듀서가 급하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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