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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7, 2016 15:40에 작성됨.

3번째 이야기. 아이돌 Sea

 

바다다. 바다인가. 바다로군

 

사람들이 많은 바다에 알로하 셔츠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발을 들였다. 이상한 코쟁이 안경으로 관심을 끌려던 후타미 쌍둥이 자매가 얼어붙었다

 

크크크

좋아, 이겼어

두뇌의 승리다

 

나는 마음속으로 승리 포즈를 취했다ㅡ당연히 그런 감정은 1밀리미터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우리들은 현재 바다에 와 있다.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도, 우리 측의 아이돌들을 보고 아무런 반응도 없다는 건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썩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아니, 아무런 반응이 없지는 않다

 

그냥 정체불명의 미녀, 미소녀들이 잔뜩 모여 웅성웅성 거리고는 있지만, 이들이 아이돌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하는 듯 하다

 

"프로듀서 평소의 상복, 아니 양복은 어디에 두고 오셨나요?"

 

"그건 내가 너에게 묻고 싶은 말이로군. 너도 바다에서는 제대로 된 녹색의 비키니를 입지 않았는가?"

 

아무리 나라도 이런 더운 여름날, 바다에서까지 양복을 입지는 않는다. 장사를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꼴을 바란다고 해 줄 수 있겠지만 말이다

 

"프, 프로듀서 씨도...상복을 벗...아니, 이런 바닷가에 오면 그, 명랑한 기분에 젖는 거군요?"

 

"그건 상복이 아냐. 검은 양복이 죄다 상복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마미"

 

그건 엄연히 양복이다. 내가 입으니까 상복처럼 보일 뿐이다. 그래서 더 심각한 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도 알로하 셔츠 정도는 입어"

 

나는 비뚤어진데에다 타고난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자기 자신조차 속여 가며 살고 있다

 

"잘 보니까 아래는 평소 입던 양복인데요...신발도 가죽 구두고...묘하게 농담 같아서 재밌네요"

 

음.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 웃겼을 줄이야. 의외다

 

갑자기 짜증이 났다. 도량이 작은 것일까?

 

"바다에서는 넘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나, 아마미 하루카? 넘어져서 지나가던 꽃게에게라도 코를 붙잡힌다면 웃을 수 없는 농담처럼 보이겠군"

 

"아무리 저라도 여기서까지 그런 사고를 겪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저는 어디까지나 넘어질 뿐, 크게 다치진, 우왁?!"

 

앞으로 나아가면서 고개는 이쪽을 보고 있다 보니, 모래사장에 발이 푹 빠져 아마미는 넘어져버렸다. 저것도 어찌보면 재주겠지. 그닥 가지고 싶지는 않은 재주이지만

 

*

 

카메라를 들고 아이돌들이 즐겁게 노는 영상을 찍는다. 프로듀서는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기는 해도 능력만큼은 확실한 사람. 이 아이들도, 언젠가는 유명한 아이돌들이 되겠지. 그때가 되면 이렇게 놀러오는 건 힘들게 될 것이다

 

지금이 아니라면 이런 자유를 누리기 힘들어 질테니까

 

매일매일 팬들에게 쫓겨 사는 생활. 사생활도, 언행도 전부 제약이 들어가 버린다

 

유명해지는 대신 자신의 자유를 거의 포기하게 되는 이율배반적인 아이돌의 삶. 몇 번이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씁쓸해진다. 나도 그 때문에 아이돌을 포기하고 765 프로의 사무원 중 한 사람이 되었지. 뭐, 원래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매니저 역할을 노리고 들어왔던 것이었지만,

 

타카네는 라면 많이 먹기 대회에 참가한 상태다. 저렇게나 많이 먹어대지만 전혀 살이 찌지 않는다. 다른 여성들이라면 그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을 부러워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라는 것은 그만큼 연비가 나쁘다는 의미다

 

실제로 타카네는 댄스 레슨에서 중간 정도 밖에 안 되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아즈사 씨는 선탠을 즐기는 중이다. 저 사람은 어디에 있든 그 특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오리는 튜브에 올라타 여유를 만끽하고 있으며, 하루카는 치하야를 데리고 가서 놀고 있다. 아미와 마미는 어느새 챙겨온 물총을 쏘는 중. 유키호, 구덩이 너무 많이 파지 마. 누구 잡을 일 있니? 마코토와 히비키, 경쟁하는 건 좋은데 너무 멀리까지 가지는 마렴

 

"미키는 저기까지 가장 먼저 헤엄쳤다가 온 사람이 좋은거야"

 

미키는 재치를 발휘해, 자신을 헌팅하려던 남자들을 전부 쫓아냈다. 보아하니,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그야말로 소악마라고 할까. 하지만, 저건 꽤나 위험한 행동이다

 

우리 765 프로의 일행들 중 현재 남성은 프로듀서 뿐. 저러다가 돌아온 남자들이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으면 곤란해진다. 우리 일행이 대부분 여성이니만큼 더한 수작질을 부릴 수도 있고

 

미키에게 잠시 다가가 프로듀서의 곁에라도 피신해 있으라고 말할 찰나, 프로듀서가 먼저 미키에게 다가갔다

 

"호시이"

 

"...무슨 일?"

 

항상 마이페이스에 밝으며 마음대로 안 되면 싫증내고, 할 일 없으면 잠만 자는 미키지만, 유독 프로듀서를 상대할 때가 되면 은근히 정색하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뭐, 미키 같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프로듀서가 무섭게 보이기는 하겠지

 

프로듀서가 움직일 때마다,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사람들의 행렬이 좌우로 갈라진다. 사람으로서, 생물로서,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저 남자는 위험하다고. 흉(凶). 그 자체라고 말이다

 

방송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감이 더 예민할텐데. 대체 어떻게 일을 구해오나 싶을 정도의 능력을 보여주는 프로듀서. 대단하긴 하지만...역시...

 

"재치를 발휘한 것은 좋으나, 방금 전에 봤던 부류의 남자들은 질이 나쁜 부류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 다음에는 나를 부르도록"

 

"프로듀서가 그 남자들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인거야?"

 

"당연한 소리를. 자랑은 아니지만, 이래 보여도 육상부의 에이스를 달리기로 이긴 적이 있다"

 

아니, 자랑이잖아. 그보다 사실이라면 정말로 놀라운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고보니, 평소에 양복을 입을 때에는 잘 몰랐지만...프로듀서, 알로하 셔츠의 어깨나 옷감 너머로 보이는 팔...은근히 근육이 붙어 있었다

 

키도 크고, 분위기도 무서우니, 그 남자들이 본다면 자연스럽게 쫄아서 물러갈지도 모르겠다

 

"아키즈키에게 가서 붙어 있도록. 설마 여기서까지 고집을 부리는 바보짓을 하지는 않겠지?"

 

"알겠다...는 거야"

 

미키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갑자기 끌어안겼다

 

"무슨 일이니, 미키"

 

"미키...저 사람, 싫어"

 

"......"

 

미키는 감이 좋은 아이다. 머리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 번에 사람의 생각이나 본질 등을 꿰뚫어 볼 정도로 예민한 아이. 그만큼, 그 누구보다도 프로듀서가 무섭게 느껴질 것이다

 

"미키. 싫다고 해도, 저 사람은 네 프로듀서야?"

 

"그치만...싫은 건 싫은 거야...미키는, 리츠코가 프로듀스 해줬으면 더 좋겠다는 거야"

 

"─씨를 붙여야지"

 

"우우...리츠코, 씨..."

 

하아...이런 식으로 애원해오는데엔 약한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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