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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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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6, 2016 16:57에 작성됨.

"이번 미카의 라이브, 진짜로 기대되지 않냐?"

 

"나, 이미 티켓 구했어"

 

학교에서 오늘 있을 죠가사키 미카의 라이브 건으로 상당히 시끄럽다. 아이돌의 뜻은 우상. 특히나, 기존의 틀에 박혀왔었던 '귀여운 아이돌'이 아닌 '갸루 아이돌'이라는 건 첫 데뷔했을 때 상당히 파격적인 모양이다

 

그만큼 '미카는 처녀가 아닐 것이다'라는 음해에 휘말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여성 아이돌은 순결을 장사 도구로 사용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갸루 같이 소위 '노는 애들' 같은 소녀가 아이돌이 되면, 당연히 그런 생각도 드는 거겠지

 

'내가 보기에 죠가사키 미카는 남자 경험이 없는 숫처녀로 보이지만'

 

겉보기에는 꽤나 강한 모습을 보이는 갸루지만, 알고 보면 의외로 부드럽다. 다른 남자들과 사내에서 어울리는 모습도 크게 보이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남자라고 해봐야 끽해도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타케우치 프로듀서나 이마니시 부장이라는 사람 정도

 

수비성이 철저하다. 단순히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오히려 후지모토 리나가 연애 경험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오오츠키 유이의 경우에는 딱히 갸루 같지 않고 '성별 관계 없이 모두의 친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보는 반면, 후지모토 리나의 경우에는 '진짜 과하게 놀아봤을 갸루'다

 

본인 입으로도 옛 가락(?)이 남은 흔적이 꽤 있다고 하는 데다가, 옆머리를 길러, 반삭의 흔적도 은근슬쩍 가리고 있다. 정작 후지모토 리나의 경우에는 죠가사키보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적은데...이건 인기와 관심의 차이 때문일까

 

"아, 힛키. 힛키도 미카의 라이브, 가볼래?"

 

"......아니, 난 됬어.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다"

 

유이가하마가 말을 걸어왔다. 최근, 봉사부라는 곳에 억지로 들어가게 된 후,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리얼충인 유이가하마와 안면을 트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며, 메일 주소를 교환한다던가, 소부고 제일의 미소녀이자 수재인 유키노시타와 서로의 지뢰를 마구마구 터뜨리는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던가

 

덕분에 미시로 카페에서의 알바 시간도 조정해야 했다. 내가 미시로 카페에 들르면 어린 아이돌들은 대부분 퇴근한 시간대. 남는 건 어른들과 고교생 정도다

 

"아쉽네. 유키농도 거절했는데"

 

"애초에 이미지 상으로도, 유키노시타가 죠가사키를 보러 가는 건, 좀 그렇지 않냐?"

 

"그러려나. 미쿠냥이라는 여자애는 꽤 마음에 들어하던 것 같은데"

 

최근에 공개된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PR 영상.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소속 멤버인 마에카와 미쿠가 유키노시타의 마음에 든 모양이다. 고양이와 관련되어 있다면, 말 한 번 나눠본 적 없고, 직접 마주쳐 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좋은 건가. 얼마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거야, 그 여자는......

 

"너나 미우라 쪽 애들과 함께 다녀와라"

 

"음. 알겠어. 그럼, 오늘 봉사부는 쉰다고 유키농에게 들었으니까, 힛키도 잘 가!"

 

아직 종례시간이 오려면 멀었지만. 죠가사키의 라이브에 유이가하마가 찾아가기 때문일까. 유키노시타도 오늘은 봉사부 활동이 없다고 한 모양이다. 그보다 나에게도 따로 말해줘야 할 것 아니야. 유이가하마하고 오늘 대화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예전에 같은 반 동급생들이 나만 모임 장소를 가르쳐주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제길, 울고 싶어지는구만

 

*

 

미시로 카페로 향하는 길.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멤버들이 단체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시마무라를 포함한 그 세 사람은 이미 죠가사키와 함께 먼저 이동한 건가. 슬슬 리허설의 준비에 들어갔겠지. 삐리링, 하고 문자가 왔다며 핸드폰이 소리를 낸다. 열어보니,

 

"읏...이런 건 후방주의 태그라도 달아두란 말이야..."

 

죠가사키가 사진을 보내왔다. 백댄서 복장으로 갈아입은 그 3명의 사진인데, 여기저기 일부러 찢어놓아 은근히 섹시하다고 할 수 있는 복장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죠가사키도 노출 엄청 심하지. 부끄러움 많은 성격이면서 이런 옷 입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건 부끄럽지 않다는 걸까. 부끄러움을 느끼는 범위가 애매하네, 이 녀석

 

"그보다...다들 잘 하고 오려나..."

 

지난번, 늦게까지 홀로 연습하는 시마무라가 떠올랐다. 본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고 해낼 수 있을까? 그녀의 성격 상, 실수하면 한동안 엄청나게 삽질할 것 같다. 그녀의 동료들이 곁에서 도와주겠지만 본인 탓으로 무대를 망치면 엄청난 부담감과 죄책감이 따라올 것이다

 

"잘 하라고, 응원이나 해줘야겠지"

 

라이브에 찾아가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멀리서나마 잘 하라고 응원하는 것 뿐. 그녀가 평소 해왔던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

 

"──그래서 짜잔! 하고 한 번에 확 뛰쳐나온 거야! 걔들 눈빛 보니까, 완전히 반해 있더라구. 하긴, 당연한 거겠지. 나도 그 풍경에 반해서 여기에 뿌리를 내린 거니까"

 

"그러냐. 그것 참 다행이네"

 

라이브가 끝나고, 죠가사키는 자랑하려고 찾아왔는지 쉴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첫 무대부터 엄청나게 큰 무대에서 실수 없이 라이브를 성공시켰으니까, 분명 앞으로도 잘 나갈 수 있을거야.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어느 신인이 처음부터 큰 무대에서 뛸 수 있겠어?"

 

"네가 데뷔할 때 그랬다며"

 

"나는 예외고~"

 

그것 참 허술한 기준선이다. 유리잔을 닦고, 받침대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조만간 셋이 유닛으로 결정되어 데뷔하는 건가?"

 

"음...최소 한 달 내에 데뷔가 결정될 걸? 이마니시 부장님 성격이면, 내가 그 셋을 백댄서로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을 때부터 이미 생각해 두었을 거야"

 

너무 즉흥적인 결단이 아닌가 싶지만, 부장이라는 자리에까지 올라갈 정도면 이 바닥에서 꽤 오래 일했을 것이다. 그만큼 보는 눈도 있을테고,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밟은 것과 같은 격일지도 모르는 라이브의 성공이, 어쩌면 죠가사키를 신뢰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까, 너! 내 무대 보러 안 왔지!"

 

"알바가 있잖냐. 여기 다니기 시작한지 몇 개월 지났다고 해서, 아이돌의 라이브 보러 간다는 이유로 하루 펑크내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건 그렇지만...그래도 티켓까지 건넸는데..."

 

"그 이전에,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해"

 

시끄럽고, 비좁고, 인간난로들 사이에 껴 있으면 덥다. 더위를 피해 서늘하고 한적한 곳으로 이동하는 건 생물로서의 당연한 반응. 난 나쁘지 않아. 오히려 아이돌에 미쳐서 날뛰는 그 녀석들이 생물로서 이상한 거다

 

아이돌이 다니는 회사에서 일하며, 눈 앞에 아이돌을 두고,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낼 용기는 없지만 말이다

 

"다음에 VIP석 티켓이라도 내줄까?"

 

"그건 또다른 의미로 위가 아파올테니까 싫어"

 

아이돌 무대를 보러 가는데 VIP석이라니. 어디 연예계나, 방송계 그리고 회사의 높으신 분들이나 보러올 그 자리에 서민인 내가 앉는다면 그 좌석 자체가 마치 가시방석처럼 느껴질 것이다

 

높으신 분의 눈에 띄어 출세한다? 현실은 신데렐라가 아니라고. 그 이전에, 신데렐라도 계모랑 자매들에게 구박받아서 그렇지 귀족계급이니까 성의 무도회에 참석할 수 있던 거다. 교내 카스트에서도 최하위인 외톨이가 바로 나인데 무슨 배짱으로 그 좌석에 앉을 수 있을까

 

"뭐, 나 대신 축하한다, 라는 말이라도 전해줘"

 

"OK. 그럼 열심히 일하라고, 히키가야 군"

 

나한테 열심히 일하라는 건 힘을 북돋아주는 말이 아니다만, 죠가사키

 

 

 

 

신데렐라 = 귀족

아이돌 = 미소녀 혹은 미인

 

모두가 신데렐라는 될 수 없다. 그러니까 동경하고 목표의식을 확실히 세워주는 사람이 아니면 아이돌이 될 수 없다─라는게 상무님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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