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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죄송하지만 사직하겠습니다.」 미시로 「......」 -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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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6, 2016 16:51에 작성됨.

[우우웅-우우웅-우우웅]

 

병상 위에서 새근새근 잠이든 카렌은 자신의 오른손에 꽉 쥐고 있던 폰에서 울리는 알람 진동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잠에 취한 눈꺼풀을 억지로 열려고 애를 쓰며 폰을 바라보니 시각은 새벽 4시를 알리고 있었다.

 

잠을 쫓기위해 카렌은 조용히 일어나서 어두운 병실 한가운데에서 기지개를 한번 켰다.

그러자 조금이나마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 그녀는 곧바로 병상 밑에 숨겨주었던 외출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흑색 코트, 그리고 겨울용 스타킹과 미니스커트.

 

요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림으로 변신한 후에,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던 카렌은 곧 실소를 머금었다.

 

카렌 「나도 참......」

 

병원을 몰래 탈출하는 상황임에도 외모에 신경을 쓰는 자신을 깨달아버린 것이다.

머리 손질을 그만두고 근처에 있던 비니모자를 자신의 머리에 대충 덮어씌운 그녀는 여권과 항공기 티켓을 외투 주머니에 깊게 꽂고 조용히 병실 문을 열었다.

 

복도는 불이 다 꺼져있는 조용한 어둠의 세계.

출구마다 하나씩 달려있는 비상구 표시와 소화전의 위치를 알리는 붉은 등만이 복도를 비추고 있을 뿐.

 

카렌 「조, 조금 무섭네.」

 

평소에는 그녀가 화장실을 간다거나 산책을 한다는 등의 명분으로 별생각없이 지나다녔던 병원 복도였건만, 지금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흡사 공포체험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어쨌든 카렌은 심호흡을 하고 소리를 내지않도록 조심스럽게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갔다.

다행스럽게도 그녀가 이동할 동안에 다른 병실에서 나오는 이들은 없었기에 서둘러서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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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나리타 발 -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착, JL 108편행이 곧 출발할 예정입니다. JL 108편을 이용하시는 승객여러분은 서둘러 8번 게이트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아침 6시.

평일, 그것도 매우 이른 아침 시각임에도 나리타 국제공항은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하하호호 웃으면서 티켓팅을 하는 사람들.

항공기 출발까지 시간이 남은 듯,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

이제 곧 출발하는 항공기를 타기위해 캐리어를 끌고 전력질주를 하는 사람들.

이렇듯 공항에도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넘쳐났지만, 그 중 조용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여성이 한 명 있었다.

 

치히로 「이제 슬슬 도착할 시간인데 말이죠.」

 

즐겨입던 초록색 계열의 옷이 아닌 차분한 남색 계열의 롱패딩을 입은 치히로는 B 항공사 카운터 주변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카렌을 찾았다.

사실 린은 카렌이 P를 찾으러 가겠다고 말을 하자마자 아무도 모르게 치히로에게 상담을 한 터였기에, 항공기표 역시 치히로가 끊어서 린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즉, 카렌과 치히로는 같은 비행기의 바로 옆 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갈 예정인 셈이다.

공항 로비에 위치한 커다란 시계를 힐끔 보고서, 심심한 입이라도 달래보려는 생각으로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킬까하고 치히로가 생각하던 찰나.

 

카렌 「하아, 하아...... 아직 늦지 않았구나.」 하아하아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소녀가 한 명, 로비에 서있었다.

치히로는 그 소녀를 보자마자 곧장 대기의자에서 일어나 카렌에게 달려갔다.

 

치히로 「몸은 괜찮아요?」

카렌 「에? 세, 센카와 씨?! 여긴 어떻게?!」

치히로 「어시스턴트는 뭐든지 알고 있답니다~? 자, 얼굴이 엄청 벌겋게 달아오른걸 보니 추워보여요. 일단 카페에 가서 몸 좀 녹이고 있어요.」

카렌 「아니요, 혹시 절 막으려고 오신거라면 절대로 안 돼요!!」

치히로 「어머, 오해하시나본데. 저도 부산으로 갈 예정이랍니다?」

 

그리고 품 안에서 자신의 여권과 항공권을 보여주는 치히로.

순간적으로 상황판단이 되지 않은 카렌은 잠시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치히로 「같이 P씨 찾으러 가봐야죠. 그럼 몸 녹이는건 나중으로 미루고, 출국 수속부터 밟을까요?」

카렌 「어... 음...」

치히로 「출국 수속 안 하면 항공기 못 탈지도 몰라요?」 방긋

 

카렌은 치히로가 지어보인 미소를 보고, 그제서야 약간의 안도를 할 수가 있었다.

 

카렌 「그... 정말 고마워요, 치히로 씨.」

 

항상 도움만 받게 되는 치히로 씨에게 카렌은 그저 고맙다는 말 외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치히로의 뒤를 따라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가 보이는 출국장으로 나온 카렌은 근처에 있는 대기 의자에 털썩하고 않았다.

그를 본 치히로는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얘기하고선 쪼르르 매점으로 달려가서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사온 뒤에 '쑥'하고 카렌에게 내밀었다.

 

치히로 「자, 일단 정신 없을테니까 캔커피라도 천천히 마셔요.」 방긋

카렌 「아, 고맙습니다. 세, 센카와 씨.」

치히로 「일단 치.히.로.언.니.라고 해주면 참 좋을텐데요.」 생긋

카렌 「아, 어, 음... 치... 치히로 씨로 안 될까요...?」

치히로 「치이, 알겠어요. 그럼 일단 지금은 치히로 씨라는 걸로 참을까요.」

카렌 「그래서 대충 감이 오긴 하는데, 지금 상황은 역시 린이 치히로 씨에게 얘기해서 벌어진거겠죠?」

치히로 「맞아요! 역시 총명하네요!! 그정도 능력이시라면 만능 어시스턴트인 치히로 언니의 자리도 넘볼 수 있겠어요?」

카렌 「근데 치히로 씨는 어째서 저를 이렇게 도와주시는거에요?」

 

지금까지 가장 궁금했었던 점을 치히로 앞에서 직접 물어보는 카렌.

이 질문을 듣자마자 생긋생긋하게 웃던 치히로의 입꼬리가 순간적으로 굳어지는게 카렌의 눈에 보였다.

 

치히로 「그건 말이죠. 호죠 양도, P 씨도 너무 안타깝기 때문일까요.」

 

치히로는 출국장 바깥에서 이륙을 위해 주기장을 지나가는 비행기의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치히로 「사실 호죠 양은 지금 모든 일이 자기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아니에요. 당신을 올바르게 지도하지 못한 어른의 책임도 있는 거에요.」

카렌 「아니, 그건 순전히 제가 프로듀서에게 못 되게 굴어서......」

치히로 「그렇다고 할지라도 결국 호죠 양은 몇 살이죠? 16세에요. 혹시 이런 얘기 들어보셨나요?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거요.」

카렌 「아무리 그러셔도 제가 잘못한건 변함이 없어요.」추욱

치히로 「후훗, 이렇게 보면 정말로 바른 아이인데.」

카렌 「그... 저번에 프로듀서가 떠나기 전에, 저한테 그렇게 대하면 안 된다고 훈계 하셨던거 기억나세요?」

치히로 「아, 물론 기억나죠. 그 때는 '네, 네.'하면서 고개 푹 숙이고 귀찮다는 언행을 했었지요.」

카렌 「네... 그 때 그 말씀을 들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치히로 「자, 과거는 과거! 일단 지금은 P 씨를 찾아가서 솔직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게 중요해요.」

카렌 「제가 정말로 프로듀서에게 용서 받을 수 있을까요...? 전 솔직히 겁나요......」

 

그 때, 치히로는 양손으로 카렌의 볼을 찰싹하고 때렸다.

 

카렌 「치, 치히로 씨?」

치히로 「아직도 P 씨를 그렇게 모르겠어요? 이번에 찾아갈때 P 씨의 매력에 푹 빠질 준비를 하셔야겠네요.」 훗

 

[도쿄 나리타 발 - 부산 김해 착, JAL 1034편이 20분 뒤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탑승객 분들은 4번 게이트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치히로 「자, 이제 한국으로 가볼까요?」

 

'읏쌰~'라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4번 게이트로 걸어가는 치히로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카렌은 속으로 되뇌었다.

 

카렌 「(제발 치히로 씨 말처럼 잘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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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1. 네, 저도 글 잘 쓰고 싶습니다. ㅠㅠ

2. 네, 저도 글이 감질맛 날 정도로만 올라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편씩은 올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3. 치히로 씨는 귀엽구나! 치히로 씨는 귀엽구나!! 치히로 씨는 귀엽구나!!! (응? 뒤에서 서슬퍼런 풍압이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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