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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새로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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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4, 2016 21:43에 작성됨.

“우즈, 키....?"

 

가장 처음으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린의 입술에서는 작은 탄성이 새어나왔다. 들리지 않을 소리였지만, 그래도 기척을 눈치 챈 그녀는, 시마무라 우즈키는 천천히 뒤로 돌아보았다. 사락, 허벅지를 덮는 검은 치마자락이 살짝 팔락였다.

 

"아, 린쨩. 그.....어떤가요?”

 

별 것 아닌 동작에도 감도는 알 수 없는 아우라. 린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멍하게 우즈키를 바라보았다. 검정으로 온 몸을 감싼 그녀. 평소의 따듯하고 다소 어린 느낌과 다른, 차갑고 성숙한 분위기. 트라이어드 프리무스 멤버들과 같이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 의상이나 메이크를 비슷하게 맞춘 탓이다.

 

“그, 그러니까.....”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는 린. 그녀 자신도 저런 풍의 모습인데도 말이다.

 

"역시 별로 안 어울리는 편일까요?”

 

“아니.”

 

잘 어울려. 린은 뒤에 그런 말을 덧붙이려고 했지만 그만두었다. 지금의 우즈키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예뻐. 아름다워. 반짝거려. 아니, 이것도 안돼. 린은 고개를 저었다.

 

“으음.....”

 

우즈키는 린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뭐라 말해줘야할 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저런 걸 보면 역시 난 이런 게 어울리지 않나봐. 린의 속도 모르고 멋대로 지레짐작한 그녀는 쓰게 웃었다.

 

“곧 촬영 시작이죠?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그래도 힘내볼게요.”

 

“어, 어어.”

 

고딕풍의 서양 인형을 방불케 할 고풍스러운 모습과, 그와 정반대되는 평소의 언동. 그것이 강렬한 갭을 일으켰다. 린은 가슴에 확하고 느껴지는 묘한 감정에 얼굴을 붉히며, 얼 빠진 대답을 흘렸다.

 

똑똑

 

두 사람만이 있는 대기실에 갑자기 울리는 노크 소리.

 

“린, 우즈키? 거기 있지?”

 

린과 같은 유닛에 소속된 동료, 호죠 카렌. 먼저 우즈키에게 간 린이 돌아오지 않자 대기실로 찾아온 것이다.

 

“아, 미안해.”

 

“들어가도 돼?”

 

“네. 괜찮아요.”

 

우즈키가 허가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끼릭하고 돌아가는 문 손잡이. 열리는 문.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저, 저기.....”

 

“우즈키, 맞지?”

 

“네, 넵.”

 

본인의 대답을 듣고도 만족하지 못한 카렌. 옆에 있는 동료에게 재차 질문을 던졌다.

 

“정말로 우즈키야?”

 

“.....일단은.”

 

“저어, 그건 무슨 소리인가요.”

 

두번째의 대답을 듣고도 카렌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우즈키는 그것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알아듣고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린쨩도 그렇고 카렌쨩도 그렇고 제가 얼마나 이상하길래 그러는 건가요?”

 

“에?”

 

“아니, 아니. 전혀. 이상하지 않아. 정말 예뻐.”

 

“저, 정말인가요?”

 

“그렇다니까.”

 

아까와 입장이 반대가 된 두 사람. 린은 한 발 뒤로 물러난 체 우즈키 쪽을 바라봤다. 다시 봐도 확 달라졌다.

 

“상, 아니 전무가 봤다면 이 쪽으로 강력 스카웃할 정도야.”

 

“에, 에이.....그, 그 정도는 아니겠죠! 제가 봐도 평소와 너무 달라져서 신기하다고는 생각했지만.....”

 

프로젝트 크로네의 새 멤버라 소개해도 다들 믿을 레벨이었다. 지금처럼 말을 더듬는다던가 급하게 손사래를 치지 않는다면. 그저 조용히 서 있기만이라도 한다면 말이다.

 

- 정말 제가 대신해서 참여해도 괜찮은 걸까요?

 

정말, 우즈키. 쓸데없는 걱정이었네. 작게 웃던 린은 무심결에 벽에 걸린 시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서둘러 촬영 장소로 향해야한다.

 

“가자.”

 

린은 아직까지도 진짜니 정말이니 확신을 얻지 못해 안달이 난 두 소녀를 불렀다.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건가요?”

 

“그렇네. 빨리 가야겠다. 지각은 절대 안되니까.”

 

대기실을 나온 세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

 

“자, 왼쪽은 좀 더 가까이. 고개를 조금 올리고. 그러면서 슬쩍 여기를 내려봐줘. 그래, 바로 그거.”

 

찰칵.

 

센터에 우즈키, 왼쪽이 린, 오른쪽이 카렌. 이렇게 정해진 포지션. 감독의 지시에 맞춰 세 사람의 포즈 취하기가 끝나자마자 그 순간을 바로 노렸다는 듯이 날카로운 서터 소리가 퍼졌다.

 

찰칵, 찰칵 찰칵.

 

카메라의 줌이나 각도가 바뀌고, 주변의 조명도 변하고. 모델의 포즈도 몇 번 변경이 가해지면서 계속되는 사진 촬영.

 

“오케이. 우선 여기까지. 점검에 들어가볼테니 너희들은 잠깐 쉬고 있어.”

 

그것은 촬영측이 몇 십장의 사진을 얻고서야 일시중단되었다.

 

“예!”

 

같은 자세를 몇십분이나 유지하느라 지친 세 사람은 쪼르르 주변의 파이프 의자로 향했다.

 

“후아아.....”

 

“땅 꺼지겠다.”

 

“그, 그게.....설마 제가 중앙에 서게 될 줄은 몰랐는걸요.”

 

우즈키는 반쯤 우는 소리를 토하며 손가락을 연신 꼼지락거렸다.

 

“후후, 보통은 린인데 말이지.”

 

“.....”

 

린은 아무 말없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분한가보네.”

 

“그럴 리가.”

 

카렌의 농담에 대충 대답하며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는 촬영 팀을 응시하는 린. 카렌도 따라서 그 쪽을 바라본다.

 

"흐응, 저런 걸 봐서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

 

"그렇지. 한 번에 ok! 같은 일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니까."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우즈키는 자기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왼쪽은 팔꿈치 바로 아래 길이, 오른 쪽은 손목 길이의, 언밸런스한 인상을 주는 검은 실크 장갑 한 쌍이 착, 하고 감겨져 있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

 

"하아, 언제까지 계속 해야하는 걸까요."

 

"글쎄~? 탁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겠는데. 굳이 따지자면 저 사람이 만족할 때까지겠지."

 

"으음.....역시 그렇군요."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어?"

 

린이 우즈키의 표정을 살폈다. 아직 긴장하고 있긴하지만, 어디 아픈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의상 쪽이 문제인가? 린의 시선이 우즈키의 의상쪽으로 이동했다. 겉보기에는 지나치게 끼인 부분도, 너무 헐렁한 부분도 없이 그야말로 딱 맞는다는 느낌인데. 린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엉덩이 쪽이 끼인다던가?"

 

"아, 아뇨! 그렇지는!"

 

카렌의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인 우즈키가 온 몸으로 당황스러움을 표시하고 있을 그 때, 갑자기 현장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또각 또각하는 하이힐 소리가 사방을 울리자 촬영 스탭들의 이목이 그 쪽에 쏠렸고, 분위기가 급작스럽게 일변했다. 그 누군가가 바로 346 프로덕션 아이돌 부문의 총 책임자인 미시로 전무였기 때문이었다.

 

"아, 상무.....아니, 전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모두의 동작이 일시 정지된 가운데 의자에 앉아있던 삼인은 재빨리 일어났다. 고개를 숙인 건 두 사람뿐이었지만.

 

"신경쓰지말고 하던 일을 계속하도록."

 

전무는 자신을 껄끄러워하는 스탭들에게 그렇게 이르고는, 삼인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다가갈 수록, 점점 우즈키의 얼굴에는 긴장의 기색이 역력해진다. 원체 전무가 다가가기 힘든 타입이긴 하지만, 우즈키에게 그녀는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었으니까.

 

"우즈키, 너무 굳었어."

 

".....우으......"

 

보다못한 린이 작게 조언을 해줘도, 우즈키는 여전히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이리저리 시선을 빙글빙글 돌릴 뿐.

 

"......."

 

전무와 세 사람 간의 거리가 딱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전무는 말없이 그들을 훑어보았고, 곧 그녀의 시선이 우즈키에게 꽂혔다.

 

"시부야 린."

 

"응. 무슨 일인데?"

 

".....네 옆에 있는 애가 시마무라 우즈키가 맞나?"

 

"어, 응."

 

"흐음....."

 

전에 봤던 크리스마스 라이브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지만 그에 지지 않는 아우라를 가진 그녀의 모습에, 전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시마무라 우즈키, 생각보다 너는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구나.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후훗, 전무도 깜짝 놀랐나보네."

 

"시마무라 우즈키."

 

"......."

 

"내 말이 들리지 않는가?"

 

"네, 넵!?"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전무가 코 앞까지 왔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우즈키가 새된 목소리로 뒤늦은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전무님!"

 

"우리 쪽의 사람 대신 수고해줘서 고맙군. 어때, 촬영은 순조롭게 잘 되어가고 있나?"

 

"아,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요....."

 

"흠, 그런가. "

 

갑자기 전무가 우즈키에게 손을 뻗었다. 뭐라 말도 못하고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즈키. 전무는 조용히 우즈키의 의상에 달린 장식을 고쳐주었다.

 

"아, 아와와....."

 

"그렇게 긴장하면 잘 될 것도 되지 않는다. 주의하도록."

 

전무는 짧은 충고를 남기고 떠났다.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카렌이 작게 투덜거렸다.

 

"전무도 참,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린단 말이지."

 

"우즈키, 괜찮아?"

 

"아, 네.....괘, 괜찮아요. 후우....."

 

"저기! 미안한데 아무래도 좀 더 찍어봐야될 것 같거든? 아주 조금이면 되니까 힘내줘!"

 

한참 그 동안 찍은 사진들을 분석하던 감독이 손까지 흔들어가며 세 사람을 불렀다. 예상했던 촬영 재개다.

 

.......

 

"이게 정말 시마무?"

 

트라이어드 프리무스의 나오를 대신하여 우즈키가 참여한 화보 촬영. 그 결과물로 나온 사진이 들어간 잡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미오가 이걸로 몇 번째일지도 모를 물음을 본인에게 던졌다.

 

"네에....."

 

자기 자신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자신인 걸 어쩌겠는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우즈키는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으으음~ 얼굴 생김새는 똑같은데, 머리 스타일도 그리 달라진 건 없는데 왜 이리 달라보이는 걸까."

 

미오는 사진과 우즈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메이크와 의상이 바뀌었다고 해서 본판까지 파격적으로 변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즈키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느껴졌다. 마치 겉모습은 똑같지만 성격이 아주 다른 쌍둥이처럼 말이다.

 

"시마무~ 솔직하게 말해봐. 숨겨진 쌍둥이 언니라도 있는 거지? 그 사람한테 대신 찍어달라고 부탁한거지?"

 

"에이, 그럴 리 없잖아요."

 

"반은 농담이야."

 

"그, 그럼 반은 진담인건가요?"

 

"헛, 들켰군."

 

"그러니까 아니라고 했잖아요. 제가 외동인 거 잘 알면서."

 

"그치만 정말정말 다른 걸. 이 쪽 시마무하고 저 쪽 시마무."

 

미오가 잡자를 우즈키의 눈 앞에 펼쳐보이고는 가운데에 손가락을 짚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자기 자신의 얼굴. 웃고 있다. 하지만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하는, 만면에 가득찬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슬픔, 씁쓸함, 묘한 해방감, 후련함을 한데모아 그대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웃음. 처연함마저 조금 느껴질 정도다.

 

"......"

 

우즈키는 물끄러미 사진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우연의 산물이라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웠다. 어쩌면 아직 찾지 못한 길이 여기에 있을 지도 모른다. 그 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는 조금 달라서 두렵기도 하지만.

 

"다들 놀라지 않았어?"

 

"그, 그렇죠. 같이 찍었던 카렌쨩만 하더라도 아까 미오쨩처럼 계속 제가 맞냐고 물어봤으니까요."

 

그 뿐만이 아니다. 이야기가 흘러갔는지 다른 크로네 멤버들에게까지 화자가 된 것이다. 특히 유이나 프레데리카는 우즈키랑 마주칠 때마다 자꾸 자기들 쪽으로 오라는 말을 던지곤 했다. 딴에는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우즈키는 한동안 진땀을 뺐었다.

 

"이 참에 이 쪽 방향으로 나가보는 거 어때?"

 

"미, 미오쨩까지 그러기나요?"

 

똑똑

 

"어?"

 

"들어오세요."

 

천천히 열리는 문. 틈 사이로 모습을 보인 사람은 특유의 딱딱한 얼굴과 거구가 인상깊은 타케우치 프로듀서다.

 

"실례합니다."

 

"어? 프로듀서?"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에게도 언제나 먼저 고개를 숙이는 타케우치. 그는 조속히 자기가 이 쪽으로 온 용건을 이야기했다.

 

"시마무라씨, 전무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어서 이 쪽으로 오십시오."

 

".....네?"

 

우즈키는 그 말을 듣자마다 뒷목이 쎄해졌다. 왜, 어째서, 전무님이. 나를.

 

"그, 전의 건에 대한 것 같습니다만,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의 건.....?

 

아, 나오쨩이 감기로 쉬어서 대신 들어가게 된 그건가. 응, 지금까지 미오쨩이랑 이야기했던 거. 그게 왜? 패닉에 빠진 머리로나마 이유를 열심히 분석하기 시작하는 그녀.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죄송합니다만 서둘러야합니다. 이 쪽으로."

 

"아.....네."

 

- 시마무라 우즈키! 너 같은 애에게 이런 일을 맡긴 내가 바보였다. 역시 넌, 재투성이에 불과해.

 

"으으....."

 

벌써부터 전무에게 호되게 혼나는 상상으로 머릿 속이 가득해진 우즈키는 우울한 얼굴로 미오와 작별을 나누었다. 타케우치와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기나긴 복도를 걸어 마침내 미시로 전무가 사용하는 집무실 앞에 도착한 그녀.

 

"저, 정말로 전무님이 저를 부르신 건가요?"

 

방금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얼굴로 타케우치를 올려다보았다.

 

"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똑똑

 

"타케우치입니다. 시마무라씨를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오도록."

 

끼이익하고 열리는 문. 사무용 책상이 보이고, 그 근처에는 창가 저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전무가 보인다.

 

"아, 아 안녕.....하세요....."

 

우즈키는 뻣뻣한 동작으로 겨우겨우 집무실에 발을 들었다. 그래도 옆에 신뢰하는 프로듀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안하지만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군. 자네는 나가주지 않겠나."

 

".....예."

 

"저 ,저기 프, 프로듀서씨....."

 

우즈키가 떠나가려는 타케우치의 옷깃을 붙잡으려 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슬며시 뒤로 물러난 뒤, 상사에게 목례를 하고는 문을 닫고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

 

집무실 안에는 불편한 공기가 흘렀다. 그녀가 벗어날 방법은 없다. 이대로 꼼짝없이 호통을 견뎌야하는구나, 우즈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전무는 뜻밖의 말을 입에 내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 너를 질타하기 위해 부른 것이 아니니까."

 

"에.....?"

 

우즈키의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그러니 고개를 들어주지 않겠나."

 

"아, 넵! 죄송합니다!"

 

우즈키의 눈 앞에 보이는 전무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바깥을 응시하는 것을 그만두고 똑바로 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지난 번의 발언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하도록 하지."

 

전무가 우즈키에게 고개를 숙였다. 346 프로덕션 아이돌 부문 총괄 이사가 자기 아랫사람에게, 30대 초반은 되는 사람이 고등학생에게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처음에는 멍하니 그것을 보던 우즈키였지만 곧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급격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제는 정말 괜찮으니까.....그, 그러지 않으셔도."

 

"아니, 이것은 네가 마땅히 받아야할 것이다. 그러니 받아두도록 해."

 

"....."

 

사과를 끝낸 전무는 그 다음으로 우즈키를 불러온 중대한 이유를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도록 하지. 시마무라 우즈키, 너는 이쪽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는가?"

 

"제가요!?"

 

전무의 말한 '이쪽' 의 의미를 알아차린 우즈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그렇다. 그 때 네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깨닫게 되었다. 너는 결코 재투성이 같은 게 아니었다는 것을."

 

전무는 살짝 눈을 감고 떠올려보았다. 마치 벚꽃잎이 흩날리는 것만 같은 분홍빛 사이리움 폭풍이 회장을 가득 메우는 풍경을. 그 가운데 있는 힘껏 노래부르던 한 소녀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평할 수 있는 존재를.

 

"그리고 저번 촬영장에서 너를 또 보았을 때, 확신하게 되었지. 너는 성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는 것을."

 

전무의 머리 속에서 핑크빛 폭풍의 눈 속에서 서 있던 소녀가 사라지고, 새롭게 등장하는 검은 옷의 소녀. 바르고, 청초하고, 아름답다. 아직 못미더운 구석이 있지만, 충분히 지도가 따른다면 자신이 생각한 이상에 부응해줄 수 있는 존재다.

 

"너에게 있어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만."

 

전무가 슬며시 감았던 눈을 떴다. 지금 자기의 앞에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 전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

 

"시부야 린만 하더라도 뉴 제네레이션즈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 않느냐. 너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보는데. 아닌가?"

 

우즈키는 꿀꺽 침을 삼켰다. 이것이 내 또 다른 가능성일 수도 있는 걸까. 린쨩처럼 새로운 무언가가 내게도 보이는 걸까?

 

"어디까지나 제안인 만큼, 거절하고 싶으면 거절해도 좋다."

 

".....저에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받아들일까, 받아들이지 말까. 두 가지 선택지에서 헤메던 우즈키는 제 3의 선택지 유예를 골랐다.

 

"음.....그런가. 그럼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주도록 하지. 마지막까지 내 집무실로 찾아오지 않는다면 거절로 간주하겠다."

 

"네."

 

"이야기는 끝났다, 돌아가도 좋아."

 

"네, 넵! 그 그럼.....안녕히 계세요."

 

우즈키는 꾸벅 작별인사를 한 뒤 여전히 쭈뻣쭈뻣 눈치를 살피며 아주 조심스럽게 집무실에서 나갔다. 한참동안 그녀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던 전무. 그녀의 입에서 혼잣말이 새어나왔다.

 

"시마무라 우즈키.....좋은 대답을 해주길 바란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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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우즈키에게 쿨 속성으로 전직하라는 위기가 닥쳐왔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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