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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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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1, 2015 21:58에 작성됨.

"자, 인사들 하게나. 앞으로 자네들과 함께할 프로듀서인 카이키 데이슈 군이라고 한다네!"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 남자는 정말로 불길한 남자였다

 

사장님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것만큼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저런 남자로 괜찮은 걸까? 흉(凶)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인간화 시킨 듯한 저 남자는, 정말로 믿어도 되는 남자인걸까?

 

"리츠코 군. 그럼 부탁한다네. 이 친구에게 프로듀서로서 해야 할 일을 친절히 가르쳐 주도록"

 

"아,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카이키 씨는 내게 먼저 고개 숙여 인사했다

 

"비록 나이는 제가 더 많다고 한들, 이 세계에서는 나이는 큰 의미가 없는 걸로 압니다. 선배로서 좋은 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아키즈키 씨"

 

어른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나도 곧 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해 19살이 되지만, 이 나라의 법률상 진짜 성인이 되려면 20세는 되어야 한다. 즉, 나는 미성년자. 미성년자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경험도 많지 않다. 심지어 약소 기획사의 전직 아이돌 출신 프로듀서다

 

사장님이 나에 대해 어디까지 말해주었을지 모르지만 카이키 씨는 그런 것,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먼저, 스스로,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그래...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 어쩌면 겉모습만 음침하고 불길해 보일 뿐 속마음은 친절한 사람일 수도 있다

 

"네. 그럼 앞으로 잘 지내봐요, 카이키 씨"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키즈키 씨"

 

악수를 위해 내민 손. 카이키 씨와 맞잡은 손. 그의 손은 따뜻한, 그리고 평범한 사람의 손이었다

 

 

 

 

 

*

 

 

 

 

 

아키즈키 리츠코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막을 연다고 생각하고 이 글을 읽는 독자 제군, 너희는 한명도 남김없이 속아 넘어갔다. 이것에서 너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사람이 말을 하면 제대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나는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라고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765 프로의 앞에서 아마미 하루카와 만났던 내가 어째서 765 프로의 프로듀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저 765 프로의 사장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을 하던 도중, 우연히 커다란 전광판에서 아이돌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이곳에서 일한다고 하는 아마미 하루카 양과도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정을 내린 겁니다. 그저 노래하고 춤추는 인형이 아닌, 정말로 살아있는, 그런 아이돌을 키우고 싶다고"

 

그 후에 기타등등 어쩌고 저쩌고. 뭐, 나의 연기력도 보통은 아니다ㅡ그보다 그의 소속사 아이돌인 '아마미 하루카'의 이름을 꺼내자마자 그는 처음 보는 손님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풀어버렸기 때문에, 설령 나의 연기력이나 거짓말하는 솜씨가 초등학생 학예회 수준의 그것이었다 해도 결과는 같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여담이지만 특정 사건에 휘말린 인간에게 있어 가장 폐가 되고 그 이상으로 상처를 주는 것이 이런 지어낸 정보, 거짓 정보를 가지고 오는 구경꾼이라고 한다

 

마음은 안다. 알지만, 뭐, 모른다

 

그래서 1층의 '타루키정'이라는 술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가, 나를, 카이키 데슈라는 인간을 '꿈을 위해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입장 상 다양한 인간들을 봐 왔다. 특히 이 '타카기 준지로'라는 인간은 전형적인 '손을 씻은' 남자다. 여기서 손을 씻었다는 건 야쿠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방식에서 완전히 손을 떼었다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그 본질은, 그리고 품고 있던 신념은 정반대의 것.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신념은 차츰차츰 깎아내려져, 풍화되어 둥글둥글 해졌다

 

그런 남자이기에, 더더욱 이용하기 쉽다. 그런 남자이기에, 속이기 쉽다. 그런 남자이기에, 나를 자신의 프로덕션에 프로듀서로 고용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신분도, 과거에 뭘 하던 사람인지도 잘 모르면서, 단순히 팅! 하고 왔다! 라는 말 한마디로 자신의 판단을 믿어버린다. 믿어버렸다. 믿고 싶어진 것이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면, 그로 인해 자신의 아이돌들과 사무원들이 다치게 된다면, 그는 도저히 버티지 못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릴 남자다

 

그리고 들어온 765 프로. 사무원, 프로듀서, 아이돌들에 이르기까지 다 젊고 어리며 아름답다. 특히나 아이돌들은 데뷔한지 반년이 되었다면서 아직 인터넷에 그 이름과 얼굴조차 올라오지 않는다

 

......영업을 할 생각이 있는 건가? 아니면 단순히 자기 눈에 보기 좋은 미인들의 우리를 만들어 동물원의 철창 속 원숭이를 보듯 감상하려 한 것인가

 

아니,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 나는 이 765 프로의 P. P는 P답게 영업을 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말하도록 하지. 내가 이 765 프로에 들어온 이유. 고등학생 시절부터 관심이 없던 아이돌들을 관리하는 프로듀서가 된 이유. 그 이유란,

 

──물론 돈을 위해서다

 

'다만 조금 방심해버린 듯 하군'

 

아이돌들의 프로필을 읽어보았다

 

아마미 하루카. 집은 시골풍의 도시 변두리. 덕분에 765 프로덕션의 사무소에 올 때는 편도 2시간 짜리 전철을 타고 오는 원거리 통근을 하고 있다. 근성이 넘치는 소녀다

 

키사라기 치하야. 자취 중. 부모의 경우에는 이혼을 하거나 아니면 한 사람이 죽은 것인지 모친의 이름 밖에 쓰여 있지 않다. 모친의 이름은 키사라기 치구사. 흐음...키사라기 치구사...치구사라...이전에 들어본 적 있던 듯한 이름이다. 아닌가? 아니면 말고

 

그 외에도 여럿 있다

 

키쿠치 마코토. '보이시한 외모를 가진 동성에 대한 동경심'을 노리고 스카웃한 소녀. 겉모습만 보면 남자다. 아니, 머리만 기르면 미소녀가 될 것 같다. 본인도 그건 잘 알고 있다. 귀여운 옷을 입고 싶어하지만 아이돌로서의 캐릭터성 때문에 굳이 그 모습을 고수하는 모양이다

 

타카츠키 야요이. 집안은 가난한 듯 하다. 동생만 4명이다. 덮어놓고 애만 싸지른 것이다. 정부의 보조금이 나오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계는 있겠지. 이 나라는 허구한 날 뉴스에서 고령화 시대가 어쩌고저쩌고 떠들어 대지만 정작 저출산의 현실을 어떻게 해 볼 생각이 없으니까

 

미우라 아즈사. 대학생이다. 운명의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 난 운명같은 건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운명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쌓아올린 것들에 들인 시간과 노력 모든 것들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운명이라는 건 피곤한 것이다

 

가나하 히비키. 오키나와에서 온 듯 하다. 동물들과 친하다고 하는데 햄조라는 햄스터가 본체인 듯 하다. 가끔 그 햄스터랑 이야기를 나누고, 그 햄스터도 가나하의 말을 알아듣고 말을 전달하는 듯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뭐지? 외계생물이 햄스터로 위장한 건가?

 

후타미 아미, 마미. 장난기 넘치는 초등학생 쌍둥이다. 시끄럽다. 활발하다. 갸갸 갸갸 발정난 짐승들처럼 가만히 있을 줄 모르는 듯 하다

 

호시이 미키. 전형적인 유토리 세대의 소녀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몸매는 좋지만 그저 그 뿐. 지금은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적다. 그녀는 계속 잠을 잔다. 잠만 자고 있다. 잠자는 공주라도 되는 건가. 어쩌면 동화 속의 공주 이야기는 단순한 픽션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하기와라 유키호. 내가 아는 그 하기와라 집안의 아가씨라면 사기쳐서 걸릴 경우 이 나라에서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미나세 이오리. 위와 동일하다. 아니 이 경우에는 아예 아프리카 오지로 떠나야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시죠 타카네. 알 수 없다. 불명.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거주지, 출신지 기타등등 모든 것들이 다 분명이다. 신비함이라는 단어를 문자 그대로 자신의 몸에 둘러싸고 있는 듯 하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을 보내온다. 누군가 떠오른다. 가엔 이즈코. 이름만 들어도 긴장하게 되는 여자.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여자. 전지적 작가 시점을 인간화 시킨 듯한 여자

 

아니, 그 생각은 여기까지다. 시죠 타카네는 시죠 타카네. 가엔 이즈코는 가엔 이즈코다. 그렇게 생각하자

 

 

 

 

 

카이키 입장에서 쓰는 거...은근히 많이 어렵네요

 

그냥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그럴싸하게 들리도록 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치하야의 양육권은 모친 쪽이 가지고 있다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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