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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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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0, 2015 21:17에 작성됨.

오늘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이 되었다. 미시로 카페에서 일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지. 뭐, 봄방학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색하다'
 
2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갑자기 친한 척을 하며 다가가는 건 너무 나대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내가 있는 2-F반에는 내가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학생들도 여럿 있다. 뭐, 그 녀석들은 날 기억하지도 못 하겠지만
 
'크...곤란하구만...'
 
가슴으로는 알고 있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저쪽에서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 한다. 그동안의 경험이 확실히 말해주고 있다. 이미 확립된 인간관계에 어떻게 끼어들어갈 거냐고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유치해져 간다. 특히나 고등학교 2학년생쯤 될 때에, 사람들 간의 인간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들은 자기와는 다른 사람을 배척한다. 나이를 먹어 머리가 굳어가면서, 자신과 다른 것을 더더욱 인정하기 힘들게 된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가 만난, 346의 아이돌인 소녀들이야말로 내가 아는 '평범한 학생들'과는 크게 동떨어진 존재들이다
 
내가 아는 학생들은 그녀들처럼 대범하지도, 당당하지도, 솔직하지도, 순수하지도 않다
 
아니, 이건 단순히 내 편견이 섞인 일방적인 시야로 볼 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취향존중.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기, 기타 등등 내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리며 고민에 빠진다
 
......진짜 한심한 놈이로구만, 나. 그렇게나 잘난 척 했던 주제에 막상 눈 앞에 닥치면 또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 아이돌들에게 이 모습을 보인다면, 도저히 얼굴을 들어올리지 못 할 것 같다
 
그녀들은 날 어떻게 볼까? 위로해줄까? 한심해할까? 둘 다일거다. 그리고 결말은 내 등을 떠밀어주는 것이겠지
 
'난 진짜 곁에 누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한심한 놈인가'
 
자학적인 사고에 빠져들 무렵, 누군가 내가 앉아있는 자리의 앞에 섰다. 고개를 들어올려보면, 사과머리에 가슴이 큰 소녀가 한 명 있었다. 누구지? 복장과 외견만 보아선 리얼충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인데......
 
그녀는 손을 들어올리고 웃으며 말했다
 
"얏하로!"
 
"......"
 
바보같은 인사다. 아니, 인사 맞지? 그보다 뭐야? 그거 혹시 유행? 나만 모르는 유행 같은 건가?
 
"아, 얏하로"
 
소녀는 싱긋 웃으며 친구들을 찾아 지나가 버렸다. 먼저 인사하러 다가와 준 건가. 아니, 착각하지 말자. 그녀는 소위 말하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여자'라는 것이다. 중학생 시절에도 분명히 경험한 적이 있었을 터. 오리모토 카오리라는 '친절한 여자'에게 반해버렸던 나는 엄청난 흑역사를 만들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OK. 진정하자, 히키가야 하치만. 그때의 너와 지금의 너는 달라. 지금의 너는 346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SNS에는 잘생긴 알바생이라고 잠깐이지만 유명세를 탄 적도 있고, 아이돌 친구도 여럿 생긴...재야(在野) 속의 리얼충이다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스펙이라고? 그보다, 이상하게시리 아까부터 자꾸 주위에서 날 보며 수근거리는 것 같은데......흐음, 욕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뭐지?
 
턱을 괴려고 책상에 두 팔을 올리고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나, 안경 쓰고 있다. 카미조 하루나에게서 받은 공짜 안경. 아이돌 공인 나에게 잘 어울리는 안경을 쓰고 있는 중이다. 안경을 썼을 때 내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나도 제 3자의 입장으로서 다른 사람이 찍은 내 사진을 봤기에 잘 알고 있다
 
'잠깐...그렇게 따지면...내가 미시로 카페에서 알바하는 그 남자, 라는 것도 다 까발려지는 것 아닌가?'
 
좋아. 난 오늘 이 순간부터 히키타니 하치만이다. 학교에서만큼은 히키가야가 아닌 히키타니 하치만이니까!
 
*
"그래서...히키타니라고 속였다구요?"
 
"1학년 시절에 저라는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르던 녀석들입니다. 갑자기 확 달라진 제 모습을 보고 찾아오는 녀석들에게 좋은 마음이 들겠습니까?"
 
내 말에 나나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히키가야 군. 독심술을 쓸 수 있는게 아닌 이상 사람을 갑자기 판단해서는 안 되는 거에요. 이전에도 잘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확 달라져서 찾아오면 누구나 호기심이 들지 않겠어요? 잘생겼으니까 친해져보자──라고 동기가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지도 모르잖아요?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이라는 건 영원하지 않아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
 
"히키가야 군. 강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오리를 본 적이 있나요? 겉으로 보기에는 오리는 그저 단순히 편하게 강물 위에 누워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 보이죠. 하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는, 물 밑에서는 힘차게 발길질을 하고 있어요.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무한경쟁의 시대. 힘차게 달리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커녕 제자리에 남기도 힘들다
 
"사람의 삶은 언제나 노력을 요구해요. 그건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죠. 누군가의 친구로 남기 위해, 연인으로 남기 위해, 가족으로 남기 위해. 설령 피로 이어진 혈육이라 할지라도,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해도...피도 결국에는 물(인연)과 다를 바 없으며 그 물에 씻겨내려가 희석될 수도 있죠"
 
친가족인데도 서로 죽이지 못 해 안달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피가 이어지지 않았으면서 그 어떤 가족보다 끈끈한 가족애를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말하면,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지만, 인연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봐요. 그러니까, 그 인연을 조금이나마 더 이어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계속 노력해야 하는 거죠"
 
나나 씨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히키가야 군은 특별한 사람인가요?"
 
"......아뇨"
 
"그럼, 다른 누군가에겐 특별한 사람인가요?"
 
코마치의 얼굴이 떠올랐다. 리나의, 유이의, 죠가사키의, 키무라의 얼굴이 떠올렸다. 이건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하지만, 코마치의 경우에는 내가 특별한 사람일 것이다...이것도 내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여동생인 코마치에게는...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히키가야 군은 항상 말하죠? 치바의 시스콘이라고. 히키가야 군은 그 여동생인 코마치 양에게 자랑스러운 오빠일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나요?"
 
노력하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서로 으르렁거리는 최악의 남매 사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가끔씩 장난삼아 말하기는 하지만, 난 쓰레기 같은 오빠로서의 면모도 가끔 보여줬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니까 히키가야 군. 좀 더 노력해주세요. 좀 더 발악해주세요. 이 이상 허리띠 졸라매면 다리 위로 가기도 전에 쓰러져 죽을 정도로 발버둥쳐주세요. 그러고도 안 되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놓아도 되요. 하지만, 그 전까지는...히키가야 군도, 희망을 저버리지 말고, 계속 지켜봐주지 않을래요? 그들이 정말로 히키가야 군과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희망은 마치 독수리의 눈빛과도 같다. 항상 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득히 먼 곳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람은 희망을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 닿을 수 없을만큼 까마득한 곳에 있기에...더더욱 손을 뻗고 싶어지는게 아닐까?
 
적어도 자신의 눈에 그 희망이 안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시야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그 한계를 넘어서야, 그 다음에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겠지. 그러니까, 도전해야만 한다는 걸까.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쩌면...내가 바라는 것이 않을수도 있는데 도전해야만 하는 걸까
 
"후우......"
 
머리가 아프다. 이런 생각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새로운 내적고민과 갈등을 유발한다. 적어도, 나나 씨가『참가하는데에 의의가 있다』라는 시답잖은 헛소리를 늘어놓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참가하는데에 의의가 있다면, '참가하지 않는다'는 의견에 참가하는것에도 의의가 있을 테니까
 
"한 번...속는 셈 치고 믿어볼게요"
 
같은 카페에서 근무하는 선배이자 연륜이 느껴지는 17세교의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니까...한 번만 더 믿어보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외톨이 기질이 쉽게 변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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