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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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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9, 2015 11:53에 작성됨.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남자 고교생 아카바네 소라는 자신을 누군가가 자신을 끌어안는 느낌에 눈을 떳다. 그리고 예상대로, 

 "음냐...zzz 허니의 냄새 좋은거야."

 실제 나이가 40대 초반이라 밝히면 누구도 믿지 않을, 같이 다니면 나이 차이가 많은 누나 혹은 여자친구로까지 오해받을 자신의 어머니, 아카바네 미키가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아버지가 출장을 가신 이후로 매일같이 내 방에 '허니(아버지)의 냄새가 난다' 며 밤에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시는듯 하다. 물론 아버지가 귀국하시는 내일이면 그만두실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일어나 학교에 가려는 찰나, 내 옆에서 다시 무언가가 꾸물거리며, 이불속에서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침을 흘리며 나를 껴안은 광경을 보고나서일까?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흐...흐에? 엄마가 소라군을 뺏어간거야" 

  아카바네 치비, 얼마 전 도쿄 돔에서 공연할 정도로 일본 톱 아이돌중 하나이고, 전성기적 어머니를 능가한다는 평가까지 받는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집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은 그저 침흘리고 자거나, 어머니와 자매처럼 투닥거리는 모습이다. TV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저 사람이 내 누나인가 싶다.

 일단 방을 나와 씻으러 가자 내 방에서 두명이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라 군은 마마가 낳은거니 마마가 껴안는건 문제없는거야!"

 "엄마가 촬영하러 다닐때 치비가 소라군 기저귀도 갈고 목욕도 시킨거야!"

 "아무튼 소라군은........."

 그래, 내겐 평범한 일상이다. 톱스타와 톱아이돌이 집에서 저런다는거, 절대 믿을 사람 없겠지.

 아침을 먹지 않는 타입이라 씻고 나서 바로 학교에 향할 때 따뜻한 봄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자 문득 생각에 빠졌다.

 아닌게 아니라, 내가 정말 재능이 있고 열중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였다. 아버지야 어머니 말에 의하면 다 쓰러져 가는 사무소를 업계 최고로 만든 것을 보면 상당한 수완가인 것이고, 엄마나 누나는 집에서야 저렇게 늘어지지만, 일단 일을 시작하면 누구보다 완벽하고,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된다.

  그에 반해 내겐 뚜렷하게 뒤처지거나 못하는건 없지만 그렇다고 어디 빛나는 재능이 있는것도 아니다. 한때 나도 아이돌을 해볼까 했지만, 내 노래(를 가장한 음파병기)를 들은 평가에 깔끔하게 포기했다. 성적이야 알아주는 대학에 갈수 있을 정도이긴 하지만, 그 뿐이다. 난 정말 엄마나 누나처럼 빛나지 않는건가?

 "........군"

".........소라군."

 내 상념을 깬 것은 아마미 츠바사,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부쩍 가까워진 여학생이다.  입학식 계단에서 넘어 질 뻔한걸 내가 구해 준 이후, 어쩌다 보니 친해지게 되었다.

"응, 츠바사 안녕 그런데 이시간엔 왜? "

 사실 내가 등교를 빨리 하는편이라, 대 부분의 내 또래들은 이제서야 밍기적 거리며, 씻고 있으리라. 그때 츠바사가 가방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내게 내밀었다.

 "츠바사? 이건......."

 "소라군! 아침이야 아침! "

 가끔 츠바사는 내게 직접 구운 쿠키나 브라우니등을 챙겨주기도 한다. 어머니께서 베이커리를 운영 하신다고 하신다고 했던가? 이렇게 맛있는 걸 나에게 챙겨주는 츠바사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츠바사에게 받은 브라우니를 챙기고는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계단에 오를 때 사건이 일어났다.

 돈가라갓상

"어? 흐에에에 소라군!"

 왠지 모르게 자주 넘어지는것 같은 츠바사였다. 평소에야 웃고 넘어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계단 중간쯤에서 넘어지면 정말 위험했다. 어떻하지? 머리는 망설였지만 몸은 어느새 츠바사를 향해 달려가 그녀를 받아 냈다. 엉겁결에 내게 안긴 자세가 된 츠바사의 머리에 왠지 본것 같은 리본의 매듭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이 리본의 매듭은 어머니가 젊었을적 아이돌 활동하던 시기에 찍혓던 사진에서 봤던거다. 20년도 더 된 과거, 그 시절 어머니의 동료들이 찍힌 사진을 보고 물어봤을때 어머니가 그 시절 추억을 회상하는 표정으로 하나하나씩 설명해 주셨다. 얘는 이마가 넓어서 마빡이라 불렀다던가, 푸른 머리칼의 소녀(지금은 아니겠지만)를 가리킬땐 얘는 72라 본인이 좀 나눠주고 싶었더는 둥 즐겁게 설명을 하다가, 마침내 내가 붉은 머리카락에 양쪽으로 리본을 한 소녀를 가리키자 갑자기 얼굴이 굳으셨다. 내가 어머니의 굳은 얼굴을 보고 뭔가 물어 봤을때, 내게서 확 빼앗더니 앨범을 덮어버렸다.

 '소라군~! 여자의 과거는 묻지 않는거야'

'에? 엄마 갑자기..'

'아들 배고프지? 오늘 저녁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카바네 미키님의 사랑이 듬뿍 들어간 특제 주먹밥인거야~!'

  어머니가 말을 돌리기 전, 그때보았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다. 언제나 유쾌하게 살아가던 어머니가 양갈래 리본의 소녀를 보자 얼굴이 굳는다고? 

 그 리본의 매듭이 지금 내 눈앞에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을 굳게 한 그 리본이, 그 매듭이!

 "저, 츠바사 혹시 이 리본의 매듭 말인데....."

"하읏.......으으.....소라군 그렇게나 세게......"

 츠바사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고 어딘가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왠지 내 손이 움켜 쥔 이 부드러운건...?

 말랑

'어?'

리본에 정신이 팔려있던 내 정신이 급격히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난 계단에서 넘어지려는 츠바사를 받아냈고, 그러다가 츠바사가 내게 안긴 자세가 되었다. 리본을 관찰하느라 내 얼굴은 그녀의 얼굴에 매우 근접해 있었고, 내 손엔 부드러운 츠바사의......

 "미안해 츠바사! 정말 미안해!"

 이건 정말 할말이 없는 내 잘못이다. 아무리 계단에서 넘어지려는걸 받아내기 위해서라지만, 이렇게나 손으로 츠바사의...

"아니야, 소라군이 받아주지 않았으면 나 큰일났을지도...."

 다행히 내 사과를 받아 준 듯 하지만 얼굴이 여전히 붉은게 아직 진정이 안된듯 하다. 안그래도 옆자리인데 오늘이 걱정이다.

 결국 츠바사의 리본, 그리고 계단에서의 일들이 머리속에서 엉켜서인지 수업도, 공부도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 엉망진창의 하루였다. 어머니가 대답을 회피했던 사진속의 리본소녀와, 그와 비슷한 리본을 매듭지은 츠바사는 도대체 무슨관계인가?

그저 우연인가? 오늘따라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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