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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가 아이돌을 하지 않았다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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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9, 2015 00:10에 작성됨.

 “하루카짱 내일 밤에 시간 돼?”

 

 학교 쉬는 시간 하루카의 반 친구인 모나가 하루카에게 말을 걸어왔다.

 

 “밤? 무슨 일인데?”

 

 모나는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종이 두 장을 꺼내 하루카에게 보이며 대답했다.

 

 “오빠한테 라이브 클럽 티켓을 두 개를 얻어서 말이야. 하루카, 음악 좋아하니까 같이 가면 어떨까 싶어서.”

 

 “라이브 클럽? 공연장 말하는 거야?”

 

 “응응. 어때? 시간 비면 같이 가자!”

 

 “흠…. 어쩔까나?”

 

 하루카 잠시 고민했다.

 

 시간은 빈다. 애초에 밤에 무슨 할 일이 있겠는가. 끽해봐야 방에서 노래를 듣는 게 저녁일정 전부이다.

 

 또 라이브 클럽에 흥미가 가기도 한다. 요 근래 음악을 들으면서 “라이브에 한번 가보고 싶네~” 라고 생각하던 참이었으니까. 시간도 비고 흥미도 가니 모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밤에 나갈려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특히 아버지의 “여자아이가 밤에 어딜 나가!” 를 해결할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은 되는데 엄빠가 허락해 줄지가..... 안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아.”

 

 하루카의 대답에 모나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안돼? 아쉽네. 내일은 가희의 밴드가 나온다고 하던데. 부모들도 참 우리도 이젠 제 몸 간수는 할 수 있는데....”

 

 “하하...뭐.... 나 생각해서 그러는 거니까.... 그보다 가희?”

 

 공연장 가기를 포기하고 있었던 하루카의 마음을 살짝이나마 붙잡은 건 가희라는 단어였다.

 

 "아, 나도 오빠한태 들은 얘기지만 진짜 노래 잘 부르는 여자 가수가 있데. 뭐 아직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할 정도밖에 안 되는 거 같지만. 노래를 들으면 가희! 라는 느낌이 확 든다고 해서 단골 관객들은 그렇게 부른다나 봐."

 

 "굉장하네..."

 

 가희, 노래의 여왕. 비틀즈의 등장으로 시작된 현대음악의 역사 속에서 가희라는 칭호를 얻은 여자 가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많아 봐야 열 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음악 마니아들도 가수에게 가희라는 칭호는 쉽게 붙이지 않는다. 가희라는 칭호를 얻는 데 필요한 가창력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붙였다. 가희라는 칭호을.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른다고는 해도 아직 한낮 자그만 지역 인디씬에서 활동 하고 있는 여자싱어에게 가희라는 무거운 칭호를 허락한 것이다.

 

 그 사실이 갈 마음을 접었던 하루카의 마음을 흔들었다.

 

 “....갈게.”

 

 “부모님 때문에 안된다며?”

 

 “뭐...너 말대로 몸 간수는 할 나이니까!”

 

 하루카는 효심보다 가희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큰 것에 대한 죄책감을 약간 느끼며 대답했다.

 

 “오우~ 하루카 반항아! 그럼 내일 밤 7시에 편의점에서 만나자 8시에 공연시작이니까 그 정도면 적당할 거야.”

 

 “응. 알았어.”

 

 “혹시 부모님 설득 못 하면 미리 전화 줘~”

 

 “실패를 전제 하지 마! 꼭 성공할 태니까!”

 

 하루카가 주먹을 불끈 쥐며 힘차게 대답했다.

 

 일생에 음악공연 관람이라곤 어렸을 적 아이돌의 무대 1번이 전부였던 하루카는 처음 볼 밴드 라이브에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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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엄청 분위기 있다.”

 

 공연 시작을 무대 앞에서 기다리는 인파 속에서 하루카는 라이브클럽의 분위기에 감탄했다.

 

 “그치? 뭐랄까 허름한 슬럼의 느낌! 인디틱해!”

 

 옆에 서 있던 모나도 강하게 긍정했다.

 

 확실히 허름한 느낌이었다.

 

 4인인 밴드가 들어가면 꽉 찰듯한 작은 무대. 꽉꽉 채우면 40~50명 정도 들어갈 듯한 스탠드석. 한쪽엔 술과 음료를 파는 자그마한 바가 있고 공연장 맨 뒤편엔 낡은 나무탁자와 의자가 3세트가 있는.

 

 세련됨보단 쿨함 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분위기의 라이브클럽이었다.

 

 “그보다 하루카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한 거야?”

 

 모나가 질문을 해왔다.

 

 모나는 하루카랑랑 꽤 친한 사이기에 하루카 아버지의 성격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자신의 딸을 아끼는 마음 때문에 약간은 과보호를 하는 평범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한 건지 좀 궁금했다.

 

 “설득이랄까... 직접 구운 과자랑 ”라이브 클럽 다녀오겠습니다. 많이 늦지는 않을게요 사랑해요 아버지~(하트)“ 라고 쓰인 쪽지를 아버지 방에 두고 몰래 나왔달까......하하.”

 

 “하루카짱. 약았네.”

 

 “헤헤~오늘은 가서 한 소리 들을 만큼 즐기다 갈 거다~.”

 

 하루카는 한 손으로 브이를 하며 웃었다.

 

 “그래그래~ 그보다 슬슬 시작할 텐데...”

 

 “안녕하세요! Spring 라이브 클럽의 호스트의 아들이자 음향감독이자 오늘의 오프닝 공연을 맞게 될 래퍼인 랩네임 P입니다! 오늘 공연 참여 감사하고요. 바로 시작하죠. 비트 주세요!”

 

 자신을 P라고 소개한 안경 낀 남성의 총알과도 같은 자기소개와 감사인사 후 랩 음악 특유의 둔탁한 비트가 공연장 전체를 울렸다.

 

 “....엄청 갑작스럽게 시작하네. 하하...”

 

 갑자기 스피커에서 토해진 엄청난 성량의 목소리와 급작스런 진행에 놀란 하루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뭐...일단 즐기자고!”

 

 “응!”

 

 그래. 하루카는 아버지에게 들을 설교를 감수하고 나온 것이다. 적어도 아버지에게 설교를 들을 때 “그냥 가지 말걸..”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놀아줘야 수지가 맞는다.

 

 하루카는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 맞춰 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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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괌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신나는 펑크록을 연주한 4인조 남성밴드가 자신들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호쾌한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우와...땀봐 너무 뛰어서 엄청나네.... 하루카는 괜찮아?”

 

 리듬에 맞춰 신나게 뛴 모나는 온몸이 땀 범벅이었다. 에어컨 따위는 소용이 없었고 그건 하루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루카는 지친 기색 없이

 

 “오늘은 이럴 려고 온 거니까!”

 

 라며 웃었다.

 

 “하긴 그렇지! 자 그럼 다음 밴드는.....오, 드디어 차례구나.”

 

 “차례?”

 

 하루카는 갑작스런 차례라는 단어에 의문을 표했다.

 

 “가희 말이야, 가희. 아마 저 밴드일 거야. 보컬이 푸른 머리 여자라고 했으니까.”

 

 “저 사람이구나...”

 

 하루카는 무대 위의 가희를 쳐다봤다.

 

 한창 악기를 세팅하고 있는 밴드 멤버들의 중간에 마이크를 쥐고 서 있는 여성. 의외로 하루카와 같은 나잇대 일 듯한 앳된 얼굴에 엄청나게 마른 몸. 그리고 웃음기라고는 없는 표정에서 어쩐지 모를 한기가 느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악기 세팅이 끝났는지 기타파트인 듯한 여성이 손짓했다.

 

 “치하야 됬어.”

 

 “치하야 라고 하는구나..” 라고 하루카는 생각했다.

 

 “응.”

 

 치하야는 과도하게 간결한 대답 후 치하야는 자세를 잡았다. 다른 멤버들도 자리를 잡고 자신들의 악기에 최종점검을 마쳤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아아. 아~~.”

 

 치하야의 오른쪽에 있는 왼손잡이 기타리스트가 마이크테스트를 했다. 키는 좀 작지만 기타를 잡은 자세랄까 분위기에서 강한 인상이 뿜어져 나오는 여성이었다.

 

 “...네.....기타와 서브 보컬 맞은 나츠키치입니다. 보컬 치하야 드럼 마오 베이스 하루. 네, 밴드 이름은 딱히 없고요. 그럼 시작합니다. 록하게 가죠! 드럼!”

 

 “1, 2, 3, 4.”

 

 자기소개 따위는 빨리 넘어가자는 듯 건성인 멤버소개 후 드러머가 하이햇을 힘차게 때렸다.

 

 드러머가 만드는 리듬 위에 공간계 이펙터를 잘 먹힌 기타와 간결한 베이스가 동시에 얹어졌다. “록하게 가죠!” 라는 말에 하루카가 떠올린 록과는 약간 다른, 느리면서 청아한 소리가 났다.

 

 음악을 좋아하기만 할 뿐 지식은 전무한 하루카도 저들이 실력자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한 연주였다.

 

 20초간의 인트로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치하야가 숨을 들이켰다.

 

 “--------------~~~~~~~~”

 

 “..................!!!!!!!!!!!”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높고, 청아하고, 거칠고, 우울하고, 아름다운 음색은 공연장의 모든 것을 모두 압도하며 관객들의 귀로 날아갔다. 그리고 완전히 매료시켰다. 관객들은 죽은 듯이 숨을 죽이고 무대를 올려다보기에 바빴다.

 

 그 매료당한 관객 중 하나인 하루카는 생각했다. “저 여린 몸의 어디에서 이런 우렁찬 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슬프고 가련하게 들릴까?“ 라고.

 

 노래는 계속 계속 이어져 나갔다. 2절이 끝나자 나츠키치 라는 왼손잡이 기타리스트는 보컬의 훌륭한 가창에 화답이라도 하듯 화려한 솔로를 내뿜었다.

 

 솔로가 끝난 3절에선 치하야의 보컬에 나츠키치의 화음이 들어갔다. 말 그대로 클라이막스. 그 자체였다.

 

 3절이 끝나고 나츠키치의 솔로를 필두로 한 간결한 아웃트로가 이어졌다.

 

 연주가 끝났다.

 

 공연장엔 정적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모두 가만히 있었고 그건 하루카도 마찬가지 였다.

 

 공기조차 숨을 죽인 듯한 몇 초간의 고요한 정적.

 

 “...............................감사합니다.”

 

 그 정적을 깬 건 가희의 간결한 인사였다.

 

 그 직후

 

 “”“”“”“”“”“”“”““와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가희에 인사를 신호탄으로 관객들에게서 우레와도 같은 함성소리가 퍼져 나왔다. 하루카도 미친 듯이 박수를 쳤다. 그리고 오늘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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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지하의 공연장에서 1층으로 나왔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거나. 술 약속을 잡고 술집으로 향하거나. 하루카와 모나처럼 음료수를 뽑아 1층의 쉼터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의 대화주제는 하나였다.

 

 “그 무대는 진짜 최고였어!”

 

 “그래. 진짜 가희의 무대는 최고였다. 최고. 그니까 진정해 하루카.”

 

 다름 아닌 가희의 무대.

 

 오늘의 공연은 출연한 모든 밴드가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 가장 기억에 남는 밴드를 고르라고 하면 10에 9 이 가희의 밴드를 말할 것이다.

 

 “앞으로 자주 와야겠어!”

 

 “돈 엄청 깨질걸?”

 

 “그....그런건 어떻게든 되...되겠지?”

 

 하루카가 돈이라는 현실적인 단어가 나오자 말을 얼버무리면서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 정도로 오늘의 공연에 푹 빠진 것이리라.

 

 “뭐...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이 음류수 다 마시고 가자. 빨리 아버지 잔소리 들으러 가야지.”

 

 “마....말하지 말아줘. 하하....のヮの.”

 

 하루카가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눈을 옆으로 돌렸다.

 

 “응? 뭐지?”

 

 벽에 붙어있는 종이가 하루카의 시야에 들어왔다. A4용지에 ‘본 클럽에서 햄버거 팔고 연습실 관리하고 입장권 받을 젊은 여자 알바모집. 남자 알바는 손님 안 끌려서 안 받음.’ 이라는 문장이 휘갈겨 쓰여 있었다.

 

 문장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나서 몇 초후 하루카의 머리에 순간적으로 ‘팅~’ 하는 효과음이 들렸다.

 

 “이거다!!!!!!! 모나짱, 이거야 이거!”

 

 “뭐...?”

 

 “이거면 매일 공연 볼 수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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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공연 끝났어요.”

 

 “아, 수고했다. 그리고 모래부터 여자 알바생 올 거다.”

 

 “오? 예뻐요?”

 

 “학생이다. 손댔다가는 내가 경찰에 신고해 버릴 테니까 수작 부리지 마라. 이름은 아마미 하루카. 오면 적당히 할 일 가르쳐주고 일 시켜. ”

 

 “네네~.”

 

 라이브 클럽의 직원실. 평범한 부자의 대화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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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중세시대 어쩌구' 를 쓰다만 작자입니다만 기억하고 있는 분은 없겠죠.

사실 그걸 완결 내고 싶었는데 그 작품이 완결 내려고 하니 거의 라노벨 1권 분량정도 될 거같아서 찔금찔금 올릴바엔 그냥 다써서 올리자 싶어서 쓰고있는데 어느순간 안써지네요.

그런 순간에도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다른 이야기가 떠올라서 이렇게 써올립니다.

 

생각해보면 치하야는 음악만을 좋아하는데 왜 아이돌을 할까? 그리고 하루카는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소위 '음악마니아' 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

 

읽어 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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