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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치하야쨩을 깨우기 위해서라면 이 방법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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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8, 2015 11:37에 작성됨.

하루카 「.....」

 

765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 그러나 그녀가 있는 곳은 스테이지도 사무소도 아닌, 병원. 그리고 그런 그녀의 곁에는 깨어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루카 「치하야쨩,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잠들어있으면 곤란하다구」 울상

 

하루카의 동료, 키사라기 치하야가 눈을 뜨지 않은지 오늘로 3주째에 돌입. 얼마 전 그 날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던 765 프로덕션의 차량은 갑자기 끼어들어온 자동차에 의해 접촉사고를 당했습니다.

 

차를 운전하던 프로듀서는 경미한 부상에 그쳤고, 뒷좌석에 타고 있던 치하야도 몸에는 그리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습니다만.....어째서인지 일어나지 않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똑똑

 

하루카 「어, 앗....누구세요?」

리츠코 「나야. 리츠코」

 

덜컥

 

하루카 「안녕하세요」

 

그 때 이후로 잠자는 공주가 되버린 치하야. 같은 사무소 소속의 동료들은 그녀가 언제 깨어날 수 있을까 불안해하면서도 바쁜 아이돌 생활 와중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를 찾습니다.

 

리츠코 「안녕. 치하야의 상태는?」

하루카 「.....그대로에요」

리츠코 「하아, 그러니. 얘는 내가 보고 있을테니 넌 쉬고 있으렴」

하루카 「괜찮아요」

리츠코 「좋은 말 할 때 보호자실에 가 있으렴」

하루카 「에.....저, 저는 별로 피곤하다거나 하지 않은데요」

리츠코 「누가봐도 피곤해죽겠다는 얼굴인데」

하루카 「에엣」

리츠코 「거울 보여줄까?」

하루카 「아, 아뇨 괜찮아요」

리츠코 「정말, 너까지 쓰러지거나 하면 어쩌라고. 조금이라도 좋으니 쉬어두렴」

리츠코 「그 편이 치하야에게 있어서도 좋을 거야. 깨어날 때 건강한 얼굴로 맞아줘야지」

리츠코 「지금처럼 다 죽어가는 모습이다간 놀라서 다시 쓰러질 걸」

하루카 「아하하하.....」

리츠코 「자, 그러니 내 말대로 할 것」

하루카 「알겠습니다! 리츠코 중사님!」

리츠코 「어휴, 너도 아미처럼 굴래?」

 

리츠코의 권유대로 보호자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하루카였습니다만,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루카 「후우.....」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하루카는 자기도 모르게 인터넷을 켜고, 비어있는 검색창에 단어를 썼습니다.

 

혼수상태.....

 

치하야가 깨어나지 않은 지 3일째 되는 날부터 놀란 마음에 이미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검색해본 것.

 

하루카 「.....회복」

 

회복이라는 단어를 붙여봤자 그게 그겁니다. 두 단어를 결합한 혼수상태, 회복이라는 검색 결과에 띄워주는 건, 보라색으로 물든 인터넷 뉴스 기사들과 지식주머니의 대답, 웹사이트의 자료들.

 

하루카 「얼레? 이건 처음 보는 기사인데」

 

그런데 이번에는 놀라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왜 이제서야 발견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제목이 너무나도 절실한 것이었기에 무심코 확인 버튼을 눌렀습니다. 혹시 낚시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 하루카였지만, 제목과 똑같은 정직한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지갑의 돈을 태워버리겠다, 라는 협박을 듣고 깨어난 혼수상태의 20대 청년.....'

 

하루카 「!!!」

하루카 「이거라면!」 불끈

 

기사의 내용을 확인한 하루카의 머릿 속에서 어떤 아이디어 하나가 번쩍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

 

며칠이 지나, 하루카는 굳은 결심을 하고 어떤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치구사 「.....정말 그걸로 깨어날 수 있다면 저는 더 바랄 것도 없지요」

 

그 사람은 하루카를 제외하면 치하야의 병실에 가장 많이 상주하고 있는 사람, 치하야의 어머니. 하나 남은 딸마저 잃을까 노심초사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하루카 「저는 의사도 아니고,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하루카 「그걸로 치하야쨩이 일어날 수 있을 지는.....」

하루카 「하지만 시도는 해보고 싶어요. 이대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치구사 「당신은 정말로 강한 사람이네요. 알겠습니다. 그 쪽의 관리인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치구사 「어머니로서 면목없는 일입니다만.....치하야를, 제 딸을 부탁드립니다」 꾸벅

하루카 「.....예!」

 

그렇게 해서, 하루카는 치하야의 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원래도 다소 썰렁한 곳이긴 했지만 본주인마저 없어진 지금은 아예 버려진 집이 아닐까하고 착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하루카 「이러고 있을 게 아니야. 빨리 그것들을 가져와야해」

 

지나치게 어질러져있지는 않아도 먼지가 꽤 쌓인 바닥을, 탁자를 보고 잠시 감상에 젖은 하루카였습니다만, 곧 고개를 내저으며 바로 주인의 방으로 향했습니다.

 

하루카 「어디보자.....역시 수가 엄청 많네. 여기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골라가야겠는걸. 어느 게 좋으려나」

 

집 주인이 소장하고 있는 음악 시디들을 눈대중으로 슥슥 골라가는 하루카. 그 중에서도 대여섯장 정도를 따로 챙겨, 이번에는 가방으로 밀어넣었습니다.

 

하루카 「이정도면 충분할거야. 돌아가자」

 

다음에 이 곳을 들를 때는 주인이 따듯하게 맞아주기를 소망하며, 하루카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습니다.

 

.....

 

하루카 「치하야쨩, 나 왔어」

 

다시 또 며칠이 지나, 치하야가 깨어나지 않은 지 4주가 된 날. 그 전에 모든 스케쥴을 마치고, 어떻게든 오늘 오프를 얻어 병실로 찾아온 하루카.

 

하루카 「우우, 설마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말이지」

 

마치 방금 잠이 든 것만 같은 가장 친한 친구의 표정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하루카.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들고온 가방을 열어 그 때 치하야의 집에서 챙겨온 음악 시디 중 하나를 꺼냈습니다.

 

하루카 「.....잘 들어 치하야쨩」

하루카 「모두 네가 눈을 뜨길 기다리고 있어」

하루카 「네 노래를 들어주는 팬들도, 우리 765 사무소 사람들도, 네 어머니도, 나도」

하루카 「그러니까.....일어나」

 

그래도 치하야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후우, 심호흡을 한 번 하는 하루카.

 

하루카 「정말, 이럴 거야?」

하루카 「아- 이러면 나도 참 어쩔 수 없네」 국어책 읽기

하루카 「계속 안 일어나면 이거, 부숴버릴거야-」 국어책 읽기

하루카 「......」

하루카 「정말로 부숴버릴거야. 산산조각 내버릴거라구」

하루카 「막 높이 들어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칠거야」

 

하루카 「거짓말 같은 거.....아냐!」 번쩍

 

그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치하야 「네무리! 히메!」 번뜩

치하야 「메자메루 와타시와~」

치하야 「이마!」 벌떡!

하루카 「꺄아악!?」

 

한순간 모든 물리법칙을 무시한 듯한, 평소 그녀가 가지고 있던 캐릭터성조차 위반한 치하야의 기상에 깜짝 놀란 하루카는 그만.....손에 들고 있던 시디를 놓치고 말았답니다.

 

와장창!

 

보존기간이 오래된 탓이었을까요, 보기에는 멀쩡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케이스. 그 안에 든 내용물의 상태도 영 좋지 않았습니다.

 

치하야 「」 풀썩

하루카 「헉.....치, 치하야쨩! 치하야쨩! 일어나봐!」

치하야 「」

 

방금 전 화려한 기상이 무색하게 그대로 침몰하는 파랑새 호. 하루카는 다급하게 그녀를 흔들어봤지만 응답이 없었습니다.

 

치하야 「.....헉!」

하루카 「치하야쨩!」 와락

치하야 「하, 하루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다행스럽게도 얼마 안 있어 의식을 회복한 치하야. 그녀에게 있어서는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하루카 「그게, 그러니까.....」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그 간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는 하루카.

 

치하야 「그, 그랬어? 내가 한 달 동안이나 혼수상태였다니」

하루카 「응, 그랬어. 다들 걱정했다고? 그래도 일어나줘서 정말 다행이야」

치하야 「.....미안해」

하루카 「전혀 그럴 거 없어. 미안한 건 오히려 내 쪽인 걸. 그, 네 소중한 물건을 깨트려버려서」 울상

치하야 「소중한 물건?」

치하야 「아」

 

기절하기 일보 직전 보았던 그 문제의 시디를 떠올린 치하야.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가며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루카 「아, 그러니까 그건....여기. 이렇게 되버렸지 뭐야」

 

선반에 놓았던 처참한 잔해를 들어 보여주는 하루카. 케이스는 초전박살에, 시디도 금이 쩍쩍 가있습니다.

 

하루카 「정말로, 미안!」

치하야 「.....괜찮아. 그러지 않아도 돼」

 

하루카는 자신을 위해서 그 시디를 들고 왔고, 그게 부서진 건 어디까지나 사고였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치하야는 몇 번이고 하루카에게 괜찮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울적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걸 캐치한 하루카의 마음도 우울해졌습니다. 치하야가 겨우 깨어나서 기뻐야할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루카 「그, 의사 선생님을 불러올게!」

 

도망치듯 환자실을 나가는 하루카. 치하야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한 번 부서진 시디에 시선을 옮깁니다.

 

치하야 「.....유우」

 

그 시디는 지금은 죽고 없는 치하야의 남동생, 유우가 선물해준 것이었습니다.

 

「누나! 이거 줄게! 선물이야!」

 

말이 선물이지, 실제는 자기 돈이 아니라 부모님을 졸라서 산 것이지만요. 어린애가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상에, 자기 선물도 포기해가면서 그걸 사달라고 조르더라고」

 

그렇게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던 두 사람의 아버지. 그 뒤에서 조용히 미소짓던 두 사람의 어머니.

 

치하야 「.....」

 

치하야의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사고긴 해도 쓰러져있던 탓에 주위에게 걱정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소중하게 보관했던 시디가 결국 부서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까 하루카의 울상짓던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겨우 의식을 되찾은 치하야였지만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 달 동안 꼼짝없이 누워있던 관계로 몸이 꽤 굳었거든요. 재활을 해야합니다. 다행히 재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고 회복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곧 있으면 그녀는 퇴원을 하게 됩니다.

 

치하야 「.....」

 

분명 기쁜 일이겠지만 정작 그녀의 표정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자주 병문안을 오는 하루카가 무리해서 웃고 있는 게 평소 다른 이들의 감정에 둔감한 그녀 눈에도 훤히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치하야 「하루카, 나는.....」

 

치울 엄두를 못 내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둔 시디의 잔해에 눈길을 두는 치하야. 하늘나라로 가버린 동생이 준 선물. 그 때 이후로는 차마 듣지도 못하고 쭉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물건.

 

그런데 치하야는 그것을 보면서 하루카의 슬픈 얼굴을, 자기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똑똑

 

치하야 「들어오세요」

 

그녀가 생각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들려온 노크소리. 치하야는 우울한 마음을 잠시 접어두었습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병원 생활, 이렇게 찾아오는 방문객은 그나마 활력소가 되어줍니다.

 

하루카 「안녕! 잘 지내고 있었어?」

치하야 「응. 너무 잘 지내다못해 하품이 나올 정도로」

하루카 「아하하....그래도 곧 있으면 퇴원이니까. 아, 그렇지, 그 때가 되면 다 같이 어디 놀러가기라도 할까?」

치하야 「괜찮아?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텐데」

하루카 「다들 그 날을 대비해서 스케쥴을 조정하고 있어. 이것이야말로 단결! 이라는 걸까나」

 

오늘따라 하루카가 가진 이면의 우울함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치하야 「저기, 하루카」

하루카 「아, 그렇지 치하야쨩」

치하야 「.....」

하루카 「먼저 말해줘」

치하야 「아니, 하루카부터」

하루카 「그래도 괜찮겠어?」

치하야 「응」

 

그러자 하루카는 조심스럽게 가방 속에서 뭔가를 꺼냈습니다.

 

하루카 「.....이거」

치하야 「앗」

 

어떻게 구했는지는 몰라도 부쉈던 똑같은 시디를 가져온 하루카.

 

하루카 「미안해. 이렇게 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치하야 「.....」

치하야 「그러지 마. 너는 나를 깨우기 위해서 그랬던 거잖아」

하루카 「아니, 정말 미안해. 그,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치하야쨩에게는 정말 소중한 물건이었겠지, 저거」

 

하루카는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잔해를 가리키고는, 자신이 가져온 시디를 치하야에게 내밀었습니다.

 

치하야 「.....필요없어」

하루카 「역시, 이런 걸로는 대체할 수 없는 거구나」

치하야 「그게 아니야」

하루카 「응?」

치하야 「하루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치하야 「저 시디는 확실히 소중한 물건. 그렇지만 너보다는 아니야」

하루카 「에, 치, 치하야쨩.....」 화끈

치하야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하루카야. 그러니까.....」

치하야 「.....」 화끈

치하야 「읏.....그러니까 사과하지마. 미안해하지마. 울지도 마. 그럴 필요 없어」

하루카 「그, 그치만 정말 미안해서.....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치하야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않을래?」

 

치하야는 하루카에게 뭔가를 제안했습니다.

 

하루카 「정말 그걸로 좋아?」

치하야 「응. 충분해」

 

.....

 

치하야가 드디어 퇴원 수속을 밟고, 완쾌 기념 파티다 뭐다 한동안 떠들썩하게 지냈던 나날도 지났습니다. 이제는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온 지도 꽤 되었죠.

 

♪♪♪♪

 

그런 어느 날, 주인을 되찾은 집에 울리는 음악소리.

 

하루카 「아, 이거 어디서 꽤 들어본 음색일지도」

치하야 「비발디의 사계네. 음악 시간에 자주 나오니까 친숙할 거야」

 

치하야가 하루카에게 제안했던 것은 쉬는 날 같이 음반점에 가서 새 음악 시디를 골라주는 것. 하루카는 고민하다 고민하다 그녀로서 괜찮아보이는 시디를 골랐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입문용, 클래식 매니아인 치하야로서는 이미 다 들어본 것이었습니다.

 

어쩔 줄 몰라하는 하루카에게 치하야는 다시 제안했습니다. 괜찮다면 자기네 집에서 같이 음악을 들어보지 않겠냐고. 하루카는 당연히 승낙. 서로 맞지 않는 일정을 어떻게든 조율해가며 겨우 잡은 기회가 오늘.

 

하루카 「그렇구나.....어, 진짜네. 선생님이 들려주셨던 부분이다」

치하야 「겨울 2악장이야. 아까 들었던 거하고 확실한 대비가 있지?」

하루카 「응! 어디 코타츠 같은데라도 들어가있는 느낌인걸」

치하야 「후후.....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네」

 

두 사람은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것은 하루카에게 있어서도 치하야에게 있어서도 잊지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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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뭔가 카오스 풍으로. 내용은 시리어스(?)로 시작해 중간에는 개그, 마지막에는 왓호이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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