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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만의 연습실

댓글: 10 / 조회: 1190 /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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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6, 2015 21:56에 작성됨.

 

꼭 재생해서 같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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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어있는 연습실 안에 피아노 선율이 가득 찬다.

요새는 스케쥴이나 연습이 없는 날이면 언제나 피아노를 친다.

 

신인 때만 해도 혼자서 부끄러운 시를 써보거나, 차를 마시며 혼자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언제부터였을까… 피아노를 치게 된건.

 

지금은 이 시간을 정말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연습실, 유리창 넘어로 스며들어오는 따뜻한 햇빛, 그 속에 울려퍼지는 피아노 소리.

사람도, 카메라도, 부담감도 없는 나 혼자만의 이 시간이…

 

 

 

 

「…」

 

 

 

 

 

짝짝짝 ….

 

 

「…?」

「또 그 곡이네, 유키뿅.」

 

 

「… 응.」

 

박수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 아이가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얼굴이 풀어졌다. 공기 속에 남아있는 피아노 화음의 여운, 달콤한 감성, 가장 좋아하는 이 시간에 눈 앞의 아이가 나를 보러와 준 것이 참을 수 없을만큼 행복감을 가져다 준 것일까.

 

 

「… 어서와, 마미쨩.」

 

 

「읏챠,」

 

 

통… … …

 

마미는 내 옆에 앉아 말 없이 건반을 눌렀다. 얌전히, 얌전하게.

 

「…. 연습은?」

「할당량은 끝, 오늘은 이제 놀아두 돼, 오빠한테 허락도 받았거든.」

「헤에.」

 

통통통… …

 

마미쨩은 내가 연주한 곡의 선율을 그대로 이어갔다.

 

「마미쨩 귀는 대단해.」

「에?」

「그냥 들었을 뿐인데 건반으로 바로 옮길 수 있잖아? 대단한거야.」

「어레? 유키뿅도 할 수 있잖아?」

「아냐… 나는 청음 약해….」

「그럼 치하야 언니한테 부탁해봐, 마미도 치하야 언니한테 도움 많이 받았어. …. 초-빡세긴 하지만 말야.」

「그럴까나..」

「그것보다 유키뿅, 다시 연주해줘 다시. 방금 그 곡.」

「바.. 바로 옆이면 조금 부담스러운데,」

「에 - 뭐 어때! 제발 아앙-」

「알..알았어! 그만!」

 

엉겨붙어오는 마미쨩을 마지못해 밀어내는 나, 여기까진 언제나의 우리다.

나도 같이 엉겨붙고 싶지만 여기선 내가 밀어내는게 관계 유지를 위한 중요한 역할이니까.

 

 

 

 

「….」

 

스윽

 

마미쨩은 조용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순간 나는 감정이 흘러넘치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텅 빈 연습실, 따스한 햇빛, 가득찬 피아노 선율, 마미쨩과 나…. 

행복하다.

행복.

 

 

「… 좋다….」

 

마미쨩이 나지막이 말한 그 한 마디가 나의 감정과 같다는 게 너무나 기쁘게 느껴졌다.

 

짧은 곡의 연주가 끝났다.

 

「후우…」

「뭔가 이번 연주가 더 좋았던 것 같아. 유키뿅의 감정이 잘 느껴졌어.」

「아직 완성된 곡은 아니지만 말야.」

「마미는 이런 곡을 쓰는 유키뿅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잘 쓴 곡도 아닌걸.」

「아냐! 다들 유키뿅이 쓴 곡 들으면 좋다고 난리인데? 오빠는 벌써 기획하고 있다구.」

「뭘?」

「등장! 초-감성 아티스트 하기와라 유키호! 이런거 말야. 요즘은 아이돌도 예술성을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궁례하고 있던걸」

「에에!? 절대 무리야, 그런거… 그리고 궁리라고 하고 싶었던 거지?」

「뭐, 그 다음은 오빠랑 릿쨩한테 맡기고…」

 

읏챠

 

마미쨩은 의자에서 일어나 유리창 바깥의 거리를 바라보며 앉았다. 환풍구로 스며들어오는 햇빛이 마미쨩을 감싸안았다.

 

「이 유리는 밖에서 안을 못보게 하는건 좋은데 햇빛이 잘 안들어오는게 아쉽단 말야.」

「…」

 

나는 조용히 마미쨩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마미쨩은 자연스럽게 내게 몸을 기댔다.

 

「… 무슨 일 있었어?」

「….」

 

첫만남, 그리고 신인 시절의 마미쨩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마미쨩은 정말로 얌전해졌다. 마미쨩에게도 사춘기가 온 게 아닐까..

 

「모르겠어, 그냥 기운이 안나.」

「후훗..」

 

「뭐야, 사람이 기운이 안난다는데.」

「미안, 그치만 요즘 마미쨩 조금 신기해.」

「… 나도 알아.」

 

팔로 무릎을 감싸며 머리를 파묻은 채 거리를 바라보는 마미쨩, 그 눈은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마미쨩이 자신을 '나'라고 말하는 거, 처음 들었을지도.

 

「…… 마~미쨩!」

「으..으아?」

 

나는 마미쨩을 뒤에서 안아주었다. 쓸쓸해보여서.. 조금은 귀엽기도 했고.

 

「ㅁ..뭐야! 유키뿅!」

「알지, 15살이면 이것저것 생각도 많이 들고, 괜히 지치기도 하고. 특히 우리는 주변 친구들이랑은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깐 더 할거야.」

「뭐… 뭐야…. 이제와서 언니 행세야?」

「그런걸까나~?」

「참나, 툭하면 울고 기절하고 도망가던게 어디 누군데?」

「그러고보면 몇 년전만 해도 마미쨩은 내 얼굴만 봐도 놀렸었던 것 같아.」

 

 

「….」

「….」

 

「「풋..」」

 

나와 마미쨩은 동시에 웃었다.

 

「왠지 신기하다. 우리도 조금은 변했을려나? 마미쨩은 조용해지고, 나는 조금은 어른스러워졌을..까나.」

「마미는 아직 팔팔한 걸.」

「그치만 지금 마미쨩은 소녀라는 느낌 그 자체야.」

「그야..!」

마미쨩은 고개를 돌리려다 멈칫하고는 다시 거리를 바라봤다.

 

 

「… 마미쨩?」

「…. 아무것도 아냐.」

「확실히 사무소에서 뛰어노는 마미쨩을 생각하면 크게 변하지 않았을지도.」

「….」

「어떤게 마미쨩의 진정한 모습일까?」

「…. 바보..」

「석양이 참 예쁘다, 그치?」

 

 

마미쨩이 조용하게 바보라고 말한 것을 나는 들었다. 마미쨩이 고개를 돌리고 무슨 말을 하고 싶어했는지도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마미쨩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있을 것이란 것도 알고 있다.

알면서도, 마미쨩의 마음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능청스럽게 모른 척 한다.

마미쨩이 자신의 기분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것을 보는게 너무나 행복해서, 그런 마미쨩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나.. 조금은 짖궃답니다.

 

 

 

 

 

 

 

 

 

 

「벌써 해가 지네.」

「거리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것 같아.」

「이 전 연습실은 조용한 거리여서 좋았는데, 여긴 너무 번화가인 것 같아. 쉴 때는 조용한 곳이 좋다구.」

「그래도 지금 이 곳엔 마미쨩이랑 나, 단 둘 뿐이야.」

「…. 응.」

 

 

 

「뭔가 마음이 편하다.」

「그치」

「마미… 확실히 요즘 조금 지쳤던 걸까나.」

「크리스마스 시즌은 바쁘니깐 말야.」

「응…」

 

마미쨩이 감싸고 있는 내 팔을 잡았다.

 

「계속… 이렇게 있자. 유키뿅도… 마미도…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언제부터 피아노를 쳤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해서.

언제나 모두에게는 웃으면서도, 내 앞에서는 이렇게 불안해하고 솔직해하는 너를 계속 볼 수 있으니까.

 

 

「… 응. 마미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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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 아이들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 뿐이고!

곡도 선물해주고 싶었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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