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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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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6, 2015 20:57에 작성됨.

집으로 돌아가는 길. 리나는 같이 가라오케(노래방)에 가자고 했지만, 역시 그건 너무 허들이 높다. 여자 3명에 남자 1명의 구도라니...위벽이 아파오는 조합이다

 

나중에 가자고 둘러대었다. 다행히 죠가사키와 유이가 아이돌이 다른 남자랑 노래방에 가서 노는 걸 보인다면 곤란해진다고 설득해 준 덕분에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보다, 이 346...참 크단 말이지'

 

회사의 부지 내에 공원이 있다. 아이돌들을 비롯한 연예인들 및 사원들을 위해 조성해 놓은 건지, 아니면 CEO의 취향인지 잘 모르겠지만 의외로 산책 삼아 걷는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만큼 부지가 넓으니까 말이지. 그러던 도중, 우연히 벤치에 앉아서 기타를 치는 소녀를 볼 수 있었다

 

헤어스타일만 보면 당장 가면라이더 포제의 키사라기 겐타로가 떠올랐지만 겉으로 보이는 가슴은...크흠, 꽤 많이 큰데?

 

'다만...그걸 제외하고도...기타 엄청 잘 치네...'

 

전문적으로 기타를 배운 소녀 같다. 그보다, 저 소녀도 분명 아이돌이겠지. 스타일이나 기타를 들고 있는 걸 보면 '록'쪽이려나?

 

조명 아래에서, 현란하게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리젠트 비스무리한 헤어스타일의 소녀. 록 매니아들이 주를 이룰 팬들이 열광하며 엄청나게 시끄럽고 화려한 무대...뭐야, 가슴 달린 이케맨이잖아?

 

그때, 연주가 끝났다. 기타 연주이지만서도 마치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끝낸 것 같은 여운이 남는다. 그러다가, 무심코 눈이 마주쳐 버렸다. 이크, 노래를 듣는 건 좋았지만,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나

 

"어때, 꽤 좋았나? 지나가던 도중 멈춰서서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감상평을 들려주면 기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 어, 응......좋은 연주라고 생각한다"

 

"그런가. 역시 칭찬을 듣는 건 기쁘군──그래서, 네가 그 소문의 미시로 카페 알바생인가?"

 

응? 소문의 알바생? 나 그렇게나 유명한가?

 

"표정을 보니 잘 모르는 모양이네. 너, 꽤 유명하다구? 아이돌 뺨치게 생긴 알바생이라고. 나도 지나가다 우연히 본 적이 있었지. 다만, 꾸미기 전과 꾸민 후의 차이가 큰걸? 이게 바로 역변이라고 하는 건가......"

 

"여자의 변신은 무죄이듯, 남자의 변신도 무죄다"

 

"하핫, 그렇지. 너, 듣던 것 이상으로 꽤나 재미있는 걸? 카페 한가운데에서 청춘 드라마를 찍었다고 하기에 뭔가 싶었더니, 실물로 보니 흥미가 더욱 샘솟는데?"

 

카페 한가운데에서 청춘 드라마를 찍었다고 하기에...카페 한가운데에서 청춘 드라마를 찍었다고 하기에...중요해서 두 번 말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부끄러워! 남사스럽게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그게 뭐하는 짓이래?! 나 그때 진짜 정신줄 놓았었나봐! 게다가 이미 소문까지 다 퍼진 건가?! 부끄러워서 얼굴이 뜨거워진다

 

"아, 소개가 늦었네. 나는 키무라 나츠키야. 나츠키치라는 애칭으로 불러도 된다고?"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그럼, 잘 있어라"

 

통성명을 하고 급하게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더 이야기를 했다가 또 얼마나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터져나올지 모르겠다

 

그보다 소문의 알바생이라니, 설마 내 사진, SNS를 통해서 어딘가에 떠돌아 다니고 있는 것 아니겠지?

 

*

 

"오빠...이거 오빠 아니야?"

 

"......젠장"

 

코마치가 보여주는 LINE. 거기에는 내가 역변했을 때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공개되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신상정보까지 털리지는 않은 모양이고, 단순히 사진만 날아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코마치. 그 사진에 대해서, 절대로 아는 척 하지 마라. 알겠지? 난 쓸데없는 관심을 사는 건 싫으니까"

 

SNS의 프라이버시 침해나 보안에 대한 문제는 예전부터 불거져 왔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사진 나르지 마라, 라고 해봤자 말을 들을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익명성 보장되니까 오히려 반발심리로 더 퍼뜨릴 수도 있다. 어차피 SNS에서 사진이 돌아다닌다고 해도 한때의 유행. 사람들의 관심사는 금방 다른 쪽에 쏠릴 것이다

 

그것이 바로 SNS의 장점이자 단점

 

앞으로 어디가서 함부로 이름 날리기도 위험...하지는 않으려나?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2003년부터 중등교육을 받기 시작한, 1987년 4월 2일 생 이후부터 99년생까지의 세대는 전부 유토리 세대다. 그나마 치바에서 나름 명문고라 알려진 소부고에서도 '比企谷'를 '히키가야'가 아닌 '히키타니'로 읽는다

 

자신들이 틀리게 읽는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물어보지조차 않는다. 뭐, 내가 정정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그럴 경우, 세간에 알려지는 건 '히키타니 하치만'이라는 가상의 인물. 진짜 '히키가야 하치만'은 도리여 어둠 속으로 밀려버린다

 

한자를 잘 알지도 못 하고, 이상한 축약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현 세대의 10, 20대들이 SNS의 주 소비층들이니 어쩌면 큰 걱정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코마치. 너, 키무라 나츠키라고, 여성 록커, 알고 있냐?"

 

"응! 물론 알고 있지! 346에 들어가기 전부터, 인디 밴드계에서 유명했던 사람이었대!"

 

그렇군. 유명인이었나. 그쪽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코마치의 말에 따르면 큐트, 쿨, 패션이 공존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보다 뭔가 어감이 이상하지 않나? passion(열정)을 생각해서 한 말이었겠지만, 사람에 따라선 fashion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도 다 유토리의 문제인가......

 

"그런데 그 사람 이야기는 왜...혹시 오빠, 그 사람 만났어?! 오빠, 그러면 나중에 나츠키치의 싸인 받아와줘!"

 

"오늘 처음, 아주 잠깐 대화해 본 사람이라고. 346 내의 카페에서 알바를 한다고 해도 그게 쉬울 것 같냐?"

 

"코마치의 부탁...안 들어줄거야?"

 

"걱정마렴. 코마치. 이 오빠는 널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단다"

 

실로 유감스럽게도, 나는 치바의 시스콘. 여동생을 위해서라면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싸인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게 되어버린다. 그래도 코마치가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잠깐 정도, 부끄러움을 누른 채 부탁해볼까

 

"대신, 코마치. 그거, 친구들에겐 싸인회에 참가해서 받았다고 해야 한다? 알겠지? 출처를 있는 그대로 밝혀버리면 이 오빠의 입장이 곤란해져"

 

"에이~ 오빠도 참, 내가 그 정도도 모르는 바보로 보여? 그러면 부탁할게!"

 

그 말을 남기고, 코마치는 자기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후우, 내일, 싸인 하나만 해달라고 부탁하러 가야 하는 건가......

 

 

 

 

큐트(cute), 쿨(cool), 패션(passion)이 공존하는 나츠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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