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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토「남자가...되어버렸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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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5, 2015 23:07에 작성됨.

키쿠치 마코토라는 소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일단 그녀는 보이시하다. 그야 캐릭터성을 그렇게 잡았으니 당연한 거지만. 솔직히 목소리도 허스키하고 외형도 중성적인데다가 헤어스타일까지 그 모양이라 조금 연기를 하면 그냥 꽃미남이지만, 어쨌든 그녀는 '소녀'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보이시한 외모와 다른 소녀심의 갭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의 외모와 성격에서 그 매력을 찾는다

 

그렇기에, 키쿠치 마코토는, 자신의 욕망을 꾹 억누르고, 그들이 바라는 키쿠치 마코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건 '가짜'가 아니었다. 키쿠치 마코토라는 소녀의 다른 일면이다

 

이전에 프로듀서와의 대화에서, 마코토는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모습 또한 자신의 모습이며, 키쿠치 마코토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시한 키쿠치 마코토'를 좋아한다고 해도, '소녀감성의 키쿠치 마코토'를 좋아해주는,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명만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결심을 한 순간, 더 이상의 고민은 없었다

 

그래도...조금 고민이 남았다고 한다면...

 

*

 

"데이트~ 데이트~ 마코토 님과의 데이트~"

 

"......"

 

마코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그녀의 곁에서 활기차게 데이트를 연호하는 소녀의 이름은 노조미. '신칸소녀'라는 아이돌 유닛의 멤버이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아이돌 대운동회. 그녀와 같은 유닛 소속인 신칸소녀의 히카리가 야요이를 울린 일이 있었다. 그때의 일 때문에 첫 인상은 최악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노조미가 마코토에게 한 눈에 반해버렸다

 

그날의 일 이후로도,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계속 구애의 전화를 해오는 노조미. 마코토는 그녀가 부담스러웠으나 어떻게 하면 상처받지 않게 그 고백을 거절할지 고민했었다

 

결과적으로 이러쿵저러쿵 계속 답변을 뒤로 미루며, 은근히 자주 만나다보니, 어느새인가 서로에게 하루에 한 번씩 전화 통화를 하고, 메일로 자주 대화를 나누는 친분까지 생기게 되었다

 

"저기, 노조미. 너는...나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좋은거야?"

 

"응? 처음에는 단순히 내 이상형이라 그랬던 건데...지금은 그런 것 상관없어! 그냥 키쿠치 마코토니까 좋은 거야!"

 

"......"

 

사랑을 하는 소녀는 아름다워진다는 말이 있다. 생기가 넘치고 점점 더 화사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노조미를 볼 때마다, 그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여성미에 마코토는 조금 동경심을 품게 되어버렸다

 

청초한 하얀색의 꽃 같은 유키호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매력을 뿜어대는 노조미

 

까놓고 말해서, 단순히 외모가 아닌 '키쿠치 마코토'이기에 좋아한다고 말해오는 노조미가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른 여성들과 달리, 마코토 그 자체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에 반감보다 호감이 더 생기는 편이다

 

그녀는 마코토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키쿠치 마코토라는 인간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니까

 

그 애정이 상당히 무겁기는 하지만, 성별과 감정을 넘어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기분이 좋아하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때문에, 오늘은 오랜만에 단 둘이서 놀기로 약속을 잡았다. 본인은 철썩 같이 데이트로 밀고 있지만, 마코토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태클 걸기를 포기했다

 

"오늘은 어디에 갈까? 뭘 하고 놀까? 응? 놀이공원? 수족관? 야경이 아름다운 레스토랑? 아니면 커플 영화 관람?"

 

"빼도박도 못 할 데이트 플랜이잖아, 노조미. 그냥 평범하게 산책이나 하자고.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곳에 있어서 정체가 들키면 곤란해 지잖아?"

 

그녀들은 아이돌. 일반인들의 관심을 너무 지나치게 받으면 사생활을 누리는 것에도 큰 지장이 와버린다

 

"으으...어쩔 수 없네...아이돌이라는 직업은, 이럴 때만큼은 불편하구나"

 

인상을 찌푸리는 노조미. 하지만, 다시 활짝 펴진다. 감정의 변화폭이 어찌나 심한지 마코토가 그 이유가 궁금해져서 묻자,

 

"그치만, 내가 아이돌이 아니었다면, 나는 다른 팬들과 같이 TV 속에서만 마코토를 바라보고 있었을걸? 팬 싸인회에 찾아가거나, 팬카페를 창설하거나, 블로그에 하루 종일 마코토에 관한 글과 사진을 올리겠지만 그저 그 뿐. 지금처럼 이렇게 마코토와 마주보며, 대화하고, 놀러가며, 전화도, 메세지도 나눌 일이 없었을 거야"

 

──나, 아이돌이 되기를 정말로 잘했다고 생각해!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노조미. 살짝 멋쩍은 듯, 부끄러운 듯 마코토는 시선을 돌리며 볼을 긁적거렸다

 

그녀는 귀여운 의상을 입고 싶어서,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아이돌이 되었다.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런데, 키쿠치 마코토라는 소녀 단 한 사람의 영향을 받아 아이돌이 된 이유 자체가 바뀌어버린 사람이 있다

 

자신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걸 느끼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라고 예전부터 생각해 본 적 있는 마코토는 지금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기쁘다. 순수하게 기쁘다. 자만하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진심으로 기쁘다

 

'키쿠치 마코토'의 덕택에 정말로 행복하다고 웃는 소녀가 있다. 아이돌이 된 이유도, 그에 감사하는 이유도 바뀌었다. 그녀의 인생에, 키쿠치 마코토가 차지하는 지분은 어마어마하다

 

"그렇구나......뭐, 어찌되었든 오늘은 열심히 놀아볼까?"

 

"응! 그러자!"

 

손을 마주잡고 걸어나가는 마코토와 노조미. 그 날 하루는 남들에게 안 들키도록 정말로 조심조심하면서 스릴 넘치게 놀았다

 

*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운 마코토. 천장을 올려다보며 잠깐이지만 몇 번이고 생각해왔던 것을 다시 떠올려본다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중학생 시절에는 그녀 자신도 성 정체성으로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성별은 여성. 외형은 미소년. 그 사이에서, 귀여운, 여성스러운 모습에 집착하게 된 건 스스로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도 자신을 남자로 오인하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계속 떠올려본다. 자신이 남자였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뭐, 그런 고민들 다 소용 없지만"

 

실없는 고민이라고 넘기며 잠에 드는 마코토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남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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