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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을 신지 않는 여자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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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7, 2015 19:03에 작성됨.

           분명 목적지는 이 근처 일 것이다. 네비게이션에 의하면 이곳이지만 과연 주차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소를 들은 오토나시는 "아마 건물은 아니고, 야외 스테이지 같아요." 라고 말한바 있다. 그렇다면 주차는 공용 주차장에 해야 할까? 휴대전화의 지도기능으로 확인한바, 가나하는 라이브장 근처에는 주차장이 없다고 하였다. 괜히 딱지라던가 견인되면 곤란하다. 경비로 처리되기를 희망하며 프로듀서는 가까운 주차장을 찾아 차를 돌린다.

           "프로듀서. 이번 라이브는 어떤거야?"

           "잘 모르겠지만, 576프로덕션에서 주최하는 라이브 같아."

           그는 'AN라이브'라는 명칭에 대해 들은바 없다. 오토나시도, 아키즈키도 모두 같은 반응을 보이며 이 비밀스런 공연에 대해 다소 호기심이 생긴다. 게릴라 라이브 같은게 아닐까요? 하는 시죠의 의견이 있었으나 '두 팀이 빈다'와 슬프게도 아직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제니스'에게 까지 이렇게 급한 오퍼가 들어왔으니 즉흥적인 라이브는 아니고 사전에 기획단계를 거친 것 같다. 제니스 에게는 좋은 갑자기 들어온 출연요청이 마치 하늘이 도운듯한 기회였으나 역시 그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은 다소 불안하다. 그리고 주차비에 대해서는 최대한 생각하지 않는다.

           두 소녀는 저마다의 의상을, 프로듀서는 상자를 꺼내들고 목적지로 향한다. 차의 문은 잠궜는가 하는 걱정이 두 번 정도 들었으나 이에 "잠그셨습니다." 라는 시죠의 말을 믿기로 한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을 찾으면 될까 싶었지만 도저히 그런 곳이 보이지를 않는다. 그리 넓지 않은 공터라는 점은 대충 짐작을 했지만, 명칭도 소문도 들어보지 못한 라이브가 혹시라도 제니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걱정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신인이라도 처음에 좋지 못한 인상을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그런 부담감.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일부터 착실히 해 나가야지 더욱 높은 곳을 목표로 할 수 있다는 조금의 안도감.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오는 '이런 일'이 사실은 엄청 대단한 게 아닐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 지금은 마음 깊이 묻어둔다.

           "야외 스테이지인가 봐."

           가나하는 멀리 보이는 작은 인파를 발견한다. 커다란 몇 개의 천막과, 약 1미터쯤 되 보이는 높이의 스테이지. 딱히 상품을 판매할 것 처럼 보이지 않는 구성과 스텝들을 보아 티켓을 판매하는 류의 라이브는 아니라고 깨닳는다. 과연 그래서 소식을 들은바가 없는 걸까? 그렇게 생각해보아도 프로듀서는 조금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프로듀서, 서두르는 편이..."

           "그렇네."

           비록 직접 행한 라이브는 한번이지만, 그는 그 이전에 수많은 라이브에 용역, 혹은 파트타임으로 몇 차례 참여한 적이 있다. 그렇게 현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지금 이곳의 분위기는 기억 속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에 일말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대체 이 위화감은 무엇일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했으며 그는 알고 있지만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산하네."

           가나하의 그 한마디. 분주한 건 관계자 뿐이고, 이 넓은 광장에서 이 스테이지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너무나 적다. 그리고 그것이 이 크나큰 위화감을 만드는 이유이다.

           "그러게. 아직 준비중 이니까."

           그녀들이 이 위화감을 똑같이 느끼고 있을까는 그로써는 알 수 없다.

 

 

           언제 오는 걸까?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를 체험하고 있는 소녀, 타카모리 아이코는 가능하다면 현장의 스탭들로부터 숨고싶다. 모두가 '573 프로'의 아이돌 이라는 이유로 행사에 대한 전반을 그녀에게 묻고있다. 그때마다 그녀는 "물어보겠습니다." 라는 대답과 함께,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다나카 케이스케'프로듀서가 아닌 자신이 잘 아는 선배인 '가와시마 미즈키' 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면 '대선배'는 전화를 받고는 상황을 듣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전해준다. 그런 식으로 약 삼십분, 이제는 가와시마는 '지금 갈께' 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은 뒤 이다. 다시 전화를 하기는 조금 그녀로써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자신을 찾아서 전화기 너머의, 스탭들은 정체도 모르는 이번 행사의 '책임자 같은 사람'과 연락하기 위하여 타카모리를 찾아다닌다. 그런 스탭들을 피해 그녀가 들어간 곳은 대기실의 가림막 뒷 편, 탈의실 이다. '빨리 와주세요 가와시마씨...' 그런 소망을 알기는 할까?

           "이쪽입니다."

           문득 말소리가 들림을 깨닳는다. 그리고 몇명의 발소리, 이윽고 문이 열리는 소리. 남성의 목소리는 지금 몇 번 본 스탭의 목소리 이다.

           "그럼 여기서 바로 준비하면 되나요?"

           처음듣는 남성의 목소리.

           "아뇨, 리허설에 의상을 입을 필요는 없다고 하더군요."

           스탭의 목소리.

           "리허설은 언제죠?"

           처음듣는 어린 소녀의 떨리는 목소리.

           "일단은 두시부터 예정 되 있습니다만, 자세한건 저희도 아직..."

           스탭의 목소리.

           "그렇군요..."

           처음듣는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

           "그럼... 여기서 잠시 대기해 주십시요. 일정이 확정 되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자신없는 스탭의 목소리. 곧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스탭분이 간걸까? 그때 맞추어 타카모리는 슬쩍 가림막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본다.

           "언제 시작할지 모른다는게 무슨 말이야..."

           검은 장발의 소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크게 내쉰다.

           "일단은 연습복으로 갈아 입을까요?"

           은빛 장발의 소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백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그러네. 일단 그렇게 해줘. 나는 가와시마씨한테 전화해볼께."

           검은 단발의 남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나는 나가있을 테니까, 다 갈아입으면 불러줘."

           아, 가와시마씨한테 전화 할려나? 타카모리는 살짝 자신이 있음을 어필한다.

           "저기..."

           "엣?!"

           살짝 놀란 흑발소녀,

           "아, 죄송합니다."

           에게 사과하는 타카모리. 살짝 불편한 공기 속에서 자신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

           "저기, 가와시마씨 지금 여기로 오고 있으니까 전화는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안될까요?"

           "아, 그런가요?"

           프로듀서는 급히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이 익숙한 소녀의 얼굴을 기억해내려 한다.

           "그... 아, 타카모리 아이코씨?"

           "아, 네. 타카모리 아이코 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업계인 에게는 반드시 취하는 행동. 그녀도 데뷔 반년차의 비교적 신인이지만 프로듀서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죄송합니다,"

           갑작스레 문 밖에서 들려오는 낯선 여성의 목소리는 스탭일까, 그녀는 노크를 하며 말을 이어간다.

           "765 프로덕션 관계자분 계십니까?"

           "아, 예!"

           그는 타카모리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만을 하고 급히 밖으로 나간다. 방에 남겨진 세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방금 하던일을 마저 이어간다.

           "765 프로덕션의 신인 아이돌, 가나하 히비키 입니다! 잘 부탁드림니다."

           "765 프로덕션의 신인 아이돌, 시죠 타카네 입니다. 잘 부탁드림니다."

           인사와 분위기부터 서로 정 반대인 이 두 소녀를 그저 보는 것 만으로 조금 흥미롭다. 두 사람은 조금 난처하다. 선배들의 얼굴과 이름을 반드시 외워두라는 미나세와 아키즈키의 충고를 받았음에도 지금 이 소녀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다행히 프로듀서가 한발 앞서 타카모리 아이코라고 이름을 밝혀주었기에 괜찮았으나 다음에도 이렇게 프로듀서가 먼저 이름을 알려줄지는 알 수 없다.

           "573 프로덕션의 아이돌 타카모리 아이코 입니다."

           다시한번 인사를 마친 세 사람은 다시금 어색한 분위기에 휩쓸릴까 조금 걱정하지만 그것은 다소 지나친 걱정.

           "두 분 모두 라이브에 참여하시나요?"

           "네."

           가나하는 주변을 둘러보며 답한다. 대기실 임에도 출연진의 가방도 코디도 없다. 과거 몇차례인가 백댄서로 참여했던 여타 행사들에 비하면 무언가 분위기가 다름을 조금은 눈치챈다. 타카네는 어떨까?

           "다행히다... 지금 두 분이 제일 먼저 오신거에요. 아무도 안 오시는줄 알고 걱정했어요."

           무슨 소리인가? 세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면서 서로의 당혹과 조금의 공포스런 감정을 새삼스레 공유해본다. 그저 마음깊이 품고 있어서는 계속해서 커져만 가는, 그런 감정을. 확실히 이 대기실은 지금 세 사람 외에는 흔적이 없다. 타카네는 어떨까? 하는 가나하의 생각이 전달된걸까, 시죠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가나하와 눈이 마주친다.

           "무슨 일이 생긴건가요?"

           평소의 차분한 목소리지만, 가나하는 그 목소리 속 조금의 떨림을 느꼈다. 역시 당황하고 있구나.

           "뭔가 조금 착오가 있었는지, 원래 출연하시려고 예정 되 있던 팀이 오지 않았나 봐요."

           프로듀서에게서 들었던 얘기. 기존 출연진이 오지 않아 그 대타로 제니스가 섭외되었다는 얘기. 그 이상의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두 분 모두 신인 이시죠? 행사는 몇 번째세요?"

           잠깐의 침묵도 불편한 것일까, 침묵이라고 부를 시간조차 주지 않는 소녀의 말.

           "아, 이번이 첫... 번째 이긴 한대 데뷔공연은 노상 라이브로 했었어요. 그러니까..."

           평소와는 조금 다른 탠션의 가나하 히비키. 역시 그녀가 긴장하고 있음을 타카모리는 잘 알고 있다. 그녀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자신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그녀는 살짝 미소짓는다.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시죠 타카네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저 미소에 그녀는 어째선가 '가와시마'를 떠올리고 만다.

           "그럼 이번이 무대에서의 첫 라이브?"

           "네, 네!"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버린 가나하의 몸이 움츠러든다.

           "어어어~엄청 긴장되죠! 저도 첫 무대에서는 쓰러졌었어요."

          

 

4  

무대의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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