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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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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6, 2015 17:06에 작성됨.

하릴 없는 무료한 날, 이젠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드문 오프날인데도 미오는 거실 소파에 힘없이 누어 천장을 바라모았다. 스스로를 어필할 때 끝없이 샘솟는 애너지라던가, 활발함, 사교성 같은 요소를 전방에 세우는 만큼 활기찬 미오였으나 최근에 이상할 정도로 기운이 없었다. 안즈는 이런상태로 용케도 스태이지에 불려다녔네.

 

“…신청곡은 저희 사무소 선배님들의 곡이죠. 갓 지은 Evo! Revo! Generation!”

 

켜놓은 라디오에서 반가운 음성이 들려온다. 활기찬 3명의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목소리를 겹쳤다. 목소리가 깔끔하지 못했다. 최근 보컬연습은 거의 하지 않았던가. 라디오속의 자신은 좀더 활기차고 건강해보였다. 미오는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사무소 선배를 따라 동료와 함께 백댄서로 올라가던 순간부터 놀라울 정도로 찬란한 빛이 그녀를 비추었다. 무수한 함성 어둠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형광봉들. 환호와 열정이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함성과 빛이 목표를 분명히 해주었다. 정해진 팀 이름은 뉴 제네레이션즈. 미오에겐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였다. 좌충우돌 서로 감정도 상하고 다투기도 했지만 모두 분명히 무엇인가 크게 변했다. 그게 미소였든 아니면 다른 것 이든

 

시간이 흘렀다

 

미오는 이제 아이돌이라는 이름이 어색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다. 노래는 훨씬 원숙해졌고, 춤은 훨씬 격렬하고, 우아하고, 열정적으로 출 수 있었다. 인지도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 하지만 미오를 아이돌로 만들어주었던 가장 큰 요소들은 모래알처럼 그녀의 손에서 빠져나가 버렸다. 미오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우즈키는 아이돌로 만들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그 무엇인가를 별이라고 칭했다. 미오는 자신의 마음에 더 이상 별이 없음을 알았다. 그 별은 아마 누군가에게 줘버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미오를 좋아했다. 미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돌 그만둘까

 

미오는 과거에도 그런 말을 했었다. 첫 데뷔의 관객의 수는 너무 적었다. 실패한 라이브라고 판단이 들자마자 대탈주 그 후 밤마다 이불을 뻥뻥 걷어차며 치기어린 과거에 부끄럼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 생각은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미오는 소파에서 뒹굴거리면서 프로듀서에게 아이돌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봐야 겠다고 다짐했다.

 

 

 

프로듀서는 이제 회사내에서도 윗사람에 속하게되었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볼 때 큰 성공이었지만, 그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모든 일이 배에 돚단듯 지나간다. 계획하면 성공하고 판단이 잘 못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아직 뭔가 더 할 수 있다는 불만이 속에서 끓어올랐다.

 

 사무소내에서 프로듀서의 방은 높으신분의 방치고는 상당히 단순했다. 있는 것은 사무를 보기 위한 가구와 물품 그리고 자신이 프로듀스한 아이돌의 사진이 담긴 액자들 뿐이었다. 이 액자들 만큼의 아이돌이 그의 손으로 데뷔를 했고, 결국 떠나갔다.

 

다양한 사유로 별들이 사라졌고 새로운 별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 중 하나였다. 그 별은 자신이 사실상 처음으로 하늘에 올렸으며 프로듀서의 하늘에서 가장 오랜시간 빛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이돌은퇴 말입니까.”

 

너무나도 갑작스런 말은 아니었다. 미오는 지쳐가고 있다는게 너무 눈에 띄였다. 미오를 상징하던 단어들은 일의 폭풍속에 색이 바래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하고 있다는게 대견한 일이었다.

 

미오는 어색한 듯 웃었다. 대외적으로 그녀는 아이돌출신의 배우라고 인식되고 있지만 그녀는 아직도 스스로를 아이돌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 자신도 그 인식을 벗어나려는 중일게다.

 

“뭐 사실 굳이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도 없이 이대로 하던일을 계속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대외적으로는 아이돌출신의 배우라는 평판이 우세적입니다만…”

 

특별히 조치를 취할 것 도 없이 그녀의 이미지는 이미 아이돌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아직까지 아이돌이라고 자칭하는 걸 네타삼아 놀리는 여론이 있을 정도였다. 미오? 아이돌인거 완전 15세때 이야기 아니냐?

 

“여하튼 미오양의 의향은 알겠습니다. 앞으로 받는 일들을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한 대화가 끝나고 사무실을 나가려는 미오 눈길에 익숙한 사진이 보였다. 매일 정성스레 액자를 닦는 듯 먼지 한톨 없는 사각의 프레임안, 작은 트로피를 들고 태양과 같이 미소짓는 아이들 더 없이 찬란하던 시절. 미오는 사진에서 눈을 땔 수 없었다.

 

저거 언제적 사진이었더라. 분명 큰 상을 받고 기뻐서 우즈키와 린을 부둥켜 안고 펑펑울었던 기억이 미오의 머리속엔 소중하게 남아 있었다.

 

방안의 사진들은 프로듀서와 함께했던 별들의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다. 뉴제네를 시작으로 그 뒤에 나온 많은 별들이 보였다. 아직도 활동하는 별도 이미 사라진 별도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그 많은 아이들을 보내고 어떤 생각을 하는걸까.

 

“카와시마씨나 히이라기씨 타카하시씨 셋 다 데뷔 당시의 나이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28. 31. 31였던가?”

 

너무 늦은 데뷔. 그럼에도 그녀들은 세상에 자신을 멋지게 들어낸 당찬 여성들이었다. 뭐 주책이라는 말도 있었던 것 같지만.

 

“미오양을 보면 최근 나이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그 때 그분들과 비슷한 라인에 선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미오양이 요즘 기운이 없는건 나이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프로듀서는 미오를 보면서 숨을 내쉬었다. 진지하고 매사에 열정적인 사람. 미오는 프로듀서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변하질 않는 사람이구나

 

“그저 단순히 너무 오래 활동해서 피곤 하신 것 같군요.”

 

아니면 꿈을 이제 이뤘기 때문에 더 이상 미련이 생기지 않거나.

 

“그말이 맞을지도.”.

 

정신 없이 달려온 아이돌의 삶이었다. 이제 조금 쉴 때가 된 것이다.

 

“프로듀서가 너무 유능하니까. 어쩔 수 없었으려나?”

 

“그렇습니까.”

 

“그런거야”

 

그리하여 아이돌 데뷔 14년 혼다 미오는 처음으로 장기휴가가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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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팬픽이라 잘 써지진 않네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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