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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키마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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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3, 2015 13:58에 작성됨.

아직 아이돌들이 다 집결하지 않은 시간. 미나세, 타카츠키, 쌍둥이 자매는 다른 모델이나 아이돌들의 화보집을 보며 수근수근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난 이거! '휙!'한 느낌이 좋아!"

 

"그럼 난 이거! '팍!'한 느낌이 좋아!"

 

......휙! 하고 팍! 하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도 코마치가 저런 여성용 잡지를 보고 있던 걸 몇 번 우연히 본 적은 있지만, 저런 패션으로 밖을 싸돌아 다닐 수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그 이전에 쓸데없이 고유명사 남발하지 말라고. 엣지가 뭐냐 엣지가 힛키, 엣찌! 같은 거야? 짧은 영어 쓰면 더 무식해보인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큰일이야

 

"아~ 정말 이래선 안 돼! 이렇게 한물 간 아이돌들의 포즈나 복장 같은 걸 신경써서는 아무것도 안 돼!"

 

그나마 미나세가 그럴싸한 의견을 내놓는다. 아니, 그거 나온지 얼마 안 된 걸로 아는데 한물 간 아이돌들이라니......

 

"지금 중요한 건 바로 개성! 남들과는 확실히 다른, 그런 톡톡 튀어보이는 개성이라고!"

 

개성이라,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아이돌은 대중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어필하며 그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들. 학교에서는 너무 튀면 리얼충이 아니라 아싸가 될 수도 있지만, 아이돌은 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개성이라는게 뭐지?"

 

후타미 아미의 질문에 미나세의 말문이 막힌다. 뭐, 실제로 개성이라는 건 뭐라고 딱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니까. '자기다움'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쉽게 깨달을 수 없다

 

히키가야 하치만 다움이란 뭘까? 아웃사이더? 야, 그건 너무 슬프잖아

 

"어, 어쨌든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면 되는 거야!"

 

"그런가? 그러면 마미! 지난번에는 원숭이로 했지만 사람들이 잘 안 놀랐으니까 이번에는 곰으로 변장해서 왕! 하고 놀래켜볼까?"

 

"아니, 그건 개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뜬금없는 말에 무심코 태클을 걸어버리고 말았다

 

"에? 그럼 오빠는 마미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건...너희들 스스로 결정해야지.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이돌이 아니라 그저 춤추고 노래하는 인형에 불과하니까"

 

"에에...무책임해!"

 

끙...할 말 없다. 정론이라는 건 때로는 매우 무책임한 말이다. 정론은 다른 의견을 막아버리기만 할 뿐,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으니까

 

"아, 그래도 오빠는 개성이 확실하네! 그 썩은 눈이라던가, 바보털이라든가!"

 

"그거,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너희들, 자신들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포즈, 취할 수 있겠어?"

 

""물론!""

 

쌍둥이 자매가 가장 먼저 일어선다. 그러고보니, 아미의 경우에는 한쪽 머리카락을 오른쪽 대각선 위의 방향으로 올리는 식으로 묶었고, 마미의 경우에는 왼쪽 아래로 내리는 사이트 테일이다. 각자, 그쪽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저렇게 묶은 거겠지

 

"그게 바로 '자기다움'이라는 것 아닐까?"

 

"응...?"

 

"그야, 각자 머리를 묶은 방향을 생각해봐. 그쪽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묶은 거잖아? 그리고 그게 또 너희들에게 잘 어울리고. 뭐가 되었든, 자연스러운게 좋은거야. 거짓으로 꾸며낸 미소 같은 건 금방 파악할 수 있듯이, 억지로 다른 사람을 따라하려는 건, 오히려 자기자신을 감추는 것이니까"

 

사람은 오롯히 홀로 서 있을 때 그 존재감이 확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남들처럼 겨울에는 노스페이스 같은 걸 껴입고 다닌다고 해도, 그러면 결국 집단 속에 섞여, 연극으로 따지면 나무1 같은 포지션 밖에 되지 않는다

 

즉, 언제나 홀로 다니는 외톨이일 수록 눈에 띄는 듯 하면서도, 눈에 안 띄는 그 개성이 있는 그대로 두드러진다는 의미. 외톨이는 주인공. 주인공은 남들과는 차별되니까 독보적. 외톨이 = 주인공 = 특별함이라는 공식이 이루어지는 거다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아마미의 특징을 말해봐"

 

"리본!"

 

"덜렁이!"

 

"......평범?"

 

"다 좋은데 미나세. 아마미 앞에서만큼은 평범하다고 하지 마라. 본인도 신경쓰고 있을 테니까"

 

아마미는 일단 아이돌을 할 수 있는만큼 기본적인 비쥬얼이 된다. 머리에 달려있는 리본은 스스로를 조금이나다 더 돋보이기 위함. 언제나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넘어지는 듯한 덜렁거림도 그녀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넘어지면서도 아주 절묘하게 치마 속의 속옷만큼은 안 보이니까......과연 아이돌의 귀감! 판치라는 2d만으로 충분해!

 

"아마미가 덜렁거리는 것도 자연스러워. 키사라기는 쿨해. 하기와라는 청초하고, 키쿠치는 잘생겼어. 호시이는 어디서든 편하게 자고, 타카츠키는 귀엽고, 미나세는 아가씨다우며, 쌍둥이는 장난꾸러기, 가나하는 활발해. 미우라 씨는 아름답고, 시죠 씨는 뭔가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함이 느껴지고, 아키즈키 씨와 오토나시 씨는 사무원, 프로듀서는 샐러리맨...복장에서도 그런 느낌이 풍기는 점이 없잖아 있지만, 다들 그게 잘 어울리지. 그런 자연스러움이...'자기다움'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나하나 예시를 들먹이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두 번 더 말하지 못 할 만큼 부끄러운 대사들이다. 눈 앞에 있는 애들은 이제 막 초등학생에 중학생 정도 된 애들이기에 망정이지 다 큰 고교생들이나 어른들 앞에서는 죽어도 못 할 거야

 

"오, 오오! 오빠! 지금 엄청나게 연상의 관록을 보여준 것 같아!"

 

"어른스러워요!"

 

"뭐...보기보다 제법이긴 하네..."

 

그동안은 어른스럽지 않았다는 거냐. 어쨌든 아이들은 다시 자기들 멋대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

 

다음날 스튜디오 E라는 촬영장에서 아이돌들은 개인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가나하는 햄조라는 햄스터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뭐지? 가나하가 특별한 건가? 아니면 저 햄스터가 특별한 건가?

 

시죠 씨는 언제나처럼 흔들림이 없다. 조금 4차원적인 방향으로도

 

미우라 씨는 아이돌들 중에서도 최연장자답게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이미지에 잘 어울린다

 

호시이는...의외로 할 때는 하는 아이였다. 뭐, 중학생 치고는 그...큼큼, 몸매도 좋고 비쥬얼도 독보적이니까...아니, 딱히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거든

 

키쿠치는 잘생겼다. 여성 스탭이 코피 흘리며 주저앉을 정도로. 키쿠치 포스 블리자드! 여자는 죽는다!

 

"저기...사진기사가 남자인데...어떻게 하죠?"

 

하기와라가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아직까지는 남자가 많이 힘든 그녀에게 사진기사의 지시대로 화려한 포즈를 취하는 건 무리겠지. 지금도 나와 '집게손'이라는 60cm의 장난감을 서로 잡아 사이에 두고 서 있다

 

"하얀색 꽃 같은 것이라도 붙잡고 부드럽게 촬영해도 되지 않겠어? 그 뭐냐...하기와라에게는...그런게 잘 어울리니까"

 

"네...그, 그런가요! 그, 그럼 한 번 해볼게요!"

 

으아아아...여자와 관련된 일화에서는 백전백패인 내게 여성을 칭찬하라는 건 너무나도 허들이 높다. 말 한마디 한마디 나누는 것도 별달리 의식하지 않으면 힘들 정도라고

 

하얀 꽃을 들고, 청초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사진을 찍는 하기와라 유키호. 성인 여성과는 다른, 아직 어린 소녀와는 다른, 이제 막 성인이 될까, 말까한 십대 후반의 소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여성미가 물씬 풍긴다

 

그리고 그걸 키쿠치는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지 때문에라도 보이시한 외형을 고집하고 있지만, 키쿠치 또한 그녀와 동갑인 여학생. 하기와라의 여성미는 분명 동경스러운 것이겠지. 머리카락만 길게 기르면 키쿠치도 충분히 여성스러워지겠지만,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그러지 못 하니...미용실에 갈때마다 엄청난 갈등을 느낄 것이다

 

"음...꼭 미소를 지어야 하는 걸까요"

 

"억지로 웃을 필요는 없어. 넌 쿨한 이미지니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찍어"

 

키사라기는 미소가 어색하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야 당연한걸? 미소지을 일이 별로 없으니까 얼굴 근육이 조금 뻣뻣해도 이상할 것 없잖아

 

"타카츠키는...평소에 입는 옷과 별로 다를게 없네?"

 

"엣? 다르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이건...어머니가 직접 선물해주신 건데..."

 

"아, 안 되긴! 당연히 되지! 원래 사진은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찍어야 하는 거야"

 

프로듀서, 나이스 어시스트! 마음 속으로 엄지를 척! 세웠다

 

미나세는 평소에도 가지고 다니는 '샤를'이라는 토끼인형을 들고 찍었다. 본인 왈, 내츄럴 프리티 이오리라나 뭐라나

 

"고마워, 히키가야 군. 덕분에 조금 살았어"

 

프로듀서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무엇이 덕분인 거냐고 묻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래 보여도, 나도 젊은 남자니까, 여자애들만 있는 곳은 가시방석이거든. 사장님은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고. 히키가야 군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가봐?"

 

"아뇨...저도 사실 가시방석이나 다름 없어요...여자애들에게 칭찬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너무나도 허들이 높은 일이니까요"

 

그래도, 약속한 것이 있다.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혼자서도 괜찮다는 걸 증명해줬으면 하는, 그런 아이돌이 이 765에 있다......그녀 외에도 손이 많이 가는 여성이 있어 조금 곤란하지만, 나쁜 일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학교 끝나고 방 안에 처박혀 뒹굴거리고 게임이나 하는 것보단, 차라리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일하지 않는 미래를 꿈꾸는 나이지만, 학교와는 달리, 서로 눈치볼 것 없는, 그런 자연스러운 소란스러움이 바로 눈 앞에 있으니까...내가 꿈꿔온 '진짜'가 눈 앞에 아른아른하게 보이고 있으니까

 

'아직 불협화음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눈 앞의 소녀들이, 여성들이 다 함께 미소짓고 있는 저 모습을 보는게 은근히 즐겁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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