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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반짝반짝, 두근두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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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8, 2015 06:51에 작성됨.

꿈을 꿨어

허니가 남아있던 꿈

모두와 함께, 허니와 함께 달려나가던 꿈

단순한 꿈이었다는건 알고 있는거야

하지만 어째서였을까

꿈이라는걸 알고 있음에도

반짝거리는, 두근거리는 그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는거야


그 다리 위에서 했던 약속, 잊지 못하는거야

미키를 엄청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줄거라고

미키를 더욱 두근두근하게 만들어 줄거라고

약속했었는데

이젠 하나도 반짝반짝거리지 않게 돼버렸어

이젠 하나도 두근두근거리지 않게 돼버렸어

허니는 거짓말쟁이인거야


바보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건 알고 있어

하지만 어느날 다시 허니가 돌아오고

사무소의 모두가 활기를 되찾고

미키는 그런 허니의 옆에 서서

이젠 정말로 미키의 곁에서 떠나지 않는거야!

절대 놓아주지 않는거야!

...그런 꿈을 꿨어

 

765프로덕션, 그 영세 프로덕션은 겉으로 보이는 규모와 다르게 속한 아이돌의 우수함이 증명된, 그야말로 팬들로부터 일컫기를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릴정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12명의 아이돌과 사장, 사무원, 두명의 프로듀서가 있는 단촐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12명 전원 A랭크, 그중 몇몇은 이미 랭크를 초월했다 평가되어질 정도의 톱 아이돌들로 구성되어, 업계 전체가 '대 아이돌시대'라는 전례없는 호황의 시기에 접어들면서도 그 의미가 퇴색하는 일 없이 빛나고 있었다. 아니, 이 12명이야말로 그런 시대를 시작하고 이끌어나가는 주역이라고도 말할 수 있었다. 마치 찬란하고도 고고하게 빛나는 저 하늘의 별처럼, 어두운 밤을 비춰 길을 인도하는 달처럼, 뜨겁고도 강렬하게 타올라 힘을 나눠주는 태양처럼 이 12명은 이미 모든 이들에게 우상과 같은 존재로 화해 있었다.

 

그런 찬란하고 밝고 뜨겁게 떠오르는 765의 아이돌들의 이면에 그들을 보살피고 뒷받침을 해주는 존재가 바로 프로듀서였다.

 

소녀들에게 길을 제시한건 왕년의 프로듀서로써의 안목을 간직한 타카기 사장이었지만 그는 흔히 말하는 그 말버릇대로 '팅 하고 온' 그의 안목으로 프로듀서를 마지막으로 영입한 후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사장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받은 프로듀서는 이윽고 아이돌들의 재능을 개화시키고,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완벽하게 톱의 자리로 올려내는데 성공했다. 위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수완은 업계인들 사이에서 흔히 꼽는 '영입만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사무소도 765의 명성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일종의 치트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물론 프로듀서는 12명의 아이돌과 4명의 서포터로 구성된 이 소규모의 사무소에 만족했고, 당연한 얘기지만 사장 역시도 그런 그의 존재를 특별히 취급,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이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비교도 안될 압도적인 급여를 약속했다. 거기에다가 사무소의 아이돌들과도 무명시절을 함께 해쳐나갔다는 동료로서, 아직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자신들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그리고 아이돌로서는 조금 문제될 수도 있겠지만... 명백히 호의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로 원만한 사이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 사무소를 떠날 이유는 없었다.

 

그랬을 터인데...

 

 

프로듀서가 사라져버린지 일주일

 

사장의 입을 통해 사무소의 전원에게 전해진 사실은 그저 그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직을 희망했지만 사장 본인은 아직 수리하지는 않았다는 점 뿐이었다. 다른 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급하게 떠나버린 그가 돌아올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처음에는 패닉에 가까운 반응으로 다른 아이돌들은 물론 사무원과 다른 프로듀서까지 전부 당황을 금치 못했으나, 곧 모든게 그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인정,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며 각자 감정을 추스리고 있었다. 다만 그 개인적인 사정을 모두에게 설명 한번도 안하고 떠나가야 했는가 하는 질문은 계속 가슴속에 맴돌았다.

 

모두들 경험이 쌓여 영업이나 공연을 그르치는 경우는 없었고 평소 프로듀서가 '배워두면 다 쓸모있는 일이 될거야'라면서 간간히 가르쳐준 셀프 프로듀스에 대한 지식들은 그가 사라진 지금에서야 빛을 발하는, 일종의 선견지명처럼 앞으로의 일들에 도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만 호시이 미키의 부진만은 눈에 띈다. 아이돌로서의 전환기가 되었던 그 라이브의 날 이후로부터 프로듀서에 대한 호의를 감추지 않은 채로 그를 마치 해를 따라 움직이는 해바라기처럼 바라봐온 미키에게는 자신을 뿌리치듯이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린 프로듀서에게 대한 소모적인 감정에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주위에 직접적인 내색은 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거라 애써 납득하고 돌아서면 또다시 그가 없는 차가운 현실에 마주하게 된다. 그의 흔적을 좇듯이 그가 영업으로 따온 마지막 일들을 잡고 필사적으로 해내고 있었지만 그것도 다음 주면 끝난다. 그 다음부턴 리츠코가 가져다 준 일들로 교체되면서 점점 프로듀서와의 접점이 사라져가겠지.

 

그걸 보고만 있는 나도 역시 속이 탄다. 나 역시 담당은 다를지언정 그에게 도움을 받은 적을 손으로 꼽기 힘들다. 그런 사람 좋은 그에게 고마움... 뭐 그정도는 가질수 있겠지. 그리고 그가 떠나간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호시이 미키, 그녀가 더욱 걱정된다. 이 아이는 그 압도적인 비주얼과 통통 튀는 언행에 비해 속마음은 여리기 그지 없는 아이다. 누가 봐도 명백히 무리하고 있다는게 눈에 띌 정도인데도 그걸 아무에게도 말로 꺼내질 못한다. 악연으로 이어진 이 녀석이 봐주기도 불안한 자세로, 마치 어린 아이가 고층건물의 난간에 매달려 있는것만 같은 불안한 모습에 위기감이 느껴진다.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것처럼 묘한 동질감이 인다. 아무에게도 자기 괴로움을 말하지 못하면서 천천히 침몰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버린다. 이게 바로 동족혐오라는건가. 이미 겪어본 일이었기에 금방 눈치채 버린다.

 

그렇게 시덥잖은 감상을 마친 후 일이 끝나고도 집에 가지 않고 사무소 소파 위에 멍하니 앉아있는 미키에게 말을 건낸다.

 

 

"미키, 너 언제까지 그렇게 우중충한 표정을 하고 있을꺼야?"

미키"...마빡아"

마빡이 "...그런 별명으로 부르는건 슬슬 그만둬 줄순 없을까?"

미키 "...미안해"

이오리 "너무 순순히 사과하니까 되려 기분 나쁜걸..."

이오리 "어찌됐건간에, 그 바보는 자기가 원해서 나간건데 왜 너까지 그렇게 죽을 상인거야?"

미키 "...허니는, 미키한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어"

이오리 "너한테도?"

미키 "...응"

이오리 "그건 좀 괘씸하네, 그 바보녀석. 마지막까지 결국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가버렸다는거구나"

미키 "...미키가 잘못한걸까, 레슨을 자주 빼먹어서 그런걸까, 너무 들러붙어서 싫증나버린걸까"

이오리 "..."

이오리 "정말이지 바보구나 너"

미키 "...이오리?"

이오리 "네 탓이라니, 누가 그런 말을 하는거야"

이오리 "그건 모두 저 바보가 자기생각만 하다가 나가버린게 잘못인게 당연하잖아"

미키 "하지만..."

이오리 "네가 너였다면, 속 시원하게 울고 나서 저 멍청이를 패주러 찾아 갈거야"

미키 "..."

이오리 "그러니까 이럴땐 울어도 괜찮은거야, 무리하지 마."

미키 "..."

미키 "...흑..."

미키 "...허니..."

미키 "...어째서?"

미키 "...으... 왜... 어째서..."

미키 "으아아앙!"

 


미키는 이내 나에게 안겨 울기 시작한다. 이 아이는 멍석을 깔아줘야 겨우 자신의 감정을 마주보게 된다. 그래, 그건 아마 자길 버리고 떠난 프로듀서에 대한 서운함이겠지. 자기가 잘못했다는 듯이 계속 무리하고 있었지만 미키 역시 아직 15살일 뿐인 어린 아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인거다. 옷이 젖어가는 감촉이 불쾌하지는 않다. 다만 이 아이를 이렇게 울린 그 바보에게는 정말 짜증이 치솟는다. 그 멍청이, 자기 때문에 울어주는 여자까지 있다니, 그거 뭐야 기분 나빠. 죽어버려.

 

그렇게 몇십 분 씩이나 울고 나서는 겨우 진정됐는지 잠긴 목소리로 말을 꺼내온다.

 


미키 "...고마운거야"

이오리 "...목소리가 완전 가버렸네, 그래서야 아이돌 실격인거 아니야?"

미키 "...냉정한거야"

미키 "그래도 고마운건 고마운거야"

이오리 "흥, 딱히 너 좋으라고 한게 아니라, 내가 보기 불편해서 그런거야."

이오리 "잘 듣도록 해, 미키. 한번밖에 이야기하지 않을거니까."

미키 "...응?"

이오리 "업계라는게 그런데서 꽤나 고지식한 편이긴 하지만, 우리 사무소는 일단은 '연애 금지'라던가, 그런건 없다구?"

미키 "...??"

이오리 "정말이지, 평소엔 그렇게 좋아 죽어 못산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이럴땐 왜이리 둔한걸까"

미키 "...정말 괜찮은거야?"

이오리 "...너만 괜찮다면 난 뭐 상관없어, 어차피 그 멍청이도 프로듀서가 아니게 된 이상 더이상 발뺌할 구석을 찾기도 힘들겠지"

미키 "이번에야말로 허니가 미키를 바라봐줄까?"

이오리 "톱 아이돌의 구애를 받고도 넘어오지 않는 녀석이 있다면, 그냥 고X인거니까 더 마음 편하게 놓아버리는걸 추천할께"

이오리 "뭐, 그 바보도 마찬가지 생각이라면, 나로써는 도와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니히힛"

미키 "...응! 부탁할께!"

 


이런 일이 바깥으로 퍼져나가면 생겨날 문제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다. 아이돌의 연애를 묵인하고, 나아가 조장하는 사무소라니, 그런거 매스컴에 한마디라도 올라오면 회사 째로 공중분해돼버릴 사안이다. 그 전설로 남은 아이돌 히다카 마이처럼 업계에 엿이나 먹으라는 듯이 최고의 순간에서 내려와 사랑을 찾아 떠나 버리는 방법이나, 아예 스캔들의 S 하나 안나오도록 매스컴을 휘어 잡아버리는 방법, 이도저도 안된다면 그냥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정도의 방법 밖에 당장은 떠오르지 않았다.

 

히다카 마이의 전철을 미키에게 밟으라고? 정점에 선 시점의 히다카 마이 역시 16세의 어린 나이였지만... 어디까지나 신호위반, 과속결혼이라는 피치못할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 이외에 길이 없었기에 한 선택이었다. ...그녀가 자기 마음을 죽이고 뱃속의 아이까지 없었던 일로 만든 채로 계속 군림했더라면 아마... 그런 상상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하자. 아예 남이었으면 모를까 아는 사이인 사람까지 없는 것으로 만든다니, 질이 나쁜 상상이다. 어찌됐건 그 선택지에 대해서는 썩 만족스러운 답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미키는 지금 그 전설을 넘어 신화가 되어갈 수도 있다. 여기서 멈추라니, 그런 말 할까보냐.

 

그렇다고 해서 매스컴을 휘어잡는 것 역시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 영세한 사무소는 타카기 사장이 아이돌들과 서포터들에게 사무소의 이익을 대부분 나눠주는 걸로, 다른 사무소였다면 무슨 자선사업하는거냐 하면서 허탈해 할 방식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저 사장의 그런 사람좋음에 존경을 표했겠지만, 지금 와서는 그 덕분에 사무소 본연의 영향력은 그저 톱 아이돌인 그녀들에게서 나오는 것 정도밖에 없어진, 매스컴에 대해 압력을 행사한다는건 그냥 포기하는게 빠르다고 할 수 있는 형편이었다.

 

그렇지만 포기하라는 말을 꺼내는 것 역시 괴롭다. 호시이 미키. 그녀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지금의 이 아이는 이미 사랑을 깨달아 버렸다. 그런 사랑을 배제해가면서 억지로 아이돌의 길을 다시 걸으라 해봤자 길을 잃은 마차는 그대로 절벽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그녀에게는 그 녀석이 필요하다. 그런 미키가 더욱 반짝거릴수 있을 마지막 방법에 대해 모험을 하기로 했다. 그 멍청이도 그정도 분별력은 있을테니 혹시나 히다카 마이의 전철을 밟을 짓은 하지 않겠지. 그렇다면 조금 정도만 도움을 줘서, 미키의 주위를 쫓아다니는 승냥이 떼만 적절히 솎아내는데 성공하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렇게 이 사태의 해결책으로 미키와 그를 이어버리는걸로 결론지어버린다. 프로듀서도 아니게 된 이상, 톱 아이돌이 사랑을 받아달라고 한다면 자기가 안넘어오고 배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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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생일기념, 일주일쯤 늦어졌지만, 게다가 미완성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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