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톱 아이돌의 사랑 [19]

댓글: 16 / 조회: 1832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5-24, 2013 12:44에 작성됨.

*얀데레에 면역이 없는 분들은 보지 마세요.
*이 소설에 나오는 리카는 신데마스의 리카가 아닌 소설 오리지날 캐릭입니다.


---------------------------------------------------
P의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는 저녁시간. 단란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시간이지만, 조용한 와중에 가족들의 시선은 리카의 손에 가 있었다. 애처롭게 보일 정도로 손 전체를 꼼꼼하게 붕대로 감싼 손은 겨우 손가락 두개만 움직일 정도였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조차 부들부들 떨려 집고 있는 젓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힘겨워 보였다.
가족들의 시선이 자신의 젓가락에 쏠린 상태에서 리카는 천천히 반찬을 하나 집었다.

  “아.”

안타까워하는 소리와 함께 기껏 집었던 나물반찬이 들어 올리자마자 떨리는 젓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갔다. P와 그의 부모들은 그 모습에 안타까워했고 리카의 눈에는 눈물이 핑고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리카의 어깨를 상냥하게 감싸주면서 P는 자신의 부모를 보았다. P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저 고개만을 끄덕여주었다. 둘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어려 있었다.

  “리카, 방으로 가자.”

P의 말에 리카는 P를 보다가 이내 부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P의 부모들은 상냥한 미소를 보며 상냥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죄송합니다. 먼저 일어나게 되서…….”
  “허허, 괜찮으니 그리 신경 쓰지 말거라. 손도 아직 낫지 않았는데 무리하지 말고.”
  “이이 말대로야. 신경쓰지 않아도 돼. 조급해 하지 말고 좀 더 손이 나을 때까지 기다리렴.” 
  “네, 그럼.”
  “그럼 난 리카랑 같이 방에 가 있을게요.”
  “그래. 잘 보살펴주고.”

두 사람의 허락이 떨어지자 리카는 P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자신이 지내고 있는 P의 방으로 갔다. 2층에 있는 방에 올라가면서 리카의 눈에는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 눈물 한 방울조차 붕대로 감긴 손으로 스스로 닦기 힘들어 눈치 챈 P가 닦아주었다.

  “고마워…….”

작은 목소리로 리카가 감사를 표하자 P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3일 전 리카는 심하게 손을 다쳤을 뿐만 아니라 그 다친 손으로 깊은 강에 빠져 큰일을 당할 뻔 했다.
왜 그렇게 손을 심하게 다친 것인지는 이유를 모른다. 
손이 날카로운 조각에 찢겨 몇 바늘 꿰매기도 하고, 커플링을 끼고 있던 약지는 심하게 꺾였다. 손은 전체적으로 붕대로 감고 약지는 받침대까지 설치해야할 정도였다. 거기다 제일 심각한 것은 신경이다. 파편들에 의해 찢어진 손가락은 다 나아도 몇 개는 예전처럼 움직이기는 힘들지도 모른다는 것이 의사의 말이었다.
다행인지 몰라도 입원은 하지 않았지만 3일 동안 제대로 손을 움직이지 못하는 리카였다. 거기다 원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던 리카는 이번 일로 완벽하게 미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P의 고향으로 와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P와 그 부모의 눈치를 보며 의기소침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었다.

  “리카, 그럼 식사를 가져올 테니 기다려줘.”
  “응…….”

리카가 손을 다친 후 P는 리카와 따로 식사를 하였다. 가족들과 식사를 한 후 손을 못 움직이는 리카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이었다. 연인으로서 다정한 모습이지만 그것도 자주 얻어먹게 되면 리카로서는 비참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3일.
3일 동안 자신의 손으로 식사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식사만이 아니라 옷을 갈아입거나 양치질과 세수, 하다못해 목욕과 화장실까지 P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무리 사이좋은 연인이라도 부부는 아니었다. 아니, 부부 이전에 연인에게는 예쁜 모습만을 보이고 싶은 여성이었다. 
P는 착란 증상이 있는 리카에게 끝내 원인을 못 듣고 그저 강도를 당했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손이 망가지고 끼고 있던 반지가 사라졌다. 비싼 반지는 아니지만 리카가 당시 몸에 지녔던 것 중에서는 제일 값이 나가는 것이었다. 

  “절대 용서 못해.”

P는 다시 1층의 부엌으로 내려와 리카의 식사를 쟁반에 담으며 이를 갈았다. 겨우 나아지고 있던 리카였다. 그런데 그런 리카에게 저런 심한 짓을 하다니. 연인으로서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손만이 아닌 리카는 마음에도 상처를 받았다.
그날 리카는 심하게 다쳐 병원에 다녀 온 다음 날 자살을 시도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수면제 병을 들고 강가로가 대량의 수면제를 삼키려 했던 걸 리카가 사라진 걸 알고 찾으러 간 P가 말린 것이다.
P의 그 때의 일을 회상해보았다.



  “리카?”

리카의 모습이 집안에서 안 보였다. 손도 심하게 다친 데다 심신이 지쳐 오늘 하루 거동이 불편한 자신의 연인이었다. 특히 육체가 아닌 정신이 약해진 터라 사라진 연인의 모습이 걱정이었다.

  “설마 밖으로 나간 건 아니겠지?”

지금은 밤늦은 시간이었다. 시골이라 도시처럼 밤이 밝은 건 아니었다. 가로등도 드문드문 있어 몸도 안 좋은 사람이 돌아다니기에는 위험한 시간이었다.

  “엄마, 리카 못 봤어요?” 
  “못 봤는데? 2층에 없어?”
  “없어요. 설마 밖에 나갔나…….”
  “몸도 안 좋은 애가 밖에 나갔다고?”

자신의 말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즉각 걱정스러움을 내비췄다. 

  “한 번 찾아보고 올게요.”

P는 옷을 챙겨 입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대체 어디 간 거야, 리카…….”

하루카와 치하야가 왔을 때까지만 해도 틀림없이 집에 있었다. 그럼 집을 나선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우연히 자신의 고향에 방송 촬영으로 온 치하야는 낮에 자신의 어머니를 만났다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치하야의 말을 듣고 놀러온 하루카까지 해서 자신을 만나러 왔다가 리카의 이야기를 듣고 두 사람은 리카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잠시 저녁을 준비할 때 자신을 대신하여 리카를 돌봐주기까지 했다.
765아이돌에 대해 거부감을 갖던 리카지만 그날만은 두사람을 받아주었다.
반지를 잃어버리고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정 많은 두 사람이 진심으로 돌봐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나보다.
낮의 일이 얼마나 충격적일지 당사자가 아닌 자신으로서는 알 수 없다.
애지중지하던 커플링을 뺏기고 손은 심하게 망가졌다. 무엇보다도 이곳에 와서 치유되고 있던 마음의 상처가 더욱 커지고 만 것이 걱정이다. 
처음에는 걸어 다니다가 점점 불안해지는 마음에 결국 뛰고 말았다.
리카를 발견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그 상태로 멀리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부모님이 오시기 전 자주 같이 갔던 강에 가니 그곳에 있었다.
리카는 자살을 하려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면제로 보이는 병을 들고 다량의 약을 붕대에 칭칭 감긴 손바닥에 올려놓으려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을 보고 울컥하는 심정에 당장 달려들려 하다가 멈춰 서서 리카를 보았다.
희미한 달빛 아래 리카는 겨우 뚜껑을 열은 수면제의 통을 뒤집어 자신의 손바닥에 다량으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약을 털어놓은 다친 손바닥은 덜덜 떨리면서 겨우 올려놓은 약들은 모두 바닥에 흩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손바닥에 남아 있는 약은 겨우 두, 세알. 먹어도 치명사에 이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저 평범하게 잠만 잘 수 있을 뿐.
리카는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리카의 앞에는 몇 번을 반복했던 건지 흘린 하얀 알약들이 바닥에 흩어져있었다.
리카는 어깨를 감싸며 떨었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내 손을 뻗어 바닥에 있는 알약을 주우려 하지만 그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붕대를 감은데다 망가진 손가락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리카의 손은 작은 알약을 집기에 무리가 있었다.
이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울다가 리카는 뭔가 다짐한 듯 바닥에 엎드리려 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P는 리카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엎드려 혀를 내밀어 알약을 하나씩 입안에 넣으려던 리카는 달빛이 갑자기 가려지자 위를 보았다.
그곳에는 P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리카…….”

P가 자신을 부르자 리카의 눈이 커지면서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리카는 확실히 울고 있었다.

  “우, 우윽. 미안해, 미안해 P……. 화내지 말아줘, 제발 화내지 말아줘.”

리카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그리 사과했다. P가 화낼거라 생각한 건지 굉장히 겁먹은 모습이었다.
P는 리카의 앞에 앉아 손을 뻗어 얼굴을 가리고 있던 팔을 치웠다. 그러자 울고 있던 리카의 얼굴이 정면에 보였다.
P는 가만히 리카를 안아주었다. P도 어느새 울고 있었다. 

  “리카.”
  “……으, 응.”

리카는 겁먹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답했다. P는 다정하게 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으며 물었다.

  “……같이 죽을까?”

다정하지만 섬뜩한 한 마디. 리카는 그 질문에 안긴 상태로 도리질 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겁먹으며 사과를 하는 리카를 안심시키려는 그 등을 쓸어주면서 P는 다정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탓하는 게 아니야. 리카가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면, 혼자 죽게 하고 싶지 않아. 같이 죽을까?”
  “우으으. 흐윽, 싫어. P가 죽는 건 싫어.”
  “나도 리카가 죽는 건 싫어.”

둘은 한 동안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 같이 소리 죽여 울었다. 겨우 진정 울던 것이 진정되자 P는 리카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흩어진 알약이 신경 쓰였지만, 치우는 건 나중으로 미뤘다.

  “리카.”
  “……응.”

리카는 어깨를 부축 받으면서도 비틀거렸다. 지금의 상태로 용케 집을 나와 여기까지 왔다. 묻고 싶은 것은 많았다. 약은 어디서 구했는지, 손은 누가 그랬는지. 정말 강도를 당한 건지. 아님 누군가 일부러 리카를 괴롭힌 건지.
하지만 묻지 않았다. 이것들을 물어 더는 리카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살아줘. 지금 리카가 많이 힘들다는 건 알지만 부탁할게. 제발 살아줘. 이렇게 괴로워하다가 죽는 건 안타까우니깐. 꼭 내가 행복하게 해줄테니깐, 제발 살아줘.”

리카는 말 없이 머리를 부축해준 P의 가슴에 기댔다. 지쳤다. 수면제를 먹지 않았는데도 졸음이 몰려왔다.

  “……알았어.”

리카는 대답을 한 후 거의 기절하듯 잠들며 쓰러지려 했다. 그런 리카를 꽉 잡고 등에 업어 P는 리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리카가 입을 벌리자 그 입에 반찬과 밥을 떠서 넣어주었다. 리카는 아기 새처럼 입안에 넣어 준 밥을 작게 우물거리며 먹었다. 밥을 얻어먹고 있는 리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어떻게든 웃으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듯 했다.
좀 나아진 듯 해 스스로 밥을 먹으려 했다. 하지만 그게 이런 결과다. 손은 심하게 흔들리는 데다 마음대로 안 움직여 젓가락질을 하기 힘들어 반찬을 집기도 힘들었다. 결국 식사 중간에 이렇게 방으로 돌아와 따로 식사를 하고 말았다.
단란했을 저녁 시간을 자신이 고집을 부려 망쳐버렸단 생각이 들자 다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괜찮아 리카.”

그런 리카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 P는 상냥하게 웃으며 리카를 응원했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나는 물론이고, 내 부모님도 기다려 줄테니깐. 손이 다 나을 때까지 기다리자.”
 “……응.”

억지로 웃으며 대답하는 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다시 밥을 떠서 리카에게 먹여주었다.
리카의 식사 시간은 스스로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걸렸다. 그래서일까, 리카는 늘 밥그릇에 담아 준 한 그릇만 먹고 그 이상은 먹지 않았다.

 “정말 배불러? 나 신경 쓰지 말고 더 먹고 싶으면 먹어도 돼.”

P가 그리 말했지만 리카는 됐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정말 배부른 것인지 아닌지를 모르기에 P로서는 그 이상 권할 수 없었다.
다 먹은 그릇을 쟁반에 담아 P가 나가자 리카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손가락과 손은 모두 붕대로 감겨있고, 꺾였던 약지는 받침대로 받쳐줘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 이 손으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적었다.
일주일 정도면 밥 정도는 먹을 수 있겠지만 그전처럼 잘 움직일 것이라고는 보장 할 수 없었다. 
파편에 찢기는 것만이 아닌 박혔던 파편들이 치명적이었다. 깊숙이 박혀 치료할 때 단순 손만 치료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고 한다. 지금도 움직이려 하면 욱씬거리고 통증이 심하게 왔다.

 ‘언제 헤어지실 거죠?’

자신의 손을 이리 만든 치하야의 모습이 생각나자 다시 몸이 떨렸다. 무서웠다. 치하야만이 아니라 765의 아이돌들이 무서웠다. 하루카도, 이오리도. 거기다 P의 연인으로 알려진 유키호까지.
자신이 그렇게까지 잘못한 것일까? P의 연인이 되고 그와 같이 행복해지고 싶던 게 그렇게까지 큰 죄인 걸까?
반지를 치하야에게 뺏겼지만 참아 돌려달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만 했다.
765의 아이돌이 있는 곳으로.
치하야가 하루카와 같이 이곳에 왔다가 돌아갔을 때, 자신에게 귓속말로 말했었다.

 ‘반지를 되찾고 싶으시면 저희 프로덕션으로 저를 찾아오세요.’
 “갈 수 없어…….”

무서웠다. 그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연인인 P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이미 그 사람은 지금의 자신으로 인해 많이 지쳐있었다. 765의 아이돌들은 그 사람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을 알면 자신이 아니라 소중한 연인이 무너질지도 몰랐다.
무섭지만 P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치하야와 같이 이 집에 찾아왔던 하루카의 말도 생각났다. 

 ‘리카씨 많이 힘들어 보이시네요. 그럼 잠시 주무시는게 어때요? 영원히 말이죠.’

밝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수면제가 든 통을 놓고 갔던 아이.
무섭다. 도시를 떠나와 P의 고향에 같이 왔는데 그녀들은 이곳까지 찾아오고 말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만나게 되는 것일까, 얼마나 더 자신을 괴롭히려는 것일까?
P와 헤어지면 이 고통은 끝나는 것일까?
생각해봤다. P와 헤어짐 다음의 일들을. 
생각해봤다. P가 없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봤다. P가 없는 자신의 일상을.
생각해봤다. P가 없는 자신의 행복을.
그 때 P가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리카는 P에게 달려들어 그에게 안겼다.

 “리카?”
 “흐윽, 안 돼. 당신 없음 안 돼. 지금도 힘들지만, 당신이 없는 쪽이 훨씬 괴롭고 힘들어. 제발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줘.”

갑자기 울면서 자신에게 안겨 말하는 리카를 P는 말없이 안아주었다. 저번에 리카에게 했던 말 때문인가 싶어 그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같이 죽자니, 너무 심한 말을 하고 말았다.

 “미안해 리카.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었지?”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리카는 말하면서 P를 감싸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765의 아이돌들이 자신을 괴롭힌다 해도 이 사람이 없을 때의 괴로움보다는 크지 않았다. 결코 이 사람과 헤어질 수 없었다.



리카와 P는 같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리카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누워있던 P는 멍하니 낡은 천장을 보다가 리카에게 물었다.

  “리카, 다시 한 번 미국에 갈까?”
  “미국?”
  “응.”

자신의 고향에까지 와서 심한 일을 당한 리카를 보고서 P가 생각한 일이었다.
이대로라면 일본 어디에 있더라고 리카는 괴로워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 번 가본 적도 있는 미국에서 몇 달, 혹은 몇 년 정도 쉬고 오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물론 리카가 동의해야 하는 일이지만.

  “미국에서 리카가 원할 때까지 폭 쉬고 오자.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않아도 좋고.”

국내가 아닌 외국. 그곳이라면 765의 아이돌들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리카는 P의 품에 얼굴을 묻고 그 옷자락을 꼭 쥐었다.
그 곳에는 좋은 추억만이 있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P와 같이 처음으로 일했던 곳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프로듀서가 되어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일해준 곳이다.
그곳에서라면 이 사람과 같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미국에 갈래.”

그녀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전에, 자신이 되찾아 와야 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도시에 들리자 P.”
  “응. 그래야지. 미국에 가려면 여러가지로 준비해야하니깐.”

리카는 그 대답에 입술을 깨물었다.
무서웠지만 그녀에게서 자신의 반지를 되찾아와야만 했다. 그 반지만 되찾으면 더는 그녀들과 엮일 일이 없었다.
물론 P에게 소중한 사람들이니 가끔 마주치게 되겠지만 미국에서 갔다 온 다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그녀들도 자신의 연인을 포기할 것이다.



리카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음 날 P는 거실에서 자신의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 옆에는 리카가 눈치를 보며 앉아있었다.
아들이 갑자기 멀리 타지에서 오랫동안 있겠다는데 부모가 좋아할 리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P의 부모님들은 잠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다가 시선이 리카의 손에 닿았다.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답답하게 붕대로 감은 손. 
P에게서는 따로 왜 리카를 이곳으로 데려왔는지에 대해서 들었다. P와 오랫동안 떨어지는 것은 부모로서 서운하지만, 며느리가 될 것이 확실한 아이의 안식을 위해서니 나쁘지 않았다.

  “뭐, 지금 시대에 미국 정도야 갔다 와도 좋지.”
  “그럼요. 지금이 뭐 옛날하고 갔나요. 마음만 먹으면 하루면 다시 일본에 오고, 연락도 바로바로 할 수 있는 데요. 그래, 둘이 잘 갔다오거라.”

흔쾌히 웃으며 허락해주는 부모의 모습에 리카는 진심으로 두 사람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애가 갑자기 왜 운데. 너무 그렇게 신경 쓰지 말고 이번 기회에 푹 쉬고 오거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P가 그러던데.”

친딸처럼 다독여 주면서 P의 어머니는 리카를 안아주었다. 그 날 오후 두 사람은 짐을 챙겨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챙겨야 할 것들이 있었다. P는 조수석에서 잠든 리카를 보며 웃었다. 미국. 그곳에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것 같았다. 

  “리카, 이번에는 꼭 행복하게 해줄게.”

하지만 그전에 우선 해야할 일들이 있었다.
철판으로 고정하고 있는 리카의 손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는 반지가 사라져있었다. 그곳을 리카는 많이 신경 쓰며 낙담했다. 
커플링을 잊어버린 것이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더 이상 커플링에 신경 쓸 필요 없어 리카.”

그곳에는 이제 다른 반지가 끼어질테니 말이다.
일주일 정도면 리카의 손이 낫는다했다. 그전처럼 움직일지는 모르지만, 그것까지 신경쓰지는 않는다. 그저 반지만 낄 수 있으면 된다.

  “결혼반지는 어떤 게 좋을까?”

준비가 끝나고 리카의 손이 낫는 대로 바로 리카에게 프러포즈할 생각이다. 커플링과는 비교도 안 되는 좋은 반지로.
아직 어떻게 프러포즈할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시간 적 여유는 있었다.
하지만 그전에 자신 선에서 끝내야할 일도 있었다.

  “유키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제 끝내야겠지.”

아직 세간에는 유키호와의 연인사이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프러포즈하기 전에 먼저 그것부터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보일만큼 리카를 괴롭히는 존재에 대해서도 조사해야만 했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P는 765의 사람들이 아닐까하는 의심도 하고 있었다.
자신과 제일 가깝고, 리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거기다 리카가 765의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것을 보고 반쯤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 동안은 믿고 싶지 않아 외면하고 있었지만, 이번 리카의 일을 계기로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범인을 찾는다 해서 어떻게 할지 그 또한 정하지는 않았다.
단지 만일 그녀들 중 하나였더라면 믿었던 만큼 리카에게 큰 상처를 준 그녀들 중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

한 동안 톱 아이돌의 사랑을 안 올렸다는 걸 잊고 있었군요.
이제 비축분도 떨어져 가니 쓸쓸 써야겠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