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힛키마스 4

댓글: 1 / 조회: 2033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1-17, 2015 22:07에 작성됨.

뚜벅뚜벅.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는다. 엘리베이터는 고장난 모양이다. 이거, 무거운 짐들 옮길 때는 대체 어떻게 했을까? 설마 손수? 이삿짐 센터분들, 고생 좀 하셨겠네
 
765 프로의 문을 똑똑 두드리고 나서 들어가자, 좁은 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어린 아이돌들은 뛰어놀 수 있을만큼 꽤 넓은 공간이 드러난다. 적어도 내부 시설만큼은, 형편없는 약소 기획사 수준은 아닌 모양이네
 
"어라? 오빠, 누구누구? 손님? 그런 말 못 들었는데?"
 
"혹시 누군가의 팬?! 그렇다고 해도 멋대로 들어오면 안 되는 걸!"
 
갑자기 나타난 것은 후타미 쌍둥이 자매. 머리를 묶는 방식에 따라 차이를 두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 나는 지난번에...여기 사장님의 명함을 받은 적 있거든"
 
명함을 보여주마 쌍둥이는 호오~ 하고 말하더니,
 
"릿짱! 사장님이 말했던 그 사람, 진짜로 왔어!"
 
"부족한 일손을 도울 아르바이트생이야~!"
 
릿짱? 그러자 찾아온 건 파인애플 머리에 안경을 쓰고 검은색 바지정장이 잘 어울리는 미인이었다
 
"이 녀석들! 릿짱이 아니라 리츠코 씨라고 했지! 아, 어서와요. 분명 히키가야 하치만이라고 했던가요? 사장님에게 들었던 대로의 특징과 일치하네요"
 
"......그 들었던 특징은, 제 썩은 눈과 바보털에 관한 겁니까?"
 
"......에에, 그, 그건 말하기 좀 그렇달까?"
 
정답인 모양이구만. 안에는 전원 여성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금남의 구역에 발을 들인 느낌. 마치 동물원의 철창 속 원숭이가 된 듯한 감상도 없잖아 있지만. 그때, 한 사무원이 내게로 서류를 들고 찾아왔다. 분명, 지난번에 아마미 하루카와 함께 CD를 직접 팔고 있던 그 사무원이다
 
"아아~ 이제 막 찾아온 사람에게 이런 부탁해서 미안하지만, 지금 일손이 부족해서 그런데, 바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예...물론.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온 거니까요"
 
사무원의 이름은 오토나시 코토리라고 한다. 아이돌은 아닌 모양인데, 아까 저 릿짱 아니 리츠코 씨라는 사람도 프로듀서겠지? 전원 미녀에 미소녀들 뿐. 지금 이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사장님 혹시 취향이...?
 
내가 맡게 된 일은 간단한 서류 정리다. 스케쥴을 확인하고, 다들 잘 볼 수 있게 화이트 보드에 작성하는 것과 동시에 가끔씩은 전화도 받는, 꽤 업무가 많다. 약소 기획사인데도, 관련 서류는 대체 왜 이리도 많은 것인지,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일하면서 슬쩍 시선을 돌려보면 아마미, 키사라기, 키쿠치는 없는 듯 했다
 
일단 현재 있는 건 후타미 자매, 미나세, 타카츠키, 그리고 가나하 뿐인가? 한 명 더, 호시이...라는 소녀가 있을텐데, 그 소녀는 자고 있는 듯 했다. 소파에 푹 누워서 자고 있었다. 여유롭구만, 이 녀석
 
"다녀왔습니다~ ...히익?! 나, 남자!"
 
"아, 맞다~! 유키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
 
리츠코 씨가 이마를 탁 치며 아깝다는 듯이 말한다. 하기와라 유키호. 765 프로의 아이돌. 다만, 지금 그녀의 반응으로 보아,
 
"혹시...남성공포증입니까?" 작은 목소리
 
"예, 예에...그런 입장이라서, 조금 섬세하게 대해주셨으면..." 작은 목소리
 
"아니, 여성 아이돌의 경우 남성팬이 훨씬 더 많을텐데, 싸인회나 악수회 같은 건 어쩌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작은 목소리
 
"아이돌을 선택한 건 사장님이라구요. 그리고, 저 아이도, 자신의 그런 체질을 고치기 위해서 아이돌이 되겠다고 한 것인지라...그 의지를 보지 못한 히키가야 군은 납득하지 못 하겠지만...일단 한 번 지켜봐주지 않을래요?" 작은 목소리
 
진짜 남성공포증이라면 당장 정신병원부터 가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스스로를 바꾸고 싶어서라는 이유라면 조금은 대견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다행히 보코데레(폭력 히로인)는 아닌 모양이고, 그저 겁 먹고 물러나는 것 정도일까?
 
"유키뿅! 앞으로 저 오빠가, 우리 사무소에서 일하게 될 아르바이트생이래!"
 
"지금이 기회야, 유키뿅! 한 번 직접 다가가봐!"
 
"아, 응...!"

결심을 한 듯, 그녀는 주방 쪽으로 향하더니, 나무 쟁반에 찻잔을 따라서 가져왔다
 
"여, 여기...차 드시면서 하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내가 재빨리 받아가지 않으면 쟁반을 떨어뜨릴 것 같았다. 정말로 이런 아이돌로 괜찮은 건가, 765 프로? 방송에서도 이랬다간 방송사고 정도로는 안 끝날텐데?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태도는 가상해. 하지만, 사장님을 제외하면 거의 금남의 구역에 가까운 이곳에서, 고치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게다가 이미 데뷔한지 반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저 상태라면 무리야'
 
원래는, 키사라기를 부탁받아서 찾아온 거고, 이건 아르바이트생이 할 일이 아니라고도 생각되지만
 
"저기 하기와라 씨"
 
"아, 네, 넷!"
 
"당신은, 어떻게 해서 남성공포증에 시달리게 된 겁니까?"
 
하기와라는 우물쭈물 거리다가 내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저, 정확히는...제, 제 소심한, 성격 탓이에요...저, 저는 하는 일이...잘 안되면, 쉽게 낙담해버리고...울어버려요...끈기도 부족하고, 낯가림도 심하고, 소극적인데다가 부끄럼도 심해서...트, 특히 남성과 개를 두려워하는 탓에...이 둘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에요..."
 
정말로, 그녀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스스로가 답답해서. 마음과 달리 몸이 안따라주는 상황이 억울해서. 변하고 싶은데, 변하지 못 하는 자신이 한심해서
 
"죄송해요...이런 못난 아이라 죄송해요...!"
 
"아니...하기와라 씨, 당신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을 싫어한다. 귀찮게 엉겨붙는 사람은 더욱더 그렇다. 노력해도 안 되면 그냥 포기하라고 말하며 끝내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렇지만, 눈 앞의 하기와라 유키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 분명 자신의 성격 탓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그녀가 아이돌 같이 대중의 시선에 굉장히 민감한 직업을 선택해 이미 데뷔까지 했다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용기를, 그 노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특히나 그녀가 말한 자신에 대한 평가는,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만든다. 나도, 어렸을 적에는 저런 식으로, 자신이 외톨이인 것을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자책한 적이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것 상관없이, 외톨이는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아 그만두게 되었지만......그녀를 보고 있으면 그때의 내가 떠올라 조금은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동정도, 분노도 함께한다.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으면 더 화가 나서 큰 소리를 내버릴 것 같다
 
'이딴 생각이나 하다니...어지간히도 답이 없는 놈이로구나, 나도...'
 
그래도, 해야 할 일은 정해졌다. 후배의 뒤치다꺼리도 겸해서, 하기와라 유키호의 남성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한 훈련을 돕기로 결심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남성공포증을 이겨내는 것, 도와드리겠다구요"
 
"......예?"
 
"계속 그런 식으로 있으면, 남성공포증은 둘째치고, 기본적인 사회 생활조차 불가능하게 될 겁니다. 일단, 벽을 사이에 두고, 남자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시죠"
 
나는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가 아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이런 공포증을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선 체계적인 과정과 긴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인식하고 있다
 
"무서운게 있으면 안 보면 되는 겁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하나씩 해내가죠"
 
"......네, 감사합니다!"
 
동료들을 도움을 받아 눈물을 그치는 하기와라. 나는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싫어하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모른 척 할 수 없다
 
 
 
 
남성공포증이라면서 프로듀서와는 아주 빨리도 친해지더구만, 뭘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