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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X40k 유니버스] Guns and Flowers 2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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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3, 2013 13:43에 작성됨.

음........ 2주되기 2일 전 되기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어탐과 RC, SJ!를 위시한 미애니, 밀린 일애니, 그리고........



끝물탄 배틀필드 3!!!!!!em13.gif 어째 이거 하면서 옛날 얼왕 시절 와우 덕분에 노라이프 테크를 탄 제가 떠오릅니다. 참 더럽게도 많이 쉬었으니 다시 글을 써야겠죠. 정확히는 뭐 두세번 갈어엎은 것도 있지만.......


변명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고, 본편 나가겠습니다.



Guns and Flowers 21편



새벽의 안개가 드리운 세상의 표면 위에서 웅성이는 문명의 빛이 반짝이니, 그것을 등대불처럼 따라 옅은 물기를 띈 바다를 헤엄치는 강철의 괴조가 날아가 사라졌다.


이 대륙의 방면에서는 가장 거대한 도시이자 행성의 수도라고 하지만 그 빛은 섹터의 수도성에서 발하는 찬란한 야경에 비한다면 한낱 마을에 불과한 수준이였다.

물론 그 발전상이야 섹터의 수요량을 고려한 농업 행성에 걸맞으니 자연스럽다고 칭해도 되었다. 수수하고 절제되었지만, 신민들이 하루의 생활을 영위하는 느낌을 멀리서도 풍기고 있었으니.


그렇기에 이렇게 많은 병력이 집중되는 것은 한없이 부자연스러우며, 몇몇은 그에 경계감을 느끼고 주변을 주시하려 들었다.

그것은 하나의 징조였다. 전쟁과는 거리가 가까우면서도 먼 인류제국의 한 영토이기에 드물지는 않은 모습이라 하지만, 그것이 재앙을 불러오는 경고라고 일컬기에는 아직까지 긴장감의 정도가 부족하였다.


경무장한 군인들 수 명이 빛의 연속을 따라 걸으며, 그들의 행동 스스로를 조심하며 아직까지 드러나지도 않을 적을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바르고스 섹터에 소속된 평범한 농업 행성이였건만 이들 중 그 누구도 이곳을 고향이라 부를 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엄연히 파병군에 속하는 자들이였지만, 최대한 민간과의 접촉을 피하는 그들과는 달리 순찰병임에도 불구하고 주둔군으로써 살짝 풀어진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전투 하나 없는 행성에서 주둔하는 병사로써 보여줄 당연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곧 다가올 교대 날짜와 함께 열리는 추수절의 축제에도 불구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자들이 더 이상하다고 할 수가 있을까.

충분히 이상하다고 점쳐질수도 있지만, 이들의 정체만이 모든 것을 설명하였다. 진홍빛과 흑색의 카라페이스 아머를 입고, 고출력 라스건으로 무장한 정예병들이 이어지는 도로의 한켠으로 집결하기 시작하였다.


섹터 신민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경지 위의 외곽의 고속도로는 광채의 연속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줄지어서 기동하는 차량들의 전조등이 어찌나 밝았는지, 다른 곳은 새벽의 기운에 잠식되어 있지만 도로만이 대낮처럼 밝았다.

그에 반해 옅은 어둠과 빛 사이에서는 피로에 절은 바르고스 섹터 출신의 지원병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임무 하나하나에도 꼼꼼하게 명령이 하달되었건만,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사실에 그들은 의아함을 교환하며 스쳐지나가는 차량들을 지켜보았다.

대체, 자신들을 이곳에 불러놓고는 어떤 상세한 명령과 정체를 밝히지 않는 자들이 누굴까 의견이 분분할 뿐이였다.


어리버리한 그들 중 일부는 불안함을 느끼며 안개 바깥을 경계하려 들었지만, 상당수는 그저 그런 운없는 하루의 시작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가지려고 들었다.

그들의 앞에는 안개가 드리워 모든 것을 가렸다. 그러나, 빛 또한 명확하게 비추어져 세상의 실루엣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로써 잠시나마 걱정을 집어치우며,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히려 교대하기 바로 전날에 즐길 축제에 더 관심사가 쏠렸다고 보아도 좋을 지경이였다.

불길함이 고조되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지식 없이 느끼는 자는 몇 없었다. 그들의 부류만을 따져본다면 대부분이 임페리얼 가드 소속 파병군이거나 이단심문청의 하수인일 것이지만, 소수는 그들에 떠밀려서든 눈치채며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이 선택받았다고 해야만 할지, 아니면 저주받았다고 해야만 할 지는 오직 살아남는 자들만이 답할 것이다.




며칠 뒤에 추수를 기념하며 성대하게 열릴 축제에도 불구하고 이 행성의 활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기본적인 테라포밍만을 마친 탓에 행성의 계절과 주기는 철저히 상식에 벗어나 있었지만, 단기간 주둔을 상정하고 파견된 군인들과 이단심문청의 병력은 그런 문제는 상관없는 모양이였다.


카라페이스 아머로 상징되는 정예 중보병들이 불빛들의 나열에 수신호와 무전으로 응답하였다. 그들의 확신하니 제국의 군인들은 명령을 따라 행동한다.

양옆으로 그들을 세운 도로를 따라 2열 종대로 기동하는 타우루스 강습차량들의 대열을 유지하고 있었다. 철저히 호위 대열을 유지하며 명령과 지휘에 따르는 자들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치 않을 기세였다.

말없이 묵묵히 최측근에서 인퀴지터의 곁을 지키는 오르도 제노스의 하수인이든, 아니면 징집되어 불평과 함께 신경을 곤두세우는 임페리얼 가드의 병력이든 그 예감과는 상관없이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 누구든, 대부분이 바르고스 섹터 소속인 주둔군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지금 그들의 눈에는 오직 풀밭의 바다가 물결치는 고요만이 보였다.


추수절이 시작되기 직전, 수확한 대부분의 곡물들과 과실, 야채들을 로그 트레이더 가문을 통해 수출시킨 탓에 도로로 갈라진 양옆의 농경지는 텅 비어있었다.

전원적인 민간 양식의 커다란 합판 건물 몇 채, 제국 표준으로 널리 보급되어 사용되는 랜드 크롤러 수 대가 눕힌 원통처럼 말은 건초더미와 함께 주차되어 있었다. 바르고스 섹터답게 대부분의 주민들이 도시에 생활권을 두어, 1개 중대를 훨씬 뛰어넘는 동원 병력의 행렬에도 단 하나의 이목도 주어지지 않았다.


도로상에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은 1시간에서 오차 10분 내.

도시의 규모도 규모였건만 바르고스 섹터의 곡창들 중 하나답게 농경지의 넓이는 주변의 언덕과 산맥만 아니였다면 끝없이 확장되었을 분위기였다. 안개 너머에 아른거리는 강물과 작은 다리만이 그나마 타우루스 강습차량 중 한 대에 탑숭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앞으로는 수 대, 뒤로는 수십대의 동종 차량들이 깔린 막힌 시야에서 운전병만이 그 앞을 보고 있었다. 광택없이 긁힌 흔적들이 가득한 짙은 올리브색의 플랙 아머를 입고 옅은 카키색의 전투복을 입은 군인들을 대신해, 그 스테레오타입을 단 한 명에게 남겨둔 채로 나머지 두 인원은 개성을 넘어 괜찮나 싶은 수준으로 군장을 맞추었다.


다행히도 전투병으로 보이는 다른 사내는 그럭저럭 용납되는 복장이였다.

본래 짙었으나 물감이 빠진 짙은 색의 캔버스 재질의 사복에 패드나 장갑판을 부착하고, 연녹색 및 황토색 계열의 처음 보는 다중-위장무늬(Multi-Camouflage)가 적용된 컴뱃 셔츠를 입은 모습은 이단심문청에서 고용한 용병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남겼다.


그것만이 앞에 탑승한 동행인과 동갑으로 보이는 청년을 설명할 모든 것은 아니였다. 유연하게 이어진 듯한 얇은 세라마이트 장갑판과 전술 조끼에 카멜백, 무전기 및 탄입대까지........ 헬멧없이 탄도 고글(Ballistic Goggle)만을 전투복에 안경다리로 끼우고, 불명의 총기가 장착된 왼팔에 부대 인식표를 대신해 흑색에 가까운 진홍색의 천자락을 묶어 둘렀으니 아무도 그에게 쉽게 묻는 사람들은 없었다.

단 한 명만이 그에게 말을 자주 걸 수가 있었다.




"저기, 혹시 질문해도 될까요?"

조수석에 앉아있던 사람에게서 곱고 세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오며 뒤에까지 닿았다.

헬멧을 쓰고 있어 머리 대부분을 가리고, 몸매 대부분을 가리는 전투복과 플랙 아머를 착용하여 그녀가 여군이라는 것을 짐작할수가 있었다. 스스로 라스카빈을 조수석 근처에 보관시켜 신경쓰고 있었건만 그 누구도 그녀를 제대로 된 군인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단심문청의 명령에 징집되어, 타 섹터에서 요청을 받고 연대 단위로 파견된 가드맨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고개를 떨었다. 그 모습을 그녀가 알아채지 못한 사이에 동갑내기로 보이는 청년이 입을 열었다.

"쓸데없거나, 아니면 이 차 안의 모두의 목숨이 위험해질 것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좀 아닌거 같군. 카터, 똑같은 주제로 수 번을 물어본다면 어떻게 답해야만 하나? 으휴........ 어쨌든, 자신을 한탄하든 아니면 진정하든 그냥 바깥 경관이나 좀 봐라."


운전병의 위험한 추측과는 달리 사내는 느긋하면서도 절도있는 자세를 계속 유지하였다.

부대 소속이나 계급도 명확하지 않으며, 그 '작자'들과 동시기에 온 것으로 보아 그들과 같은 소속임은 확실하였지만 존재의 인식조차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차라리 타 연대에서 임시적으로 징발시킨 숙련병이라고 하면 더욱 신빙성있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의 오른쪽에서 고개를 축 숙인 느낌을 확인한 다음, 윗쪽에 달아둔 백미러를 통해 바르고스 섹터 출신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헬멧을 벗는 모습에 저절로 시선을 주게 되었다.

몇 년 동안 사회와 격리된 운전병과 그녀는 인연이 전혀 없었지만, 별로 쉽게 찾아보지 못할 청초한 미모에 시선을 주지 않을 남자가 어딨겠냐고 생각하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습기가 약간 없지만 바깥쪽으로 대칭적인 균형을 유지한 속눈썹, 그 밑의 벽안과 녹안이라는 보기 쉽지 않은 두 안색을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띈 다음 좌측의 눈물점이라는 매력을 유지하였으니 조금만 더 내성적이였으면 운전병이 얼굴을 붉혔을 것이다.

문제는 그 특징들이 오히려 이곳에는 괴리감을 발하고 있었다. 차라리 외모를 가꾸고 성격도 차분하고 여성스러우니 맨정신으로는 임페리얼 가드에 지원하지 않을 중상류층의 자제라고 하는 것이 더 신빙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선천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회색기의 금발이 헬멧에 눌린 탓에 그녀가 머리를 손으로 만지는 사이에, 아예 왼팔을 차문에 얹는 시늉까지 하며 운전병은 없는 화제를 돌리려 들었다. "뭐, 그쪽이야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보쇼, 형씨."


"뭡니까." 뒷좌석에 앉은 청년은 무미건조하게 반응하였다.

소속을 밝히지 않는 자에게서 그 반응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와는 말을 터놓는 것은 마땅치 않은 면이 있었다. 몇 가지의 가능성은 있었지만, 물어보는 것도 단 한 마디가 아니면 상당히 곤란하였기에 말하고자 하는 것만 짧게 질문하였다.


"뭐, 이런 것을 물어봐도 내 모가지가 댕강하지 않겠습니다......만. 저 케이스가 내가 생각하는 거면, 혹시 저격수나 뭐 그런 겁니까?"


운전병의 질문에 카터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옆에서 능글맞은 인상의 군인이 말하자 호기심에 그의 총기를 찾으려고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지만 그가 찾는 듯한 '장총'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저 강대한 사내에게 굳이 다른 무기가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여겨졌다.

제국의 신민으로써 투사에게 대할 태도로써 당연한 것이지만, 어릴 적부터 그런 이야기들에 매료된 그녀에게 크나큰 가치로써 다가왔다.




뒤에서든 옆에서든 그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말없이 두어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요구한 것을 마치고 말았다.

"하, 내가 기대했던 것조차가 얼간이처럼 느껴지는군. 최소한 저격이나 지정사수 노릇을 할 때는 곁에서 떨어지십쇼."

애초에 비전투 임무로 이 행성의 땅을 밟게 된 카터는 왜 그가 저격수라는 사실에 운전하는 병사가 푸념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할수가 없었다. 들려진 이단심문청의 소문이야 흉흉하고 끔찍하지만, 그 청년은 강대하다고 칭할수 있으며 결코 위험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야, 아씨 차례가 되었으니 좀 털어놓아봅시다."

"예? 그게 무슨........" 카터는 뭔가 싶어서 바로 왼쪽을 보며 설명을 요구하려 들었다. 다만 돌아온 것이라고는 덩치 큰 운전병이 오른손가락을 스치는 소리로 튕기는 흉내를 내며 말을 덧붙이는 거였다.


"내 잣대이긴 하지만, 몇 년동안 아씨같이 곱상한 여자가 임페리얼 가드에 지원병으로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단 말입니다. 있어봐야 그냥 행정부 머저리들이 보낸 얘들 뿐이지만........ 뮤니토리움과 한패들이야 그 새끼들은."

마지막까지 뮤니토리움에 대한 평소의 악감정을 흘리며 여유롭게 대답하였다. 직후 바로 오른쪽에서 따가운 듯한 느낌이 뺨 사이로 들었건만, 근육과 함께 넉넉한 덩치를 지닌 운전병은 그 풍채에 걸맞게 남의 시선나 기분에 쉽게 신경쓰지 않았다.


카터는 그의 말에 뭐라도 반박하고 싶었건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모조리 맞아떨어지기에 맞받아칠 문장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부심을 지닐 임페리얼 가드 소속도 아니고, 가드맨들에게는 비웃음을 살 지언정 여전히 으름장을 놓을수 있는 파병군 소속도 엄연히 따져보면 아니였다. 애초에 플랙 아머를 입었을 이유가 그와 함께 찾아온 이단심문청의 존재가 아니였다면 과연 존재했을까.


단 4주간 파병군의 뒷바라지를 담당하는 제국 행정부 소속으로 카터에게 주어진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저, 파견대에 속해 허드렛일이나 하고 도우며 경험과 돈을 좀 벌까 싶은 마음에 레빈스 항성계의 번성하는 농업 행성에 발을 들인 것이였다.

만약 그녀가 명부상에만 등록되어 있는 싸이커가 아니였더라면, 애초에 이단심문청의 존재도 직접 인지하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라면, 명부상이라는 말에 걸맞게 발현되는 능력의 빈도도 매우 낮고 그 능력도 직간접적인 수준이 아니라 단순히 신원 신고만을 요구하는 육감에 가까운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징발이라는 말에 걸맞지 않게 그냥 일차원적인 거절의 기회도 있었지만, 정신나간 오기라고 칭할지도 모를 의지와 계기만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최전선과 비슷한 분위기와 풍채를 지닌 행성에서 여린 마음에 긴장하고, 심지어 다칠지도 모를까 걱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

무엇이 자신을 이곳까지 이끌고, 심지어 가끔씩 후회하거나 두려움을 살 지어도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




"대답이 안 나오네. 아니, 애초에 이런 아이를 왜 그치들이 요구하는 것인지. 요새는 제대로 된 놈들이 다 맛이 갔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아, 그쪽 이야기는 아닙니다."


"뭐. 이해합니, 아니 알겠다."

그의 무례할수도 있는 태도에 앞서, 오히려 주변에 듣고 있는 사람이 없나 콜사인 'Dagger'의 사내는 불안한 탓에 쓸떼없이 옆을 두리번거렸다. 그때서야 시속 50km로 기동하는 타우구스 강습차량에 있다는 것을 다시 자각할 쯤에, 설마 울고 있나 싶어 묵묵한 카터의 뚜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요. 제가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지원하고 수락해서 왔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비교는 할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담담한 듯 보이지만,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청년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과는 달리 운전병의 얼굴은 입만 벌리지 않았을 뿐이지 아연실색하여 굳고 말았다.

운전대를 잡던 두 손을 제외하고는 오직 그의 두 눈만이 함께 움직였으며, 단순히 자신이 몰아붙인 데에 대해서 반발력이 작용하는 것이라 믿고 싶었다.


"아니, 솔직히. 내가 뭐 말했던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말할테니 솔직하게 말해 보십쇼."

4년이 넘는 세월을 임페리얼 가드에 복무한 운전병이였지만 그녀에게서 이런 대답을 들을 거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하였다.

물론 그가 이렇게 대답하는 모습을 다른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한 것은 아니였다. 그저, 전쟁터에서 앳된 보충병이 고장난 녹음기마냥 약간의 경직과 함께 계속 읆기에 충분한 말이라 그는 당황하며 운전대에 더 힘을 주었다.


설마 저것이 진심으로 한 말일까 싶어 의심하던 운전병이 딴청을 부렸지만, 그녀는 헬멧을 품에 안아 두 팔로 둥글게 감싸며 대답하였다.

"전 솔직히 말한 건데요. 그래도 그 말이 맞긴 맞아요. 물론 저도 일주일 뒤에 고향으로 돌아갈텐데 굳이 위험한 일은 하고 싶지도 않고......."

약간 주눅들은 모습으로 그녀의 정체에 확신을 가졌지만, 그녀가 스스로 대답하며 운전병에게 대답하려 들었다. "그래도, 남들도 분명 자랑스럽게 여길 텐데 저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말이예요. 분명 다른 사람들도 자부심을 가질 거라고 믿었는데....... 안 그런가요?"


그녀는 열의를 띈 채로 대답을 이어갔다. 이런 경험은 거의 처음이라고 만날 당시에 스스로 털어놓았건만, 이렇게 들뜬 모습이 과연 좋다고 해야 할지 '대거'는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제국의 신민으로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었으며 '대거'도 그런 주류의 하나로 속하였다. 그들의 신념에 대해서 어떠한 의심도 없이, 청년은 자신의 의지로 이단심문청에 발을 들인 것처럼 따르고 믿었다.

하지만 몇몇은 순수히 긍정만을 주지는 못할 것이였다.
그들은 제국의 가치를 따르는 전쟁을 겪었으며, 그 신념의 추종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거'는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잠깐의 의심이 곧 제국에 대한 반역이며, 나아가 신념에 대한 배반이라 스스로를 다잡기를 반복하였다.

어차피 자신의 신념을 불어넣은 탓에, 그녀가 격양된 것에 뭐라 탓하든 결국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꼴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아........ 그래, 그래. 일주일, 일주일이라....... 그냥 행운을 빈다. 그것밖에는 내가 할 말이 없다고. 그냥 댁도 말하지 맙시다."

대답을 대신해서, 카터는 평상시처럼 조신하거나 격양된 듯한 표정이 아닌 떨떠름한 표정으로 헬멧만을 보고 있었다. 마치 못 볼것을 본 마냥, 처음에는 덩치 큰 사내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똘망한 두 눈으로 가끔씩 힐끔 쳐다보는 것조차 그만두고 말았다.

환멸감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여전히 두 눈은 기품으로 빛났지만, 처음 접하는 이야기에 불안감이나 두려움은 점차 빛나는 오른쪽의 벽안과 함께 자라기 시작하였다.


이 의식 속에서 그는 되물었다.
모든 신민들처럼 제국에 충성을 바치고, 인류를 수호한다는 신념이 이렇게 의심받아도 생각되는가?


'단검'은 그것을 부정하였다.
이단심문청 신속대응팀 소속으로써, 일주일간의 단기간 작전에 투입된 제이콥 칼카스 'Callsign : Dagger'는 자신의 신념이 의심으로 더럽혀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옳다고 생각되는 일에, 더 이상의 부정이 필요할리가 있겠냐고.

그 날이 모든 것의 시작이였다, 그렇게 돌아온 그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시작에도 불구하고 더 이어진 세월동안 그는 스스로 달라졌다고 전혀 믿지 않았다. 오히려, 그 날과 함께 벌어진 '사건'들로 인하여 자신의 신념을 확신하였으며, 그것의 끝과 함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이끌어야만 한다고 믿었다.

출세가 보장된 편한 길을 포기하고 이단심문청으로써 자신의 뜻을 펼 길을 택했으니, 그것의 끝이 이단심문관의 인장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바르고스 섹터에서 비극을 추모되어 기려지는 레빈스 항성계의 마지막이 지닌 첫 번째 날. 그리고 6년과 반 년의 세월이 더 흘러갔다.




"바르코나르, 바르코나르 씨. 그만 자고 좀 일어나 보세요."

지난 밤에, 테러에 가까운 카터의 갑작스러운 배달물 탓에 잠을 설쳐 그는 짧은 시간이나마 쉬려 들었다.

그 내용물을 보고는 결코 며칠의 노력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잠으로 넘기려고 들었지만, 지금껏 그것을 만들기 위해 쏟아부었던 시간이 아까운 그녀가 독한 마음을 품은 모양이였다.


몇 년동안 기억나지도 않고, 기억하려고 들지도 않았건만 바르고스 프라임에서 그녀와 재회하였을 때부터 그녀는 레빈스 항성계를 언급하였다.

이제는 잊혀지고 언급을 꺼리는 땅이 되었지만, 그는 극소수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생존자'라 스스로를 칭할수 있는 자였다. 생존조차 저버린 채로 신념에 따른 의무로써 행동하였으니, 하나의 항성계가 지옥이 되었어도 추적을 이어갈수가 있었다.


그 뒤로 6년이 지났다. 당시에는 시야에 벗어나 방향만으로 가늠할수 있었던 것은 이제 눈앞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되는 수준까지 다다르고 말았다.

전과는 달리, 이제는 자신이 직접 지휘하며 그동안의 고생을 치루게 만든 대가를 향하게 나아갈수가 있었다. 단 한가지 들이닥친 새로운 장벽이라면, 그 직위와 현재 상황에 걸맞게 커다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였다.


그 인내심의 영향력은 가끔씩 이해할수가 없었지만, 최소한 민간 쪽에서 활동하며 그에게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바르고스 프라임에서의 첫 작전으로 며칠간 제대로 누워본적도 없었으니, 그나마 아침과 정오 사이의 햇살이 쏟아지는 때에도 태연히 눈을 감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였다.

급하다면 그가 무리하는 수도 있겠지만, 며칠 뒤에 길거리에서 과다출혈 수준의 코피와 함께 엎어져서 쓰러지는 것만큼은 원하지 않았다.


몇 초가 지났는지, 아니면 몇십분이 지났는지는 눈을 떠야만 알아챌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깨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계속된 철야 작업과 작전의 구상, 그 모든 것에서 해방될수는 없었으니 이렇게 짧은 시간이라도 쓰고 싶어하였다. 바로 앞에서 심드렁진 목소리로 그 누가 부른다고 해도, 상관하고 싶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마침내, 바르고스 프라임 출신으로 자주 보게 될 지적인 여인이 참다못해 빽 소리를 지르는 수준이 되어야 눈을 번뜩 뜰수가 있었다.




예........ 레빈스 항성계(과거 회상) 플롯을 완성하니, 이 파트를 떼면 아예 한 편의 밀리터리 소설이 완성될거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만약 분리되면 이쪽보다는 본진(타입문넷이나 조아라)쪽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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