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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죄송하지만 사직하겠습니다.」 미시로 「......」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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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7, 2015 05:47에 작성됨.

미시로 「이유가 뭐지?」

 

대표이사실 안의 그녀는 앉은 채로 책상 위에 올려진 서류를 바라보며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P 「제게...... 프로듀서로써의 능력이 없다고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안경을 끼고 서류를 바라보던 눈을 P에게 향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평소에도 그녀의 눈은 매섭다는 수준을 넘어 차갑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으므로, 그녀의 집무실에 이렇게 불려간다는 건 346 프로덕션 내의 어떤 직원도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눈은 그럼 차가운 영역을 넘어서 절대영도 수준의 따가움을 가지고 있다고 P는 생각했다.

 

미시로 「난 돌려 말하는 건 질색이니 본론부터 말하지. 사표를 물리게.」

P 「......」

미시로 「확실히 얼마전까지는 신데렐라 프로젝트 담당이었던 타케우치 프로듀서와 대립각을 세우긴 했다만, 지금에 있어선 그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지. 즉, 난 사사로운 감정따위로 사익(社益)을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P 「......」

미시로 「그런 내가 따로 자네를 여기 불러서 사표를 반려하고 있어.」

P 「저도 많은 생각을 하고 내린 결정입니다.」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짓고선 다시 서류 쪽으로 눈을 돌린 그녀는 약간 가시돋힌 말투를 하기 시작했다.

 

미시로 「호죠 카렌을 발굴하여 여기까지 키워온 건 자네의 능력 덕분이야. 그녀의 약한 체력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독보적이지. 내가 그녀를 트라이어드 프리머스에 넣을 수 있었던 것도 다 자네의 프로듀싱 덕분이야.」

P 「과찬이십니다, 전무님. 우리 프로덕션 소속의 다른 프로듀서 분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미시로 「아무래도 결심이 굳은 것 같군. 뭐, 좋아. 이 이상은 시간낭비인 것 같군. 카렌의 담당은 내가 알아서 교체하도록 하지.」

P 「감사합니다.」

미시로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인가? 고국으로 돌아가려고하나.」

P 「일단은 그렇습니다. 부산에 안 간지도 오래되었으니깐요.」

미시로 「혹시나해서 말해두지만 난 자네가 한국인이라고 차별하거나 그런건 없어. 그러니까......」

 

미시로 전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으로 안경을 벗으면서 뒤의 석양을 비추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석양은 아까보다 한층 아래로 내려가버려서 정확히 해의 절반만이 이 도시를 비추고 있었고, 전무를 바라보다 문득 그 석양을 바라보게된 남자는 순간 자신의 마음도 저렇게 절단이 나버린지 오래라는 잠깐의 한탄이 머릿속 휘젓다가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미시로 「1년 정도 쉬다가 생각이 바뀌면 날 찾아오도록. 받아들여줄테니. 자넨... 으흠. 어쨌든 그렇다는거야.」

P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미시로 전무는 남성과 마주볼 수 있게 몸을 돌린 후,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동작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사무적인 동작이었고 흔히 생각하는 따뜻한 미소와는 전혀 거리가 먼 차가운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미시로 「이 시각부로 346 프로덕션과의 계약은 종료되었습니다. 그동안 귀하와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도 346 프로덕션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P 「아, 저기... 음...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시니 다, 당황스럽네요...」

미시로 「당신은 이제 외부인이니깐. 그럼 나가도 좋아요.」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남성을 확인한 미시로 전무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미시로 「아까운 인재 하나를 잃었군. 한 몇년만 있더라도 부장 자리를 내어줄 정도로 아까운 인재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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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휴우......」

 

그는 대표이사실을 나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한숨을 쉰 것일까.

대표이사와의 대화가 끝난 뒤의 해방감을 느꼈기 때문인지, 드디어 일본에서의 생활이 끝났다고 느꼈기 때문인지는 그 자신도 몰랐다.

 

조용히 복도를 걸어나와 아래층에 위치한 휴게실로 이동한 그는 커피 자판기에서 50엔짜리 싸구려 밀크커피를 뽑아서 근처 의자에 앉았다.

여기서 항상 마시던 그 밀크커피 또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각별하다는 느낌도 받은 그였지만, 것보다는 또다시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와의 만남을 항상 꺼림칙하게 생각하며 마치 불순물을 보는 듯한 시선을 한 그녀.

호죠 카렌과의 여러가지 기억들.

프로듀서라는 직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대면을 한다며 대놓고 불쾌한 시선과 대화를 늘어놓는 그녀와의 기억은 그에게 대부분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물론 그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초월하여 호죠 카렌이라는 여고생은 자기 프로듀서를 폐기물 취급을 한 것이다. 심지어 누구의 앞이던 관계없이.

아침에 시작되는 일정 설명도 그와 얘기하면 김치 냄새가 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서로 대화하지 않고도 일정을 알 수 있게 서면을 작성해두어야 했으며, 이동 중에는 무조건 뒷자리에 혼자 앉아서 창문을 열고 갔다. 트레이너 도중에 목이 마를까봐 준비한 음료수도 마시기 싫다며 거부했다.

 

P와 그녀가 함께하는 일정엔 그 어떤 대화나 접촉도 없었다.

아마도 적과의 동침이라는 느낌이 그런게 아닐까.

 

그런 주제에 다른 남성 프로듀서에게 그야말로 아양을 떨면서 자기를 프로듀서 해달라며 얘기하는 꼴을 보게 되면 아마 누구라도 심해로 끈적한 검은 액체가 육체를 뒤덮어 끌고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그는 생각해보았다.

 

P 「(아무 잘못도 한게 없는데 말이지...... 역시 한국인이라는게 눈에 많이 거슬렸나......)」

 

커피잔을 홀짝이면서 다시한번 카렌의 그런 태도가 한국인이라는 태생때문에 그런 것인지 생각해보던 그는 머리를 붕붕 휘저으며 여러 생각을 떨쳐낸다.

 

P 「(집에 가자......)」

 

그가 떠날때 배웅해준 것은 그저 일주일 뒤에 태풍이 올라온다는 기상뉴스을 알리는 텔레비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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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후우......」

 

오늘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집으로 가는 길.

걸어가면서도 휴대폰으로 학교 친구들과 문자를 하는 카렌은 여러가지 불만들을 친구에게 털어놓는다.

 

카렌 「칫, 왜 나만 그런 뚱보에다가 못 생긴 남자를 붙여놓은거야. 게다가 한국인이라니. 짜증나 정말......」

 

평소의 그녀라면 아마 그를 무시하며 인생에서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살아갈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입원생활을 줄곧 해오던 시절에 가지게 된 꿈인 아이돌이 있었고,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역겨운 스케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딱콩]

 

카렌 「아얏!」

나오 「그런 말 하는거 아니랬지?」

 

카렌이 머릿속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뒤돌아보자, 거기엔 늠름한 자세로 서있는 카미야 나오가 있었다.

 

카렌 「아야야... 내가 무슨 소릴 했다구......」

나오 「네 프로듀서 씨가 얼마나 네게 잘 해주는지 좀 깨달으라구.」

카렌 「뭐어야. 평소엔 나랑 린한테 엄청나게 당하는 주제에 이럴때만 언니 노릇이야?」

나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P 씨만 불쌍하지... 쯧쯧. 내가 P 씨였다면 진작에 한국으로 갔어.」

카렌 「후우... 제발 좀 가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프로덕션 내에 인기있고 잘 나가는 A 씨한테 프로듀스 받는거야!」

나오 「쯧쯧.」

카렌 「뭐엇?! 내가 A 씨한테 프로듀싱 받으면 지금보다 잘 나가게 된다니까? 오히려 그 역겨... 흠흠. 아니, 지금 프로듀서가 내 발목을 잡는거지.」

나오 「네에네에. 언젠가 울지만 말아라.」

 

그리고선 그 둘은 평소대로의 귀갓길 풍경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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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드디어 팬픽을 쓸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연중된 것들 한 편씩 써서 올릴겁니다. 끼얏호우!!

 (역전재판 팬픽은 너무 어렵네요. 이건 다시 다듬을 필요가......)

 또한, 이 팬픽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결말대로 날 예정이니 싱겁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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