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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마미] 소악마들의 인공호흡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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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9, 2012 00:57에 작성됨.

   “웃우……. 더, 더 이상은 못해…….”
   야요이는 모래사장에 팔을 축 늘어뜨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다리도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야말로 전신에 힘을 뺀 상태다. 숨이 차 야요이는 계속 헐떡였다.
   그 옆에 아미와 마미 쌍둥이가 교관의 눈빛으로 서있었다.
   “야요잇치 대원, 좀만 더 하면 수영 마스터가 될 수 있어! 어서 일어나!”
   “우리에겐 저 먼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고!”
   눈을 반짝이며 둘은 열혈 스포츠물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정작 야요이는 병자 다큐를 찍고 있었다.
   쌍둥이는 야요이에 대한 감동 때문에 필사적으로 야요이에게 수영을 가르쳤다. 처음엔 괜찮았으나 계속 그러다 보니 가르치는 역할 자체에 빠져버려서 그만 본말전도가 되어 버렸다. 원래 운동 신경이 그리 좋지 않은 야요이에게 수영을 팍팍 주입해버렸으니 야요이가 이렇게 된 것이다.
   “조, 좀 쉬래.”
   “약한 소리 하면 안 돼!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야요잇치!”
   “이젠 가족 몰라…….”
   자신도 모르게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은 야요이였지만,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야요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기절한 듯한 모습에 마미가 동시에 소리쳤다.
   “앗, 야요잇치 기절했어! 아미, 이럴 때는!”
   ““인공호흡!””
   쌍둥이의 눈과 입, 그리고 생각이 싱크로했다. 둘은 후다닥 야요이의 옆으로 다가갔다. 물론 기절하지 않은 야요이는 둘이 뭐하는 지 신경 쓰여 눈을 떴다.
   “…에?”
   “마미가 가슴압박할 테니 아미는 인공호흡이야!”   “응!”
   꿇어앉은 마미는 야요이의 가슴 위에 자신의 깍지 낀 두 손을 올렸다. 이제 막 자라나는 가슴에 남의 손이 닿자 야요이는 깜짝 놀라 얼굴을 붉혔다.
   “꺅, 뭐, 뭐하는 거야?”
   “자자, 병자는 가만히 있어.”
   야요이의 외침을 무시하며 야요이의 얼굴을 손으로 잡는 아미에겐 장난기가 가득했다. 히죽이는 웃음은 소악마 그 자체다.
   “자, 그럼 가슴압박 시작!”
   야요이의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댄 마미는 히죽이죽거리며 손을 조물조물 움직였다. 배운 대로 세게 힘을 줘서 누르는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간질였다.
   “으, 후헤, 그, 그만―!”
   야요이는 자신의 몸을 희롱하는 마미의 손길에 폭소하면서 몸을 비틀었다. 그런 반응에 마미의 손길은 더욱 짓궂어졌다.
   “하나, 둘, 셋, 넷――삼십! 가슴압박 끝!”   마미는 간질일 때마다 숫자를 세 딱 삼십일 때 손을 거뒀다. 부들부들 거리던 야요이의 몸이 멈췄다. 이젠 아미 차례였다.
   “자, 야요잇치 눈감아.”
   “에? 이, 이번엔 뭐야?”
   아미의 얼굴이 야요이의 얼굴에 천천히 가까워졌다. 누가 봐도 자신의 입술을 노리고 내려오는 아미의 입술에 야요이는 저항했다.
   “뽀뽀만은 안 돼! 나, 나 처음이란 말야!”
   “헤헤헤, 인공호흡이니까 노 카운트라고. 순순히 포기하는 게 좋아, 야요잇치.”
   “싫어―!”
   음흉하게 웃으며 입술을 가깝게 하는 아미를 향해 야요이가 할 수 있는 건 비명뿐이었다. 마미가 몸을 누르고 있어 피할 수도 없다. 가까워, 가까워, 가까워! 라며 속으로 저항했지만 이미 돌이키지 못했다.
   결국 야요이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눈을 질끈 감은 순간,
   딱!
   “아야!”
   아미, 마미에게 정의의 꿀밤이 가해졌다.
   “아미, 마미. 장난은 정도껏 해야지. 야요이가 곤란해 하잖아. 그리고 이제 단체 사진 찍을 차례야.”
   “예이.”
   장난을 저지당한 대다가 꿀밤을 맞은 아미, 마미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프로듀서는 쓰러져있는 야요이를 일으켰다.
   “프로듀서 씨, 덕분에 살았어요….”
   “괜찮아? 너무 아미, 마미의 장난에 어울려 주지 마. 그랬다간 더 장난친다고.”
   “웃우, 이번 기회로 확실히 알았어요.”
   다신 안 당하겠다며 결연한 표정을 짓는 야요이였지만 프로듀서는 야요이가 또 장난에 당할 거라 믿었다. 워낙 순수하고 사람 좋은 아이니.
   “아무튼. 아미, 마미. 단체 사진 찍으러 가자. 야요이도 따라 올래?”
   “네이네이.”
   “옙!”
   입을 삐죽이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아미, 마미. 반면 야요이는 힘차고 환한 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상반되는 아이들의 태도에 자연히 프로듀서도 야요이에겐 미소를, 아미, 마미에겐 어서 가라는 잔소리로 답했다.
   가기 싫어하는 아미, 마미를 억지로 끌고 가며 프로듀서의 뒤를 야요이가 종종걸음으로 쫓았다.
   다시 모두가 모여 있는 촬영장에 가자 류구코마치 멤버인 아즈사, 이오리가 대기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돌들은 앉아 휴식 중이다. 야요이, 마미는 휴식조의 옆에 앉았고, 아미만 류구코마치 멤버를 향해 갔다.
   “정말,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아미.”   “미안미안, 좀 놀다 늦어졌어. 이오링, 대신 끝나고 마음껏 놀아줄게.”
   “뭐? 너 같은 어린애랑 놀아봤자 재미 하나도 없어. 난 우아하게 일광욕하면서 지낼 거야.”
   “응훗후, 또 그런다, 또. 이오링이 오기 전에 바다에서 놀려고 몰래 비치볼을 챙기는 거 봤다구?”
   이오리는 정곡을 찔린 듯 얼굴이 붉어졌다.
   “윽, 그, 그건 누가 부탁해서 그런 거야. 차, 착각하지 마!”
   “예이예이, 알겠습니다요.”
   “흥! 마음대로 생각해.”
   아미는 잘 알겠다며 키득키득 웃었다. 이오리는 발끈해 고개를 돌려 애써 아미를 무시했지만, 이미 빨개진 표정엔 뭐가 진실인지 대답해줬다.
   “자, 이제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류구코마치 분들 각자 포즈 취해줘!”
   두 아이 간의 애정다툼은 카메라맨의 외침으로 끝이 났다. 둘은 언제 다퉜냐는 듯 바로 아이돌의 얼굴로 돌아와 포즈를 취했다.
   류구코마치의 단체 사진이라 해도 의상을 바꾸진 않았다. 다만 셋이서 찍는 거니 셋 모두가 조화되게 자세를 취하는 게 중요했다. 류구코마치 멤버들은 이미 단체로 활동한 경험이 많았기에 단체 포즈 취하는 것쯤은 익숙했다. 셋은 주저 없이 중심엔 이오리, 오른쪽은 아즈사, 왼쪽은 아미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셋은 미리 정한 단체 포즈를 했다. 표정에도 신경 써 류구코마치의 분위기가 살면서도 각 개인의 매력 또한 없어지지 않는다. 셋의 완벽한 호흡에 이를 지켜보던 아이돌들은 작게 감탄했다.
   “와아, 역시 그룹 활동한 보람이 있네. 셋 모두 잘 어울려.”
   “그렇죠? 저럴 때마다 저도 그룹 활동해보고 싶어요. 치하야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루카의 말을 이어, 야요이가 치하야에게 물었다.
   “그룹 활동이라. 나는 노래만 부를 수 있으면 괜찮으니까. 그래도 타카츠키 양이랑도 그룹 한번 해보고 싶네. 재밌을 것 같아.”
   “저도 치하야 씨라면 대환영이에요!”
   치하야와 야요이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치하야가 짓는 미소는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류구코마치의 단체 사진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몇 번 다른 포즈로 사진을 찍은 카메라맨은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확인하곤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촬영 끝!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카메라맨의 선창에 아이돌들을 포함해 모두가 한 목소리로 답했다. 프로듀서는 촬영 팀 사람들에게 고생했다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때 아미, 마미가 바로 프로듀서를 향해 달려왔다.
   “오빠, 이제 놀아도 돼?”
   “돼?”
   아미, 마미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도 둘의 뒤에서 프로듀서를 바라봤다. 모두가 프로듀서의 대답을 기다렸다.
   프로듀서는 손목시계로 한번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이 3시니까 앞으로 3시간은 자유시간이야. 6시에 여기서 저녁 먹고 출발할 테니까 그동안은 마음껏 놀도록 해.”
   프로듀서가 선언하자, 아미, 마미는 번쩍 두 손을 들어올렸다.
   “와아! 드디어 자유다!”
   “빨리 가자, 마미!”
   아미, 마미는 놀 도구를 가지러 후다닥 뛰어갔다.
   “아, 나도 갈래!”
   야요이는 신이 난 표정으로 둘의 뒤를 쫓았다. 방금 전에 둘에게 장난을 당했음에도 이미 그 사실을 잊었는지 야요이는 즐겁게 달려갔다.
   “정말, 어린애들이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오리는 총총 걸음으로 셋을 쫓아갔다.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 귀여워 프로듀서는 피식 웃었다.
   “프로듀서 씨,”
   하루카는 프로듀서의 셔츠 깃을 잡으며 그를 불렀다. 하루카 옆엔 미키가 있었다. 하루카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프로듀서 씨도 같이 노시나요?”   “나? 글쎄, 난 촬영 팀과 뒷정리도 해야 돼서. 어차피 놀 때 입을 옷도 없어서 노는 건 무리야.”
   “허니, 촬영 팀 여러분이 괜찮으니 놀라는 데?”
   “뭐?”
   미키의 말에 프로듀서가 촬영 팀 쪽을 보니 전부 남자인 촬영 팀 사람들이 프로듀서를 보며 씩 웃고만 있었다. 어떤 사람은 괜찮다며 어서 가라는 듯한 손동작을 했다.
   “봐봐, 그치?”
   미키는 그것 보라며 빙긋 웃었다.
   “…미키, 네가 꾸민 일이지.”
   “응? 미키는 아무 것도 모르는 거야. 이따 사인이랑 같이 사진 찍어주겠다고만 했는걸.”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미키에게 프로듀서가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듀서도 남자인 만큼 촬영 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돌의 사인과 같이 사진 찍는 기회가 있다면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주리라. 거기다 아이돌이 남자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미키이니.
   “허니, 같이 놀자.”
   “미키가 아무리 그래도 입을 옷이 없다니깐.”   손사레 치며 프로듀서는 몸을 뒤로 뺐지만, 이를 놓치지 않고 하루카가 성큼 다가왔다.
   “프로듀서 씨, 옷이라면 여기 있어요.”
   하루카는 짠하고 상하의를 내밀었다. 티셔츠와 남성 트렁크 수영복이다. 하루카처럼 귀여운 아이돌이 직접 남성용 수영복을 내밀자 프로듀서는 크게 당황했다.
   “하, 하루카. 그건 어디서 난 거야?”
   “헤헤, 이럴 일도 있을 것 같아서 미리 구해놨어요. 자, 이젠 변명거리 없죠?”
   하루카는 프로듀서에게 억지로 티셔츠와 수영복을 넘겼다. 프로듀서는 엉거주춤하면서 옷들을 받았다.
   “허니, 빨리 갈아입고 나와. 미키 기다리고 있을게.”
   어서 탈의실로 가라며 미키는 프로듀서의 등을 떠밀었다. 도망칠 곳을 모두 차단하는 하루카, 미키의 협공에 프로듀서는 도저히 슬쩍 빠지기 힘들었다. 결국 프로듀서는 순순히 옷을 들고 체념하고 탈의실로 향했다.
   탈의실에서 어쩌다 이렇게 됐냐며 프로듀서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셔츠의 단추를 주섬주섬 풀다가 프로듀서는 무심코 자신의 배를 확인했다.
   ‘휴, 다행히 배는 안 나왔구나. 근데, 난 굳이 뭘 확인하고 있냐.’
   프로듀싱하는 아이돌 앞이라 해도 전부 꽃다운 여자아이들이다. 그런데 배라도 나온 모습을 보여줬다가 여자들의 실망하는 표정을 보면 자신에게 꽤 잊지 못할 상처가 될 거라고 프로듀서는 확신했다.
   살은 없지만 그렇다고 식스팩처럼 볼거리가 있지는 않았다. 프로듀서는 하루카가 준 티셔츠로 별 볼일 없는 배를 가릴 수 있는 걸 마음깊이 안심했다.
   하의까지 마저 갈아입으니 옷은 프로듀서의 사이즈에 딱 맞았다. 헐렁한 감도, 작은 감도 없었다. 막상 옷을 갈아입고 나니 몸이 가벼워져 프로듀서는 한결 가벼운 걸음으로 탈의실을 나섰다.
   “헤헤, 허니. 이제 같이 노는 거야!”   “앗, 저도 같이 놀 거예요.”
   매력적인 표정을 지으며 하루카와 미키는 프로듀서에게 같이 놀자고 졸라댔다. 그러다 평소에는 옷에 가려졌던 몸의 매혹적인 선이 수영복 덕분에 드러났지만, 매일매일 아이돌을 상대하는 프로듀서로선 별 감흥이 없다.
   “에휴, 뭐하고 놀고 싶은데?”
   “음. 맞다, 비치발리볼은 어때요?”
   고개를 갸웃하던 하루카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비치발리볼?”
   “예. 프로듀서 씨, 비치발리볼이에요, 비치발리볼! 모래사장이라면 역시 비치발리볼이죠!”
   하루카는 해변에 설치된 비치발리볼 장을 가리켰다. 사람이 별로 없다 하더라도 일단 해수욕장인 만큼 있을 건 다 있었다. 안전요원들도 한편에 있었으니. 마침 비치발리볼용 공도 가져온 게 있다.
   “미키도 비치발리볼 하고 싶어!”
   미키도 하루카의 제안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럼 세 명인데. 사람 수 너무 적지 않아?”
   “괜찮아요. 아즈사 씨랑 치하야도 같이 할 테니까요! 그치, 치하야?
   “에? 나까지?”
   가만히 앉아 쉴 요량으로 이미 한참 전부터 파라솔 아래서 앉아있던 치하야는 놀라 하루카 쪽을 바라봤다. 반면 치하야 옆에 앉아있던 아즈사는 치하야와 달리 재밌겠다며 후후 웃으면서 일어났다.
   “응. 모처럼 바다에 왔는데 몸 움직이고 놀아야지. 치하야, 그러다가 살찐다고?”
   “윽, 사, 살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하루카.”   치하야는 얼굴을 붉혔다. 안 그래도 최근 옆구리에 살이 붙은 것 같아 걱정하던 치하야였다.
   “에헤헤, 농담이야, 농담. 아무튼, 같이 놀자? 응?”
   밝게 웃으며 하루카는 앉아 있는 치하야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람 좋은 하루카의 미소를 차마 거역할 수 없어 치하야는 그 손을 잡았다.
   “이걸로 네 명이니 비치발리볼 하기 충분하죠?”
   “두 사람 씩 팀하면 괜찮겠네. 잠깐, 네 명이라니 나는?”
   “아, 프로듀서 씨는 심판 역할이에요. 거기다가 중요한 역할 하나 더 맡으신다구요.”
   “중요한 역할?
   빙긋빙긋 웃으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하루카에게 미키가 물었다. 그러자 하루카는 상큼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상품 역할!”
   “엑, 상품?
   순식간에 사람에서 상품으로 전락한 프로듀서는 꽥 놀라 소리쳤다. 허나 미키는 상품이란 말에 눈을 반짝였다. 청중의 호응에 하루카는 후후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냥 비치발리볼하면 재미없잖아. 이긴 팀의 소원을 프로듀서 씨가 들어주는 거야. 재밌겠지?”
   “응, 미키도 마음에 드는 거야! 꼭 이겨서 허니를 손에 넣겠어!”
   “어머, 재밌겠네. 그런 상품이라면 나도 흥미 있어.
   미키와 아즈사는 재밌겠다며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치하야는 영 겸연쩍은 얼굴이었지만, 이미 흐름은 하루카에게 있었다. 상품 당사자인 프로듀서도 이미 흥이 오른 세 명에게 반대하기 힘들었다.
   결국 하루카의 주도로 ‘765 프로덕션 제 1회 비치발리볼 대회’가 개최되었다. 팀은 하루카와 치하야, 그리고 미키와 아즈사 이렇게 한 편이 되었고, 프로듀서는 심판이자 상품 역할을 맡았다.
   게임이 시작되자 하루카와 미키가 예상대로 적극적으로 치고 들어왔다. 아즈사도 능숙히 제 몫을 해냈다. 반면 치하야는 밀려오는 공격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실수투성이였다.
   그러나 게임 중간에 공격에 성공한 미키와 아즈사가 점프하면서 파이팅하는 모습에서 자신과 다르게 흔들리는 무언가를 보곤, 치하야는 갑자기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네 명의 비치발리볼 대회가 점점 뜨거워질 무렵, 아미, 마미, 야요이, 이오리는 바다에서 맘껏 놀고 있었다.
   아미, 마미는 튜브를 벗고 바다를 마음껏 헤엄쳐 다녔다. 야요이에게 수영을 그렇게 가르쳐줬음에도 아직도 힘이 남았는지 씩씩함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미! 이번엔 잠수 대결이야!”
   “좋아. 지는 쪽이 아이스크림 쏘기!”   아미와 마미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자마자 바로 코를 막고 쑥 바다에 온몸을 담갔다. 맑은 바다 속에서 두 아이들은 눈을 꼭 감은 채 있는 힘껏 숨을 참는다.
   “자, 야요이 그쪽으로 보낼게!”
   “웃우―! 맡겨줘!”
   이오리가 비치볼을 쳐서 보내자 야요이는 비치볼을 받기 위해 몸을 뒤로 움직였다. 튜브 덕분에 야요이는 물에 둥둥 떠있었으나 그래선지 움직임이 더 둔했다.
   손을 공중에서 휘적휘적 저으며 야요이는 비치볼을 받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표정은 진지했지만 동작은 영 어설퍼 바라보는 이오리가 다 불안했다.
   결국 하늘 높이 올라간 비치볼은 쭉 떨어져 야요이의 얼굴에 직격했다.
   “꺄악!”
   “야, 야요이? 괜찮아?
   이오리가 헤엄쳐서 야요이 쪽으로 다가왔다. 야요이는 비치볼에 맞아 빨개진 얼굴로도 괜찮다며 웃었다.
   “에헤헤, 괜찮아. 자, 공 받아.”
   야요이는 밝게 웃으며 비치볼을 이오리를 향해 양손을 이용해 퉁 던졌다. 이오리는 미소 지으면서 야요이가 보낸 공을 능숙히 받아내, 다시 야요이에게 이번에는 힘을 살짝 빼서 던지려했다.
   ““푸아!””
   그때 야요이와 이오리의 중간에서 아미, 마미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이오리는 깜짝 놀라 던지려던 공을 놓쳤다. 이오리는 놓친 비치볼을 집으며 쌍둥이에게 소리쳤다.
   “깜짝 놀랐잖아! 정말, 조심해서 놀라고.”   “이오링, 미안. 근데 우리 둘 중 누가 먼저 물 밖으로 나왔는지 알아?
   “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마미는 잠수 대결의 승부를 가리기 위해 물었지만, 야요이와 놀던 이오리가 그런 사정을 알 리 없었다.
   “큭, 승부를 확실히 가려야 하는데. 이번 승부는 무승분가.”
   “마미, 그럼 이번엔 수영 대결 하자. 저기 보이는 바위까지 갔다가 먼저 물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승리인 걸로 하고. 어때?”
   아미는 바다 위에 솟은 바위를 가리켰다. 둘이 있는 곳에서 바위까진 꽤 거리가 되어보였다. 마미는 좋다며 자신 있게 씩 웃었다.
   “OK! 야요잇치, 출발 신호해줘!”
   “에? 내가? 바위까진 꽤 되어 보이는 데…아미, 마미 그러다 큰일 날지도 몰라.”
   “맞아. 너희들 계속 수영해서 힘 뺐잖아. 저기까진 무리라고.”
   야요이와 이오리는 쌍둥이가 또 무모한 장난을 하는 거 같아 둘을 말렸다. 하지만 아미와 마미는 둘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걱정 말라니깐. 우리가 누군데. 그럼 우리가 시작이라고 외치자, 마미.”
   “응, 준비…….
   ““땅!””
   둘은 사이좋게 외치며 바로 바위를 향해 물로 뛰어들었다. 그 반동으로 물이 팍 튀어 야요이와 이오리를 덮쳤다. 이오리는 얼굴을 손으로 닦으며 점점 멀어지는 쌍둥이에게 소리쳤다.
   “위험하다니까! 어서 돌아와!”
   쌍둥이는 대답대신 오히려 헤엄치는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놀았음에도 어디서 힘이 남았는지 둘은 팍팍 앞으로 나갔다. 비등비등한 속도로 둘은 나란히 바위를 향해 나아갔다. 작은 파도가 쳐도 씩씩히 이겨냈다.
   남겨진 야요이와 이오리는 그런 둘이 왠지 위태위태해 보여 노는 걸 멈추고 그쪽을 바라봤다.
   기세 좋게 바다를 가르며 나아간 아미와 마미 중 먼저 바위에 닿은 건 아미였다. 아미는 씨익 웃으며 바위에 손을 댔다.
   “먼저 갈게, 마미!”
   아미는 손으로 바위를 밀은 반동으로 바로 몸을 돌렸다. 그때야 마미가 바위에 닿았다.
   “큭, 질까보냐!”
   마미도 발로 바위를 밀며 힘차게 방향을 바꿨다. 처음엔 잠깐의 차이였지만 어느새 아미는 마미와 꽤 차이가 벌어져있었다. 마미는 이를 악물며 발과 팔을 더욱 세게 움직였다.
   그렇게 마미는 한참을 헤엄쳤다. 이제 아미와 마미는 중간쯤을 지났고, 아직 선두는 아미였다.
   “푸아, 푸아.”
   더 앞으로 나아가려 애쓰니 마미의 몸에 힘이 더 들어갔다. 특히 다리가 무리하게 과한 동작으로 움직였다.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가 걸렸다 해도 지긴 싫다. 마미는 짠 바닷물을 먹으면서도 힘겹게 팔을 뻗어 조금이라도 빨리 나아가려했다.
   물을 더 거세게 차기 위해 마미가 발에 힘을 준 순간,
   “앗.
   찌잉하는 통증이 오른 다리를 뒤덮었다. 쥐다. 무리하게 다리에 힘을 준데다, 계속 수영하며 혹사시켰으니 쥐가 난 거다. 움직이지 않는 오른발에 마미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윽, 아미……!
   앞에 헤엄치는 아미를 힘겹게 불러보지만 수영에 집중했는지 아미는 마미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오리와 야요이가 마미 쪽을 보고 있었지만 때마침 파도가 쳐 마미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오른 다리가 움직이지 않으니 앞으로 나아갈리 없다. 마미는 남은 팔과 다리로 바동거렸지만 그래도 제 자리다. 물에 뜨는 것 자체도 점점 버거워졌다.
   “어푸, 어푸.”
   바동거리면서 먹는 바닷물도 많아졌다. 마미는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겨웠다.
   누가, 제발 누가 알아차려줘. 마미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잠깐, 마미 상태 이상하지 않아?”   “엣, 정말! 마미!
   그제야 이오리와 야요이의 눈에 한 곳에서 계속 바둥거리는 마미가 들어왔다. 힘겨워 보이는 마미의 얼굴은 절대 장난이 아니다. 둘의 표정이 굳어졌다.
   야요이는 마미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떡하지 이오리. 우리들 수영 못하잖아.”
   “큭, 일단 다른 사람에게 빨리 알리자. 프로듀서든, 안전요원이든 빨리!”
   “응!”
   둘은 재빨리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한시라도 빨리 가야한다는 마음에 둘은 모래사장을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물을 먹은 모래가 발에 달라붙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시간이 없다.
   “프로듀서!
   “프로듀서 씨!”
   제일 먼저 향한 건 프로듀서가 있는 비치발리볼 장이었다. 둘은 최대한 큰 목소리로 프로듀서를 불렀다.
   둘의 긴박한 목소리가 모래사장을 울렸다. 비치발리볼 심판용 의자에 앉아있던 프로듀서는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비치발리볼을 하던 아이돌들도 깜짝 놀라 둘을 봤다.
   이오리는 숨을 헐떡이면서 프로듀서에게 힘겹게 말했다.
   “프로듀서, 마미가, 마미가 물에 빠졌어!”
   “뭐라고?”
   그 말에 프로듀서는 의자에서 재빨리 내려왔다.
   “저기, 저쪽이에요!”
   프로듀서는 야요이가 가리킨 바다를 보았다. 거리가 멀어 자세히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바다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마미의 모습이 프로듀서의 두 눈에 똑똑히 새겨졌다.
   그 순간 프로듀서는 주저 없이 내달렸다.
   “프로듀서 씨!”
   “하루카, 안전요원 불러줘!”
   자신을 부르는 하루카의 놀란 목소리에 그렇게 대답하며 프로듀서는 마미를 향해 질주했다. 머릿속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 프로듀서의 머리를 채우는 건 오직 마미를 구해야한다는 마음뿐이다.
   모래사장 위에 발을 내딛을 때 마다 발이 푹푹 들어갔지만, 프로듀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를 향해 달렸다. 그래선지 달리는 폼이 우스꽝스러웠지만 그런 걸 차릴 때가 아니다.
   프로듀서 자신도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바다 앞까지 도착하자, 아미가 있었다.
   “오빠, 마미가, 마미가!”
   물에 나와서야 마미가 물에 빠진 걸 확인한 아미는 울먹이며 프로듀서를 바라봤다. 프로듀서는 그런 아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으니까 여기서 기다려. 내가 꼭 마미 구해올게.
   “오빠….
   울음 섞인 아미의 말을 뒤로 하고 프로듀서는 바다로 몸을 던졌다. 다행히 바다 위엔 마미의 모습이 아직 보였다. 프로듀서는 팔을 힘차게 내지르며 물을 갈랐다.
   프로듀서는 원래 수영은 적당히 할 줄만 알았다. 썩 뛰어나지도, 못난 실력도 아니다. 그런 실력인데 바다에 무턱대고 뛰어든다는 건 무모한 짓이었다. 그런데도 프로듀서는 꽤 빠른 속도로 곧게 앞으로 헤엄쳐나갔다.
   무모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미를 구해야 한다. 자신이 프로듀싱하는, 소중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그 생각 하나만으로 바닷물을 연거푸 먹으면서도 프로듀서는 쭉쭉 앞으로 나아갔다. 잠깐이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주저했다간 마미가 아예 물속으로 빠질지 모른다.
   힘차게, 앞으로, 앞으로.
   프로듀서는 마미를 향해 계속, 계속 헤엄쳤다.
   ‘힘이, 더 이상은 무리야…….’
   마미는 온 몸에 힘이 서서히 빠져가는 걸 느꼈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지만 이제는 힘들다. 쥐가 난 오른 다리는 이제야 좀 풀린 듯한 느낌이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이대로 물에 빠져 죽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마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제발 구해줘. 이제부턴 마미 정말 착한 아이가 될 테니까, 구해주세요. 제발!’
   하느님이든 부처든 마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신을 모두 떠올리며 간절히 빌었다. 그동안 해온 장난도 모두 뉘우쳤다. 그럼에도 마미의 기도는 신들에겐 닿지 않았다.
   몸에 힘이 완전히 빠졌다. 마미는 체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억센 팔이 마미의 허리를 휘감았다.
   “마미!”
   “푸아, 오빠?”
   눈을 크게 뜨자 마미의 앞엔 프로듀서가 있었다. 프로듀서는 마미를 한 팔에 단단히 고정하고 바로 방향을 바꿨다. 프로듀서는 남은 한 팔을 움직여 이젠 해변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우에엥, 오빠!”
   마미가 반가움에 프로듀서를 불렀지만, 프로듀서는 무사히 빠져나가는 데에만 집중해 대답이 없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프로듀서의 옆모습을 보며 마미는 프로듀서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곤 몸을 최대한 프로듀서의 움직임에 맞췄다.
   그렇게 묵묵히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며 헤엄쳐 나가자 두 사람에게 해변이 점점 가까워졌다. 한 명을 끼고 갔지만 다행히 파도나 물의 흐름이 해변 쪽으로 흘렀기에 돌아가는 길은 한결 편했다.
   “프로듀서 씨!”
   “허니!
   “오빠!”
   해변엔 안전요원을 부르러 간 하루카와 아즈사를 제외한 다른 아이돌들과 말을 듣고 온 촬영 팀 사람들이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돌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프로듀서는 마지막 힘을 냈다.
   이윽고 프로듀서는 해변에 닿았다. 마미를 모래사장 위에 내려주자, 마미는 콜록콜록 하면서 바닷물을 내뱉었다. 마미의 무사한 모습을 보자 프로듀서는 그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져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허니!
   쓰러지는 프로듀서를 미키가 재빨리 받아, 모래사장 위에 눕혔다. 그런데 프로듀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프로듀서 씨!”
   깜짝 놀라 야요이가 소리치자, 촬영 팀 중 한 사람이 황급히 다가와 프로듀서를 관찰했다.
   “잠깐, 이 친구 숨 안 쉬는 거 아냐? 빨리 안전요원 불러와!”
   남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숨을 안 쉬는 거라면 최대한 빠른 조치를 필요하다. 그 상태로 3분만 지나도 뇌가 손상을 입게 된다.
   “지, 지금 다른 사람이 부르러 갔어요.”
   “허니……!”
   아이돌들은 프로듀서의 창백한 모습을 보며 울먹였다. 프로듀서가 위급한 상황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안전요원을 기다리는 것뿐이기에. 무력감과 안타까움, 절망이 아이돌들을 덮쳤다.
   그때 아미가 아이돌들 사이에서 뛰쳐나왔다.
   “나, 인공호흡이라면 할 수 있어!”
   “뭐? 정말로?
   “얼마 전에 학교에서 배웠어. 그 뒤로도 몇 번 더 연습해봤으니까.”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정도로 할 수 있겠어? 만약 실패하면…….”
   “괜찮아!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낼 거야! 오빠를 위해서!”
   부정적인 다른 사람의 말을 떨쳐내듯 아미는 크게 소리쳤다. 아미의 표정에는 평소의 장난기라곤 보이지 않았다. 한없이 진지한 얼굴. 그 진지함에 다른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프로듀서의 옆을 비워주었다.
   아미가 프로듀서의 옆에 앉자, 마미도 프로듀서를 사이에 놓고 아미를 마주보며 앉았다. 아미는 깜짝 놀라 마미를 봤다.
   “마미, 괜찮아?”
   “괜찮아. 마미가 무모한 짓해서 오빠가 이렇게 된 거니까, 이번엔 마미가 오빨 구할 거야.”
   힘겹게 말하는 마미의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눈빛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결의와 결심으로 가득한 마미의 눈빛에, 아미는 고갤 끄덕였다.
   “그럼 마미가 인공호흡을 맡아줘.”
   “응.”
   짧게 대답하며 둘은 재빨리 움직였다. 아미는 프로듀서의 가슴쪽으로, 마미는 프로듀서의 얼굴 옆으로.
   아미는 두 손을 깍지 껴서 프로듀서의 가슴 위에 올렸다. 배운 대로 손가락이 닿지 않게 손바닥 뒤꿈치만 가슴에 댔다. 아미는 크게 심호흡하곤, 바로 가슴압박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일정한 속도로 아미는 프로듀서의 가슴을 압박했다. 야요이에게 장난을 걸었던 때완 전혀 다른 표정과 분위기가 아미에게 흘렀다. 온 몸의 신경을 손바닥에 모으고, 머리론 선생님이 말했던 걸 떠올리며 아미는 가슴압박에 집중했다.
   “―스물아홉, 서른! 마미!”
   “응! 후아아압.
   미리 프로듀서의 머리를 젖혀놓고, 턱을 들어 기도를 개방시켜 놨던 마미는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프로듀서의 코를 막았다. 그리곤 바로 벌어진 프로듀서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사실상 마미에겐 이것이 첫 키스였지만, 지금 이 순간엔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미는 맞춘 입을 통해 자신의 공기를, 호흡을 프로듀서에게 불어넣었다. 빵빵했던 자신의 볼이 홀쭉해지자 마미는 입을 떼고 다시 숨을 모았다.
   그리고 입맞춤.
   폐 안에 있는 공기를 모조리 프로듀서에게 주겠다는 일념을 담아 마미는 숨을 프로듀서에게 건넨다.
   그 와중에 서로의 타액이 흘러 뒤엉키거나, 혀가 닿거나 했지만 마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두 번의 인공호흡을 마치고 마미가 떨어지자 아미가 다시 가슴압박을 시작했다.
   “―열여섯, 열입곱, 열여덟, 열아홉―”
   온 정성을 담아 가슴압박을 행하는 아미와,
   “후웁.
   자신의 호흡과 숨을 모두 프로듀서에게 부어내듯 인공호흡하는 마미. 두 아이의 모습을 다른 아이돌들은 손을 모아 말없이 지켜보았다.
   “하아, 하아.”
   몇 번의 인공호흡을 했을까. 프로듀서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모를 타액으로 입과 입주변이 뒤범벅이 된 마미가 숨을 헐떡였다. 그럼에도 두 번, 두 번 이렇게 계속 인공호흡을 멈추지 않았다.
   아미의 가슴압박, 마미의 인공호흡. 1분에 두 회전은 해야 했기에 둘은 쉴 새 없이, 끊임없이 움직였다.
   “스물아홉, 서른!”
   “후우웁.
   아미의 가슴압박이 끝나자마자 다시 마미가 입을 맞췄다. 재빨리 숨을 불어넣고 입을 뗀 뒤, 다시 숨을 모으고 프로듀서의 입술을 아미는 자신의 분홍색 입술로 덮어 숨을 불어넣는다.
   “하아아….”
   프로듀서의 입술로부터 마미의 입술이 떨어지면서 그 사이로 침을 머금은 혀가 축 빠져나왔다. 혀를 타고 침이 한 방울 떨어진다. 마미에겐 그걸 닦을 여유조차 없었다.
   또 아미가 서른 번의 가슴압박을 마치자, 마미는 크게 숨을 긁어모았다.
   ‘오빠 제발, 제발! 정신 차려줘!’
   속으로 엉엉 울면서 마미는 프로듀서와 입을 맞췄다.
   제발 깨어나기를, 깨어나기를 이라며 염원하며 마미가 후욱 숨을 불어넣자,
   “쿨럭!”
   프로듀서가 크게 기침하며 몸을 들썩였다. 막힌 숨이 트여 프로듀서는 한참 기침을 계속했다.
   힘겹게 눈을 뜬 프로듀서는 모든 아이돌들의 눈물어린 표정을 보았다. 멍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프로듀서는 말을 흐렸다.
   “모두들……쿨럭.”
   다시 기침. 상태는 안 좋아 보였지만 그래도 창백했던 얼굴에 다시 핏기가 돌았다. 게슴츠레하게 뜬 눈도 분명 자신들을 알아보고 있었다.
   “프로듀서 씨!”
   “허니!
   아이돌들은 프로듀서의 회생에 울먹이면서 그를 불렀다. 프로듀서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주위를 힘겹게 돌아볼 뿐이었다.
   그때 프로듀서는 자신의 곁에서 펑펑 울고 있는 아미와 마미를 바라봤다. 프로듀서는 미소 지으면서 손을 천천히 들어 침 범벅이 된 마미의 입술을 닦아주었다.
   “무사했구나, 마미. 다행이야.”
   “우에에엥, 오빠!”
   마미는 목 놓아 울며 프로듀서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아미도 크게 울며 프로듀서에게 안겼다.
   “마미가 잘못했어, 다시는, 다시는 위험한 장난 안칠게.”
   “응, 아미도! 다시는 오빠 걱정 안 시킬 거야.”
   훌쩍훌쩍 울며 아미와 마미는 프로듀서의 품에서 다짐했다. 프로듀서는 몽롱한 정신에도 그런 두 아이가 귀여워 피식 웃으며 두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제발 그래줘. 자, 위험한 장난은 안하겠다고 약속.”
   프로듀서는 아미와 마미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응, 약속이야.”
   “나도나도!”
   프로듀서의 큰 새끼손가락에 아미와 마미의 작은 새끼손가락이 걸렸다. 프로듀서는 어미 새에게 매달리는 새끼 새 같은 소악마들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웃으면서 쓰다듬어 주었다.

   * * * * * * * * *

  「O월 O일
   …바닷가에서의 일은 하루카와 아즈사 씨가 데려온 안전요원에 의해 병원에 이송되는 걸로 끝이 났다.
   병원에서 정밀 검사 등을 받았는데, 의사가 말하기를 다행히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의사는 숨이 한동안 멎은 것치곤 멀쩡하다며 등을 두드려 줬는데, 이게 좋은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얼마 동안은 상태를 봐야한다며 한동안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됐다.
   병원에 따라온 마미도 혹시 해서 내가 검사를 받게 했는데 다행히 문제가 없는 걸로 나왔다. 그 덕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다만 마미랑 아미는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리츠코에게 엄청 혼이 났다. 내가 입원한 병실에서 쌍둥이를 혼내는 리츠코의 모습은 내가 봐도 무서웠기에 적당한 쯤에서 그만하라고 말을 꺼내기도 힘들었다. 설교는 상태를 보러 온 의사가 내가 쓰러진 직후 쌍둥이가 한 응급조치가 없었다면 정말 위험했을 거라며 말해줘서 겨우 끝이 났다.
   후타미 쌍둥이들은 내가 입원하는 동안 매일매일 병문안을 왔다.
   내게 미안했는지 쌍둥이들은 확실히 얌전해졌다. 특히 마미의 변화는 놀라워서, 키득키득 웃던 마미는 어디로 가고 내 앞에서 수줍은 미소까지 짓게 되었다. 그런 마미에게 아미가 뭐라 귓속말로 속삭일 때마다 마미는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럴 때마다 왠지 나를 힐끔힐끔 보는 것 같았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오빠, 일기 그만 쓰고 아미랑 놀자!”
   병원 침대에서 일기를 쓰던 프로듀서는 아미가 갑자기 말을 걸어 펜을 내려놓았다.
   “아미. 아직 오빠는 입원 중이라구.”
   프로듀서의 옆에 착 붙어있는 마미가 아미를 향해 핀잔을 줬다. 예전엔 누가 언니인지 몰랐지만 이젠 마미에게서 언니 티가 서서히 나보였다.
   “흥, 그러는 마미도 오빠랑 놀고 싶으면서. 아아, 역시 그때 내가 인공호흡 했어야 했어. 아쉬워라.”   체엣하며 아미는 혀를 찼다. 그런 아미를 향해 마미는 왠지 승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아미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흘리며 프로듀서를 끈적끈적한 눈으로 바라봤다.
   “응훗후, 그럼 여기서 내가 해버리면 되지 뭐. 오빠, 아미랑 인공호흡하자!"
   “엑, 잠깐, 뭐하는 거야?”
   자신을 향해 입술을 쭉 내미는 아미를 보며 프로듀서는 몸을 뒤로 뺐다. 병실의 벽이 프로듀서의 등에 닫았다.
   “앗! 안 돼!”
   서서히 프로듀서를 덮쳐오는 아미를 마미가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쌍둥이는 서로 달라붙어 엎치락뒤치락 움직였다. 다만 그게 프로듀서가 누워 있는 침대의 위란 게 문제였다. 프로듀서의 하반신이 쌍둥이에 의해 이리저리 깔렸다.
   “아미, 마미. 여기 병원이니까 조용히 해야지.”
   “마미, 방해하지 마!”
   “이익, 싫어!”
   프로듀서의 말은 들리지 않는지 아미, 마미는 서로 간의 다툼을 계속했다. 다툼이라고 해봤자 투닥투닥하는 정도기에 실제로 피해를 입은 건 둘에게 깔린 프로듀서뿐이다.
   ‘아, 정말. 이 아이들은 변하지 않는구나.’
   몸의 고통에도 프로듀서는 쌍둥이를 보며 피식 웃었다.
   후타미 아미와 마미. 이 둘은 항상 이럴 것이다.
   서로를 누구보다도 아끼면서도 사소한 것으로 다투고, 금방 화해하고. 항상 씩씩하고 활기차게 웃고. 때론 짓궂은 장난도 치지만, 진지할 때는 진지한 아이들.
   프로듀서는 둘의 투덕거림을 멈출 겸해서 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귀여운 여동생을 대하는 생각으로.



   아미마미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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