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프로젝트 크로네 4

댓글: 0 / 조회: 1498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9-18, 2015 14:05에 작성됨.

13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아직 히다카 마이가 은퇴하지 않고 전설적인 아이돌로서 활동하고 있을 때. 내가 아직 고등학생으로 나름 아이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때였다

미시로의 이름을 이어야 한다면 교육받는 제왕학이나 경영학에 질렸던 나에게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가 TV에서 나오는 아이돌을 보는 일이었다. 그들은 밝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아이돌. 우상이라는 뜻을 가진 그들은 그야말로 아이돌의 황금기라고 칭해지던 시기를 살며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당시에도 거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이었던 346의 딸이었던 나는 보고 말았다

모두의 관심에서 잊혀져 쓸쓸하게 사라져가는 아이돌들을. 대중은 그들을 잊었지만, 나는 그들을 잊지 않았다. 아니, 잊지 못 했다. 요즘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다더라, 같은 이야기가 가끔씩 귀에 흘러들오곤 했으니까

하나의 파이를 두고 하는 경쟁에서 탈락자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건 사업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정말로 그들은 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한 걸까? 방송사의 압박, 언론의 무관심, 가볍게 등을 돌려버리는 팬들

성장하고 싶어도, 성공하고 싶어도, 처음부터 그 기회조차 잡지 못한 그들은 과연 잘못되었던 걸까?

'마음에 들지 않아'

특히나 히다카 마이의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건지 모를 천재지변과 같은 그 아이돌은 마성을 품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그 결과, 히다카 마이와 같은 시대를 산 아이돌들은 전부 쓸쓸하게 은퇴의 길을 걸어야 했다

차라리 그녀도 은퇴 후 조용히 잊혀졌다면 아무 말도 안 할 것이다. 13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커다란 그림자로 아이돌 업계에 드리우고 있다. 가끔씩은 깜짝 등장, 게릴라 이벤트라며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린 후배들의 무대에 난입해 모든 것을 무참히 밟아버린다

그녀는 마치 여왕처럼 군림하고 있다. 상식이 없는 듯한 그 파격적인 행동에 책임감은 눈꼽만큼도 신경쓰지 않는다. 직접적인 관계자들은 물론, 여파만으로 2차 3차 피해까지 내며 연예계 전체를 뒤짚어 엎어버리는 그녀의 기행에 멍청한 대중들은 오히려 열광한다. 그 무대의 진짜 주인공은 다른 사람인데, 꿈과 희망과 기대를 품고 오른 무대를 눈앞에서 빼앗겨버린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공할 기회조차 사전에 빼앗아가버리는 형편없는 시장도, 제 주제도 모른 채 여왕처럼 군림하는 퇴물도, 그런 말도 안 되는 기행에 열광하는 엉덩이 가벼운 팬들도, 모두,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바꿔버린다'

과거와 같이 방식으로는 안 된다. 물론 팬들과 한 걸음씩 오르는 것도 좋겠지만 정상에 단숨에 올라가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렇다. 주체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아이돌이 팬에게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 팬이 자발적으로 아이돌을 따라 나서는 방식으로. 그들은 아이돌을 경애하고, 존경하며 스스로 무릎꿇고 그들을 찬양해야 한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근거도 없는 루머 한 방에 휘청거리는 아이돌이나 마녀사냥처럼 매도하려고 몰려드는 대중. 그리고 때가 되면 물타기로 스리슬쩍 발을 빼며 잠수를 타다가, 시간이 흘러 잊혀지면 다시 한 번 그와 같은 일들을 반복한다

지긋지긋하다. 혐오스럽고 경멸스럽다. 그렇기에 바꿔야 하는 것이다. 아이돌은 단순히 키보드질 한 번에 무너지는 '가짜'가 아닌 그 누가 소리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전한 성에서, 정상에 군림하는 '진짜 우상'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그게 내가 바라는, 미시로의 색으로 물든 세상. 누군가는 오만하다고 하겠지. 누군가는 말이 안 된다 하겠지. 그렇지만, 겨우 그 정도로 꺾일거라면, 이 프로젝트 크로네는 처음부터 그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프로젝트 크로네. 나의 명령을 수행할 첨병들. 아름다운 성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공주님들. 나의 마법으로 공주가 된 신데렐라는 이제 단순히 재투성이 아가씨가 아닌, 공주를 넘어 왕비가 되는 그때 내가 바라는 세상이 올 것이다

 

 

 

"일단 저는 상무님의 의견에 절반만 찬성하는 바입니다"

"......에?"

아이돌로서 기본인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사진 촬영을 하러 가는 길에 프로듀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상무님의 방침은 정상에 단숨에 올라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주고, 군림하며, 무릎 꿇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그 생각의 근원에 무엇에 있는지는 저도 잘 들었기에 알고 있지만...저는 아이돌이 팬들과 함께 한 걸음씩 정상에 올라가는 걸 추구합니다"

방향성의 차이라는 걸까요. 그렇다면, 프로듀서는 어째서 상무님과 함께 일하는 것일까요?

"......그러면, 프로듀서는 어째서 상무님과 같은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계신 건가요?"

"타협을 봤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이돌과 그 팬들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미소입니다"

미소...책에서 미소는 다른 사람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잘 웃는 사람일수록 오래 산다는 말도 있고요. 아, 이건 프로듀서가 말하는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이겠죠

"아..."

"어...?"

"......"

그러다가, 프로듀서의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시선의 끝에는 한 여성분이 서 있었습니다. 잿빛의 머리카락에 왼쪽 눈가에 눈물점이 새겨져 있는 아름다운 여성분이셨습니다. 복장으로 보아, 아마 저분도 아이돌......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하는 두 사람. 그런데, 어째서인지 두 사람 사이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류같은게 흐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뭔가 서로 둘 다 어색해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러자 여성 분의 시선이 제게 쏠립니다. 저는 사람과 똑바로 마주보는 것이 서툴러서 그만 피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거기있는 사람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멤버인가 보네요"

"예, 그렇습니다"

여성 분은 싱긋 미소지으며 먼저 다가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타카가키 카에데라고 해요. 당신의 이름은 어떻게 되나요?"

예의바르고, 성실하면서, 심성도 고와 보이는 사람. 이름도 예쁘네요

"아...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합니다..."

"사기사와...후미카...좋은 울림이네요.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이런 아름다운 사람에게 칭찬을 들었다는 점에서 기분이 살짝 들뜨는게 느껴집니다

"아, 이 사람과 함께 일할 때의 팁을 가르쳐 드릴게요"

"예...?"

"이 사람, 보기보다 답답한 면이 있으니까, 조금만 양해해주세요. 다만, 그러면서도 속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사람이라서 당황할 일도 많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는게 좋을거에요"

"그게, 무슨...?"

"그럼, 저는 이만 먼저 실례할게요"

자기 할 말만 다 하고, 타카가키 씨는 저를 지나쳐 가버리셨습니다. 조금 마이페이스적인 사람일까요. 다만, 프로듀서와 잘 아는 사이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어색한 기류가...?

제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프로듀서는 오른손으로 목덜미를 매만지다가,

"이전에 담당했던 아이돌입니다. 다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떨어지게 되어서......"

"...프로듀서가 먼저 정한 건가요?"

"아뇨. 상무님의 스카웃을 받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한 결과 그 프로젝트 크로네에 참여하게 된 겁니다"

즉, 관점을 달리보면 타카가키 씨는 담당 프로듀서를 미시로 상무님께 빼앗겼다, 라고 보일 수도 있겠네요. 떨어질 때의 마무리가 서툴렀던 걸까요. 그 어색함도 그렇고, 자기 할 말만 막 하고 가버리는 것도 어쩌면...질투?

"저기, 프로듀서...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제 말이 조금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들어주시겠나요?"

"예. 프로듀서로서 아이돌의 이야기는 잘 듣는 주의입니다. 무슨 말을 하실 생각입니까?"

으음...생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어쩌면, 제가 용기를 내 말하는 이 한 마디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타카가키 씨는, 좀 더 프로듀서가 신경써 주시기를 바라는게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

앞의 간격이 좀 있기는 하지만, 프로듀서는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번에는 저희 두 사람의 사이에 어색함이 내려앉았습니다. 우, 우우...그, 그래도 후회해서는 안 되겠죠? 저, 용기 내서 말했으니까. 그러던 사이, 촬영장까지 다 와버렸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