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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호 「저기 있지, 내 생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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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5, 2015 00:44에 작성됨.

치하야 「요즘 저.....이상해요」

 

모두의 몫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들린 치하야쨩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습니다. 불안감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평소와는 매우 다른 그런 소리. 저는 차 쟁반을 든 체 우뚝 멈춰섰습니다. 그러고는 그 목소리가 향하는 곳을 보았습니다.

 

P 「무슨 일인지 좀 더 자세히 말해주지 않을래?」

 

들고 있는 건 잠시 다른 곳에 두고, 구석에 숨어서 지금 막 시작하려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치하야 「음, 그러니까.....아파요. 여기가....」

 

치하야쨩이 머뭇거리며 겨우 뱉은 말을 들은 순간, 머릿 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릅니다. 어디가, 언제부터, 그리고 왜? 치하야쨩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조용히 기다리기로 합니다. 프로듀서가 더 자세한 사정을 끌어낼 때까지요.

 

P 「가슴이.....? 언제부터?」

치하야 「일주일 전부터요. 사실 한 달 전에도 묘한 느낌이 종종 들었긴 하지만」

P 「그래.....그 밖에 다른 건?」

치하야 「특히 하루카를 볼 때 더욱 아파지는 것 같아요」

 

그 뒤로 치하야쨩은 어떻게 아픈 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하루카쨩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보면 바늘로 찌르듯 아프고,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안 쪽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건......아무래도 치하야쨩이 그, 하루카쨩을.....

 

사, 사..... 사랑....하고 있다는 걸까요?

 

아니, 그러니까 그게.....이 자리에서는 치하야쨩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그 얼굴은 사랑에 빠진 소녀의 그것이 아닐까요. 이야기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걸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에서 설렘이나 안타까움이 고스란이 이 쪽으로 전해졌던 거에요. 당사자 자기 자신도 자각하지 못하는 마음을 그렇게 인식한다는 게, 주제넘은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P 「......치하야」

치하야 「네」

P 「병원에 가자」

 

지금 프로듀서의 판단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P 「분명 정밀검진이 필요할테니 다소의 스케쥴 펑크는 각오해야겠지만.....건강 관리도 아이돌로서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치하야 「저, 저어 그렇게까지 하지않으셔도.....」

P 「자, 빨리 짐 챙기자. 이런 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다녀와야하는 거야」

유키호 「저, 저기.....차 타왔어요!」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서 쟁반을 서둘러 들고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P 「아, 유키호! 미안한데 우리 이제 나가봐야돼서....」

유키호 「아니에요!」

P 「응?」

유키호 「그게 아니에요!」

 

급한 마음에 무작정 끼어들었던 탓일까, 해야할 말을 꺼내놓지 못하고 무작정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는 저. 프로듀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유키호 「그, 그러니까....저어.....」

치하야 「하기와라씨, 그 조금....괜찮을까」

유키호 「으응....」

 

답답하기만 한 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는지, 치하야쨩이 이 쪽을 부릅니다. 저는 그녀의 뒤로 살짝 물러났습니다.

 

치하야 「병원이라면 저번 오프 때 다녀왔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별 이상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P 「아 그래.....그러면 다른 문제가 있다는 건데....지금의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네」

치하야 「괜히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P 「고민을 들어주는 건 이 쪽이 당연히 할 일이니까,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치하야 「......」

P 「그, 지금은 무리라도 반드시 곧 해결책을 찾을테니까!」

치하야 「....네.....감사합니다, 프로듀서」

P 「벌써부터 감사인사하기에는 좀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아 그렇지, 혹시 또 다른 문제라도 있어?」

치하야 「그것 말고는 괜찮습니다」

P 「그래, 알았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고나서, 저는 조심스럽게 치하야쨩에게 다가갔습니다.

 

유키호 「치하야쨩....」

치하야 「미안해, 괜히 신경쓰게 만들어서」

유키호 「아니, 그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저기, 치하야쨩」

치하야 「응?」

유키호 「내 생각에는 말이지.....」

 

그것은 치하야쨩이 그, 하루카쨩을 좋아하기 때문이야.....라는 문장은 입 안에서만 맴돌았습니다.

 

치하야 「하기와라씨?」

유키호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방금 건 잊어줘」

 

제 안에서는 확신이지만, 어디까지나 제 안에서만. 함부로 입에 올릴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요, 적어도 하루카쨩 쪽도 확인해보지 않으면.

 

치하야 「....응, 알았어」

 

치하야쨩은 뭔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멀어졌습니다.

 

.....

 

유키호 「저, 저기....」

하루카 「왜?」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나서, 마침 하루카랑 단 둘이 사무소를 지키게 되었기에, 이 때가 기회다 하고 하루카쨩은 어떤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역시 쉽사리 떼어지지 않는 제 입. 들어봐야겠다는 마음과 함부로 물어봐서는 안된다는 마음이 서로 뒤엉켜 혼란스럽습니다.

 

유키호 「아니, 아무 것도....」

하루카 「유키호?」

 

부딪치는 두 마음 중 결국 이긴 건 후자. 복잡한 마음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체 슬슬 물러나고 말았어요.

 

하루카 「.....」

유키호 「......」

 

둘 밖에 없는 사무소에 어색한 공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이대로 긴 침묵의 시간을 버티고 있는 게 나을까요? 제 쪽에서 다른 말을 꺼내기에는 역시 좀 그러니까요. 그렇게 생각한 순간,

 

덜컥!

 

치하야 「.......」

 

아주 과격한 소리와 함께 아주 바짝 긴장한 모습의 치하야쨩이 나타났습니다.

 

하루카 「앗, 안녕!」

 

그녀는 미간을 팍 찌푸린 체, 가지고 온 짐도 소파에 두지 않고 무작정 인사를 건네는 하루카쨩에게 척척 지나치게 각이 잡힌 움직임으로 다가가더니, 이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치하야 「시간, 있어?」 진지

하루카 「어...,?」

치하야 「아직 스케쥴이 남아있다던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하루카 「그, 그런 건 아닌데....왜?」

치하야 「잘됐네. 잠깐 옥상으로 올 수 있을까?」

 

볼이 조금 붉어보이는데, 착각....아니겠지요? 그렇지요? 그리고 지금 말하는 대사는 그, 고백.....일지도 모르는 그런 게 아닌가요? 치하야쨩, 며칠 사이에 스스로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아예 모르는 체 계속 고민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 마음의 정체를 아는 것도 그리 좋다고는 말할 수 없군요. 동성을 사랑한다는 건, 아직 이 나라에서는 괴롭고 힘든 거니까요. 거기다 정작 하루카쨩의 마음은 어떤 건지도 모르고.....

 

하루카 「.....응」

치하야 「고마워」

 

옆에서 제가 고민하거나 말거나, 두 사람의 대화는 같이 옥상으로 올라간다는 결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하루카 「그럼 유키호, 잠깐 다녀올게. 사무소 잘 지키고 있어줘」

치하야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면 될거야」

 

저를 놔둔 체 두 사람은 사무소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두 사람의 문제니까 원래 끼어들어서는 안되지만, 이대로 외면할 수 없다는 기분이 제 안에서 점점 커지고 또 커져서,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는 그것은.....

 

유키호 「.......」 벌떡

 

마지막에는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

 

치하야 「덤벼」

하루카 「어, 어어...?」

 

이따금 바람이 부는 옥상. 탁 트인 그 곳, 사방에 깔려진 크고 작은 건물들과 오렌지빛으로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두 사람. 마치 영화나 소설 같은데 나오는 고백의 한 장면과 같았지만, 고백을 하리라 생각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수줍은 고백도, 애달픈 심정 토로 같은 것도 아닌 살벌한 한 마디였습니다. 치하야쨩이 대체 왜 저런 말을 내뱉은 걸까요? 뒤쪽에서 몰래 지켜보는 저는 물론이요 아마 그 말을 가까이서 듣는 사람도 그 이유와, 말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할 것입니다.

 

치하야 「......」 저벅저벅

하루카 「저, 저기 치하야쨩!?」

 

치하야쨩은 무섭게 하루카쨩에게 걸어가고, 그럴 수록 하루카쨩은 당황에 당황을 거듭하며 뒷걸음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들킬 것 같아서, 저는 구석의 벽에 최대한 몸을 숨깁니다.

 

치하야 「저기 있지, 나....한동안 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

하루카 「그런....어째서?」

치하야 「왜 그런지 나도 잘 몰랐어. 하지만, 이제는 알겠어」

 

아니, 아니야. 내 생각에는 치하야쨩, 아직 자신의 마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벽 모서리를 꽉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하루카 「.....치하야쨩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니?」

치하야 「아무래도 난 하루카 너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하루카 「라이, 벌?」

치하야 「분명 마음 깊은 곳에서 너와 진지한 승부(라이브 배틀)을 벌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틀림없어. 그래서 널 볼 때마다 그렇게 여기가 욱신거렸던 걸거야」

 

치하야쨩은 그렇게 말하고는 매고 있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하루카에게 건네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카 「어, 어....그러니까 이거.....마이크?」

치하야 「자, 여기서 승부를 벌이자. 변변찮은 무대에 의상은 사복 그대로이지만- 우리의 실력은 그런 것에 연연할 정도로 낮은 게 아닐테니까」

유키호 「아니야.....아니라고 치하야쨩.....」 중얼중얼

 

아니야, 그게 아니야.....내가 생각하는 게 전부 맞다는 건 아니지만, 그건 그것대로 굉장히 틀려있어. 지금 당장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계속 상황을 관찰했습니다.

 

하루카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애초에 난, 치하야쨩을 라이벌로 생각하지는.....」

 

상식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시 한 번 뒷걸음질 치는 하루카쨩. 하지만 치하야쨩은 놔줄 생각이 전혀 없어보이는 것 같은데요!

 

치하야 「그래....하지만 적어도 이 쪽은 널 라이벌로 여기고 있는 걸. 겨우 깨달은 이 마음,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어.....!」

치하야 「모처럼 가나하씨가 가르쳐준 걸!」

 

히비키쨩!!!!!!!!!!! 대체 치하야쨩에게 뭐라고 이야기한거야!!!!!

 

하루카 「미안해, 나 아무리 해도 지금의 치하야쨩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치하야 「새삼스럽지만 동료란 건 좋은 거네」

하루카 「내 말 듣고 있어?」

치하야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좋아.....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나랑 승부를 벌이자. 그거면 족해」

하루카 「승부라고 해도 말이지, 여긴 심사위원도 없고.....」

치하야 「그렇다면 심사위원을 세우면 되는거지? 마침 하기와라씨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핑계를 대며 빠져나려는 하루카쨩, 하지만 이미 두 눈에 불이 번쩍번쩍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아무 소용 없.....자, 잠깐! 내, 내가!?

 

치하야 「내가 불러올테니까 하루카는 잠깐 기다려주지 않을래?」

 

혹시라도 도망칠 구석을 원천차단한 체, 유유히 이 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치하야쨩! 아직 제가 숨어있다는 건 모르는 눈치이지만, 곧 들키는 건 시간 문제. 빠져나가려고 해도 소리가 나서 다 들키고 말테고....아아, 어쩌면 좋지요.....?

 

치하야 「아 하기와라씨, 여기에 있었네」

유키호 「치, 치 치하야쨩.....」

치하야 「왜 여기에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불러올 수고는 덜었는 걸」

치하야 「부탁이야, 지금부터 벌어질 라이브배틀의 심사위원을 맡아주지 않을래?」

 

말투는 공손했지만, 행동은 그와 반대였습니다. 아플 정도로 제 손을 꽉 잡은 체, 하루카쨩이 멍하니 서 있는 곳까지 저를 질질 끌고와서는-

 

하루카 「저, 저기.....」

치하야 「이렇게 심사위원도 구했으니까 대결을 시작하자」

하루카 「」

유키호 「」

 

전의에 불타오르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던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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