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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을 신지 않는 여자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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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3, 2015 20:19에 작성됨.

           왼손에는 전화기를 든 프로듀서는 오른손으로 히비키와 타카네 두 사람을 부른다.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스케줄 표로 향한 그는 오늘의 날자란에 오후2시로 시작되는 무언가를 적어 넣는다. '제니스, 사전 미팅'. 그리고 그 조금 아래쪽에 무언가를 이어 적는다. 오후 여섯시 '라이브'

           "에엑?"

           가나하의 잠깐 터져나온 그 단말마를 급히 손으로 가리고, 다시 차분히 프로듀서의 말을 기다린다.

           "감사합니다! 그럼 곧 이동하겠습니다. 아, 예!"

           밝은 표정의 프로듀서, 그러나 가나하와 시죠의 표정은 그리 기쁘지만은 않다. 너무나도 갑작스레 정해진 일정. 이렇게 갑작스레 들어오는 일에는 익숙하였으나 그것이 자신들이 주체가 되는 '라이브' 라는 점에서 다소의 당황은 어쩔 수 없다.

           "무, 무슨 일이야! 프로듀서!"

           그녀의 어휘선택은 조금 잘못됐다.

           "미안, 두 사람 모두 좀 갑작스런 일이야. 자세한 건 움직이면서 알려줄께. 일단은 라이브 준비!"

           그러면서 박수를 두 번. 짝, 짝! 아키즈키의 흉내지만 어쩐지 그녀만한 박력과 강제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제니스를 움직이기에는 충분하다. 급히 탕비실로 달려간 두 사람은 천 먼지커버에 쌓여있는 의상을 조심스레 꺼내고 프로듀서는 부츠와 악세사리가 들어있는 상자를 꺼낸다. 사무소에 있는 아마미와 키사라기는 그것을 보고 할 수 있는 건 그저 문을 열어주는 것 정도이다. 사무소의 문을 열고 세 사람을 배웅한다. 아직 계단을 내려가기 전 그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휴대전화에 키사라기가 자동적으로 반응하여

           "대신 받을까요?"

           라는 말을 했음에도 몸은 그가 들고 있는 상자를 받아 들고 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녀에게 상자의 무게를 모두 옮기고 그는 급히 휴대전화를 받으면서, 그의 주머니에 있을 리 없는 차 키를 가져오는 아마미에게 고개를 숙이고 급히 1층으로 뛰어내려간다.

 

           한바탕 폭풍이던 세 사람이 나가고 남겨진 키사라기와 아마미는 살짝 웃어본다.

           "어서 저렇게 되고 싶어."

           "그러게."

           키사라기의 바램은 아마미의 바램이기도 하기에 두 사람은 같이 웃는다.

 

 

           "왜 그걸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

           "전화 끊었죠?"

           "어?"

           가와시마는 급히 전화를 꺼내 전화가 끊어졌음을 확인한다. 오히려 놀란쪽은 닛타이다.

           "무슨 일이세요?"

           상대방은 다나카 케이스케 프로듀서임을 그녀는 살짝 들려오는 목소리와 가와시마의 태도로 알 수 있었다. 오늘에서야 그녀와 만나 전부터 부탁하고자 하던 '작은 상담'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것만 오늘도 안될 것 같다. 한시라도 급히 이곳을 떠나야해보이는 가와시마에게서 단 하나의 작은 이유라도 듣지 않으면 닛타로써도 오늘을 그냥 보낼 수 없을 것 같다.

           "아, AN라이브 말야. 지금 보니까 두 팀이 빈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AN라이브. 그렇지만 바로 떠오르는 것이 그녀로서는 없다.

           "그걸 왜 가와시마씨한테?"

           "그러니까! 나보고 어쩌라는건지..."

           한숨을 쉬면서도 그녀의 전화는 이미 어딘가로 연결중이다.

           "아,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아, 네. 갑작스럽게 죄송한데, 혹시 제니스 오늘 일정이 잡혀 있을까요?"

           분명 어제 밤 방송에 나왔던 듀오의 이름임을 기억하고 있다. 도쿄 미드나잇은 너무 늦은 시간에 진행되는 방송이기에 닛타는 이번 방송도 끝까지 전부 듣지는 않았으나 초반의 개그는 기억하고 있다.

           "예, 조금 공백이 생겨서 말이죠... 급하게 매 꿔야 한다면서 저한테 까지 연락이 오는 바람에... 아뇨, 제가 출연하는 건 아니죠!"

           전화상대는 볼 수 없을 그녀의 당황한 미소와 손짓.

           "저희 쪽에서 기획한 행사에서 조금 착오로 두 팀이 비어버려서요."

           '되 먹지 못한 사람 밑에서 고생하죠. 자기가 일은 다 벌려놓고, 잘 모르는 일도 계속 간섭하면서 다른 사람들까지 피곤하게 하고, 이제는 자기가 해야 할 일도 제대로 못하는 무능한 인간이라는 게 확실해졌어요.'는 그녀의 마음 깊이 맴도는 닿지 않는 메아리.

           "네, 그쪽은 나중에 저희 사... 사무소에서 연락해 드리겠습니다. 아차, 잠시만요... 장소가..."

           수첩을 뒤지는 가와시마의 모습에 닛타는 더 이상 그녀에게 조금은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진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미나미쨩, 미안. 나중에 얘기 들어도 될까? 오늘 밤에 전화... 아니 너희 방에 들러도 되?"

           "저희 방에요?"

           "괜찮아?"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럼 저도... 말해 둘께요."

           "진짜 혼자가 아니구나."

           그 말은 왠지 다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걔들과도 관련된 문제 이기도 하니까..."

           "응?"

           "네, 밤에 와주세요."

           이 아이는 어찌하여 또 다른 두 사람까지 엮인 '문제'를 가지고 왔단 말인가? 일단은 자신이 그녀가 않았더라도 가와시마의 성격상 닛타가 아니라도 세 사람과 마주하였을지 모를 일. 하지만 이 소녀를 원망하거나 귀찮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문제에 대해 조금의 생각을 해볼 뿐이다.

           "알았어, 그럼 끝나고 연락할께."

           다시 휴대전화로 시선을 옮긴 가와시마 미즈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닛타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낮에는 그녀와 만날 예정 단 하나 뿐이었다. 분명 꽤나 길어지리라 생각했기에 별다른 생각도 없이 나왔기에. 카페에서 조금 떨어진 횡단보도. 레몬에이드가 담긴 플라스틱 잔을 왼손에, 하얀 휴대전화를 오른손에. 잠시 그 모습을 눈에 새겨둔다.

           습관적으로 백으로 손이간다. 오늘은 들고 오지 않았는데. 왼쪽 주머니에서 꺼낸 휴대전화의 메일을 켠다. '나나미'라고 명명된 연락처.

           '지금 어디?'

           라는 짧은 메일을 보내고, 침대에 꺼내두고 들고오지 않은 백을 가질러 방향은 집 쪽으로 향한다.

 

 

           핸들을 잡지 않은 왼손으로 다시 외투의 안 주머니를 확인한다. 음원 시디가 확실히 들어있다. 신호를 받은 이 잠깐의 시간동안 그 케이스를 꺼내 확인한다. 제니스의 음원인 '브랜드 뉴데이'와 '눈꽃바람'. 그렇게 적혀있는 시디. 음원도 제대로 챙겼다. 확실히 준비했다. 남은 건 이제 미팅과 리허설, 본방 뿐이다. 잠시 두 사람의 표정을 룸미러를 통해 살펴본다. 긴장된 모습이 역력하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되있지 않은 일정이기에 그렇겠지. 어떻게든 긴장을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에 대한 답은 그 자신도 모른다. 부담감을 주지 않고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말.

           "어제 잘 잤어?"

           표정이 변했다. 이거 실패인가...

           "아, 응."

           "그럭저럭 수면을 취했습니다."

           "다행히네."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어떻게 말을 이어갈까.

           "어제 방송 재밌었어."

           표정이 변했다. 다시 실패인가...

           "아, 응."

           "그럭저럭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네."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사태를 만든 장본인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라이브 출연진중 가와시마와 친분이 있는 543프로의 솔로 아이돌 '타카모리 아이코'는 현장에 다나카 프로듀서는 없다고 말한다.

           "그럼 어디있어?"

           "어떻하죠?"

           "응?"

           이 소녀도 왜 갑자기 자신에게 그런 것을 묻는 것인가?

           "일단 765프로에서 한 팀 보내준다고 했어."

           "아, 네. 잠시만요..."

           잠깐의 침묵, 그러나 전화기 너머에서는 다급한 남성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스태프 분이 새로 오시는 분들 순서에 대해서 물어봐 달라고 하시는데..."

           "응?"

           그걸 왜 나한테? 나를 프로듀서로 착각 하는건가. 그런 푸념섞인 생각은 할 시간이 없다. 그녀의 결단은 간단하고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 갈께."

           왜 하필 이럴 때 택시가 안 보이는 걸까. 오히려 드라마에서 필요한 때 잡혀주는 택시가 비정상적인 것일까? 지금의 그녀는 잠깐 자신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진다. '자신을 비관하고 아름다운 삶을 원해서'가 아닌 '지금 당장 택시를 원해서'이라는 점이 '가와시마 미즈키'라는 여자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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