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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P 「네?」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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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3, 2015 01:10에 작성됨.

지난 화

치히로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P 「네?」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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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헉헉헉......」

 

차도 옆 인도를 지나 인파가 몰린 곳을 향해 뛰어가고 있는 나.

지금 속도를 늦추면 그녀들에게 분명히 잡힐 것이다.

뒤를 돌아볼 시간 따위 없다. 최대한 빨리 인파 속에 묻혀서 그녀들이 날 찾을 수 없게 해야한다.

 

인파 속을 지나 지하철역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오르락내리락하던 3번 출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이렇게 반가울 데가 없었다.

 

P 「다, 다왔어! 조금만 더 빨리!!」

 

퇴근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뚫고 계단을 내려가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곧장 승하차장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때마침 도착한 지하철이 문을 막 열기 시작하여, 나도 자연스럽게 인파 속으로 들어가 탑승에 성공!!

 

P (하, 하핫! 어떠냐!! 이게 예비군 4년차의 힘이닷!!!)

 

숨을 돌리며 마음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잡혔을 것을 생각하니 신경에 무언가 찌릿한것이 달렸지만, 그와 동시에 탈출했다는 안도감이 찌릿함을 달래주며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여유를 가지게 된 나는 퇴근길에 필수인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은 후, 폰을 켜서 평상시대로 음악을 켰다.

역시, 내겐 이런 평범한 생활이 어울릴 것이다.

 

자주듣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왈츠곡을 틀은 후, 곰곰히 상황을 다시 정리해보기로 했다.

내 폰에 있는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라는 게임앱에 있던 캐릭터가 실체화해서 내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내가 다니는 회사의 전무(센카와 치히로 씨)랑 전무 비서(사쿠마 마유 양)라는 직함으로 말이지......

 

그리고 퇴근할 때, 사단이 나고 말았다.

 

 


~ 30분 전 ~

P 「그럼 나도 가볼까나...」

 

다들 퇴근하고 인적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 괜히 얘기를 하며 서류 가방에 내용물을 주섬주섬 넣기 시작했다.

아침에 센카와 치히로 씨와 사쿠마 마유 양을 직접 대면하긴 했지만, 곧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 지금 이 시각까지 평상시대로 일하다 보니 아침의 그 일은 꿈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무실의 기타 전자기기들이 제대로 꺼졌는지 확인한 후, 모든 전등을 소등하고 문 밖을 나왔다.

 

치히로 「기다렸어요, 프로ㄷ... 아니, P 씨?」

 

다시 한번 현실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다.

역시 아침의 그 건은 꿈이나 망상이 아니었나보다.

 

P 「아, 저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결혼이라던가 그런건 좀......」

치히로 「어머, 알았다구요. 좀 더 서로를 알아가야한다는 얘기죠? 뭐... 전 P 씨에 대해서 다 알고 있지만요.」헤헷

P 「그러고보니 집이 어디시죠?」

 

게임 속에서 뛰쳐나왔다고 해도, 여기서 살 집은 따로 마련해두었을 터.

애시당초 이 회사에 취직을 했다는건 신분 상의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했다는 이야기니까.

 

치히로 「집이 없는걸요.」생긋

P 「네?」

 

터벅터벅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면서 걷던 나는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춰버렸다.

 

치히로 「흐음... 월급이 나오는 한 달 뒤면 몰라도 지금 당장은 돈이 없는걸요?」헤헷

P 「그럼 잠은 어디서 주무시는데요?」

치히로 「찜질방이라는 곳이요. 다른건 차치하고서라도 돈을 아낄 수 있으니깐요.」엣헴

P 「그... 뭐냐. 혹시나해서 묻는건데 마유 양은요?」

치히로 「글쎄요... 저도 이쪽에선 마유 양을 오늘 처음 봤으니깐요.」

P 「지금 마유 양도 퇴근은 한거죠?」

치히로 「네, 저보다 일찍 나갔으니까요. 그.런.데! 제 걱정은 안 해주시나요?」지이이이

 

갑자기 치히로 씨가 얼굴을 내 쪽으로 가까이 대었다.

시선은 내 두 눈을 향해 똑바로 향하고 있는데... 상당히 부끄럽네.

하지만 치히로 씨의 약간 붉게 상기된 뺨과 살짝 흐트러진 머리칼, 반짝이는 붉은 색의 눈동자는 부끄러움따위는 잊어버리고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P 「핫, 어, 어쨌든 주말은 푹 쉬세요.」

 

급히 고개를 돌리면서 화제를 전환했다.

 

치히로 「네, 안그래도 오늘 P 씨의 집에 가서 피로를 풀 생각이랍니다?」얏호

 

화제전환에 실패한 모양이다.

그와중에 텅빈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여 우리들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P 「그, 뭐랄까. 다 큰 성인 남녀가 한 지붕은 좀......」

치히로 「어머나, 부끄러워 하실 필요는 없다구요? 저희는 곧 결혼할 사이잖아요?」

P 「그러니까 왜 제게 호감도 만땅인지 잘 모르겠다구요......」

 

1층에 도착했다는 효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자연스럽게 1층 로비로 나왔다.

하지만 왠지 치히로 씨는 엘리베이터에 머뭇머뭇하며 나오지 않았다.

 

P 「저기, 무슨 일이 있나요?」

치히로 「그야... 당연하잖아요...」

 

고개를 푹 숙이고 여전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고 하지 않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더니

 

치히로 「매일매일... 인터넷에서 운영진의 앞잡이나 수전노라고 불리고... 악마나 귀신으로 불리면서 조롱이나 받던 저지만...」

 

잠, 잠깐.

이 패턴, 뭔가 위험해. 내 심장에 좋지 않아!

 

치히로 「폰 속에서 다... 봤다구요...? P 씨만큼은... 있는 그대로의 저를 좋아해... 주신...거...... 아우우...」퓨슈우우

P 「아... 어....」

 

심쿵사... 이럴 때 쓰는건가...

 

마유 「어머, P 씨. 여기 계셨네요오.」

P 「헉?!」 / 치히로 「어맛?!」

 

아무 기척도 없이 내 등 뒤에서 나타난 마유 양에 의해 영화의 한 장면 같던 상황이 순식간에 현실로 되돌아오고, 깜짝 놀란 나와 치히로 씨는 외마디 소리를 내버렸다.

하지만 마유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내 앞으로 걸어왔다.

 

마유 「오늘은 집에 같이 가요오?」

치히로 「자, 잠깐!」

 

마유 양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왼편에 서서 팔짱을 끼고선 환한 미소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건 이것대로 파괴력이 있습니다만... 아니, 팔쪽에도 있어요!! 감촉이!!!

급하게 팔짱을 풀고서는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P 「마유 양, 미안하지만 팔이 그... 어쨌든 이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어요!」

마유 「괜찮아요. 전... P 씨를 위해서라면 모든걸 다 바칠 준비가......」

치히로 「미성년자가 무슨 얘기를 하는거에요!」

 

그리고는 둘 다 서로 내가 살고있는 집으로 가겠다고 생떼를 부리다가 눈빛이 사라지고 서로 목소리가 격앙되기 시작, 그 틈을 타서 나는 전력을 다해 도망친 것이다.

평소라면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분위기는......

갓 군대에 들어간 훈련병 시절, 난생 처음으로 진짜 수류탄을 내 손으로 던지던 그 때와 하등다르지 않은 위협감으로 가득했다. 

 

P (꿀꺽......)

 

고작 30분 전의 상황을 다시 회상했을 뿐인데도 목이 바짝바짝 말라가는 느낌.

여자의 싸움이라는거, 이런 느낌이구나.

 

그나저나 오늘은 금요일이라 며칠 벌었다지만, 다음주 월요일부터 다시 회사에서 마주칠게 뻔한데 어찌해야한다......

에잇, 일단 오늘은 생각을 정지하자.

 

.

.

.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지하철은 착실히 달려가고 있었고, 어느샌가 내가 내릴 역에 도착했다.

 

P (왠지 피곤하네) 하아암

 

하품을 하면서 역에 내렸더니 왠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고개를 푸욱 숙인 채로 승강장 벽쪽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있는게 보였다.

뭐랄까, 보통은 열차가 도착하면 의자에 앉았던 사람들도 일어나는게 보통이라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번씩 눈길을 주고서는 개찰구가 있는 윗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간다.

물론 나도 그녀 바로 앞을 지나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여학생 「에잇!」슈팟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내 왼쪽 팔목을 꽉 붙잡아버린 것이었다.


순간 나는 어안이 벙벙해 그녀 쪽을 바라보자......

 

여학생 「프로듀서 씨, 너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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