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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마미] 소악마들의 인공호흡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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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9, 2012 00:56에 작성됨.

   중학교 1학년 교실의 쉬는 시간. 아직 젖살이 귀엽게 붙어있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동안 몸에 밴 장난기를 다 털어버리지 못해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남자아이들은 헐렁한 교복 소매를 펄럭이며 활기차게 교실을 뛰어다녔다. 여자아이들은 뛰는 대신 저마다 그룹을 이루어 꺅꺅 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그런 아이들 중, 수업이 끝나자마자 책상에 축 늘어진 두 명이 있었다. 수학 공식과 숫자들이 얼굴을 묻은 공책 위에 혼란스럽게 그려있다.
   “숙제가 너무 많아…마미, 숙제 좀 보여줘…….”
   “나도 똑같아…아미, 수업에 사이좋게 지적받았잖아.”
   “우우, 베낄 수도 없고.”
   명색이 아이돌이다. 어느 정도 이미지 관리는 해야 했다. 적어도 착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사실 베끼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숙제를 리츠코에게도 확인 받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동급생의 눈을 신경 쓰긴 했다.
   바쁜 스케줄에 수업도 겨우 나오는 상황이라 숙제도 수업에 안 나올수록 차곡차곡 싸여 오랜만에 수업에 나올 땐 둘은 선생으로부터 항상 숙제 지옥을 맛봐야했다.
   수학, 국어, 사회 등등.
   지옥의 무게에 아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아미를 보며 마미는 결연한 표정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사무소에 가서 모두의 힘을 빌리자. 우리들론 할 수 없어!”
   “역시 그게 좋겠어! 하루룽, 이오링, 유키뿅이 있으니까. 동료를 믿자, 마미!”
   “응, 힘내자!”
   서로의 손을 꽉 마주 잡으며 후타미 자매는 일어났다. 숙제에 관한 열정치고는 뜨거웠지만, 둘에겐 숙제만큼 힘든 건 없었다.
   숙제 고민을 나중으로 미뤄버리자 둘은 다시 원래 기운으로 돌아왔다. 다음 시간이 뭔지 아미는 시간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음 시간 체육 아냐? 왜 다들 옷 안 갈아입지?”
   “그러게. 왜 그러지?”
   원래 체육 시간 전이라면 모두 체육복으로 갈아입어야했다. 체육복은 여자는 교실 안에서, 남자는 화장실이나 탈의실에서 갈아입는 걸로 정해졌기에 평소 같았으면 남자아이들이 체육복을 들고 우르르 달려 나갔어야 했다.
   “요콧치, 다음 체육 아냐?”
   마미는 옆에서 친구와 떠들던 동급생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응, 체육 맞아.”
   “근데 옷 안 갈아입어?”
   “아, 후타미는 못 들었겠구나. 오늘 체육은 교실에서 한데. 다음 체육 시간을 대비해 뭐 배운다고 했어.”
   뭐였더라, 하고 요콧치라 불린 여자아이는 정작 뭘 배우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 덧붙였다.
   “우우, 체육이 수업 중에선 가장 재밌는데. 유일하게 몸 움직이는 시간이라구.”
   나름 체육을 기대했던 아미는 입을 내밀며 발을 책상 아래서 투덜투덜 앞뒤로 흔들었다.
   “다음 체육 시간 대비? 다음 체육 시간에 뭐 해?”
   “수영이야. 학교 수영장 알지? 거기 청소가 다 끝나서 앞으로 체육 시간엔 가끔 거기서 수영 배운데.”
   마미의 물음에 여자아이는 성실히 답변했다. 수영이라는 단어에 아미와 마미의 눈빛이 변했다. 내밀던 입이 쏙 들어간 아미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수영? 진짜진짜로?”
   “응, 진짜진짜로. 선생님이 말했으니까 틀림없어.”
   “우와! 마미, 수영이래!”
   “학교 수영복이 괜히 있는 게 아녔어! 야호!”
   와아와아 하며 아미, 마미는 환호했다. 둘은 이번 여름 동안 수영장에 가본 적이 없었다. 계속 신곡 준비, 발표에 집중했기에 TV 프로그램도 주로 음악 프로그램에 나왔으니, 물과는 연이 없었다. 아이돌이니 그라비아 촬영으로 수영복을 입을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게 후타미 쌍둥이는 중1이라는 나이에 걸맞은 몸매라 그쪽으론 수요가 없었다.
   서로의 손을 팡팡 부딪치며 둘은 시원한 물을 가르며 첨벙첨벙 헤엄칠 상상에 빠졌다. 절로 히죽히죽 웃는 얼굴에 여자아이가 한 가지 더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때 수업 벨이 울렸다.
   “아, 난 이만 자리로 가볼게.”
   “응! 나중에 같이 수영장에서 놀자! 에리링!”
   “으응, 그랬으면 좋겠네.”
   여자아이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수영장의 환상에 젖은 둘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잠시 후 교실 문이 드르륵 큰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체육복 차림의 여교사가 들어왔다. 밖에서 합법적으로 놀 수 있는 체육 시간이 날아가선지 교실의 아이들은 대부분 김빠진 표정이었다. 후타미 쌍둥이만 빼고.
   여교사가 그런 교실을 슥 둘러보다가 반장에게 시선을 맞추자, 반장이 일어났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에리링 선생님!”
   아이들의 인사 속에서 아미, 마미의 들뜬 목소리가 유독 튀었다. 아이돌답게 발성도 좋아 귀에도 쏙 들어왔다.
   “오, 후타미 쌍둥이. 오늘은 한결 더 좋은 텐션이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에리링 선생님! 다음 체육 시간에 수영하는 거 사실이에요?”
   “친구한테 들었나보네. 수영장을 써도 좋다고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허락이 떨어져서, 한동안 체육 시간에 수영 수업 할 거야.”
   “이예이! 수영이다!”
   “만세!”
   여교사로부터 확답까지 듣자 아미, 마미는 더 들떠 와와 소란스럽게 까불어 댔다. 후타미 쌍둥이는 평소에도 이런 분위기였기에 동급생들은 전혀 얌전하지 않은 아이돌의 모습이 익숙했음에도 키득키득 웃었다. 여교사도 마찬가지여서, 이정도 소란은 딱히 지적하지 않았다.
   “진짜 수영 할 때 들뜰 수 있게 힘 아껴둬라. 근데, 너희 다음 체육 시간에 학교 올 수 있어?”
   “아.”
   “아.”
   파닥파닥 움직이던 쌍둥이의 손이 뚝 멈췄다. 맞다, 스케줄. 스케줄이 항상 고정된 게 아니라서 일주일에 학교에 언제 오는 날이 딱히 정해진 건 아니었다. 최대한 오도록 프로듀서나 쌍둥이는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신곡 발표 시기인 지금은 기약이 없었다.
   수영장의 환상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져간다. 손을 뻗어 잡으려 해도 닿지 않는 신기루. 쌍둥이는 빵빵한 풍선이 터지듯 기운이 쭉 빠져 버렸다.
   그런 쌍둥이의 표정을 보자 대강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한 여교사는 심술궂게 웃었다.
   “에고, 역시 스케줄 때문에 바쁜가보네. 별 수 없지 뭐. 후타미 쌍둥이를 뺀 나머지들, 우리 학교의 수영장이 중학교 치곤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느껴서 입으로 알려주도록 해라.”
   “네, 선생님!”
   매정하게도 아이들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모아 대답했다. 이렇게 될 걸 미리 예상했던 요콧치라 불린 여자아이는 후타미 쌍둥이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으으! 수영장! 이제 막 성장 중인 여자아이들의 수영복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어!”
   “좌절하지 마, 아미. 아미에겐 마미가 있어!”
   무너지는 서로를 부여잡으며 후타미 쌍둥이는 모진 세상 속에서 버텨내려했다.
   “자, 후타미 쌍둥이의 콩트는 무시 하고. 오늘 배울 걸 알려주마. 전 시간에도 말했듯이 다음 체육 시간에 배울 수영을 위해 오늘은 인공호흡을 배울 거다. 수영 하는 데 왜 인공호흡씩이나 배워야 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인공호흡은 잘 배워두면 위험한 순간을 대비할 수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잘 배워두도록 해. 알겠지?”
   넵, 하고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미리 인공호흡을 배운다고 들어뒀기에 다른 아이들은 신기한 걸 배운다는 감정이었으나,
   “인공호흡? 그런 것보다 수영! 수영!”
   “에리링, 수영!”
   쌍둥이만은 인공호흡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여교사는 이런 태도가 익숙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에리코 선생님이야. 반장, 전에 말한 인공호흡 훈련 모형 두 개 가져올래?”
   “네, 알겠습니다.”
   착실해 보이는 반장은 여교사의 말에 착착 움직였다. 반장이 인공호흡 훈련 모형 두 개를 가져올 때까지 아미, 마미는 수영을 하자고 졸랐지만 여교사는 가볍게 넘겨버렸다.
   반장이 가져온 인공호흡 모형들을 여교사는 바닥에 하나씩 조심스럽게 눕혔다. 모형은 상체뿐인데다가 인공호흡을 위해 입까지 벌려져 있어 호기심 왕성한 아이들은 시선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쌍둥이도 마찬가지여서, 처음 보는 모형의 모습에 어느새 조름을 멈추고 눈을 반짝였다.
   “뒤에서 안 보이는 사람은 나와서 봐도 좋아. 신기하게 생겼지?”
   어느새 여교사 곁으로 우르르 몰려나온 아이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엔 아미, 마미도 있었다.
   “이제부터 내가 직접 인공호흡을 어떻게 하는 지 보여줄게. 선생님이 하는 걸 잘 본 다음 너희들이 직접 모형을 상대로 해보는 거야. 알겠지?”
   “넵!”
   “좋아, 그럼 잘 봐봐.”
   여교사는 모형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 다음엔 두 손을 깍지 껴서 모형의 가슴 중앙에 손가락이 닿지 않게 손바닥 뒤꿈치만 댔다.
   “손가락이 닿지 않는 상태에서, 양팔을 쭉 핀 다음 체중을 실어서 가슴을 압박하는 거야.”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세어가며 여교사는 모형의 가슴을 강하고 빠르게 압박했다. 모형 상대로 하는 행위였지만 숙련자의 솜씨였기에 아이들에겐 왠지 멋지게 보였다.
   가슴압박을 서른 번까지 한 뒤, 여교사는 손을 땠다.
   “가슴압박 다음은 인공호흡. 우선 환자의 머리를 이렇게 젖히고.”
   여교사는 왼손으로 모형의 머리를 젖힌 다음, 오른손으론 턱을 들어 올렸다. 환자의 기도를 개방시키기 위함이다. 머리를 젖혔던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모형의 코를 막은 뒤 여교사는 모형에 입을 가져다댔다. 크게 벌린 여교사의 입은 모형의 입을 완전히 막았다. 그 상태로 여교사가 숨을 불어 넣자, 모형의 가슴이 올라왔다. 이를 여교사는 한 번 더 해 총 두 번의 인공호흡을 마쳤다.
   “후, 이렇게 가슴압박 서른 번, 인공호흡 두 번을 계속 반복하면 돼. 생각보다 간단하지?”
   여교사가 씨익 웃자 아이들은 감탄을 터트렸다. 제일 가까이서 여교사의 인공호흡을 본 아미와 마미는 박수까지 쳤다.
   “우와, 에리링 선생님 대단해! 진짜 구급대원 같아!”
   “후후, 그래? 자, 이제 한번 해봐. 모형이 두 개 있으니까 남자, 여자 나눠서 해. 모르는 거 있음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남자, 여자 가릴지 않고 아이들은 제일 먼저 해보겠다며 모형 앞으로 후다닥 줄을 섰다. 여자 중에선 아미, 마미가 제일 동작이 빨라 가장 앞에 있었다.
   쌍둥이는 사이좋게 모형 하나에 붙어 여교사가 했던 인공호흡을 따라했다. 처음 마미가 가슴압박을 하자, 아미가 바로 모형에 인공호흡을 했다. 혼자보다 둘이 하니 아미와 마미는 생각보다 능숙히 인공호흡을 해냈다.
   “오, 후타미 쌍둥이 잘하는데. 좀 만 더 배우면 자격증까지 딸 수 있겠어.”
   “정말? 아미랑 마미 잘해요?”
   “중학생치고는. 공부는 영 못하는 것 같던데 역시 이런 쪽엔 강하구나.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서 위급한 상황에 사람을 구해주렴.”
   “응!”
   여교사의 칭찬에 아미와 마미는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언제 수영을 시켜달라며 졸라댔냐는 듯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간 흥미진진한 웃음이다. 순식간에 기분이 바뀌는 점 역시 후타미 쌍둥이다웠다.
   칭찬에 힘입어 아미와 마미는 더 열심히 인공호흡을 배웠다. 아이들 중 가장 열심히 배우는 모습에 여교사도 더 신나서 이것저것 인공호흡 때 필요한 요령들을 가르쳤다.
   수업이 끝날 때쯤에는 반 아이들도 아미와 마미가 인공호흡을 하는 걸 보고 감탄할 정도였다. 여교사는 후타미 쌍둥이의 빠른 학습 속도와 한번 꽂힌 건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끈기를 보며 과연 유명 아이돌이 괜히 된 게 아니라며 둘 다시 보았다.
   이렇게, 아미와 마미는 ‘인공호흡’이라는 새로운 특기를 획득했다.

   * * * * * * * * *

   학교가 끝나고 아미, 마미는 반 친구들과 함께 교문을 나섰다. 같은 반 말고도 아이돌인 아미, 마미를 보기 위해 모여든 아이들로 둘의 주위가 가득했다.
   교문 바로 앞 도로에는 검은 밴이 서있었다. 차 안에서 둘을 기다리던 프로듀서는 아미, 마미를 보곤 창문을 내렸다.
   “아미, 마미 조심히 들어가고 나중에 꼭 같이 놀자.”
   “응, 바이바이!”   자신들을 배웅하는 친구들로부터 둘은 상큼한 웃음을 띤 채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창문 너머 차 안의 프로듀서를 보곤 마미가 먼저 쪼르르 차로 달려갔다.
   “오빠, 안녕! 아미랑 마미 많이 기다렸어?”
   마미는 창문으로 머리를 쑥 내밀었다. 프로듀서는 피식 웃으며 마미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방금 왔어. 바로 다음 스케줄로 이동해야 하니까 어서 타.”
   “응!”
   마미는 차 뒷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아미가 쏙 차에 먼저 탔다. 씩 웃는 아미를 보며 마미는 으이구, 하며 자신도 이어 차에 탔다.
   프로듀서는 룸미러로 둘이 탄 걸 확인했다. 룸미러 너머 비추는 둘은 기분이 좋은 듯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안전벨트 잘 메고. 그럼 출발할게.”
   “넵! 기사 오빠, 부탁부탁~”
   “옙,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쌍둥이가 안전벨트를 제대로 찬 걸 확인한 뒤에야 프로듀서는 액셀을 밟았다. 차는 부드럽게 앞으로 나갔다.
   “오늘은 더 들떠 보이네. 학교에서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오늘 학교에서 인공호흡 배웠거든. 아미랑 마미, 선생님한테 잘한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기분 좋은 목소리로 외치면서 아미는 프로듀서에게 보란 듯이 손으로 브이자를 만들었다. 마미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여동생이 칭찬받은 듯해서 프로듀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 그건 좋은 일이네. 그럼 인공호흡은 제대로 배운 거야?”
   “물론! 이제 오빠가 쓰러져도 아미랑 마미가 옆에 있으면 살릴 수 있어.”
   “응훗후, 우리가 인공호흡 하는 거 보면 깜짝 놀랄 걸? 그야말로 프로의 솜씨라구!”
   기세 좋게 외치며 아미는 깍지 낀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어 가슴압박 자세를 했고, 마미는 사람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은 듯한 포즈를 취하며 입으로 숨을 세게 후후 불어댔다.
   프로듀서는 그런 둘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그 기세로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게 좋아. 지난 번 테스트 성적 안 좋던데.”
   성적 얘기가 나오자 둘은 뻗었던 손을 축 늘어뜨리며 발끈했다.
   “우, 공부도 열심히 하는 걸. 짬짬이 릿쨩한테 이것저것 배우니까 괜찮아.”
   “맞아. 우리도 열심히 하고 있어.”
   “그럼 다음 테스트 성적 기대하도록 할게. 아이돌이라 해도 성적은 중요하니까.”
   “걱정 마! 오빠가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을 받아올 테니깐!”
   “그래그래, 꼭 깜짝 놀라게 해줘.”
   프로듀서가 그렇게 대답하자 응, 하며 후타미 쌍둥이는 힘차게 외쳤다. 그 씩씩한 모습만 봐도 프로듀서는 기분이 좋았다. 물론 후타미 쌍둥이가 높은 성적을 받아올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근데 역시 오늘 체육 못해서 아쉽다. 인공호흡 배운 건 좋았지만. 거기다 다음 체육 시간은 수영한다니.”
   “우, 수영하고 싶어. 오빠, 우리 이번 주에 학교 갈 수 있어?”
   “학교? 글쎄……확실한 건 스케줄을 확인해봐야 되는데, 아마 가더라도 수업 다 듣는 건 힘들 것 같아.”
   “우우. 역시 수영은 무리인가.”
   “대실망이네, 마미.”
   둘은 등받이 몸을 축 기대곤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지만 역시나다. 아무래도 수영과 자신들은 거리가 먼 것 같다며 둘은 좌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때 둘의 중얼거림을 듣던 프로듀서가 툭 말했다.
   “수영? 이번 주말에 바닷가 가잖아.”
   “에에에? 바닷가? 바다?”
   “정말정말?”
   언제 우울했냐는 듯 쌍둥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몸을 프로듀서를 향해 쑥 내밀었다. 안전벨트가 있어 프로듀서에게 아예 달라붙지는 못했지만, 온힘을 다했는지 거리는 무척 가까웠다.
   “아미, 리츠코한테 못 들었어?”
   “응, 전혀!”
   “이상하네, 리츠코라면 분명 말했을 텐데. 이번 주말에 화보 촬영 하러 바다 가게 됐어. 이제 여름이니 여름용 화보로 말야.”
   “만세! 바다다!”
   “우리 소원이 하늘에 닿은 거야! 만세!”
   하늘 높이 만세 하던 아미와 마미는 감격에 겨워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두 사람의 귀에는 끼룩끼룩 우는 갈매기 소리와 함께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좋아?”
   “응! 그럼 바다엔 누구누구 가는 거야?”
   부둥켜안은 몸을 풀고 마미가 물었다.
   “류구코마치 멤버랑 마미, 미키, 치하야, 하루카, 야요이. 이렇게 여덟 명이 가기로 했어. 다른 멤버들은 스케줄 때문에 힘들고.”
   “다 같이 못가는 거야? 우, 아쉬워라.”
   둘은 전엔 다 같이 간 기억이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그건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다른 아이들도 각자 바쁘니까. 또 우리도 갔다가 화보 찍고 몇 시간 뒤에 바로 돌아와야 해. 다음 날 스케줄이 있으니.”
   모두 한창 잘 나가는 아이돌이니 1박 2일 여행은 스케줄 때문에 역시 힘들었다. 그 말을 듣자 아미와 마미의 얼굴에 아쉬움이 더 깃들었다.
   그래도 아쉬운 표정은 잠시였다.
   “그럼 더 열심히 놀아야겠네. 아미, 힘내자! 못 간 사람 몫까지 더 팍팍 노는 거야!”
   “응! 이번 기회에 놀 거 다 놀아버리자! 파이팅!”
   주먹을 굳게 쥐며 둘은 결연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굳은 결의를 다지며 둘은 금방 원래의 기분으로 돌아왔다. 프로듀서는 쌍둥이의 기세를 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노는 건 좋지만 일단은 일하러 가니까 화보 촬영은 제대로 해야 된다. 알겠지?”
   “걱정 마! 오빠도 한눈에 뿅 갈 만큼 대담한 화보 찍을게!”
   “미키미키나 아즈사 언니, 오히메찡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도 있으니까!”
   뭐가 있냐고 프로듀서는 순간 딴지를 걸 뻔 했지만, 쌍둥이의 좋은 기분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어찌 되었든 일할 마음을 굳게 먹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았으니.
   아미와 마미는 주말에 갈 바다를 향한 투지를 맹렬히 불태웠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 진 알았다. 일 따윈 순식간에 해치워버리고 팍팍 놀아버리자. 아미와 마미는 씩씩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 * * * * * * * *

   화보 촬영하러 가는 일요일. 날씨는 무척이나 화창했다. 해는 쨍쨍 비쳐 밖에 오래 서있으면 땀이 날 정도다. 아미, 마미는 기분 좋은 하늘을 손을 쫙 벌리면서 환영했다.
   “예이! 날씨도 OK! 이제 출발만 하면 OK!”
   랩처럼 말을 쏟아내더니 아미는 제자리서 빙글빙글 돌았다. 가냘픈 허리춤엔 벌써부터 튜브가 있다. 튜브를 낀 채 도는 아미는 팽이 같았다. 등등한 놀 기세에 일행들도 웃었다.
   “자자, 야요잇치도 함께!”
   “에에? 나도?”
   마미는 가만히 있던 야요이의 팔을 끌며 서로 손을 마주잡고 그대로 춤을 추듯 돌았다. 야요이는 우우우 하면서 제대로 된 저항하지 못하고 마미의 기세에 쓸려 빙글빙글 돌았다.
   촬영팀의 짐을 옮기는 것을 돕던 프로듀서가 그 광경을 보곤 한마디 했다.
   “아직 출발도 안했는데 너무 들뜨지 마. 그러다 넘어질라.”
   “헤헤, 괜찮아! 이예이!”
   “예이!”
   “괘, 괜찮지 않아!”
   프로듀서의 말에도 더욱 흥이 나 도는 아미, 마미와 달리 야요이는 눈이 핑글핑글 돌다 못해 머리를 똑바로 유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미, 마미. 그렇게 돌다간 멀미할 거야.”
   항상 들고 다니는 토끼 인형을 품에 안으며, 이오리가 경고했다. 이오리 옆엔 아즈사가 ‘어머어머.’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웃음을 얼굴에 띠며 서있었다.
   아미, 마미는 괜찮다며 더 세게 돌려고 했으나,
   “괜찮――우욱.”
   “욱.”
   쌍둥이는 도는 걸 멈추고 몸을 숙이더니 입을 바로 부여잡았다. 너무 빙글 돈 탓인지 갑작스럽게 멀미기운이 쌍둥이를 엄습했다. 덕분에 해방된 야요이도 상태가 안 좋긴 마찬가지였다.
   “우에에, 빙글, 빙글,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요~.”   야요이는 이리저리 위험하게 비틀거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에 치하야가 재빨리 움직여 야요이를 받았다.
   “타카츠키, 괜찮아?”
   “우우, 어지뤄워요~”
   치하야에게 매달리며 야요이는 아직 현기증이 나는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혀 짧은 소리를 냈다. 그런 야요이를 보며 치하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큿……귀, 귀여워.”
   작게 중얼거리더니 치하야는 남들 모르게 야요이를 살짝 더 꼬옥 안았다.
   “야요이, 괜찮아?”
   “으으, 괘, 괜찮아요.”
   하루카가 걱정이 되어 야요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야요이는 괜찮다며 비틀비틀 치햐아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미키가 가지고 있던 물병을 내밀었다.
   “물이라도 먹을래? 시원해서 기분 좋아질 거야.”
   “고, 고마워요.”
   야요이는 미키의 물을 받아 꿀꺽꿀꺽 마셨다. 시원한 물이 몸 안에 들어오자 현기증도 한결 가셔 창백했던 표정에도 조금 혈색이 돌았다.
   반면 아미와 마미에겐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았다. 둘은 멀미기운과 현기증에 당해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인데도, 찾아온 건 이오리의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윽, 인기의 빈부격차다. 우, 우리도 누가 신경써줘!”
   “아미랑 마미가 너무 귀여워서 다들 질투하는 거야. 흑, 힘내자, 마미!”
   “애초에 너희가 너무 들뜬 게 원인이잖아. 좀 어른스럽게 행동하도록 해.”
   흥, 콧방귀를 뀌며 이오리는 둘을 내려다봤다. 둘은 기분 탓인지 토끼의 눈도 차갑게 보였다.
   “이오링, 너무 차가워!”
   “자업자득이야, 자업자득.”
   우리는 우리뿐이야 라고 외치며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위로하는 아미, 마미의 모습엔 벌써 현기증이나 멀미기운은 없어보였다.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이 자리의 누구도 그 표정 너머 장난기 가득한 소악마가 있음을 알았다.
   “자자, 이제 짐 다 옮겼으니까 모두 차에 타자.”
   촬영팀의 준비가 모두 끝나 프로듀서는 아이돌들에게 다가가 외쳤다. 주저앉아 불행한 연기를 하던 아미, 마미도 펄쩍 자리에서 일어나 차의 뒷문으로 달려갔다. 그 뒤를 아즈사, 이오리가 따라갔다.
   “혼자 걸을 수 있겠니?”
   “네, 네에.”
   치하야의 팔에 기댄 야요이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치하야는 아직 어지러워하는 야요이를 부축하며 차까지 움직였다.
   그리고 미키랑 하루카는 차 운전을 위해 운전석에 앉는 프로듀서와 그 옆자리인 조수석이 빈 걸 확인했다. 둘의 눈이 너나할 것 없이 동시에 빛났다.
   둘 중 먼저 움직인 건 미키였다.
   “허니의 옆자리는 미키가 앉을래.”
   선언과 함께 순식간에 조수석을 향해 미키가 달렸다. 하루카는 앗 하는 순간 벌써 저 앞에 간 미키를 보며 질세라 재빨리 발을 내딛었다.
   과연 매일 춤 연습을 한 보람이 있는지 하루카의 속도는 빨랐다. 그러나 상대가 천재라고 소문난 미키였다. 거기다 먼저 출발했으니, 승부는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미키는 조수석 문을 열더니 후딱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곤 안전벨트를 몸에 두르고 꾹 착용했다. 모든 작업을 마친 미키는 프로듀서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출발인거야, 허니.”
   “미, 미키. 프로듀서 씨의 옆자리는….”
   상황이 다 종료된 후에야 차에 도착한 하루카는 애써 말을 꺼냈지만 이미 미키에겐 닿지 않았다. 하루카는 눈물을 삼키며 뒷자리에 탈 수밖에 없었다.
   차의 맨 뒷자리엔 아즈사, 이오리, 아미, 마미가 앉았고 중간엔 하루카, 치하야, 야요이, 그리고 앞엔 미키, 프로듀서다.
   “모두 안전벨트는 잘 맸지?”
   “응!”“네!”“응, 이야!”
   안전벨트를 멘 아이돌은 각자 대답했다. 대답 하나에도 모두 독특한 색깔이 드러났다. 모두의 얼굴엔 싱글벙글 웃음이 가득했다.
   차에 시동을 거는 프로듀서도 들떴는지 기분이 가벼웠다. 일단은 일하러 가는 길이지만, 프로듀싱하는 아이돌의 즐거운 모습에 절로 어깨에 힘이 났다. 프로듀서는 시원하게 차의 액셀을 밟았다.

   * * * * * * * * *

   목적지가 그리 멀지 않은 바닷가인데다 일요일치고는 차도 막히지 않아서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촬영의 편의를 위해 일부러 사람이 적은 바닷가를 골라 찾아와선지 바다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촬영 팀이 탄 차가 먼저 적당한 곳에 정지하자, 아이돌들이 탄 차도 그 뒤에 멈췄다.
   차가 멈추자 아이돌들은 문을 열고 차례차례 내렸다.
   조수석에서 내린 미키는 먼저 내린 프로듀서의 옆에 서서 오래 앉아있어선지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크게 기지개를 폈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미키의 금발을 간질였다.
   “으읏, 바닷바람이 기분 좋은 거야. 허니도 기분 좋지?”
   미키는 슬쩍 프로듀서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 평소에도 자주 그러니 프로듀서는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응, 기분 좋다. 바다에 오는 건 오랜만이니까.”
   “프로듀서 씨, 촬영하는 분들이 부르세요.”
   어느 샌가 다가온 하루카는 미키의 반대쪽에서 서서 슬그머니 프로듀서의 손을 잡아끌었다. 프로듀서가 촬영 팀을 보니 정말 손을 흔들며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프로듀서는 하루카에 이끌려 미키의 손과 떨어져 촬영 팀에게 향했다.
   갑자기 프로듀서로부터 멀어지자 미키의 볼이 부우 부풀었지만, 프로듀서는 눈치 채지 못했다.
   한편 야요이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아선지 이제 안 좋은 기색은 없었다. 그래도 치하야는 야요이가 신경 쓰여 계속 옆에 있었다.
   “웃우―! 이제 완전히 괜찮아요. 고마워요, 치하야 씨!”
   야요이는 있는 힘껏 활짝 웃는 모습을 치하야에게 보여줬다. 치하야도 야요이를 보며 미소 짓는다.
   “예이, 바다다!”
   “누가 먼저 가나 경주다, 아미!”
   “OK!"
   아미, 마미 쌍둥이는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신나게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갔다. 그 다음 내린 이오리는 질주하는 쌍둥이를 향해 소리쳤다.
   “바로 촬영해야 하니까 어서 돌아와! 정말, 어린애라니까.”
   그렇게 말하는 이오리 자신도 빠른 걸음으로 바다를 향해 움직였다. 새하얀 볼엔 들떠선지 홍조가 감돌았다. 맨 마지막에 내린 아즈사는 그런 이오리와 아미, 마미가 귀여운 듯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바라봤다.
   바다를 향한 세 사람은 촬영 팀과 이야기를 마친 프로듀서에게 결국 포획당해 다시 돌아와야 했다. 어디까지나 바다에 온 건 일 때문이니 일을 먼저 끝내자는 잔소리와 함께.
   바닷가 한편에 마련된 숙소에 짐을 풀고 아이돌들은 촬영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촬영 의상은 수영복을 바탕으로 저마다 어울리는 모자나 겉옷 등을 걸치는 형식이었다. 물론 수영복만으로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몇몇 아이돌은 굳이 다른 걸 걸치지 않았다.
   그렇게 각자의 매력을 한결 돋우는 촬영 의상을 입고 아이돌들은 해변에 섰다. 당당하면서 저마다 가진 아름다움을 뽐내는 아이돌들에겐 의상을 입는 것 자체가 어색했던 옛날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자태에 몇몇 있는 사람들의 눈이 순식간에 모였다.
   전에 몇 번 촬영을 함께한 촬영 팀도 아이돌들을 보며 감탄했다.
   “이야, 역시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은 수준이 높네요. 이번 촬영도 대단한 작품이 나오겠는데요.”
   촬영 감독의 칭찬에 프로듀서는 쑥스러운 듯 멋쩍게 웃었다.
   “하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희들도 두 팔 걷어붙이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볼 테니까요. 모두 그렇지?”
   “옙!”
   촬영 팀 모두가 같은 생각인지 촬영 감독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힘차게 소리쳤다. 든든한 모습에 프로듀서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화보 촬영은 우선 개인 샷을 찍고 다음에 단체 샷을 찍는 순서였다. 단체 샷은 류구코마치, 그리고 나머지 순서다. 개인 촬영은 후딱 찍고 놀겠다는 둘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아미, 마미가 제일 먼저였다.
   “카메라 오빠, 아미랑 마미 예쁘게 찍어줘!”
   흰색에 노란색을 연하게 섞은 빛의 비키니를 입은 아미는 자신 있는 포즈를 취하며 씩 웃었다. 아래쪽은 스커트 형태인 비키니여선지 비키니라 해도 섹시함보단 귀엽다는 인상이 강했다.
   해변에 서서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는 장난기 만만한 웃음을 짓는 아미는 역시 소악마적 느낌을 만껏 드러냈다.
   물론 그게 아미에겐 가장 잘 어울렸기에 카메라맨도 두말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몇 번 만에 아미의 촬영이 끝났다.
   다음은 마미. 마미는 아미와 같은 형태의 비키니지만 수영복의 연노랑색이 더욱 짙어진 모습이다. 사이드 포니테일을 흔들며 마미는 손으로 브이 자를 만들었다. 씩씩하게 만든 브이 자엔 마미 특유의 장난기가 가득했다.
   카메라맨은 카메라로 마미의 포즈를 확인했다.
   “브이 자를 얼굴에 더 가까이 가져다 볼래?”
   “이렇게?”
   카메라맨의 요구에 따라 마미는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한결 포즈가 자연스러워졌다. 카메라맨은 만족했는지 그 포즈로 사진을 몇 번 찍었다.
   “좋아, OK! 다음은 타카츠키 양 찍을래?”
   “넵! 잘 부탁드립니다!”
   카메라맨의 부름에 야요이가 꾸벅 인사하곤 쪼르르 카메라 앞으로 나왔다. 촬영을 끝마친 아미, 마미는 둘이서 곧장 어디론가 달려갔다.
   야요이는 한창 촬영에 집중했다. 야요이는 주황색 원피스 수영복에 흰색 비치후드를 걸쳐 입었다.
   “이번엔 후드 한번 써볼래?”
   “아, 이렇게요?”
   야요이가 후드를 쓰자 젖혀져 있던 후드에 부착된 귀장식이 드러났다. 거기다 후드로 얼굴을 살짝 가리면서 감춤의 매력인지 오히려 귀여움이 상승했다. 그게 야요이의 순수한 표정과 어우러지자 전과는 다른 귀여움이 보였다.
   “응, 그거야 그거.”
   카메라맨은 흡족해하며 연거푸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이렇게 야요이의 촬영도 슬슬 끝날 분위기였다.
   그때 옆에서 촬영을 보던 프로듀서에게 아미와 마미가 달려왔다. 아깐 튜브를 가지러 갔었는지 어느새 쌍둥이의 허리춤엔 튜브가 하나씩 있었다.
   “오빠, 우리 놀아도 돼?”
   “사진 다 찍었으니까, 괜찮지? 응?”
   쌍둥이는 프로듀서를 간절한 눈으로 올려다봤다. 그 눈빛엔 ‘거절하면 장난칠 거야.’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다. 프로듀서는 씩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대신 단체 사진 찍을 때는 돌아와야 돼. 너무 위험하게 놀지는 말구.”
   아미, 마미는 알겠다며 프로듀서를 향해 손을 올려 경례했다.
   “옙! 가자, 마미!”
   “야요잇치도 가자!”
   마침 야요이의 촬영이 끝났기에 마미는 야요이의 손을 붙잡았다.
   “응, 가자!”
   이번엔 야요이도 저항하지 않고 웃으면서 마미와 함께 바다를 향해 달렸다. 야요이도 아직은 일보단 노는 게 즐거운 나이였기에 내딛는 발걸음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빠르게 달리자 야요이의 후드가 저절로 벗겨지고 주황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 촬영은 모두 잊고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제일 처음은 아미였다. 아미는 튜브 채로 바다에 몸을 맡겼다.
   “1등!”
   풍덩 소리와 함께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시원하면서 기분 좋은 바다 물에 흔들리면서 아미는 튜브 아래 발을 이러 저리 첨벙이면 앞으로 나아갔다.
   “기분 좋아! 그래, 이게 바다지!”
   연이어 바다에 들어간 마미는 금방 아미 옆으로 다가갔다. 튜브 때문에 둘은 발을 움직이지 않아도 바다 위에서 둥둥 떠다녔다.
   야요이도 바다에 들어가긴 했지만 아미랑 마미가 있는 곳까진 오지 않았다. 해변에서 멀지 않아 다리가 바닥에 닿는 곳에서 야요이는 물을 첨벙였다.
   “편하네. 극락이야, 극락.”
   “야요잇치도 여기까지 와봐. 같이 놀자.”
   “에, 거기 좀 깊지 않아?”
   쌍둥이의 권유에 야요이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주저했다. 쌍둥이는 발을 움직여 야요이 쪽으로 다가왔다.
   “같이 노는 게 재밌지. 자자, 이리로 오세요, 오세요.”
   “나 다리 안 닿는 곳은 무서워서. 우우,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될까?”
   아미가 야요이의 손을 잡고 쭉 끌자 야요이는 다리를 바닥에 더욱 힘줘 붙이며 움직이지 않으려했다.
   “아, 야요잇치는 수영 잘 못해?”
   “응. 학교에서 배우긴 배웠는데 수영장엔 가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리고, 수영장 입장료도 비싸잖아.”
   그 돈이면 콩나물을 엄청 살 수 있어, 라고 웃으며 덧붙이는 야요이의 말에 아미, 마미는 눈물을 삼켰다. 괜히 찡한 감동이 둘을 휩쓸었다. 야요이는 이렇게나 착실한데.
   “큭, 아미, 눈에서 갑자기 땀이 흘러.”
   “이건 땀이 아니라 바닷물이야. 크흑.”
   “응? 갑자기 왜 그래?”
   눈물을 훔치는 쌍둥이를 보며 야요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쌍둥이는 야요이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글썽글썽한 눈으로 야요이를 봤다.
   “야요잇치, 우리가 수영 가르쳐줄게.”
   “아미랑 마미, 힘내서 제대로 팍팍 가르쳐줄게. 우리 같이 수영 해보자!”
   갑작스런 제안에 야요이의 머리는 따라가지 못했지만, 야요이는 쌍둥이의 기세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수영을 가르쳐 준다고 하니.
   “응, 부탁할게.”
   “맡겨만 줘! 이래봬도 아미랑 마미, 수영 엄청 잘하니까!”
   쌍둥이는 각각 야요이의 팔을 하나씩 잡고 야요이를 이끌었다. 어째 스리슬쩍 넘어가는 듯한 느낌에 왠지 야요이는 불안했지만, 그래도 쌍둥이의 마음 씀씀이에 함께 어울렸다.
   이것이 야요이 지옥의 시작이었다.



   이번엔 아미마미 글이에요.

   명절이라 한동안 접속 못할 거 같으니 팍팍 올리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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