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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3.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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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4, 2012 21:18에 작성됨.

-키사라기 치하야-

오늘 유명생방송프로그램을 위해 방송국에 와있었다. 슬슬 아이돌에서 전업가수로 활동을 바꾸고 있어 이런 음악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 
그 중에 한 프로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며칠 전부터 미국에서 귀국한 리카의 첫 국내 활동이란 점에서 주목이 되고 있는 프로였다. 그리고 프로그램도 리카를 주인공으로 해서 편성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연의 역할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노래만 들려줄 수 있다면 무슨 역할이든 다 맡아 할 생각이었다. 그럴 생각이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리허설을 위해 세트장으로 향하는데 그 리카씨와 전프로듀서씨가 같이 오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려 했는데, 보고야 말았다. 리카씨가 자연스럽게 프로듀서에게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 전날 TV에서 접했던 리카의 귀국뉴스를 회상하고 말았다.
자신의 자리를 뺏어간 사람. 저 사람이 뺏어가지 않았다면 지금 팔짱을 끼고 있던 사람도 나였지 않을까?
뒤늦게 날 발견했는지 두 사람은 급히 떨어졌고, 프로듀서쪽에서 먼저 날 반갑게 불렀다.

“어, 치하야!”

그 반가운 목소리에 난 방금 전 기분도 잊고 미소를 지었다.

“프로듀서?”

난 가까이 다가가 프로듀서에게 인사를 했다.

“잘 지내셨어요? 이렇게 다시 보니 기뻐요. 일본에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듣고서 언제 만날지 기대하고 있었어요.”
“정말 오랜만이야. 햐, 정말 놀랬어. 일본에 돌아와 보니 치하야의 노래가 거리를 걸을 때마다 들려와서 말이지. 덕분에 765아이돌 중에 날 제일 먼저 반겨준 건 치하야란 생각이 들었어.” 

그가 내 노래를 칭찬하는 것이 기뻤지만, 그래도 난 직접 만나고 싶어 아쉬움에 말했다.

“그런가요. 전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아니, 실제로 내가 제일 먼저 만난 것도 치하야 네가 처음이야. 리카의 일로 프로덕션을 찾아가지 못했거든.”
“그, 그런가요. 제가 처음. 후후”

처음 만난게 나란 말에 왠지 다른 765아이돌을 앞선단 생각이 들어 웃고 말았다. 그와 더 이야기를 나누려니 리카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순간 불쾌했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 나와 프로듀서 사이에 끼어든 거겠지?

“안녕하세요. 키사라기 치하야 씨.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요. 이 사람에게서 당신에 대해 많이 들었어요. 노래를 엄청 잘한다고 말이죠. 정말 당신 때문에 고생 했다니깐요. 노래를 좀만 잘못 들어도 당신 이야기를 하면서 후배에게 초월당할 거라면서 어찌나 그러던지 참.”
“그,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근데 프로듀서가 제 이야기를…….”

리카의 입에서 나의 이야기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 게 느껴졌다. 그렇구나. 프로듀서는 미국에서도 날 잊지 않고 있었어. 저번 아즈사씨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게 화장실에서 우연히 리카씨의 통화를 들은 건데, 지금의 우리 사무실의 세명의 프로듀서는 리카씨가 우리를 위해 보내준 거래. 그리고 우리의 전 프로듀서, P씨가 떠날 걸 알고 리카씨가 직접 그를 고용한 거고. 듣기로는 올해 말에 은퇴할 생각인데 그 때 P씨에게 프러포즈를 할 생각인 가봐. 근데, 그게 좀 그렇지 않아? 리카씨는 멋지신 분이고 최고의 아이돌이야. 굳이 프로듀서와 이렇게 서둘러 결혼을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 아라아라, 이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난 좀 더 리카씨가 은퇴를 미루면서 좀 더 신중하게 결혼해 대해 계획을 세우면 좋겠어. 그렇잖아. 리카씨는 우리를 위해 새 프로듀서를 보내주고, 전 프로듀서를 데려간 사람이니깐. 후후”

그 때 그 말을 듣고 순수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순수한 야요이와 아미마미 정도였다. 그 자리에, 특히 P씨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던 사람들은 말은 안해도 느꼈을 것이다.
리카씨가 P씨를 뺏어간 것이란 걸. 물론 그녀의 도움으로 우리들은 큰 성공을 거뒀다. 프로젝트의 부족한 부분도 리카씨가 충당해 준거란 걸 프로듀서들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자신들은 톱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정말 대단해요. 미국에서 돌아와서 제일 처음 듣는게 당신 노래인데, 제 프로듀서의 말이 납득이 되더라고요. 정말 훌륭한 노래에요, 치하야씨.”
“감사합니다, 리카씨.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칭찬하실 정도는 아니에요.” 

리카씨는 순수하게 나를 칭찬해주었다. 어떤 사람이든 간에 미국에서 인정받고 온 그 실력은 진짜다. 그녀의 칭찬은 틀림없는 평가였고, 그 에 따라 순수하게 그 칭찬에 기뻐하며 같이 악수를 나눴다.
난 그를 보면서 그의 칭찬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 미국에서의 일 축하드려요. 프로듀서씨도 대단해요. 리카씨의 프로듀서로 같이 미국에 가시다니…….”
“하하, 아니야. 순전히 리카의 능력이었는걸. 난 한 것도 없어. 아마 리카 혼자서 가도 성공했을 거야.” 

여전히 겸손한 사람. 변함없는 그의 모습에 왠지 난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겸손함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리카씨가 발끈했다. 그 마음 이해한다. 우리들도 그의 도움을 받고서 그가 겸손을 떨면 강하게 반발하고는 했으니깐.
하지만 이제 그 역할은 순전히 리카씨가 독점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야! 내 미국에서의 성공은 당신이 같이 가서 가능했던 거야.”   
“아니, 그렇지는…….”
“치하야씨 들어봐요, 제 프로듀서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 사람 정말 대단해요. 사실 이 사람은 저랑 계약하자마자 바로 미국에 가는 바람에 제대로 준비도 못했을 텐데, 거기서 일을 능숙하게 해대더라고요. 꼭 미리 준비해왔던 것처럼.”

순간 그녀의 말에 난 머리를 세게 부딪친 것처럼 멍해지고 말았다. 뭐라고? 

“영어도 어색하지만 현지인과 직접 대화를 할 정도였고, 하다못해 미국의 방송용어까지 미리 공부해두었더라고요. 미국팬들이 즐겨듣는 음악과 선호하는 스타일, 하다못해 일본인의 무엇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지까지 알아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농담이 아니라 P가 아니었다면 미국에서 그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거예요. 꼭 저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것 같아서 운명을 느꼈을 정도라니깐요.”

운명. 운명이라고 했어? 속이 울렁거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운명은 당신의 것이 아니야. 프로듀서, P씨가 공부한 것은 날 위해서야. 나랑 같이 미국에 가겠다는 그 약속을 위해 자신의 자유시간도 줄여가면서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현지의 상황도 공부했어. 
나의 고집으로 억지로 받아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난 그녀의 말에 확실히 깨달았다. 그녀는 우리를 도와준 것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을 위해 우리에게서 뺏어간 것이다. 
그래, 당신이 미국에서 그와 같이한 그 시간들. 원래는 내 것이었어. 당신을 위해 사용한 그 노력들, 그것도 내꺼였어. 그런데 그것을 당신이 뺏어갔어.
왜? 뺏어간 거야? 당신은 그가 아니라도 성공했잖아. 혼자서 톱 아이돌이 되었잖아. 그런데 왜 뺏어간 거야?
왜?
왜?
왜?
왜?

“그, 너무 과장 했어 리카. 그 정도는 아니야.”
“그 반대지. 당신이 너무 겸손한거야. 나랑 만나고 바로 미국에 간 건데 그 정도로 해내다니. 보통 일이 아니라고. 정말 당신은 내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준비 운명의 사람 같았다니깐.”
“……큿.”

다시 한 번 그녀에게서 운명이란 단어가 나오자 난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는 게 고작이었다. 난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두 사람을 지나쳤다.

“그, 죄송합니다. 리허설을 준비해야 돼서…….”
“아, 죄송해요. 너무 붙잡고 있었군요. 좋은 공연 보여주세요!”
“그래, 힘내 치하야! 나도 기대할게!”

리카는 아무 것도 모르고 날 응원했다. 그녀로서는 이런 내 마음을 모르니 자연스럽게 저런 응원이 가능하겠지.
프로듀서의 응원이 지금은 너무 슬펐다. 
두 사람에게서 멀어진 순간 중간에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의 물을 틀었다. 거울을 본 순간 그곳에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얼굴이 보였다. 화장이 엉망으로 변할 것 같았다.
세면대에 흐르는 물로 급히 얼굴을 닦았다. 이미 망가진 화장까지 지울 생각으로.
그러다가 얼굴을 감싸고 그대로 멈췄다. 감싼 손바닥 사이로 소리가 세워나왔다.

“윽. 흐윽,”

마음 놓아 그대로 소리치며 울고 싶었다.
그와 그녀와 만남으로서 난 확실히 깨달았다.
난 모든 것을 그녀에게 빼앗기고 만 것이다. 그만이 아니라 그가 나를 위해 준비했던 노력까지.
그 날 방송에서의 노래는 평소보다도 더 힘이 들어갔다. 사람들은 평소보다도 더 감정이 들어간 내 노래에 열광했다. 사람들은 모른다.
내 높았던 노래 소리가 사실은 울음 소리였단 걸.



 

-호시이 미키-
“허니! 오랜만인거야!”  

그날 방송은 일본에 귀국한 리카란 사람의 인터뷰를 하는 MC를 맡게 되었다. 이 일을 맡을 수 때부터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평소에 잘 자던 낮잠도 자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프로듀서는 나의 허니인 걸? 그럼 만날 수 있겠지하고 기대하는 건 당연한거야. 그리고 실제로 허니를 이렇게 만나 오랜만에 허니에게 매달렸다.

"아, 미키 정말 오랜만이네. 어제는 치하야를 만났었는데.“

그러면서 허니는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런 허니에게 난 짐짓 화가 난 척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치하야에게 미리 들은 거야. 너무해 허니! 바로 날 만나러 오지도 않고.” 
“하하, 미안미안. 나도 바빠서 말이야. 리카의 스케줄이 빽빽하거든.” 

그렇게 오랜 만에 허니에게 어리광을 보낼 때 누군가 놀래 소리를 질렀다.

“무, 무슨 짓이에요!”

키가 큰 갈색의 머리가 어울리는 예쁜 여성이었다. 그 사람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대로 나와 허니를 떼어놓았다. 그리고 나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그, 죄송합니다. 제 프로듀서가 실례를.”

아, 오해했구나. 나와 허니는 그래도 괜찮은 사이인건데. 그 사람이 리카란 걸 이 때 알았다. 난 다른 아이돌들에게는 관심이 없는걸. 어차피 미키는 최고고.

“그, 괜찮아요인거야! 내가 프로듀서에게 매달린 거니깐.”
“맞아 리카. 미키도 765프로덕션의 아이돌로, 내가 예전에 담당했던 아이돌이야. 반가워서 오랜 만에 인사하는 중이었어.” 

나와 허니가 이렇게 말하며 오해를 풀자 리카란 사람은 아하고 뭔가 말했다.

“아, 그럼 이 애가 그 아이구나.”

리카씨의 말에 난 눈을 빛냈다.

“허니가 저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데요?”

방송생활을 하면서 존대를 하는 것도 제대로 배웠다.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허니는 미국에 가서도 내 이야기를 했구나. 역시 허니! 미키를 안 잊고 있었어!

“후후, 저보다 더 뛰어난 아이돌이 될지도 모를 재능이 있다고 해줬어요. 생각해보니, 당신 나와 있을 때 순 765아이돌 칭찬만 하지 않았어?”

리카씨는 짐짓 불만스러운 듯 허니를 보았지만, 난 허니가 나를 잊지 않고 오히려 칭찬까지 해줬다는 걸 알고 다시 허니에게 매달리려고 했다.

“헤헤, 허니 미국에 가서도 내 생각을 해줬구나. 좋아인거야!”

하지만 리카씨가 나와 허니 사이에 손을 뻗어 그것을 제지했다.

“저, 미키씨?”
“네, 네!”

리카씨가 나를 보며 웃으며 불렀다. 왠지 모를 기백에 압도되어 대답하고 말았다.

“사이가 좋았다는 건 알지만 호칭과 태도 좀 이제 고쳐주지 않으시겠어요? 저에게도 영향이 있다고요. 왜냐하면 이 사람, 제 프로듀서인걸요.”

그러면서 허니의 팔에 팔짱을 끼는데 그 모습을 보고 왠지 가슴이 아팠다. 그것만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지 나라도 알 것 같았다. 
허니는 더 이상 미키의 허니가 아닌 것이다. 지금 다른 사람을 챙기는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리카씨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거겠지. 더 이상 허니에게 매달리지 말라고. 단순히 매달리지 말라는 게 아니라 예전 같은 행동들을 하지 말라고.
난 최대한 담담함을 가장하며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인거야.”
“네, 좀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이런 말 해서 죄송해요. 그럼 저흰 이만.”

리카씨는 웃으며 그리 말하며 허니를 끌고 갔다. 허니는 당황해 하다가 나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럼 미키 나도 이만 가볼게. 있다 우리 리카 좀 잘 부탁할게.”
“응, 맡겨둬!”

아무렇지 않은 듯 허니의 인사를 받아주며 손을 흔들었다. 허니와 리카씨가 나가고 멍하니 자리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평소와 다르게 어딘가 맥이 풀린 내가 있었다.
금발은 평소와 같이 생생했고, 입도 평소처럼 웃고 있었다. 하지만 연두색 눈동자도 평소처럼 초롱초롱하지 못하고 어딘가 공허했다.
아즈사씨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상관없었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리카씨의 은퇴전에 허니의 마음을 내 것으로 만들면 리카씨가 은퇴를 해도 허니가 거절할테니 걱정 없단 생각이었다. 허니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자신 있었다.
그랬었는데,
직접 만나니 그 자신감은 사라졌다. 리카씨의 행동에 확실히 깨닫고 말았다.
지금의 허니가 누구의 허니인지. 
그리고 상황이 불리하단 것도 깨달았다.
미키는 결혼하려면 엄마아빠의 허락도 필요한데, 리카씨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허니의 허락만 받아내면 바로 결혼이 가능했다.
몸매에 자신이 있었고 더 어리니 허니의 마음을 잡는게 가능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 봤지 미키 겨우 고1인걸? 
고등학생이 되어 어른에 가까워졌다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아직 2년을 더 기달려야 리카씨와 대등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1년도 안 남았다.
이대로 허니를 뺏기는 거야? 
싫어.
싫어.
싫어.
싫어.
계속 쭉 허니를 기다렸는데 그러는 건 싫어. 
거울 속의 내 눈동자는 점점 연두색이 탁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허니를 뺏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날 인터뷰를 하면서도 난 마음을 제대로 다잡지 못하고 방송을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시죠 타카네-
오랜만에 단골라면가게에 갔을 때였다. 늘 그 사람과 앉던 자리에는 평소보다 소란스러웠다.

“그, 그냥 바로 집으로 갔어.”
“누구 집? 당신 집? 아니면 그 타카네씨의 집? 어느 집이 든 둘이 같이 들어갔나?”
“리, 리카? 저기 그거 오해거든. 각자 집으로 돌아갔을 뿐이야.”
“헤~ P는 내 생각이상으로 능력이 좋았구나~ 늘 여자가 곁에 있었다니.”
“그건 아이돌프로듀서로서 어쩔 수 없이……. 근데 리카 좀 웃어주겠어? 왠지 무서워!”
“왜 그래요 프로듀서? 전 웃고 있다고요.”
“눈이 안 웃고 있어.”

그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을 알고 웃었지만, 그 옆에 자리에 리카씨가 있는 것을 알고 웃지 못했다. 리카씨가 앉아 있던 자리는 평소에 내가 앉던 자리였다.
그것이 불쾌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의 옆에 앉으며 미소와 함께 말을 걸었다.

“그 말은 사실입니다. 저희 사이에는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일도 없었죠.”

일부러 유감이란 단어에 강조를 하였다. 둔감한 당신은 모르겠지만 리카씨는 충분히 알아차릴 것입니다. 실제 리카씨는 어딘가 불쾌하단 표정을 잠시 짓다가 표정을 고쳤다.

“아, 타카네!”
“오랜만이네요 프로듀서씨.

 순수하게 반가워해주는 긔의 반응에 나도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여유를 갖고 리카씨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예전 당신의 프로듀서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은 시죠 타카네라고 합니다.”
“아, 반가워요. 전 리카라해요. 지금의 프로듀서의 전속 아이돌이죠. 직접 보니 정말 신비롭고 아름다운 분이시네요.”

리카씨는 웃으며 인사했다. 그는 알아채지 못한 것 같지만, 전속이란 말에 힘을 주며 은근히 강조하는 것을 알아챘다.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했다.

“리카씨정도나 되는 분에게 그런 칭찬을 들으니 정말 기쁘군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우리는 서로를 웃으며 노려보았다. 이 사람이 아즈사씨가 말한 사람이 맞았구나. 나에게서 그를 뺏어간 사람.
우리의 이런 기색을 조금은 눈치챘는지 땀을 흘리면서 그는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 오랜만이야.”
“네 오랜만이군요. 미국에 갔다오셨다고요?”
“네. 저랑 단둘이요.”

다시 리카란 사람이 끼어들었다. 알고 싶지 않은 사실도 강조하면서. 우리는 다시 서로를 노려보았다.

“하, 하하. 1년 사이에 엄청 유명해졌던데. 정말 대단해 타카네.”

그 때 넉살좋게 그가 말을 걸어 난 그에게 대답하면서 리카씨를 자극했다.

“그럼 리카씨 다음에는 절 프로듀서 해주시겠습니까? 그 때는 저랑 달까지 가주셨음 좋겠군요.”
“그럼 나랑은 태양계 끝까지.”

리카씨는 어린애와 같이 반응했다. 그 반응을 난 비웃었다.

“그렇게 멀리까지 필요한가요?”
“그럼 달은요?”
“거기에는 관객이 있습니다.”
“헤, 몰랐던 사실이네요.” 

그리고 우리 둘은 다시 서로를 노려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웃으며 서로를 바라볼 뿐이지만, 그 속에는 숨겨놓은 적개심이 만연했다.
그 뒤로 더 노려보고 라면을 먹다가 경쟁심이 붙어 누가 더 많이 먹나 같은 유치한 짓을 하기도 했지만, 그 행동은 라면집 주인의 얼굴에 화색을 키어줄 뿐이었다.
라면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적개심만을 불태워서는 안 된다고.
그래서 라면을 다 먹었을 때는 웃으며 말했다.

“훗, 당신하고는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하하, 저도요.”

리카씨는 순진하게도 저 말을 믿고 악수를 받아들였다. 순진하게도, 저 말을 믿은 걸까. 옆에서 그도 우리가 친해졌다고 믿은 건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가게를 떠난 후 손수건을 꺼내 그녀가 앉았던 자리를 닦았다.

“저기, 타카네 뭐하는 거야?”

가게주인이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상관 하실 것 없습니다. 더러운 걸 닦아내는 것 뿐이니깐요.”

내 전용 자리에 묻은 그녀의 채취, 흔적. 모든 걸 닦아냈다. 이 자리는 나의 자리다. 나와 그의 추억의 장소와 자리다. 당신이 흙발로 함부로 더럽혀도 되는 그런 곳이 아니야.
만족할 때까지 닦아내고서 가게를 나왔다.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건 진심이었다. 단,

“당신이 그를 포기한다면 말이죠.”



 

-타카츠키 야요이-
“웃우! 재료가 모잘라!”

실수입니다. 지금 시간은 슈퍼도 문 닫았을 시간인데. 

“우~ 안 되겠어. 편의점이라도 가야지.”

편의점은 비싸서 평소에는 잘 가지 않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안 그러면 내일 동생들이 굶으니깐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이제 저 인기가 늘어서 돈도 제법 벌거든요. 예전처럼 그 차이에 큰 타격은 받지 않아요. 그래도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면서 동네슈퍼와의 차이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요.
밤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면 걱정해주거나 화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모두 저를 걱정해줘서 그렇겠죠. 예전 같으면 프로듀서씨를 불러서 같이 다녔을 텐데.
프로듀서의 집은 제 집에서 가까워 이런 일이 있을 때는 가끔 불러서 부탁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가끔 저녁도 같이 먹었구요. 프로듀서는 제 오빠 같아서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일본에 돌아왔다고 하던데, 혹시 부르면 나오지 않을까요?

“우~ 그리고보니 핸드폰번호를 몰라.” 

핸드폰번호가 바뀌었습니다. 아마 영업대상이 바뀌어서 바꿔겠죠. 그래도 바뀐 번호를 안 알려준 건 서운해요. 따로 만날 시간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평소와 달리 어두운 길을 혼자 다니는 건 중3이 되어도 무서워요. 그래서 더욱 프로듀서가 그리운가 봐요.
그 때 골목길에서 남자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글쎄. 역시 다시 한 번 765프로덕션에 지원해볼까 생각 중이야. 아까 코토리씨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프로듀서 한 명을 들일 정도의 여유도 생겼다하니깐.” 

익숙한 목소리. 설마…….

“그럼 나 이후에도 아이돌프로듀서를 하겠네.”
“그리 되겠지.”

역시 프로듀서씨에요! 전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려 했어요. 근데 앞의 말도 프로듀서라면 역시 아즈사씨의 말대로 은퇴하고서 다시 우리 765에 돌아오려나 봐요! 
그 말에 절로 웃음이 나오면서 다가가 인사를 하려고 했어요.

“저기, P.”
“응?”

하지만 둘의 모습이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길래 기다렸어요. 중요한 이야기는 방해하면 안 되니깐요. 기다리면서 오늘 프로듀서씨에게 핸드폰 번호를 물어서 내일 저녁 식사에 초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숙주나물 축제가 좋겠죠?
프로듀서씨가 리카씨를 불렀을 때 리카씨가 비틀거리며 프로듀서에게 넘어지 듯 안겼어요. 프로듀서씨도 놀라고, 보고 있던 저도 놀랐어요.
프로듀서에게 안긴 상태로 리카씨가 물었어요.

“……내가 마지막이면 안 될까?”
“리카?”

마지막? 무슨 말이죠 그게? 전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건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였나봐요.

“처음은 다른 아이들에게 양보했으니, 마지막만은 내가 욕심내도 되지 않을까? 내가 당신의 마지막 아이돌이고 싶어. 서로 벌어 놓은 것도 많으니깐 새로운 사업도 가능할 테고, 힘을 모으면 아이돌프로덕션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내 명성도 이용한다면 성공할 확률도 높을 테고.”

그 말을 듣고 전 충격을 받아 멍해지고 말았어요.
그러니깐 그 말은 프로듀서보고 우리 765에 가지 말라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 설마 아니겠죠? 제가 잘못 이해한 거겠죠? 그저게 프로듀서씨가 돌아올지도 모른단 말에 기뻐하던 사람들이 생각났어요. 이오리도 엄청 기뻐했는데. 
만일 제 오해가 사실이라면 리카씨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안 될까? 내가 마지막이면.” 
“리카…….”

전 둘의 얼굴이 겹쳐지는 걸 보고 그대로 가로등 구석에 숨어버리고 말았어요. 두 사람은 한 동안 서로 키스를 하다가 절 눈치 채지 못하고 떠났어요.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는 게 고작이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프로듀서에게 핸드폰 번호도 묻지 못했어요.
프로듀서, 돌아오는 게 아니었어요? 리카씨의 말을 받아들이려 하는 거예요? 알 수가 없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신호음이 울리고 이오리가 받았어요.

-무슨 일이야 야요이? 이 시간에.
“흐, 흐윽.”

이오리의 목소리가 들리자 저도 모르게 울고 말았어요. 제가 울자 이오리가 놀랐어요.

-에, 무슨 일이야 야요이! 무슨 일 있어?
“이, 이오리.”

겨우 눈물을 진정시키며 이오리를 불렀어요.

-그래, 나야. 무슨 일이야?
“프, 프로듀서가. 흐윽, 안 돌아오나봐.”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제 말에 이오리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방금 프로듀서씨와 리카씨를 봤는데…….”

전 아까 들었던 일들을 울면서 전했어요. 이야기를 듣고서 이오리 저를 진정시키려 했어요.

-진정해 야요이. 프로듀서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둘이 키스도 했는걸. 프로듀서, 그 이야기 받아들일까?”
-…….

제 말에 이오리도 말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겨우 저를 진정시켜주었어요.

-……괜찮아 야요이. 그런 일은 없어.
“정, 정말.”
-정말이야. 걱정마 야요이. 진정하고 집으로 들어가 시간이 너무 늦었어. 괜찮아, 프로듀서는 우리에게 돌아올 거야.
“정, 정말이지?”
-정말이야. 니히히 야요이는 너무 걱정이 많다니깐. 

이오리는 웃으며 저를 진정시켜주었어요. 저는 이오리의 말을 믿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역시 이오리에게 전하길 잘했어요. 아니면 혼자서 멋대로 오해하고 집에서 울 뻔 했을 테니 말이에요. 눈물을 닦아내며 이오리에게 인사를 했어요.

“고마워 이오리짱.”
-고맙긴. 겨우 이정도로.

전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안심했더니 졸음도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이 집에가면 푹 자야할 것 같아요.



 

-미나세 이오리-
절대 용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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