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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을 신지 않는 여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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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7, 2015 12:19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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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뒤에는

 

 

 

           아침을 알리는 곡은 '장보기 부기(買い物ブギ)'. 젊은 여대생이 들을만한 곡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침에 이 곡이 들려오면 어째서인가 몸을 일으키게 된다. 처음에는 가벼운 장난 이었다. 장난이었음에도 어느세 그 분위기에 취하여 아이튠즈에서 곡을 구매하였고, 어느 날 다운로드 하게 된 내장 곡을 알람으로 재생시켜주는 앱에 장난으로 이 곡을 알람곡으로 설정하였다. 어째서인가 노래의 분위기나 상황이 자신이 이렇게 잠을 자고 있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그녀로 하여금 몸을 일으키게 된다. 물론 그런 모습을 보는 마에카와와 오이카와는 처음에는 다소 당황하였다. 단순히 '쇼와풍' 이라는 단어로도 제대로 그 느낌을 전달하기 힘든 이 오래된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젊은 여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 복잡한 감정을 '웃음' 이라는 행위로 표현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불을 정리하는건 그녀 자신도 '바보같아'라고 느낄 만큼 부질없는 것 이었음에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이불정리를 하고 커튼을 걷는 것은 그녀의 손에 쥐여진 목줄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정리를 싫어하면서도 자신에게 엄격해지기 위해 정리를 하는 버릇을 들이고, 잠을 잘때도 속옷이 아닌 잠옷을 반드시 입기로 자신과 약속한 닛타 미나미이다. 그러한 생활을 다짐한지 어언 십이년쯤이 지났다. 이제는 생활이라고 해도 좋을까 싶지만, 여전히 그녀는 '나와의 약속' 이라는 말을 자신에게 건넨다. 책상위에 올려둔 머리띠를 이마부터 쓸어올리듯 착용하며, 앞머리를 모두 뒤로 넘긴다. 머리띠가 잘 고정되었는가를 확인하면서 전화기의 알람을 끄고, 다시 몸을 돌려 창가에 놓아둔 칫솔과 치약, 물컵을 들고 방문을 연다.

           "좋은 아침, 미나미씨."

           어딘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아침 인사를 건낸건 고양이귀를 달지 않은 마에카와. 그녀 역시 컵을 들고 부엌으로 향하는 도중 이었다. 다만 그녀는 씻기 위함이 아닌 아침커피를 마시기 위함이다.

           "좋은 아침 미쿠쨩."

           그 인사를 하품으로 받은 마에카와는 전기주전자에 물을 채워넣는다.

           "미나미씨도 마실꺼야?"

           "응. 부탁할게."

           아침의 커피는 거절하지는 않는다. 먼저 일어나 부엌에 도착하는 이가 커피를 타는 것이 이 방의 불문율이다. 아무 말 없이 커피를 두잔 타둔다면 고맙게 인사하며 마시겠지만 그럼에도 한번씩 물어보며 확인하는 것이 두 사람의 거리이다. 커피를 타는 지금의 마에카와 미쿠 그녀가 해야할 또 하나의 일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것. 딱히 말하지 않아도, 전날 누군가는 다음날의 아침을 생각하면서 귀가를 하기 마련이다. 두 사람 모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면, 그 날은 아침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마에카와의 분위기는 아침을 준비 할 것 처럼만 보여 닛타를 살짝 기대하게 만든다. 지금은 또 한 사람의 룸메이트, 오이카와 시즈쿠가 있다. 그녀는 마에카와와 한 방을 쓰고 있으나 그녀가 일어나는 시각은 두 사람과는 비교가 안되게 너무나 이르다.

           "오이카와씨는?"

           부엌에서 칫솔에 치약을 짠다. 그것을 입에 넣기 전에 답이 듣고 싶은데.

           "아까 나갔어."

           "헤에."

           그리고 입에 넣는다.

           "아침에 체조한다고 하면서."

           "흐허후하아."

           칫솔을 입에 문체 하는 대답은 알아듣기 힘든 언어였으나 마에카와는 대충 이해한다.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화장실로 향한 그녀는 칫솔을 잡은 손을 멈추지 않으며 왼손으로 살짝 삐져나온 옆머리를 손으로 만져본다. 그리고 눈썹을 살짝 만져본다. 삐져나온 눈썹이 없는가 최근에는 조금 신경쓰인다. 왼뺨에 있는 붉은 두드러기도 가리고 싶다. 화장을 하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화장을 하기보다는 크림만 바르고 싶다. 오늘은 일은 없으니까. 그렇게 슬쩍 욕심을 내보면서 치약을 뱉는다. 다시 칫솔은 입으로 향한다. 이미 양치를 하는 것인가 피부를 확인하는 것인가를 구분하기도 힘든 행위였으나 결과는 어찌되었든 비슷하기에 그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다시금 불안한 생각이 든다. 그녀의 마음 깊은곳에 '지금은 시간이 없어'라는 말로 신경 쓰려하지 않았던 그 불안감이 다시 피어 오른다. '오늘은 시간이 될까?' 그녀의 머리속에 있는 어떤 이와 오늘은 만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이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 이다. 다시금 그 생각을 떨처내며, 다만 오늘의 아침은 무엇일까를 살짝 기대해본다.

           그러고 보니, 남자와 이렇게 만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뱉어내는 치약은 조금의 자괴감.

 

 

 

           언제나 하얀 피부를 유지하며 피곤한 내색을 보이지 않는 시죠 타카네이다. 사무소 내에서는 이오리 만큼이나 프로의식이 투철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동경을 받던 그녀 였으나 오늘은 어째서인가 조금 피곤해 보인다. 비단 그녀 뿐 아니라 사무소에 있는 모두가 그렇다. 어째서 미드나잇 드림인가? 하는 그런 불평을 하는 것은 방송이 한참 흐르던 일곱시간 전이 아닌 방송이 끝나고 아침이된 지금이다. 아침이 괴롭다. 이미 축하의 말은 서로 주고받은 뒤 이며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때 이다. 제니스 에게는 조금은 긴 공백이 아닐까 싶다. 이제 데뷔를 마친 신인 아이돌 듀오는 데뷔를 마친 지금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임에도 오늘 하루는 딱히 예정된 일이 없는 화요일 아침이다. 데뷔 시기를 지금으로 정한 것 역시 방학시기에 맞춰 활발히 활동하기 위함이었음에도 이렇게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일이 없음에도 두 사람이 사무소에 나온 것은 역시 어제밤에 들은 자신들의 첫 라디오 방송에 대해 얘기하고 싶기 때문일까.

           "결국 전부 방송됬어... 그거까지..."

           아마미 하루카의 수제 쿠키를 하나 집어든 가나하는 침울한 표정으로 입에 넣는다. 맛은 잘 모르겠다. 지금 그녀의 미각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 쿠기가 아니라 지우개를 실수로 집었어도 맛있다는 감상을 낼 판이다.

           "그거?"

           자신의 쿠키에 대한 감상을 듣고 싶었으나 그것보다도 지금은 '그거'에 집중한다.

           "편집해달라고 했던거..."

           "아, 그거. 일발개그 굉장했어! 히비키쨩."

           "우갸아아아! 그거 개그가 아니었는데!"

           아마미의 솔직한 감상은 본의아니게 가나하를 가볍게 괴롭힌다. 손발을 허우적대면서 자신의 기분을 표출하지만 다시 자세를 고쳐 앉고는 손에 들린 쿠키를 마저 먹는다.

           "시죠씨도 얼굴 피곤해 보이세요."

           "저... 말인가요?"

           입안의 쿠키를 삼키며 말을 잇는다. 그녀가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는 키사라기는 살짝 밝아진다.

           "저도 어젯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조금 어두운 그녀의 얼굴이 이번에는 붉게 물든다. 자신의 첫 방송을 들은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도 자꾸만 그때가 떠올라 배게를 고쳐보고 자세를 돌아보아도 잠들수가 없었다. 가나하도 시죠도 어젯밤에 느낀 그 감정은 어째선가 첫 라이브를 마쳤을 때와는 달랐다. 기쁨과 달성감이 아닌 어째서인가 너무나도 부끄럽다. 역시 지역에서 거리를 걷는 사람들과 한 라이브와 전국(사실상 도쿄)으로 방송되는 라디오 방송의 차이일까? 더욱이 두 사람 모두 라디오 방송의 토크와 관련된 연습은 하지 않고, 방송시의 주의사항과 실수해서는 안될 것들에 대해서만 계속해서 상기한터라 막상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는 대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두 사람 모두 막막하였다. 방송이 막 끝난 그 당시에는 기뻤다. 라디오 방송을 잘 끝마쳐서라는 기쁨이 아닌 드디어 방송이 끝났다 라는 일종의 해방감. 아직 익숙치 않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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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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