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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명함! 경찰을 부르는 나의 프로듀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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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4, 2015 12:58에 작성됨.

15명 많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TV와 다른 현실을 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여기에 있는 관객은 15명 뿐만이 아니다. 이 작은 무대 하나를 마련하기 위해 모인 다수의 스태프들과 어두운 무대의 옆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프로듀서까지

나를 봐주고 있는 사람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 나는 무대 위에서 떨지 않고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타카가키 카에데라고 합니다"

정면에서 나를 바라보는 15쌍의 눈. 스태프들까지 합친다면 몇십 쌍의 눈일까. 나중에 제대로 세어보고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네

"이렇게 조졸한 라이브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처음 모델 일을 했을 때는 어땠더라? 그래. 매니저 언니와 조명 담당 둘, 의상 담당 하나, 사진기사 한 명 밖에 없었지. 그래, 처음이 초라한 시작이었다는 것은 익숙해. 부담감을 가질 필요 없어

'처음부터 잘 나갈 수 있을 순 없어. 난 그걸 모델 일을 하면서 배웠으니까'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도 도움이 된다는 건 정말로 복 받은 일이다. 만약 아무런 경험도 없이 이 무대에 올라섰다면, 나는 실망하며 도망쳤을지도 모르니까

"이곳은 조명이 어두워요. 그러니까, 관객분들이 받으신 싸인라이트의 불빛과 저를 빛추는 조명만이 이 어둠 속을 채우겠죠"

그것만으로는 이 어둠을 완전히 밝힐 수 없다. 빛으로 가득 채울 수 없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가 빛나는 별(스타)이 되어야 한다

"그럼 노래, 시작하겠습니다. 들어주세요. 참고로 곡명은 연풍(こいかぜ)이라고 하네요"

전주가 흘러나오고 이제 시작할 때다

"메마른 바람이 마음을 빠져 나가네. 흘러넘치는 마음 데리고 가줬으면 해. 두 사람의 그림자 아무것도 아닌 대화도 질투하게 되고, 안타까워지는, 이것이 사랑이야?"

모두의 앞에서 부르는 이 노래. 하지만, 내가 바라고 있는 건 단 한 사람이 웃으며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것. 시작부터 아이돌 실격이려나

"당신 밖에 보이지 않고, 마음만이 커져갈 뿐인데. 괴로워서 보여주기 위한 웃음도 지을 수 없다니"

어쩌면 너무 오래 같이 있던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도, 나도 아직은 한창 때의 젊은 남녀. 시작은 아마 연풍이 몰고 온 작은 자극이었겠지

"마음, 바람에 갇히고 헤아릴 수 없는 눈물과 할수없는 말들 끌어안고 흔들리는 마음 이끌리듯 당신을 찾고있어, 단지 당신과 만나고 싶어 only you"

그 작은 자극에 몸을 맡기며 흐른 한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항상 당신을 봐왔어. 당신 또한 나를 봐왔었지. 기다려주고, 함께 걷고, 연락하면서 점점 더 이 마음은 커져갔어

"돌아오는 연풍. 꽃잎을 흩날리며 사람들 속을 빠져나가. 떨리고 있어 마음도 몸도 모두 부서져버리기 전에 사랑이 필요해"

어쩌면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심란한 마음을 품고 걸어가던 여인. 우연히 부딪힌 남자에게 갑자기 받은 새로운 삶의 제안. 연풍이 몰고 온 그때의 상황은 마치 예전에 본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아서, 그를 투영해버렸을지도 몰라

"말로 다할 수 없는 아픔을 분명 사랑이라고 부르는거겠죠. 느껴지는 처음으로 사랑하고 태어난 이 순간을 차고 기우는 마음은 지금 괴로워서 넘쳐 흐르고 있어요, 멈춰있는 바람 속에서 만나고 싶어 지금, 만날 수 있는 날까지"

당신은 어떨까. 당신에게 있어 나는 첫번째 아이돌. 346의 첫번째 아이돌. 처음이라는 단어의 울림은 그런 매력이 있지. 마치 자신이 특별해진 듯 기분을 들뜨게 만들어

"언제나 생각할 거야.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당신의 곁에 있고 싶어 언제나"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도 나를 생각해주고 있는 걸까? 글세, 직접 물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 직접 물어볼 용기가 있는지는 둘째치고. 적어도, 지금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건 나 뿐이니까, 당신 또한 나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여길거야

"눈물은 지금 아침의 별에. 외로움은 차가운 바다에. 한조각 바람 불어오는 그 안 에서 변해가고, 녹아가며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

관객들이 호응을 해주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지금 나는 빛나고 있을까. 당신이 바라는 미소를 짓고 있을까

"차고 기우는 마음은 지금 사랑으로 흘러넘쳐요. 춤추는 바람 속에서 만난 이 기적이 머나먼 대지를 넘어서 당신과 미래를 향해 나가고 싶어"

관객들에게는 미안하네. 당신들은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는 당신들이 아닌 다른 남자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당신만을 생각하는 기분, 전할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 있다면 안타까운 밤과 작별할 수 있어. 소원을 담아서 wish my love"

용기를 가지고 나아간다면, 이 마음을 말한다면 그는 어떻게 할까? 당황하겠지. 허둥지둥 거리겠지. 그렇지만, 나의 마음을 받아줄까...잘 모르겠네. 한 달이나 지났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게 많아. 그의 과거도, 그가 좋아하는 음식도, 취미도, 사생활도 그런 것 포함해서 전부. 내가 아는 그는 '프로듀서'로서의 그 뿐이니까

"나아갈 힘을 주세요. 마음 바람에 녹여가며 믿고 있는 미래에 이어져가네. 차고 기우는 마음은 오직 슬픔을 지우고 행복으로 이끄는 상냥한 바람에 안기네"

오늘 밤이 지나면 분명히 무언가 변하겠지. 앞으로의 생활이라든가, 그와의 관계라든가. 확실히 자각해버린 이상, 이 마음에게서 더 이상 눈을 돌릴 수 없게 된 이상. 그와는 이전과는 다르게 마주볼 수 밖에 없어

"저 구름을 빠져나가는 새처럼 like a fly"

노래가 끝나고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온다. 응, 즐겁네. 아무리 그래도 역시 나는 사람의 미소를 좋아해

술도, 아저씨 개그도, 사람들의 호의도, 그가 말하는 미소도 전부 좋아해. 그야, 전부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것들인걸? 싫어할 리가 없잖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카가키 씨! 사진, 한 번 찍어도 되겠습니까?!"

관객들 중 한 사람이 외친다. 그렇지. 이것이 내 아이돌 인생의 첫 걸음. 추억으로 그 사진을 남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럼, 다 같이 단체사진을 찍어요. 찍은 사진은 모두에게 배포해주시고요"

"네! 물론입니다!"

프로듀서가 아닌 다른 스태프가 다가와 사진기를 든다. 응, 젊은 프로듀서가 나왔다간 무슨 구설수에 오를지 모르니까. 특히 지금 그와 마주본다면 나는 분명 표정이 흐트러질 거야. 이제 막 시작한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스캔들이라니, 회사의 입장에서도, 그의 입장에서도 절대로 좋지 못 하겠지

"그럼 셋을 세고 찍습니다? 3, 2, 1"

찰칵! 서텨 소리와 함께 선명한 빛이 반짝인다. 나를 중심으로 모인 15인의 관객들. 이들은 오늘부터 나의 팬. 내가 아이돌로 살아가는 동안 나와 함께 해 줄 사람들. 다만, 그들과 나는 걷는 길이 다를 수도 있겠지

'가슴을 찌르는 이 마음은...팬들에 대한 죄책감일까'

"그럼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이 마음. 평생동안 끌어안고 가주겠어

 

 

 

애니에서 카에데가 팬들을 사랑하고 아끼는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을 배신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면...이라는 망상에서 끼적여 보았습니다

노래 가사 때문에 거의 용량 낚시 급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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