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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그렇네, 미키는 미키인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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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2, 2015 09:23에 작성됨.

"잘 들으렴 미키. 너와 나는 달라."

 

어느 날, 사무소에 우리 둘만 있던 날. 언제나 음악을 듣거나 악보를 보거나 등으로 바쁘던 치하야씨가 이 쪽을 바라보며 말했어.

 

"응, 알고 있어. 머리 색도 성격도 몸매도 완전 다른 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왜 저리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걸까. 미키는 조금 의문.

 

"그렇네.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 이제 그만두는 게 어떠겠니."

 

아핫, 치하야씨도 참. 언니같이 말한다니까. 아- 맞다. 확실히 나이로 언니 맞지.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왜? 그러면 안돼? 미키가 그러면, 치하야씨가 곤란해지는 거야? 음.....그러면 일단 미안해."

 

"곤란한 쪽은, 네 쪽이야."

 

치하야씨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음, 미안. 미키는 말이지, 대체 왜 그런 지 모르겠는 걸. 미키, 치하야씨가 존경스러운거야. 이리저리 딴 곳으로 빠지고 마는 미키와 달리 한길로 묵묵히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아주 멋진거야. 때로는 미키를 봐주지 않고 앞만 보는 것 같아서 조금은, 속상하기도 하지만.....

 

"너는 나와 달라. 그러니까 그런 짓을 해도 소용 없어. 그만두는 게, 좋아."

 

미키는, 미키는 그냥 따라가고 싶었을 뿐이야. 멀리서 지켜보는 건 질렸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말아줘, 응?

 

"치하야씨......"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미키는 치하야씨처럼 되고 싶은거야. 미키, 알고 있어. 지금은 아니지만, 치하야씨는 언젠가 푸른 물결같은 불빛 한 가운데에서, 아주 굉장한 노래를 부를 거니까. 미키도 그렇게 되고 싶은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지금까지 귀찮은 레슨 꾹 참고 받아온 거라고. 그러니까 부탁이야 치하야씨.

 

"미키, 너는 내가 아니야. 너에게는 너만의 노래가 있어. 넌.....그걸 찾아야해. 나를 따라할 게 아니라."

 

그렇게 차갑게 단언하지 말아줘. 선을 긋지 말아줘. 미키를 냅두고 혼자 저 멀리 가버리지 말아줘.....! 미키는, 미키는 아직 모르겠단 말이야! 눈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른 눈으로 존경하는 사람을 쫒았어. 하지만 그 사람은 슬쩍 나를 보더니, 화내는 건지 슬퍼하는 건지 잘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서는- 고개를 돌렸어. 지금 머리 속이 엉망이지만, 지금 치하야씨가 뭘 생각하는 알겠어.

 

미키는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울음을 억지로 삼켰어. 밀려오는 괴로움을 이겨내려고 주먹을 꼬옥 쥐었어. 그렇지만, 그래도 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려오는 건 억누를 수 없어서, 가슴에 확 하고 퍼지는 저릿저릿한 아픔을 참아낼 수 없어서 비틀거리며 문고리를 잡았어. 그래, 나가는 게 좋겠어. 적어도 여기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거야. 그 생각만이 미키의 머리 속을 지배했어. 급하게 문을 열고, 우당탕 낡은 철제 계단을 급하게 내려와- 골목길을 벗어나 큰 길로 무작정 달렸어.

 

지나가면서 누군가와 부딪친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던 거야. 누가 미키를 불렀던 것 같지만, 귀담아 들을 겨를이 없었어.

 

....

 

미키는 눈물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어.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공원이네. 여기라면 아무도 오지 않을거야. 아무도, 미키를 보지 않을거야. 안심이네. 그렇지만 어째서, 불안한거지? 뭐야.....이상해. 기분 나빠. 어쩌지, 어쩌면 좋지? 미키는 앞으로 뭘 해야하지? 아, 모르겠어. 일단 울자. 마음껏 울자. 그러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더 이상, 참을 필요 없어....! 망가진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어. 할 수만 있다면 소리도 질러보고 싶었어. 그런데 왜일까, 목에 뭔가가 턱, 걸린 것처럼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어.

 

왜, 왜, 왜.....? 미키는 모르는 것 투성이야. 왜 마음 먹은 대로 안돼? 왜 불안한거야? 왜 치하야씨는 그런 말을 한거야? 미키의, 나만의 노래라는 건 대체 뭐야?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미키는 즐거웠어. 레슨을 받거나 가끔 들어오는 일을 하는 건 때로는 좀 지루하고, 재미없었지만 그래도 좋았어. 치하야씨가 노래하는 걸 지켜보는 걸로, 미키가 그걸 더듬어나가듯 연습해보는 걸로, 언젠가 둘이서 그럴 듯한 무대에 서는 걸 상상해보는 걸로 지루함이 싹 지워졌는 걸.

 

그렇지만 지금은.....미키 혼자 낭떠러지에 떨어진 기분이야. 그것도 한 순간에. 치하야씨가.....치하야씨가 그 말만 하지 않았어도, 모든 게 괜찮았을텐데. 왜, 왜 그런 말을 해버린거야!? 미워, 미워! 치하야씨 정말.....아니야.....미운 건, 아니야.

 

그러면, 뭐지?

 

.....모르겠어. 아아, 지금의 미키에게는 모르는 것 투성이네. 사실, 모르는 건 전부터 많았어. 하지만 그렇다고 불안하지 않았는 걸. 이렇게나 속상하지도 않았다고. 답답해. 미키 짜증나. 아무렇게나 미키의 머리, 헝크려봤어. 그래도 풀리지 않는 초조감. 아니, 오히려 더 꼬여버린 느낌이야. 갑갑해. 불쾌해. 이런 기분 따윈 모조리 토해내버리면 좋을텐데. 그러지도 못해. 아아, 눈물만 계속해서 나오네. 팔로 훔쳐내는 것도 이젠 한계야. 티슈, 티슈가 어딨더라.....

 

"헉, 헉.....미키....!"

 

아까 미키를 불렀던 목소리가 다시 들렸어. 그 쪽으로 돌아보자, 넘쳐흐르는 눈물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하여튼, 사람이 있었던 거야. 작은 키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슈트를 입은, 안경을 낀 사람이.

 

"여기, 있었네."

 

한 숨도 쉬지 않고 무작정 달려온 모양인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 사람이 다가왔어. 이상해, 이 쪽으로 점점 다가올 수록, 속이 뜨거워져. 그 동안 낼 수 없었던 소리가 점점 내 안에서 커져....!

 

"우, 흑.....리, 리츠코....씨....."

 

난 다시 울었어. 이번에는 아이처럼 소리내면서, 엉엉 울었어. 그 사람은, 리츠코는 잠깐 주춤하더니, 곧 다시 나한테 걸어왔어. 그러고는 나를 꼭, 껴안아주었어. 나보다 키도 작은 주제에, 아주 힘껏. 괴로움에 시달리던 마음이 푹 풀어졌어. 나는 리츠코에게 몸을 맡기고 계속 울었어. 리츠코는 말 없이 등 뒤를 토닥여주었어. 나는 한참동안 리츠코의 품 안에서 울었어.

 

.....

 

"이제 좀 진정이 되니."

 

이제는 명확하게 보이는, 눈 앞의 사람이 엉망이 된 자기 옷과 미키를 번갈아 보고는 쓴 웃음을 지었어.

 

"응. 덕분에 살았어."

 

아직 아픔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훨씬 나은거야. 미키도 웃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좀 해보렴."

 

"치하야씨에게 이야기 못 들었어?"

 

"들었어. 하지만 네 이야기도 들어줘야지."

 

그래, 그렇구나.

 

"저기, 치하야씨는 뭐라고 했어?"

 

"우선은 네가 말하는 걸 듣고 싶은데."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미키는 지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머리 속이 온통 뒤죽박죽인거야. 그래서 미키는 입을 열지 않았어.

 

"미키."

 

"......."

 

리츠코와 시선이 마주쳤어. 피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손을 잡혀서 그럴 수도 없게 되어버렸어.

 

"뭐라도 좋으니까, 말해주렴."

 

손에도, 눈에도 강한 힘이 느껴졌어. 미키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절대 놔주지 않고, 고개를 돌리지 않겠다는 거겠지. 이렇게 된 이상, 리츠코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네.

 

"모르겠어."

 

우선은, 미키의 머리 속에 가장 많이 떠다니고 있는 말을 내뱉어봐.

 

"어떤 걸?"

 

"전 - 부."

 

리츠코가 크게 한숨을 쉬었어. 그런데, 그러면서도 잡은 손은 놓지 않은 체 이 쪽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어.

 

"좀 더 구체적으로 부탁해."

 

"음....."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미키는 지금 모든 것이 저 멀리 아득하게 보여서.....아, 일단 그나마 가장 가까운 거 하나.

 

"미키, 왜 불안한 걸까."

 

"내가 네 마음을 전부 아는 건 아니지만.....아마 치하야랑 다퉈서 그런 게 아닐까."

 

다퉈? 미키가? 치하야씨랑? 아니야. 그건 싸움이라고 할 수 없어. 그건, 일방적인 거야.

 

"틀려."

 

"그러니. 그러면 어디가 틀렸는 지 말해줘."

 

"......미키가, 거절당한거야."

 

"그렇구나. 좀 더 자세히."

 

"미키는 말이지, 그러니까.....그게.....치하야씨의 뒤를 따라가고 싶었어. 혼자 남겨지는 건 싫었어. 그래서 레슨, 빠지지 않고 열심히 했어. 시간이 남으면 혼자서도 연습했어."

 

미키, 그 동안 힘내왔던 것들에 대해 쭉 이야기했어. 동경하는 사람을 뒤쫒기 위해 해왔던 노력들을 줄줄 이야기했어.

 

"그런데 오늘, 치하야씨가......치하, 야씨가....."

 

그리고 마침내 오늘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는데.....위험해,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졌어.....

 

"울어도 괜찮아. 계속해."

 

"우, 우우.....치하야씨가.....흑.....그만두래."

 

티슈로 정리한 지가 언제인데, 또 눈물로 엉망이 되었어. 으, 눈이 시큰거려.....

 

"자."

 

"응.....고마워....."

 

미키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다못한 리츠코가, 티슈를 건네주었어. 나는 눈물을 닦으면서 계속 말했어.

 

"윽, 흐윽.....자기와 미키는 다르다고.....그러니까....흑....그만두래. 지금까지 미키가 해왔던 노, 력....우웃.....하지 말래."

 

리츠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혼자 떠드는 건, 싫어. 나는 한동안 숨을 고른 뒤, 이제는 울지 않고 말했어.

 

"저기, 있잖아- 미키가 해왔던 것들, 아무 소용 없었던 걸까."

 

"아니."

 

예상 외로 즉답이 날아와서 좀 놀랐어.

 

"도움이 되었어. 의미 없는 게 아니야. 확실히 넌 예전보다 노래를 잘 부르게 되었는 걸."

 

"그거, 진짜?"

 

"그래, 그건 네 자신도 알고 있을 걸. 떠올려봐. 처음 막 데뷔했을 때의 노래를."

 

확실히,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 쪽이 소리도 안정되어있고, 성량도 늘었고.....음, 여러모로 나아졌다는 느낌.

 

"네 노력이 아무 의미 없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던 방식 그대로여서는 곤란하겠지."

 

요는 방향성 문제야, 라고 리츠코가 중얼거렸어.

 

"왜? 왜 그러면 안돼?"

 

"그거야.....너와 치하야는 다르니까."

 

.....그 사람과 똑같은 소리.

 

"하지만 미키는 똑같이 되고 싶은거야!"

 

"그러는 건 더더욱 안돼."

 

리츠코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어.

 

"미키는, 미키는 치하야씨처럼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 언젠가 치하야씨가 큰 무대애 오르는 것처럼 미키도 그러고 싶어! 무대 아래 가득 차오르는 사이리움들을 보고 싶은 거야.....!!!"

 

그에 지지 않으려고, 미키는 아주 큰 소리로 외쳤어. 그러자 리츠코는 어이없다는 듯 픽 웃었어. 왜? 왜 그런건데!?

 

"정말, 너도 어쩔 수 없는 애구나."

 

"미키는 이래뵈도 14살인데."

 

"그게 애라는 거야."

 

리츠코가 꼭 잡은 손을 풀고, 대신 미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어.

 

"미키."

 

".....왜."

 

"아까 그 말, 진심이야?"

 

미키는 고개를 끄덕였어.

 

"진짜야? 확실해?"

 

응. 그렇다니까. 미키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어.

 

"그렇구나. 그러면 그럴 수록, 치하야의 말을 따르는 게 좋을거야."

 

"어째....."

 

"지금 네가 하고 있던 건, 단순한 흉내야."

 

미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츠코가 그렇게 말했어.

 

"흉내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야. 그러면서 배우는 것도 있지. 하지만 흉내로만 끝나버린다면.....절대, 미키 네가 원하는 것처럼 되지 않을거야."

 

리츠코가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총알처럼 미키의 마음에 박혔어. 아파. 쓰라려.

 

"미키, 사실은 너도 알고 있었지?"

 

".....응."

 

그래, 그랬어. 하지만 인정하기 싫어서 모른 척하고 고개를 돌렸어. 만약, 만약에 안다고 해버리면 그 다음으로 내 안에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하니까.

 

"저기 리츠코, 씨."

 

"응. 뭔데? 말해봐."

 

이렇게 물어봤자 대답해줄 리 없겠지만, 그래도 막연한 기대를 조금 품어봐.

 

"자기 자신만의 노래라는 건, 대체 뭘까."

 

"모르겠는 걸."

 

".....치하야씨는 알고 있을까."

 

"미안, 그것도 모르겠네. 뭐하면 직접 본인에게 물어보던가 하렴."

 

"응, 그럴게."

 

"그래, 그래. 그러기로 하고.....이제 슬슬 돌아가야지."

 

리츠코가 미키의 팔을 붙잡고 끌었지만, 계속 버티고 서 있었어.

 

"미키?"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으면, 분명 다른 사람들이 와있겠지?'

 

".....그렇겠지."

 

미키의 팔을 잡은 손이 스르륵 풀렸어.

 

"일단 근처 화장실에서 세수라도 하고 오는 게 좋겠네."

 

"응, 알겠는거야."

 

.....

 

"저, 저기....."

 

".....응?"

 

그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난 후, 나는 용기를 내서 치하야씨에게 말을 걸었어.

 

"미안해. 갑자기 뛰쳐나가서."

 

"아니, 이 쪽이 말을 좀 심하게 한 것 같아."

 

아핫, 좀 속상하긴 해도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앞으로 미키, 치하야씨 흉내는 그만둘래."

 

"그래, 잘 생각했어."

 

"응. 치하야씨 덕분이야."

 

그러니, 라고 말을 조금 더듬으면서 고개를 숙이는 치하야씨. 부끄러운 모양이네. 으음, 그럴 필요 없는데.

 

"저기, 치하야씨."

 

"이, 이번엔 뭐니?"

 

"치하야씨는 자기만의 노래, 찾았어?"

 

".....아니."

 

한참을 망설이던 치하야씨는, 미키의 예상과는 정반대인 대답을 말했어.

 

"에- 진짜? 그런데도 미키한테 찾으라고 말한거야?"

 

"나와, 미키는 달라."

 

전에 들었던 것과 똑같은 말. 하지만 그것은 차갑지 않았어.

 

".....너라면 할 수 있어. 너라면....."

 

"치하야씨.....?"

 

이상함을 느끼고 치하야씨의 얼굴을 살폈어. 그랬더니 잠깐, 아주 잠깐이지만, 무척이나 슬프고 안타까운 무언가가 치하야씨를 스치고 지나갔던거야.

 

"....."

 

그것은 금방,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에 덮여 사라져버리고 말았어.

 

"괜한 이야기를 한 모양이네. 방금 건 잊어줘."

 

치하야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어. 미키는 이게 뭘 뜻하는 건지,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더 이상은 말을 붙이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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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마스 이전 시점이라는 느낌으로 써봤습니다. 대략 1차 각성이라는 걸로......그리고 애니 시점에서 대탈주를 하다 프로듀서에게 잡혀오면서 2차 각성을 하는 거죠(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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