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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넘어지는 게 무섭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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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6, 2015 09:23에 작성됨.

하루카 「넘어지지 않으면.....그만일까요?」 와 이어집니다. (이번 편이 끝)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은 어두워요. 완전히 새까매서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눈 앞에 보이는 곳과 비하면 거의 모든 것이 빛을 잃고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은, 라이브 회장의 무대 뒷편. 이 곳에는 저 뿐만이 아니라 공연을 관리하는 스탭 여러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또 먼저 공연을 마치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동료들이 있고, 프로듀서씨와 리츠코씨도 계십니다.

 

저 혼자만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어째서일까요. 모두가 있어도 불안합니다. 아니요, 어쩌면 이것은, 모두가 있어서 불안한 걸지도.....어, 어라.....잠깐 제가 무슨 생각을. 갑자기 머리속에서 피어나오는 이상한 사고를 없애버리려 저는 힘껏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가지를 뻗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 모두가 있는 곳에서 또 넘어지면 어쩌지.

 

이번에도 실패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이나 그런 실수를 저지르면, 분명 관객분들은 등을 돌리고 말거야.

 

저번처럼 최악의 라이브,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바닥을 칠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나는.....

 

목 뒤쪽이 찌르르 울리더니 기분 나쁠 정도로 차가워졌습니다. 몸에 있는 열이란 열이 한꺼번에 확 식고,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습니다. 쓸데없는 걱정, 단순한 기우라고 스스로를 타일러보아도, 한 번 퍼져나가기 시작한 부정적인 사고는 멈출 줄 몰랐습니다. 에- 잠깐, 이걸 부정적인 것이라 볼 수 있는 걸까요? 어쩌면 앞으로의 예측이라고도- 어, 어라.....하, 하하하....싫다~ 왜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이제 곧 있으면 제 차례니까 정신 차리지 않으면.....아하하,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요 저. 공연 시작 바로 직전의 리허설 때도 아무 문제 없었고, 치하야쨩과 연습도 계속- 계속 해왔는 걸요. 넘어지지 않으면 되는 거에요. 그래요, 넘어지지만 않으면.....

 

그렇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지? 한 번 일어난 건 두 번도 일어날 수 있어.

 

이제 또 실패해버리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욕할거야. 비난할거야.

 

아마미 하루카는 형편없는 아이돌이라고, 마구 마구 떠들어댈게 틀림 없다고....!

 

"....허억....."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입을 벌려 억지로 공기를 들이마시려해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지나치게 얕고, 빨라집니다.

 

"하루카!"

 

프로듀서씨가 이 쪽으로 달려와 저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저는 네, 라고 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반응을 보여야했기 때문에, 잔뜩 굳어버린 목을 겨우 돌려 프로듀서씨를 바라보았습니다.

 

"하루카씨, 괜찮아요!?"

 

"어떻게 된거야?"

 

".....안색이 무척이나 창백합니다."

 

프로듀서씨의 뒤에서 저를 걱정하는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괜찮다,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정신 차려봐, 응?"

 

어깨에 강한 힘이 실렸습니다. 몸 전체가 약간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할 정도의 충격은 되지 못했습니다.

 

".....끝났어.....하루.....차례....데.....!"

 

뭔가 다급한 말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으, 음- 리츠코씨 목소리인 것 같은데.....에, 잠깐만요.

 

"하루카! 네 차례야!"

 

"아, 아아......네....."

프로듀서씨가 외쳤습니다. 아, 그렇군요. 제 차례.......인가요. 저는 얼빠진 얼굴로 겨우 대답을 했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아.....아무래도 누가 대신 나가거나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러면 제가 나가도록 할게요!"

 

제가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이야기가 착착 진행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저 대신 야요이가 나가기로 결정된 것 같아요. 야요이라면, 분명 이런 저보다도 잘 해낼 수 있겠죠. 안심입니다.

 

"하루카, 혹시 나중에라도 나갈 수 있겠어?"

 

리츠코씨가 제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할 수 없다에 가까운 말. 제 대답에 담긴 진의를 파악한 리츠코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는 그래, 알았다. 라고 말하고는 추욱 처진 어깨로 다른 사람들에게 향했습니다. 죄송해요 리츠코씨, 프로듀서씨. 미안해 모두. 그렇지만 저, 무리라고 생각해요. 지금 무대로 향했다간 또 실패하고 말거니까요. 실패하면 저도 고통받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민폐를 끼치겠죠. 그러니까- 이걸로 된거에요. 답답했던 마음이 후련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뭐라고 해야할까, 끝없이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발을 딛어버린, 그런 거라고 해야할까......

 

"하루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조금 힘이 들어간 목소리가 저를 불렀습니다. 저보다 먼저 빛나는 무대로 걸어갔던 치하야쨩의 것이었습니다. 등에 스테이지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치하야쨩. 한 점 흔들리는 기색 없이, 어두컴컴한 이쪽을 올곧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치하야, 미안한데 아무래도 하루카 대신에 야요이가 나와야할 것 같아."

 

"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지금 하루카 상태가 어떤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거나 말거나, 치하야쨩의 손이 천천히 올라가더니, 저를 향했습니다. 제 코앞까지 바로 닿을 것만 같아서, 그만 움찔하고 맙니다.

 

"저, 저기 치하야씨......?"

 

".....뭔가 생각이 있는 모양이로군요."

 

모두가 행동을 멈추고 치하야쨩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녀의 입에서는 짧은 한 마디가 흘렀습니다.

 

"와줘."

 

그렇지만 저, 그 요청에 응해줄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갔다간 쓰러질 게 틀림없는 걸요. 그렇게 되면 이 공연을 봐러 와준 관객분들에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움직이고 계시는 스탭 여러분에게도, 이 라이브를 기획하고 실현을 위해 불철주야 이리 뛰고 저리 뛰셨던 프로듀서씨나 리츠코씨에게도, 모두의 웃는 얼굴을 위해 필사적으로 연습했을 우리 765 프로 아이돌에게도 크나큰 민폐를 끼치게 될 거에요!

 

그래서 저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하지만 치하야쨩은 그걸 보지 못했다는 듯이, 다시 한 번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와줘."

 

제게 뻗은 손은, 그대로. 슬쩍 뒷걸음질 치는 저였지만, 곧 뒤에 서 있는 프로듀서씨에게 부딪쳐 그럴 수도 없게 되버리고 맙니다.

 

"....자."

 

"으, 으앗...!?"

 

프로듀서씨가 살짝 힘을 실어 제 등 뒤를 밀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비틀거리면서 억지로 앞으로 발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치하야쨩이 더욱 가까이 보입니다. 그녀의 기대가, 저를 짓눌러버릴 만큼 무척이나 커다랗게 보여서-

 

".....무서워."

 

결국, 전부터 마음 속을 지배하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래요, 저는 무서워요. 두려워요. 불안해요. 넘어지는 것이- 실패하는 것이. 저, 여기서 도망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니 뭐니 잔뜩 포장했지만......

 

이게 제 본심.

 

"나, 나.....무서워."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번 나오기 시작한 어두운 감정들은 그치는 것을 모른 체 계속해서 쏟아질 작정인가 봅니다. 그것이 눈물이던, 약한 소리던 뭐던 상관 없다는 듯이요. 안쪽에서 벌컥벌컥 흘러넘쳐오는 것들을 견딜 수 없어서 그만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몸이 제 멋대로 덜덜 떨렸습니다.

 

"하루카!"

 

치하야쨩이 다시 저를 불렀습니다. 고개를 들까 고민했지만, 분명 새빨갛게 변했을 눈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괜찮으니까, 이리 와주렴."

 

치하야쨩은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체,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기분 나쁜 침묵이 흘렀습니다. 치하야쨩,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걸까요.

 

겨우, 포기해준 걸까요.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다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것과는 달리, 상냥함이 배여나오는 그런, 목소리. 실패해도 괜찮다고, 격려하는 말. 저는 그 말에 아주 조금 용기를 얻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습니다. 빛이 너무 밝아서일까요, 치하야쨩의 표정이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를 위해 계속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확실히 붙잡아줄테니까, 넘어져도 다시 일으켜 세워줄테니까."

 

저를 둘러싸고 있던 불안감이, 조금씩 덜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발길을 가로막는 두려운 생각들이, 실패에 대한 기억이 점점 그 견고함을 잃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와줘."

 

치하야쨩은 쭈욱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도 널 기다리고 있어."

 

과연.....그럴까요? 관객분들, 저를 기다리다 지쳐서 나가버리거나 하지 않았을까요? 그 때처럼 차가운 눈으로 저를 바라보지 않을까요? 의심과 회의가 새롭게 뭉게뭉게 피어올랐씁니다. 그렇지만, 저는 움직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니, 움직여야해요. 치하야쨩이 기다려주고 있으니까요.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라고 말해주었으니까요. 저는, 치하야쨩을 믿고 싶으니까요.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앞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럴 수록 빛이 강해집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게는 조금 괴로워서, 잠깐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질끈 감기도 하지만, 절대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서 와."

 

부드럽게 미소짓는 치하야쨩. 뻗었던 손은 제 손을 잡았습니다. 꾸우욱, 조금 아플 정도로- 강하게 강하게. 마음은 무척이나 편안해졌습니다.

 

뚜벅 뚜벅,

 

치하야쨩에게 이끌려 드디어 저는 원래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 때 이후로 다시 서는 스테이지. 아래에 보이는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

 

와아아아아아!!!!!!

 

제가 여기에 온 것을 확인하자 들려오는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 순간 온갖 감정이 복받쳐올라 그 자리에서 엉엉 울음을 터트릴 뻔 했지만, 주먹을 쥐며 겨우 막았습니다.

 

"내 말이, 맞았지?"

 

치하야쨩이 장난스럽게 웃었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대답하기도 전에 무대 뒷편으로 걸어갔습니다. 이제 무대에 서있는 사람은 오직 저 혼자. 그렇지만 무섭지 않았습니다. 손의 온기, 아직 남아있으니까요. 모두가 이렇게 저를 열렬히 환영해주고 있으니까요.

 

"여, 여러분!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를 기다려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죄의 말을 힘껏 외치면서 90도로 허리를 숙였습니다. 이걸로는 한참 부족하겠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하루카쨩! 괜찮아!?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건 아니지!?

뭐하다 이리 늦게 온거야?

 

와글와글 와글와글 관객석에서 다양한 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목소리도 내용도 전부 제각각이었지만, 하나 공톰된 점은 있었습니다. 그 동안 상상했던 질책과 야유 같은 것이 아닌, 저를 걱정해주는 따듯한 소리라는 점이었습니다. 정말, 이 때까지 그렇게나 고민하고 걱정하던 것들이 의미없는 것이 되버렸네요.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어, 실은 말이죠, 그 때 그 일이 너무 부끄러워서- 다시 이 자리에 서도 괜찮을 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해야할까나....아하하하하....."

 

용기가 샘솟아올랐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이 술술 나왔습니다.

 

뭐야 뭐야, 그런 이유였어?

하루카쨩 귀여워~!

 

하하하, 큭큭, 키득키득, 킥킥. 아래에서 퍼져나오는 웃음소리들. 결코 비웃음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에, 다시 따듯한 불이 피어올랐습니다.

 

"그, 그래서 하여튼! 이런 못난 저를 기다려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더~욱 힘내서 노래부르도록 할게요!!!"

 

와아아아아!!!!!!

 

다시 한 번 울리는 함성 뒤로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전주. 제 노래를 듣고 모든 사람들이 방긋 웃으며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마이크를 든 손에 힘을 꾹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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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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