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세 개의 별 -2

댓글: 3 / 조회: 1408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7-30, 2015 08:29에 작성됨.

 

 

 

 


『걸어가자.』
마침내.

 

『끝없는 이 길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노래하자, 하늘을 넘어서.』
그것에는 단순한 노래를 뛰어넘은 힘이 있었다.

 

『이 마음이 닿을 수 있도록.』
그 몸에서 뿜어나온 하나의 곡이,
한 자루의 창이 되어 관객들의 심장을 꿰뚫는다.

 

『이렇게 약속하자, 앞만 바라보자고.』
창에 찔린 관객들은 혼을 빼앗긴 사람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

 

『Thank you for smile…….』
그 순간, 그녀의 노래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조금 전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가 입술을 열고 노래하기 시작한 순간,
저 곡이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추고서 사람의 마음에 닿은 순간.

 

청중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서 이 노래에 매료되었다.
그녀의 노래는, 그녀들의 노래는.

 

분명, 그 자리에 모인 약 3만 명의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한 사람의 작곡자가 있었다.

.

.

.

.

.

 

“……선생, 선생.”
옆에서 누군가가 팔꿈치를 건드렸다.
이 사람, 누구였더라…….

 

아, 기억났다. 이번 드라마의 감독인가 하던…….

 

“아,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 좀 하느라.”
‘선생’은 어영부영 얼버무리면서 프로필을 들춰보았다.

 

“어떻소이까, 좀 맘에 드는 아이라도 있었습니까?”
“글쎄요. 노래 오디션도 아닌데 저야 모르죠.”

 

어영부영 대답하면서 지금까지 지나갔던 오디션 참가자들을 머릿속에 되새겨보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아이는 없었다.

 

“그렇긴 하겠지만…… 선생의 곡을 부를 아이잖습니까. 목소리가 괜찮다거나.”
“아직 주제곡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도 아닌데요.”

 

곡도 다 안 나와서 원하는 목소리도 딱히 없다.

 

이쪽은 그저 의뢰받은 대로 곡을 작곡하고 건네주는 게 고작인데,
감독도 상당한 괴짜인지 ‘선생’을 굳이 작곡자까지 기용해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앉혀 놨다.

 

“지금까지 맘에 드는 애는 썩…….”
공개 오디션이다 보니 프로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재능 있는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쓸 만한 인재가 있으면 주연배우 뿐 아니라 주제곡도 부르게 하겠다는 발상이었는데,
오디션 중에 “노래해봐.” 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맘에 드는 아이는 없었다.

 

―역시, ‘그녀’ 같은 원석이 쉽게 들어올 리가 없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가희.

 

‘그녀’ 에 대한 ‘선생’의 인상은 대충 그런 느낌이다.

 

그 곡을 부르기 전 까지는 그저 그런 수준의,
제법 노래를 잘 하는 아이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전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된 계기를 꼽자면, 그녀 자신이 갖고 있던 자질과…….

 

“잘 좀 부탁합니다, 선생. 선생이라면 <약속> 같은 명곡도 낼 수 있겠죠?”

 

<약속>.
그 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약속>이라…….”
작곡가랍시고 명함을 내밀고 다니긴 하지만, 그런 명곡을 작곡한 기억은 없다.

 

“미리 말씀을 해 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약속> 같은 곡을 원하셨습니까?”

 

선생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꾹 눌러담고서 옆의 감독에게 나직이 물었다.

 

“아, 꼭 약속이 아니어도 말이죠…… 그 정도 급의 명곡이 있으면 좋겠다는 거죠. 기분 나빴습니까?”

 

기분 나빴냐는 질문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약속을 원하신다면…… 이 앞에 키사라기 치하야를 세워주십쇼.”

 

그저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다.
명곡을 원한다면 그에 어울리는 뮤지션을 데려와봐라.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지.

 

“이런, 선생도 아시면서…… 저희도 마음 같아선 765 급의 아이돌을 섭외하고는 싶죠.
그게 안 되니까 이렇게 오디션을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마추어 집단까지 우르르 섞여서는 말이지.
그렇게 좋은 영상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 식이면 좋은 인재가 나타나줄 리 없다. 막말로 ‘급 떨어지는’ 행동이 되니까.

 

제대로 된 프로덕션에서 보내준 아이돌도 있었지만
아직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애송이들만 모여들었다.

 

거기에 그냥 막연한 동경만을 가지고서 이 업계에 발을 디디려는 재투성이 아가씨들까지.

 

“……죄송합니다.”

 

“아뇨아뇨, 선생. 선생의 곡도 좋아해요. 여러 명곡을 만들었었죠? 그 뭐였더라, 마왕엔젤의…….”

 

“아뇨, 정말 죄송합니다. 어쩐지 이번 일에 회의감이 들어서요.
모처럼 불러주셨지만…… 곡은 따로 작업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

 

그렇게 말하고서 일어서려는데, 다음 차례의 아이들이 들어왔다.
다섯 명 정도의 소녀들이 저마다의 표정을 가지고서 의자에 앉는다.

 

“…….”

 

그래서 선생은 일단 자리에 앉았다.
감독도 불쾌함을 애써 감추고서 웃는 얼굴로 아이들의 퍼포먼스를 주의깊게 관찰중인 것 같다.

 

감독이 자신의 미묘한 부분을 건드린 것은 둘째치더라도,
이대로 일어서는 건 자신의 커리어에 흠이 갈 뿐 아니라 오디션을 보러 온 아이들에게도 동요가 일게 된다.

 

그러면 이 아이들까지만 보고 일어서도록 하자.

 

―이 애는 발성이 엉망이군. 노래를 할 타입은 아냐.
프로필을 보니 코다마 프로덕션에서 보낸 신인인 것 같다.

 

―코다마 프로라, 신칸소녀에 괜찮은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첫 번째 소녀에 대한 인상은 그 정도였다.
두 번째도 그저 그랬다.

 

표정이 풍부하고 괜찮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타입의 소녀는 아니었다.
좀 더 맑고, 마음속에 어둠을 가진 듯한…….

 

그런 아이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래, 이를테면 키사라기 치하야같은.

 

다음 사람의 차례다.

 


“혼다 미오, 15세! 잘 부탁드립니다!”

 


기운 넘치고 활발한 소녀다.
프로필을 훑어보니 그냥 일반인이 오디션을 넣은 것 같다.

 

자신이 원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소녀다.
고려할 가치조차 없다.

그래, 당연히 키사라기 치하야같은 천재가 찾아와줄 리 없지.

 

남은 두 사람도 그냥 그랬다. 다섯 명 전부 눈에 차지 않는다.
덕분에 선생은 이 일을 사양할 마음이 생겼다.

 

적당한 퀄리티의 무난한 곡을, 개성 없이 뽑아내어 던져주면 되겠지.

 

이 감독은 노래의 힘을 한참 얕보고 있다.
적당히 괜찮아보이는 곡이라면 아무거나 갖다 써도 문제 없으리라 믿고 있다.

 

키사라기 치하야의 약속같은 곡을 원한다고?

 

그건 키사라기 치하야가 불렀기 때문에 명곡인 것이다.
노래가 가진 힘을 알지 못하는 바보와 일하고 싶지는 않다.

 

“아아, 그렇지. 자네들…… 노래할 줄 아는 사람 있나?”

 

감독은 자신을 어떻게든 잡아두고 싶은지 다섯 소녀들에게 다급히 물었다.
소녀들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다.

 

당연하다.

 

설령 노래를 할 줄 아는 프로 아이돌이라 하더라도 갑자기 이런 얘기를 들으면 망설이게 되겠지.
누가 케이블 드라마 오디션에서 노래를 요구하겠는가.

 

“넵! 저요! 노래하겠습니다!”

 

그런데 한 명의 소녀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호오, 자네가”

 

감독이 기대의 소리를 냈고, 선생은 맘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나마 다섯 명 중에서 노래할 가능성이 보이는 건 코다마 프로의 신인이다.

 

눈앞의 소녀는 발성도 엉망이고 목소리도 딱히 매력적인 게 아니다.

 

―그나마 봐줄만한 것이 있다면 표정 정도군.

 

들을 가치는 없겠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괜한 변덕이 생겼다.

 

“MR도 없고 마이크도 없는데 괜찮겠나?”
“헤헤, 괜찮습니다!”

 

혼다 미오라는 소녀는 밝게 웃으며 손으로 V자를 그렸다.
정말 표정 하나는 괜찮군.

 

“……그럼 노래하기 전에 하나 물어보지.”

 

자질이 없더라도 훈련 여하에 따라 평범한 수준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넵, 뭐든 물어보세요!”
“아니…… 뭘 부를 생각인지 궁금해져서.”

 

그러자 혼다 미오라는 소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큥 뱀파이어 걸> ……이 어떨까 싶은데요.”

 

하고 대답했다.

 

왠지 감독이 이쪽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아 조금 신경 쓰인다.
선생은 그 상황이 썩 우스워져서, 박장대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하하하하, <큥 뱀파이어 걸>이라고? 하하하하하하!”

 

박수까지 치면서.
자신이 뭔가 잘못 건드렸다고 생각했는지 미오의 표정이 다소 무너지려 든다.

 

“실례. 비웃은건 아니야. ……그래. 어디 한 번 노래해봐.”
“아……. 네.”

 

그녀는 몇 번 헛기침을 하고는, 나름대로 몰입을 위해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뗐다.

 

『어딘가로 외출하는.』

 

“그만.”

 

한 소절도 채 끝내지 않았는데, 선생이 손뼉을 짝 쳤다.

 

“왜, 긴장했어? 소리가 영 좋지 않은데.”
“그, 그게…….”

 

갑자기 냉담한 반응이 돌아올 줄은 몰랐는지, 미오의 표정이 확연히 무너졌다.
그것을 애써 수습하며 다시금 웃는 얼굴로 돌아와 부딪친다.

 

“죄송합니다, 모처럼 기회를 잡았는데 역시 긴장했네요!”

 

무너지지 않는 점은 마음에 든다.

 

“그래, 계속해봐.”

 

『어딘가로 외출하는.』
“그만.”

 

이번에도 선생은 손뼉을 쳤다.

 

“다시.”

 

그리고 미오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어딘가로 외출하는.』
“그만, 다시.”

 

『어딘가로 외출하는.』
“그만, 다시.”

 

『어딘가로 외출하는.』
“그만, 다시.”

 

『어딘가로 외출하는.』
“그만, 다시.”

 

선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오의 표정에서는 억지웃음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절망감에 사로잡힌 채 어깨를 헐떡이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그녀는 다양한 표정과 분위기를 연출해가며 첫 소절을 노래하려 했었다.
그저, 그 모든 것이 선생의 눈에 차지 않았을 뿐이다.

 

“그만할 텐가?”
“선생…….”

 

감독이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듯이 이쪽을 돌아보았지만 무시했다.

 

“알고 있나 모르겠군. 자네가 부르려는 <큥 뱀파이어 걸> 말인데, 내가 작곡했거든.”

 

미오가 튕기듯이 고개를 추켜올렸다.

 

“나는 그 곡을 부를 아이돌들을 이미지하며 작곡했지.
호시이 미키, 시죠 타카네, 가나하 히비키.
그 세 사람이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그녀들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주길 바라며 곡을 만들었어.
나는 비원을 담았고, 세 사람은 내 기대 이상의 곡을 녹음해줬지.
그녀들은 저마다의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불렀을거야.
그러니까 나름 그 곡이 사랑받은 거겠지.
그러면 너는 노래하면서 어떤 마음을 담았지?”

 

생각지도 않은 것을 지적당했다는 듯, 미오의 동공이 커졌다.

 

“저, 죄…… 죄송합니다.”

 

“아니, 나에게 죄송해할 일은 아니지.
너는 누군가가 마음을 담아서 불러줬으면 하는 이 곡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불렀어.
그건 프로로서 무대에 서거나 카메라 앞에 설 사람이 가질 자세가 아냐.”

 

이 소녀에겐 미안하게 됐다.
자신의 노래가 나와서 다소 감상적이 되고 말았다.
쓸데없이 유치한 말까지 해버렸고.

 

하지만 이 배짱은 마음에 들려고 한다.

 

“죄송합니다!”

 

미오는 허리를 꾸벅 숙여가며 심사위원석에 사과했다.

 

“말했지. 나에게 죄송해할 일이 아니라고.”
“아뇨, 이건…… 제 노래를 들어주시는 관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사과드린 거예요.”

 

“관객?”

 

그렇군, 이 소녀는 심사위원을 관객이라고 인식한 것인가.

 

―제법 귀엽지만 건방지군. 실전에서 관객들은 사과를 받아주지 않아.

 

이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선생은 씩 웃으며 다리를 꼬았다.

 

“그러면 다시 노래해보겠나.”
“……으음, 그런데. 죄송하지만 선곡을 바꿔도 괜찮을까요?”

 

이건 좀 안이한 자세로군. 작곡자 본인에게 심사를 받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나.
그런 마음가짐은 맘에 안 들지만…….

 

아까 마음에 들었던 것까지 쳐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해둘까.

 

“어디 해 봐.”
“감사합니다!”

 

그러자 몇 번 호흡을 가다듬고는 양 팔을 들어 올려 자신의 가슴 높이에 두었다.
교차시키지 않고 평행으로 둔 것이, 얼핏 보면 스스로를 껴안으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기, 내가 사라져버린대도 나를 찾아줄래요?』

 

시작과 동시에 팔꿈치를 힘 있고 짧게 당긴 다음,
팔이 멈춘 순간 그것을 느릿느릿 펼쳐 작은 반원 두 개를 만들 듯이 바깥으로 돌렸다.

 

팔을 돌리기 전에 주먹 쥐고 있던 손을 쭉 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빙글 돌린 팔꿈치가 옆구리에 닿을 때 쯤, 애원하는 듯한 표정과 자세를 취한다.
프레이즈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음이 올라가는 것과 함께 고개와 손을 함께 들어올린다.

 

자신의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바라는 소녀의 마음을 보여주듯.
저 안무는……, 저 노래는…….

 

『분명 바빴기 때문에, 메일도 못 보낸 거죠.』

 

비스듬히 서서 고개를 시선을 돌리고, 무언가에 버림받은 것처럼 쓸쓸하게.
메일도 못 보낸 거죠, 하는 부분과 맞춰 감정선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도 소화해냈다.

 

그리고 왼손을 옆구리에, 오른손을 검지만 들고 한 걸음씩 이쪽으로 다가온다.
소녀의 쓸쓸함을 보여주듯, 검지로 원을 빙글빙글 그리면서.

 

『외로워질 시간이면, 밤하늘을 바라봐요.』

 

이것은, 저 일류 아이돌인 호시이 미키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희대의 명곡.

 

<마리오네트의 마음>.

 

안무의 세심한 부분이나 그녀의 발성법을 흉내 낸 것이나, 모두 칭찬해줄만 하다.
그녀가 얼마나 호시이 미키를 동경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만!”

 

그러나 선생은 그 이상 이 곡을 들어줄 수 없었다.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내며 선생이 테이블을 쾅 내려친다.

 

“자네, 혼다 미오라고 했던가?”
“아, 넵…….”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했는지 미오가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얹는다.

 

“아니, 우선 사과하지. 자네에게는 아무 잘못 없어.
오히려 상당히 칭찬해주고 싶네. 호시이 미키를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야.
그래, 그녀는 실로 대단한 아이돌이지.”

 

하지만 지나치게 대단하다.

 

“첫째로, 나는 그 곡을 굉장히 싫어해. 사적인 이유라서 미안하네만.”

 

이 곡이 호시이 미키의 대표곡이었기 때문에.
<Relations>와 함께 그녀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저 두 곡 덕분에 자신의 곡은 다소 밀려난 신세가 되었다.
자신이 작곡한 <큥 뱀파이어 걸>을 제쳐두고서.

 

선생의 입장에선 자기 자식을 죽인 곡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자 미오가 얹었던 손의 모양이 변했다.
고동을 가라앉히기 위해 얹었던 손이, 지금은 그쪽을 부여 쥐고 있다.

 

“둘째로, 자네는 호시이 미키가 아냐.”

 

흉내는 그럭저럭 잘 냈다. 연구를 깊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질이 다르다.

 

“자네가 나쁘지 않은 재능을 갖췄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그 곡은 자네를 위한 곡이 아니야.
우열을 떠나서, 가지고 있는 자질의 질이 달라.
자네는 키사라기 치하야가 부르는 <안녕, 아침밥>을 무대에서 듣고 싶나?
자네는 하기와라 유키호가 부르는 <에이전트 밤을 걷다>를 듣고 싶어?”

 

“하, 하지만……. 이벤트 무대에서는 자주 부르잖아요. 특히 아침밥…….”

 

“호오, 제법 잘 아는데다가 말대꾸까지.
하지만 깜짝 여흥으로 부르는 것과 자신의 곡으로 부르는 것과는 다르지.”

 

“게다가 저는 아직 데뷔도 안 했고…….”

 

“데뷔를 하지 않았으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곡이 뭔지도 알지 못하게 되나?
히다카 아이는 <ALIVE>와 <GO MY WAY!!>를 데뷔 이전부터 연습해온 것으로 알고 있네만.
뭐, <ALIVE>는 경우가 좀 다르다고 쳐도 말이지.
어쨌든 그녀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곡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혼다 미오와 <마리오네트의 마음>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뮤지컬 업계에서는 툭하면 신인들이 명곡이라는 이유만으로 <파랑새>를 불러댔다고 한다.
그래서 오디션을 치를 때마다 아예 금지곡으로 등록 시켰다고 들었는데,
이 모습이 딱 그 꼴이다.

 

“당장 내가 봤을 때, 자네에게 어울리는 곡은……
그래, 당장 떠오르는 건 <미러클 텔레파시>가 있군.
무슨 곡인지 알고 있나?”

 

미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곡인지 알고 있으면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곡을 프로라도 된 기분으로 불러?
그런 주제에 관객들에게 죄송하다고? 자네는 그 행동을 두 번이나 했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선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하게 됐소, 감독. 기분이 나빠졌군. 오디션은 여기까지 하겠소.”

 

지금 기분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새카만 검정에 가까울 것이다.
감독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서 오디션장을 뛰쳐나간다.

 

뭐가 뭔지 모르게 된 혼다 미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그 오디션을 어떻게 마쳤는지는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디션장을 나와 전철 플랫폼으로 향하면서 눈물을 꾹 참는다.

 

전화가 온다. 같은 반 친구다.

 

“이얍! 혼다 미오, 전화 받았습니다!”

 

팔꿈치로 눈가를 세게 훔치고는 침을 한 번 삼키고서 전화를 받았다.

 

“아, 결과 보고 기다리고 있었어? 글쎄…… 어떨까나.”

 

심사위원 중 하나를 화나게 했으니 볼 것도 없다.
떨어지겠지.

 

“오, 그래도 노래는 제법 잘 했으니까 긍정적으로 봐주지 않을까나?”

 

사정을 모르는 친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성원을 보내준다.

 

“아하하하! 떨어지면 또 어때, 혼다 미오 15세, 점점 레벨 업 중이라고!”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고개를 들어 올리고 계속 소매로 눈을 훔쳤다.

 

“꿈은 꿈으로만 끝낼 수 없잖아!”

 

그 목소리는 여전히 밝았다.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