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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 키요라 - 백색의 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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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1, 2015 02:33에 작성됨.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때는 나는 참 많은 꿈

혹은 그에 상응하는 환상을 갖고 살았던것 같다.

간호사가 꼭 남을 치료하는걸 넘어서 만화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마냥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적도 있었으니

어른이 되면서 아니 그 전부터도 점점 그런 생각은 지워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때의 내가 바보같다던가 그런건 아니다.

오히려 그때의 순수함을 점점 잊어버려가는게 한탄스러우면 그렇다고 할 뿐

추억에 잠기는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 기억을 뒷받침 해줄만한 물건 몇개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어릴적의 앨범 그리고 사진과 그리 길게 가지는 못한 그림 일기장

갖가지 물건이 놓여있을 내 방으로 발을 옮겼다.

나는 간호사를 좋아했고 동경했고 찬양했다.

앨범에서의 나도 어릴적 병원놀이 세트를 갖고 놀던 사진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림일기장에서도 나는 내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며 백의의 순결을 그려내고는 했다.

 

"내가 남 말 할 처지가 아니었네"

 

다른 아이돌들이 아이돌 말고도 아직은 어리니 조금 다른 꿈을 꾸면 좋겠다고 생각해놓고

막상 나는 살아오면서 간호사 말고 다른 꿈을 꿔본적이 있던가?

나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 할 수 없었다.

그만큼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미쳐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어느순간 목표는 구체화 되었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달렸다.

그렇게 나는 간호사가 되었고 병원에도 들어가고 환자들도 만났다.

얼마나 기뻐했던가 그때의 나는

사람 앞 날은 모른다고 또 지금의 나는 아이돌로써 활동하고 있지만

물론 추억에 깊게 빠지는건 가끔 현실감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지양해야할 행동이다.

나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우리집은 지어진지 20년도 더 된 오래되고 허름한 아파트이다.

침대에 몸을 뉘었지만 나는 쉽사리 잠에 빠질 수 없었다.

집 밖에서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불량 학생들이 뭐라 떠들어대는통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게다가 1층이기 때문에 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다.

얼핏 몰래 보기에는 교복을 입었는데도 손에는 담배가 한 대씩 들려있었고

저 멀리에는 바이크까지 보인것 같았다.

물론 마음같아서는 확 쫓아버리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선뜻 그런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섭기도 하고

나는 조금 쓸데없는곳 까지 동정심을 발휘한다던가 좀 오지랖이 넓은 편이다.

좋게 말하면 남을 생각하기 좋아한다.

베개에 머리를 뉘이고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저런 아이들은 무얼 하고 싶어하는 걸까?

사람은 결국 추구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지금 그 행동을 하는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적어도 학창 시절의 나는 그렇기에 공부를 했고

지금의 나도 그렇기에 열심히 살고있다.

저 아이들은 무얼 꿈꾸고 있을까

혹은 꿈이 존재하기는 할까?

치열한 입시전쟁과 출신을 위한 싸움에 적응하지 못한채 떠밀려나온

사회 구조의 부적응자들에게 앞으로의 미래는 분명 순탄치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 아이들의 일탈은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낭만이 없는 현실은 아이들이 접하는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낭만이 없으면 사람들은 지쳐 나가 떨어지게 된다.

낭만부재의 현실은 너무 잔혹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현실 아닌가

저런 아이들에게 꿈이 과연 있을지 없을지 너무나도 다른 길을 살아온 나는 모른다

하지만 꿈이 없다면 저 아이들은 적어도 내 생각에는 밖에도 나오지 않고

안에서 썩어 문드러질것이 분명했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것도 없는 세상

비참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했겠지

옳은 방향이라 단정 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어떤 형태라도 꿈이 존재하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무소로 출근 한 나는 어제의 우울한 생각을 뒤로하고 좀 밝은 분위기를 만끽하고자 했다.

나는 그런면에서 아이들이 참 좋다.

순수하고 맑은 티 없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것만 같았다.

아무리 어른스러워보이려 해도 아이들은 아이들이기 마련

물론 그럴 새도 없이 나는 스케쥴 때문에 거의 끌려가다 시피 했다.

시부야의 음반 매장에서 간단한 사인회를 갖기로 했다.

 

"아 키요라 이번엔 다른 애랑 같이 갈거야"

"누구요?"

 

밴에 올라탄 내 옆으로 조그만 다른 여자 아이가 올라탔다.

유사 코즈에

아마도 솜사탕을 사람으로 만들면 저런 아이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되는 아이였다.

 

"안녕하세요"

"안녕 코즈에"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내 옆으로 와서 앉아 안전벨트를 찬다.

코즈에는 가끔 보면 속을 알 수 없는 아이였다.

물론 어른에게 이런 소리를 한다면 그리 좋지 않은 말임이 분명했지만

이 아이에게는 이런 소리가 적어도 칭찬이었다.

어른이 되고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 그만큼 순수한 동심은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코즈에는 그 동심을 구체화한 결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깨끗한 아이었다.

 

"코즈에는 꿈이 뭐야?"

"꿈?"

 

조금 졸린듯 하품을 하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다시 반문했다.

꿈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한것일까?

 

"그래 커서 뭐가 되고 싶다거나 그런거"

"우음..."

 

코즈에는 꽤 깊게 고민하는듯 했다.

이런 내 모습이 좋지는 않지만 나는 어떤 대답이 나올지 시간이 지날수록 초마다 기대감을 더욱 품었다.

멍하니 앞좌석을 바라보던 코즈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없어"

"뭐?"

 

나는 순간 놀라서 코즈에에게 소리를 칠 뻔 했다.

꿈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건 물론 한 두번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당장 학창시절에도 질리도록 듣던 이야기중에 하나 아닌가

하지만 그 소리가 이 아이에게서 나올 줄은 몰랐다.

물론 그런 반전적인 놀람 이외에도 나는 다른 면에서도 놀랐다.

아이에게 꿈이 없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커서 뭘 해야해?"

"그럼 커서 어떤 일을 한다던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던가"

"모르겠어"

 

머릿속이 팅 하고 비는 느낌이었다.

순수함을 가장한 백치인걸까?

아니면 정말 세상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사는걸까?

인형일지도 모른다.

나는 별 신경 안쓰는 이 애에 대비되어 너무나도 혼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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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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