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타다 리이나 - Rock of mind -상편-

댓글: 1 / 조회: 1172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7-07, 2015 20:05에 작성됨.

평소에는 레슨이며 스케줄이며 바쁜탓에 학교에는 얼굴도 안 비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나마 오늘처럼 오는 날은 대부분이 유급을 피하기 위한 정말 의무를 위해 나오는 날들이다.

수업을 제대로 듣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레슨이며 뭐며 하던 일들이 쌓인 피로에 그냥 고개를 파묻고 자는게 학교에서의 내 일상이다.

그래도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말에 그리고 유닛 데뷔라는 말에는 이제는 선생님들도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멀리서 무언가가 보인다.

화려한 무대의상과 번쩍이는 연출들 그리고 그 위에서 한껏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나

저렇게만 될 수 있다면 참 좋을것같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리이나 리이나"

 

헤드셋을 쓴 채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잠을 자던 나를 누군가가 흔들면서 깨운다.

같은 반인 여자애가 뺨을 살짝 붉힌채 나에게 두꺼운 종이 한 장을 내민다.

 

"리이나 너 미시로 프로덕션 맞지?"

"어? 어"

 

잠도 제대로 깨지 않은 나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뭔지 영 혼란스럽다.

귓가에 울리는 헤드폰을 목 부분으로 걸쳐놓고는 몸을 그 아이쪽으로 돌렸다.

 

"나 카에데씨 사인 좀 받아다 줄 수 있어? 응?"

 

종이를 보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 사인 부탁일 줄이야

 

"아니 그 좀 힘들거같은데"

"왜? 같은 프로덕션이잖아 어떻게 안되?"

"그게 프로덕션이 워낙 크기도 하고 카에데씨가 워낙 바빠서 만나기도 힘들거든"

 

그녀는 곧 실망한 표정을 하더니 나중에 만나면 받아달라고 가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못 받아 줄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가 같은 프로덕션에 있는 유명 아이돌의 사인을 연습생인 내가 받으려고 한다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영 부끄러운 일인것 같아서 거절하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나에게 부탁을 한 여자애에게 멋쩍게 웃어보이고는 다시 헤드셋을 썼다.

헤드셋에선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록한 아이돌 같은 록에 대해 관심이 많긴 하지만 나는 록을 잘 아는편은 아니다

실은 며칠 전 까지 퀸이 여성그룹인줄 알고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이게 과연 락인지 의아하지만 그렇겠지 하고 듣는것 뿐이다.

물론 내가 되고싶은건 록한 아이돌이지만

 

"리이나 리이나 너 정말 데뷔하는거야?"

"어? 응 아직 날짜가 잡힌건 아닌데 유닛으로 데뷔할건가봐"

"정말 정말?"

 

여자애들은 늘 자기들끼리 소란스러워지는것을 좋아한다.

벌써 몇명의 여자애들은 부러운 눈치이다.

 

"그러면 막 나중에 공연도 하고 그러는거야?"

"어 그렇겠지?"

 

데뷔는 좋지만 나는 이렇게 소란스러운건 싫어한다.

뭔가 록하지 않으니까

 

"리이나 부럽다나중에 우리도 넣어줘"

 

그 말을 끝으로 여자애들은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자신들의 자리로 걸어갔다.

솔직히 나도 내가 며칠 전 까지 이렇게 될 거란걸 상상도 못하고있었다.

프로듀서가 나에게 아이돌 제안을 권유하고 나는 그것에 응답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까지 올 수 있던건 아마 프로듀서의 덕이 크겠지

나는 먼 훗날 애가 진정한 록한 아이돌이 된 날을 상상하며 레슨을 받고 스케쥴을 소화하면 되는것이다.

 

내가 왜 프로듀싱 되었을까를 가끔 생각해본다.

내가 특별한 소녀이어서인지 아니면 프로듀서가 내 잠재력을 들여다본건지 나로써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지금 나는 다른 애들과는 특별한 길을 걷고있단 사실만은 변함이 없었다.

아이돌이 될 수 있게 만들어준 프로듀서에게 나는 감사하고있다.

이제까지 나는 그냥 록을 듣는 여자애일 뿐이었다.

반에서 주목을 받는것도 아닌 오히려 겉으로만 나도는 그런 여자애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학교에 오는날 나는 아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특별한 그런 학생이 바로 나다.

이제 그 동안 주목받지 못하고 겉돌고 무시당하며 살던 날들은 이제 내게는 없다.

나는 이제 그동안의 삶은 잊은채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그 시선들을 여유롭게 즐기면 되는것 뿐이다.

참을 수 없이 좋았다.

그래서 고개를 파묻은채 싱글싱글 웃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을때도 화장실에 갈때도 아이들의 시선을 휘어잡는다는 이 기분은 나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해주었다.

그리고 그 동안 별로 사귀지도 못했던 친구들도 여럿 사귀게 되었다.

다 좋은 아이들이다. 자주는 만나지 못해도 만날때마다 싱긋 웃어주고 얘기를 걸어오는 그런 아이들이다.

이제까지 나는 왜 이런 아이들을 사귀지 못했을까 싶었지만 이제 와서 그런게 무슨 상관인가

나는 이미 학교의 아이돌이고 진짜 아이돌이 될테니까 이제 아무렴 그런건 별 상관이 없었다.

 

"리이나 이거 먹을래?"

 

내 친구 한 명이 손이 얼다시피 찬 주스 한 캔을 내려놓고는 곧 손을 맞부비비기 시작한다.

 

"아흐 차가워라"

 

나는 여자애의 손을 같이 잡아주었다 그러고는 나답지 않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친구도 따라서 웃어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주스캔의 뚜껑을 따서 친구에게 다시 돌려내밀었다.

 

"왜 너 먹어"

"괜찮아 나는 트레이너가 이런거 못먹게해"

"아 그래?"

 

결국 친구는 자신의 입가로 주스를 가져다댄다.

물론 주스 한 캔 정도는 마셔도 상관없다. 지금 트레이너가 보고있는것도 아닌데다 카나코처럼만 살찌지 않으면 딱히 티도 안 날것이다.

다만 나는 최대한 이 애들에게 호감을 주고싶다.

어떻게 사귄 친구들인데 괜히 미운털박혀서 좋을게 없다.

최대한 나는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면 되는것이다. 그러면 계속 친구로 남을테니까

내가 레슨을 받고 훈련을 하는 동안으로 친구로 남아준다면 그리고 내가 정말 아이돌이 될 때도 내 친구로 남아준다면

그거면 된거다.

친구에 연연하는게 락하지않을수도 있지만 락하지않다해도 지금 느끼는 이 행복을 딱히 포기할생각은 없다.

이 정도는 별로 상관 없겠지

 

"리이나 이따 같이 쇼핑갈래?"

"어? 어미안 나 바로 레슨받으러 가야되거든"

"에이알았어"

 

학교에서 만나는것 빼고는 사석에서 만나기는 힘들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괜찮았다.

친구니까

 

4시가되었다.

다른 애들은 집에가고 나는 프로덕션으로가서 다시 레슨을 받을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 학교로 오려면 또 며칠이 걸릴것이다.

그 때 동안 나는 이 애들과 연락하며 지내면 되는것이다.

 

"리이나 잘가"

"너도"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나는 헤드셋을 쓴 채 정문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헤드셋에서 음악이 흘러 나오지 않는다.

 

"어? 어?"

 

나는 헤드셋 선이 꽂혀있을 MP3가 있어야할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는다.

분명 MP3가 있어야 할 터인데 멀쩡한 헤드셋 선만 꼬여있고 MP3는 만져지지 않는다.

기억을 곰곰히 돌이켜보자 MP3를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그냥 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애들이 빠져나간 학교는 노을만 들어찼고 주황빛 광채와 침묵이 섞여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복도는 내가 한 걸음을 내딛을때마다 짧은 메아리를 울렸고 메아리는 다시 작게 메아리를 울려내었다.

이전에 혼자 다니던때에는 지금처럼 학교를 혼자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내가 뭘 해도 신경쓰지 않을듯했고 내가 뭘 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나는 헤드셋을 쓰고 영문모를 노래를 듣는 이상한 여자애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그 무엇도 별 상관 없었다

그런줄만 알고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뽀록으로 아이돌되가지고"

"그년 프로듀서한테 대줬겠지?"

 

바로 반 앞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익숙한 목소리로 아이돌과 프로듀서라고 이야기하는건 분명 누가 뭐래도 내 얘기였다.

말투도 분위기도 아무리 생각해도 내 칭찬은 아닌듯했다.

문 앞에서 내 뒷담화를 듣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영 좋은일은 아니었다.

아니 좋은일 일리가 없다. 결국 바뀌는건 없었다.

아이돌이라는 부러운 시선속에 섞인 경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게 문제였다.

처음 애들이 날 싸늘하게 쳐다보았던 그리고 무관심속에 가둬놓은게 쉽게 바뀔리가 없었다.

그래도 그래도 아이돌이 되어간다고 좋아해주는줄 알았더니 결국 바뀐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말 없이 반 안으로 들어가 책상 속에서 MP3를 꺼내 주머니속에 쑤셔넣었다.

몇 애들은 조금 당황한 눈치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을 쏘아보았다.

내가 문 밖으로 나가자 다시 반 안에선 거친 말소리가 들린다.

정문에서 미시로프로덕션까지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도착은 못한다 해도 일단은 죽어라고 달렸다.

 

-------------------------------------------------------------------------------------

 

꽤 예전에 쓴겁니다. @ 입덕하고 얼마 안되서

그때는 내가 애니에서 랑꼬랑 리이나랑 중2병 컨셉으로 이어질 줄 알았어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