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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이 - 5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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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4, 2015 21:48에 작성됨.

눈을 뜨니 이미 시간은 꽤나 늦어서, 서둘러 결혼식장을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야요이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들떴는데, 동시에 지금 가는 결혼식장은 가고 싶지 않았다.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결혼식, 오늘이란 날짜, 신랑은 재벌가, 아이돌 축가. 딱히 이상할 건 없는 호화로운 결혼식일 뿐인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전철로 이동하고 있는 자신이 조금 비참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경사에서 불손한 생각이나 하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그러면 왜 2년동안 한 번도 늦잠을 자지 않았던 내가 오늘 같은 날 늦잠을 자게 된 걸까.

 

 

“늦어!”

  서둘러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니, 선배가 바로 화를 낸다. 서둘렀지만 40분은 늦은 탓이다. 선배는 늦어, 한 마디만 하고는 바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다. 이럴 때 확실히 느끼는 것이지만 그는 프로다. 다 된 어른이야. 그와 달리 나는…….

“아니다, 조정을 따로 할 필요는 없을려나”

  이미 분주한 상태였던 선배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다시 정정한다. 아무래도 할 일이 딱히 없는 모양이다. 너무 철저한 사람은 이게 문제란 말이지. 열심히 준비하고, 결국에는 그 준비한 보람도 없고. 그래요 선배, 사람이 성실하기만 해봤자 아무 보람이 없다고요. 선배는 마지막으로 점검이나 하자고 하고는, 나에게 바깥 쪽 정비를 맡기더니 자신은 안 쪽의 장비를 정비하러 간다.

  어쨌든 늦기도 했고 해서 열심히 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라는 생각에 밖으로 나온 나는 입구 근처의 스피커부터 살펴보기로 생각했다. 라고는 해도, 스피커는 멀쩡하다. 최근에는 기계들의 성능이 너무 좋아져서 그리 쉽게 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점검은 크게 의미가 없단 말이지. 그래도 하는 척이라도 해볼까, 하면서 스피커를 살펴보려던 참이었다.

“…A?”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른다. 뒤를 돌아보니, 화려한 하얀색 정장을 입은 사내가 나를 보고 있다. 키도 훤칠하고, 잘 생긴데다가 상당히 부티나는 남자다. 나이는 나랑 비슷한 것 같지만, 대체 누구지? 잠시 고민하고 있자니, 상대방이 다시 되묻는다.

“A지? A 맞지?”

  내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다. 나는 긍정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편으로는 최대한 머리를 굴린다. 누구지?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가 아는 사람은 맞는 것 같은데, 대체 누구일까? 아아, 모르겠…

“나 D야, D”

  아아, 아니 안다. 기억났다. 그래그래, 운동 만능, 재벌 아들, 인기 만발, 긍정 청년, 밝다 못해 너무 눈 부신 놈, 그래그래, 너였구나. 깨달음에 머리가 멍해 있자니, 상대는 말을 잇는다.

“정말 오랜만이다, 대학 졸업하고는 처음이지?”

  그야 당연하지, 내가 너를 얼마나 철저하게 피했는데.

“여기서 뭐해?”

  아, 그, 일 하는 중이야, 일.

“와, 이런 우연이! 내 결혼식을 너가 준비하고 있을 줄이야! 이거 되게 놀라운 걸!”

  결혼식? 아, 그럼 이거 네 결혼식이구나?

“아아, 오늘 결혼식이야. 청첩장, 보내긴 한 것 같은데 혹시 못 받은 거니?”

  그야 당연히, 이사한 후로 내 주소를 남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니 당연히 나에게 오지 않은 것이겠지. 그러고보면 어머니가 저번에 청첩장 어쩌고 했던 것 같긴 한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쓰레기 같은 나라도 이런 말을 직접 뱉지는 않는다. 그저 침묵하고 있으니, 상대는 알아서 말을 계속한다.

“어쨌든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 동아리 멤버들도 다 불렀으니 다 올 거야. 같이 봐 줘”

  아, 그래, 알았어. 싱겁게 대답하고 있자니, 뒤에서 신랑을 찾는 소리가 들린다. 상대방은 그 말을 듣고는 그럼 이만, 이러면서 떠나간다. 시원하게 걷는 모습은 여전하구만.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러 복잡한 기분이 든다.

  나는 장비 점검 따위는 뒷전으로 미루고, 한 동안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면서 스스로를 진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진정시킨 마음은 금세 말도 안 되는 큰 파도에 부딪힌다.

“어? A군?”

  화장실에서 나와서 일단 식장에 들어가니, 바로 또 다른 누군가가 아는 척을 한다. 아아, 이 목소리는, 같은 동아리 멤버였던 B다.

“응? A? 어, 정말이다”

  이번에는 C.

“에? 진짜? 오, A잖아 A!”

  이번에는 E. 그래, 동아리 멤버 일곱 중 다섯이 모였구만. 동창회도 아니고 말이지.

“어머, A 오랜만”

  이번엔 여섯번째 멤버인 F가 들어온다. 다섯이 아니라 여섯인가. 최악이다. 동아리 멤버가 다 모였다. 나는 적당히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내 정신력을 다 쓰는 기분이었다.

“오오 A 뭐하고 지내냐”

“음향 관련 일 한다는 말은 지나가다 들은 거 같은데, 정말이야?”

  그건 대체 어떻게 안 거냐.

“헤에, 동아리 관련 일을 하는 건 A 뿐인 거네? 대단한데”

“뭐, 제일 열정이 넘쳤으니깐”

  그리고 다 같이 웃는다. 뭐냐, 이 밝은 분위기는. 너희들은 잘도 웃는구나.

“하긴 여기 다들 전혀 상관없는 일 하고 있으니”

“에이, 보통 자기 전공이나 동아리랑은 상관 없는 일 하면서 산다고”

“뭐, 그건 그런가”

  그래 그건 그렇지

“하긴 뭐 오늘 신랑 신부도 그런데 뭘”

“아, 그러고보면 D, 꽤나 순정파구만”

“그렇지”

  순정파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래도 정말로 결혼까지 할 준 몰랐어”

  잠깐만 잠깐만, 그 뒷얘기는 왠지 듣고 싶지 않아

“그러게, 그래도 D랑”

  잠깐만

“G, 꽤나 어울리는 커플이긴 하지만”

“재벌인 놈이 사랑으로 그냥 계속 밀어 붙인다라, 크 로맨스구만 로맨스”

  G? 선배? 뭐? 정말, 정말로?

“사실 난 재벌이면 그냥 정략결혼 같은 거 할 줄 알았는데”

“집에선 방해했는데 그냥 스스로 밀어붙였다는 모양이야”

“헤에, 그거 대단하네”

  둘이 결혼을 한다고? 정말로? 그러니깐, 지금, 하는 말은 그래, 그러니깐

“이런 이유로 동아리 멤버들 다 모이는 것도 참 신기하구만, 그 중 두 명은 신랑 신부라니 재밌구만”

  그러니깐, 그래, 대학에서 내가 정말로 좋아해서 근처에 잘 다가가지 못한 채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만 한 선배를, 저 모든 걸 다 가진 놈이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뺏어갔는데, 그냥 그 걸로 끝이 아니라 둘이 결혼까지 한다 뭐 이런 거잖아, 그런 거잖아?

  무슨 말을 뱉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아 적당히, 일하는 중이라 그러면, 이라고 말하고 전 동아리 멤버들에게서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좋아, 옛 사람들 같은 건. 그대로 물러가니 뒤에서 여전히 어둡다느니, 뭐 저 녀석도 G를 좋아했으니 충격인 거 아닐까, 아니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아직까지? 농담도, 이런 말이 들리지만 그런 것도 아무래도 좋아. 물러나자니, 일하고 있던 선배가 앞자리에서 나를 불러서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최측이 결혼식을 볼 자리를 마련해줬다고 식사를 즐기면서 결혼식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아무래도 좋아. D, 그 빌어먹을 녀석이 특유의 밝음과 친절함으로 동창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 준 거겠지만, 그 점이 더욱 짜증나고 짜증나고 짜증난다는 점도, 아무래도 좋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가고, 결혼식은 시작되고, 신랑이 입장하고, 그 옆에 선, 아, G의 드레스 모습, 그런 건, 아무래도, 아니, 아니아니, 아무래도 좋아. 이젠 아무래도 좋아. 시작되는 축가와, 아이돌의 모습을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과, 이어지는 결혼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아무래도 좋아.

 

 

  결혼식은 막바지로 이어져 식사 시간이 되고, 그래도 시간이 지난 덕분에 정신을 차린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타카츠키 야요이라는 아이돌이었다. 원형 테이블에, 맞은편에 같이 앉아 있었구나. 스태프들이라고 할까, 결혼식 진행과 관련된 사람들을 위해 마련해 준 자리였던 모양이다. 이제서나 눈치챈다. 아, 그래, 나도 관련된 사람이지, 음향 관계자. 즐거워하며 음식을 즐기는 야요이와, 그 옆에서 같이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는 이마가 넓은 아이. 아이돌이라는 데 이런 음식을 저렇게 즐거운 듯이 먹는 모습이 신기하긴 하다. 뭐랄까, 내 머릿 속의 아이돌이라고 하면, 그래도 돈은 많이 버니 공연장 외에서는 피곤에 쩌들어있거나 간단한 음식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취급할 줄 알았는데, 이 아이는 이런 것도 참 밝게 먹는구나. 그러고보면 축가도, 특유의 파워로, 잘 부르지는 않지만 아주 성공적으로 공연을 이어갔었지. 밝은 힘이다. 결혼식을 한 신랑도 그렇고, 신부도 그렇고, 이 아이도 그렇고, 다들 태양에 가까운 사람들이구나. 태양에 가까운 사람들. D는, 신랑은, 저 녀석은 내가 저 녀석이 선배를 뺏어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알기나 할까. 고통스러운 나머지 내 모든 몸이 마음이 미친 듯이 뒤틀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던 걸, 알기나 할까. 아니, 알아주는 건 필요없다, 필요없어. 그보다 알까, 알기나 할까, 이런 기분. 저런 놈도 이렇게 괴로워하기나 할까? 저런 태양에 가까운 인간들도 괴로워하기나 할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알 수 있을 리 없다. 저 남자를 괴롭게 한다는 것은, 내 능력 밖이다.

  그렇기에. 눈 앞의 이 아이에게 관심이 쏠린다. 너 같은 아이, 태양에 가까운 아이도 괴로워하기나 하니? 그래, 알아보자, 알아보자. 그래서 이 며칠간, 그런 짓도 계속 했던 것이니. 이제, 그냥 확실히 확인해보자. 다른 건 아무래도 좋으니.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이를 꾀어내는 과정은,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쉬웠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단 두 아이의 프로듀서를 찾는다. 운이 좋은 것이겠지만, 프로듀서라는 양반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인사를 하느라 바쁜 나머지, 두 아이돌을 관리하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리숙한 양반. 밖에 누군가 찾는다는 말에 의심도 하지 않고 바로 밖으로 나간다.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나는 적당히 떨어져있던 한 웨이터에게 가서, 프로듀서에게 받은 전언인데 인사 때문에 필요해져서 그러니 미나세 이오리씨를 밖으로 불러달라고 전한다. 이런 경우에 한해서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간다. 두근거려서겠지. 웨이터는 성실하게 기운 센 아이돌에게 이 말을 전하고, 말을 들은 아이는 투덜거리면서 밖으로 나간다. 나가는 도중에 핸드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설마 프로듀서에게 연락하나, 하고 긴장되었지만 나에게는 잠시 동안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나는 그 빈 틈에 빠르게 야요이에게 다가간다. 타카츠키 야요이쨩?

“아, 안녕하세요!”

  나를 알아본 야요이는 기운차게 인사한다. 역시 밝은 아이야. 나는 인사하는 아이에게, 적당한 말을 둘러댄다. 지금 분장실에서 누군가가 부르던데 말이지.

“네, 저를요?”

  응, 그 뭐라더라, 양복 입은 남자던데… 어차피 적당히 아는 어른이 있을 테니 아무나 맞으면 된다고 생각한 답변에, 야요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떠올랐다는 듯 말한다.

“아, 사장님!”

  응, 응, 그래, 사장님이라고 하셨어.

“중요한 일이라고 나중에 오신다고 하시더니, 오셨나 보네요!”

  아아, 너무 일이 잘 풀리잖아. 감격스러운 기분을 어떻게든 참으며, 야요이에게 말한다. 응, 안내할게, 가자. 야요이는 힘차게 알았다고 말하고, 나를 따라온다. 안 쪽 분장실로 빠지는 우리를 쫓아오는 사람도, 눈치챈 사람도 없다.

 

 

  갑작스런 태세 변환은 너무 쉬웠다. 조용한 분장실 한 켠에서, 나는 야요이의 등 뒤에서 그녀의 입을 막고, 그 다음에, 그냥 서 있었다. 그러고보니, 충동적으로 일을 성공시킨 건 좋은데, 이제 어쩌지?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이것저것 괴롭히면 된다. 그러면 어떻게 데리고 나가지. 일단, 재우든지 하는 게 편할 것 같은데. 이럴 때 손수건에 뭘 묻혀서 재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 그런 편한 게 쉽게 있을 리 없다. 갑작스런 태세 변환에 당황한 나머지 야요이도 조용히 있다. 물론 몹시 당황스런 표정으로 이 쪽을 올려다보면서. 나는 그걸 조용히 지켜보면서,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였다. 밖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G 선배, 축하해요! 이 목소리는, C인가? 아무래도 밖에 나와 D를 제외한 전원이 있는 모양이다. 아, 그래 여긴 분장실이었지. 신부가 있어도, 신부를 찾아온 친구들이 있어도 이상할 리가 없는데. 제길, 얘기를 할 거면 저 밝은 밖에서 떠들란 말이다. 왜 이런 데서 얘기하고 앉아 있는 거야. 나의 생각과 상관없이, 얘기를 계속 이어진다. 축하한다는 인사나, 나에 대한 얘기나, 나에 대한 얘기? 왜 내가 나오는 거야? 나도 왔다는 얘기나, 원래 초대했지만 오려던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었다는 얘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핑계로 온 건 역시 선배를 신경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는 얘기나, 다 집어치우라고. 그런 얘기에 선배는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전혀 몰랐다고 대답한다. 당연히 모르겠지! 당신은 모르길 바래서 철저히 조용히 살고 있던 거라고! 당장이라도 외치고 싶지만, 그럭저럭 남아있던 자제심으로 이를 참는다. 하지만, 자제심 따윈 금방 무너진다. 응? 설마, A가 나를 좋아했거나 그런 거야? 선배의 대답, 대답, 대답, 오, 젠장. 너무나 순진무구한 질문. 정말로 몰랐던 겁니까? 당신도 제 마음을 몰랐던 겁니까?

  그 때, 내 손바닥을, 누군가 톡톡, 건드린다. 야요이다.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은, 어느새인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잠깐, 떨고 있는 것은, 손만이 아닌가? 얼굴? 잠깐, 운다고? 왜? 이 아이가 우는 게 더 어울리는 상황인데, 납치당하는 아이가 아니라 썩은 납치범이 운다니 이게 뭐냐. 다시 톡톡, 야요이가 내 손바닥을 건드린다. 나는 더 이상 그 톡톡을 견딜 수 없어서 손을 치운다. 그러자 야요이가 묻는다.

“저기… 그, 괜찮으세요?”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괜찮다니 대체 무슨 소리냐. 너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도 않는 것이냐, 어째서 나를 위로하는 것이냐, 나는 위로 따위 받을 사람이 아니야, 아니 그보다 나는 너를 지금부터 어떻게 하려고 한 건지는 아는 거냐, 그보다 대체 뭐야, 왜 내가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아니 너가 왜 나를 위로를 해야 하는 것인데, 대체 무엇이냐고, 아니 이 상황은 말이나 되는 상황이냐고, 아니 대체.

“괴로운 건가요…?”

  정말로 몰라서 묻는 듯한 아이. 하지만 이유는 어쨌든, 괜찮은지 정말로 걱정하는 아이. 그렇다, 이 아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남을 걱정하는 상냥한 마음씨의 소유자다. 그 마음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이제서나, 나는 이제서나 알겠다.

  이 아이는 나를 구원하는 구나.

  그렇구나, 그래, 그래, 이 아이는 밝은 쪽이었지, 태양의 아이였지. 그리고 그 밝음은, 빛은 사람을 구원하는 구나.

  최악이야 최악이야 최악이야, 내가 바로 최악이야. 이제서야 강하게 느낀다. 내가 지금 하려고 했던 짓이 도대체 무슨 짓이었는지. 나는 이렇게 착한 아이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이지? 나를 구원한 이 아이를, 지금까지 나는 대체 어떻게 하려고 한 것이란 말이냐.

  나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느라 겨우 서 있을 뿐이었고, 그런 나를 야요이는 조용히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니, 그래, 어쨌든, 대답이라도, 해야지, 그래.

“그, 괜”

“찾았습니다!”

  그 때, 대답을 하려던 순간, 내가 드디어 목소리를 내려던 순간에, 둘이 숨어있던 구석에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난다. 양복을 입은 노년이다. 노년은 우리 둘을 보더니, 찾았다고 외치고는 바로 나를 잡아 바닥에 쓰러트린다. 깔끔하게 넘어지면서 동시에 팔이 꺾이는 나. 저항이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나는 그대로 속박당한다. 그리고 곧, 여러 사내가 들어와 나를 감싼다. 음, 아무 판단도 못하겠지만, 확실한 건 아무래도 벌을 받는 모양이다, 이제. 소란스러운 남자들, 나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손, 여러 외침등은 아무래도 상관없이, 나는 나를 구원한 그 목소리를 다시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구원은 받았으니, 이제 죄 값을 치를 때인 거겠지.

 

  야요이 납치 사건은 그렇게 미수로 끝나고,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당했다.

 

 


 

 

너무 오랜 시간을 끌어버렸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다 봐 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꾸벅.

 

사실 이번 ss는 뭐랄까, 정말 순간적으로 떠오른 충동을 좀 마구잡이로 휘두른 느낌이라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쓰다 보니 이건 야요이가 등장한다는 점 빼고는 아이돌마스터랑 연관이 없는 얘기가 되어버리기도 했고, 다음부터는 확실히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있는데로 뒤틀린 사람이 야요이에게 구원을 받지만, 그 구원에 순간에 죗값을 치른다는 간단한 얘기를 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려버린 것인지...

 

봐 주신 분들께는 다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물러갑니다!

다음에 또 뭘 쓴다면, 이런 식으로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에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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