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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Gloomy, Blue Life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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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2, 2015 21:41에 작성됨.

"복실복실~"

"뭉게뭉게~"

"..."

두 쌍둥이, 사이코와 소시오는 나오의 머리칼을 만지며 놀고 있다.

"난 별로 불편한 건 없지만 정말 이대로 둬도 괜찮겠어?"

"어쩔 수 없잖아. 나오가 맡지 않으면 이리 저리 도망다니기만 하니까..."

쇼파에 앉아 숨을 고르는 린. 카렌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채 누워 있다.

"헉...헉...뭐가 저렇게 빨라..."

10분 전 술래잡기를 하자는 쌍둥이의 제안을 받아들인 린과 카렌. 하지만 이바라키 시골에서 어렸을 때부터 산을 타고 자란 아이들을 채력으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다. 지금도 힘들어 하는 둘과 달리 346 프로덕션 건물 전체를 한 바퀴 돌 아이들이였다.

"언니 머리 팡팡!"

"사자 같다!"

"그래...마음 풀리는대로 갖고 놀아라..."

급작스러운 스케쥴 조정으로 블루 나폴레옹과 유우츠가 자리를 비운 사이를 버티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는 나오의 모습은 의연하면서도 초탈한 모습이였다.

"...그래! 너희들, 간식 먹지 않을래?"

"간식? 먹을래!"

"간식이다!"

"좋아. 언니가 냉장고에서 간식 꺼내줄 태니까 조금만 기다려."

방방 뛰며 좋아하는 아이들. 그 사이 나오가 급하게 냉장고를 향한다. 냉장고 안에서 몇 가지 주전부리를 꺼내는 그 순간

"나오! 큰일났어!"

"거기 서~"

급하게 나오를 부르는 카렌과 쌍둥이를 쫓는 린. 뜻밖의 상황에 어리둥절한 나오.

"무슨 일이야?"

"애들이 지갑 가져서 달아났어!"

"지갑? 무슨...내 지갑!!!"

주머니에서 걸리적거려 잠시 탁자에 둔 나오의 지갑. 지금은 소시오의 손에 들려 있다.

"빨리 쫓아가자!"

"잠깐만, 나 너무 힘든데..."

상정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리고 만 트라이어드 프리먼스.

 

...

 

한편, 유우츠와 블루 나폴레옹은 아이돌 업계 최고의 그룹인 '427 프로덕션'의 사진촬영소에 있다.

427 프로덕션의 아이돌이자 현재 일본 최고의 아이돌 '베아트리체(Beatrice)'와의 콜라보레이션 화보촬영. 테마는 과일 가공식품 홍보. 몇 주일 뒤에 있을 촬영이 급작스럽게 재개되었다.

"정말 갑작스럽네요..."

"아하하...이거 죄송합니다. 우리 쪽에서 멋대로 오라가라해서..."

"웃기네. 무대도 의상도 소품도 다 내가 준비했는데 당연히 너희들이 우리 말을 따라야 하는 거 아냐? 바보냐?"

"어이...폭언은 삼가라. 계약 관계다."

거만하게 유우츠 일행을 깔보는 여자는 베아트리체.

작은 체구에 맞지 않는 내리까는 듯한 붉은 눈동자, 오른쪽 눈을 가린 검은 트윈테일에 흰색 프릴로 장식된 검은 고딕 풍 드레스.

그 옆에는 427 프로덕션 소속의 사진가 두 명이 있다.

베아트리체를 나무라는 사진가는 '츠치미 쿠루타츠(地巳 狂龍)'.

검은 머리칼은 꽤 길어 보이지만 정돈되어 있다. 다크서클이 진하게 끼어 있는 검은 눈은 유우츠의 눈과 닮았지만 유우츠의 우울함으로 썩어 있는 눈과는 달리 불만으로 썩어 있는 듯 하다.

복장은...옆 나라인 한국의 전통복장을 어레인지한 옷이다. 사적으로 한국에서 여행한 후 마음에 들어 주문제작한 옷이다.

쿠루타츠 옆에서 유우츠에게 사과하는 여자는 '무나카라 카마키리(虛空 螳螂)'

숏컷의 머리칼은 마치 염색한 것처럼 진한 보라색. 눈 역시 녹색으로 빛나 눈에 띄는 모습이다.

목덜미를 갈색 털로 장식한 티셔츠와 청색 반바지. 한 눈에 봐도 골목에서 노는 듯한 옷차림이다.

두 사진사의 목에는 고가의 카메라가 매달려 있다.

"그럼 복장 준비해 주시죠."

이윽고 쿠루타츠가 촬영준비를 시작한다.

 

...

 

"그럼 이번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블루 나폴레옹의 리더로서 미즈키가 베아트리체에게 인사한다. 그런 미즈키를 거만하게 쳐다보는 베아트리체.

"하! 너희만 잘 하면 되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거칠게 쏘아붙이는 베아트리체. 톱 아이돌이라곤 하나 성격은 거칠고 오만하다. 타인을 끌어들이는 강한 매력과 아이돌 부문 최강 프로덕션인 427 프로덕션 소속이라는 뒷배경이 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구설수에 올라 험담을 들을 만 했다.

"그나저나, 당신 예전에 아나운서 하지 않았었나?"

"그, 그렇긴 한데..."

"아~그래? 근데 말이야, 28살이나 먹고 아이돌 한다는 거 되게 웃기는 거 알아?"

"..."

"정말이지...나이 먹을대로 먹은 아줌마에, 우르르 몰려드는 싸구려 아이돌에, 그 프로듀서는 뭔데? 보기만 해도 음침~하더라? 그러고 보니 걔 대학교 중퇴라며? 어디 문제 있는 인간 아냐? 그런 인간 믿어도 돼? 하긴, 안 팔리는 것들이니 그런 놈이랑 짝짜꿍하고 있겠지."

"..."

인신공격에 비방, 온갖 험담을 줄줄이 내뱉는 베아트리체. 하지만 며오학히 갑을관계에 놓여 있는 이상 블루 나폴레옹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튼 이번 촬영 엉망이였다간 아주 묻어버릴..."

의기양양하게 쏘아붙이던 베아트리체가 갑자기 말을 끊는다. 동시에 목덜미에 느껴지는 싸한 느낌.

"이상한 사람 발견!"

"누나들 괴롭힌다! 나쁜 사람!"

목덜미에 느껴지는 느낌. 차갑고 날카로운 날붙이.

"나쁜 사람은~"

"우리가 혼내준다~"

왼쪽은 소시오. 들고 있는 건 작지만 흉악해 보이는 손도끼. 오른쪽은 사이코. 손에는 잘 갈려있는 공업용 톱.

"히...히익!!!"

순식간에 사색이 된 베아트리체. 아무 말도 못 한 채 떨기만 한다.

"어떻게 혼내줄까나~"

"머리를 자를까나~팔다리를 자를까나~피를 몽땅 뽑을까나~"

"어쩐다~"

천진난만한 웃는 얼굴. 햇살처럼 따스한 얼굴로 잔혹한 말을 늘어 놓는 쌍둥이.

"사이코 쨩이랑 소시오 쨩? 여긴 어떻게 온 거야?"

갑작스러운 쌍둥이의 등장에 미즈키가 깜짝 놀라 묻는다.

"나오 언니 돈 썼다!"

정확히는 훔친 거지만 그들에겐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사...살려줘..."

떨면서 간신히 입을 여는 베아트리체. 그 순간 칠흑같이 어두운 쌍둥이의 눈이 죽은 듯 한층 더 어두워진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해!"

"나쁜 게 뭔진 잘 모르지만 내 물건 함부러 쓴 건 벌 받아야 해!"

"사...살려주세요...잘못했어요...제발...우...우우..."

울먹거리며 사정하는 베아트리체. 하지만 방금 전까지의 폭언을 듣고 용서해줄 블루 나폴레옹이 아니였다.

"그 베아트리체 님께서 싸구려 아이돌들한테 저렇게 사정하는데 어쩔래? 용서해줘?"

"에...싫슴다. 할려먼 사리나 씨 혼자서 하세요."

"저도 이건 도저히 못 넘기겠네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베아트리체의 부탁을 무시하는 사리나, 히나, 하루나. 미즈키 역시 용서란 없을 것이란 걸 못박으려는 순간

"저기...일단 촬영은 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막내인 치에의 발언에 잊어버리고 있었던 촬영을 기억해낸다. 뭔가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하는 쌍둥이.

"...사이코 쨩, 소시오 쨩? 유우츠 군 일 때문이니까 잠시만 그거 집어넣어 줄래?"

서로를 쳐다보는 쌍둥이. 이내 뭔가를 깨달은 듯 조용히 흉기를 내려놓는다.

"...일단 촬영부터 하죠? 나머지는 촬영 후에 천천히 얘기하구요."

웃는 얼굴로 압박을 가하는 미즈키. 베아트리체는 얼이 빠진 채로 조용히 끄덕인다.

 

...

 

찰칵

"...베아트리체. 무슨 일 있냐? 포즈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영 아닌데..."

"윽...잔소리 말고 빨리 찍어!"

쿠루타츠의 지적에 베아트리체가 화난 듯이 소리친다. 그러나 그 얼굴은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다.

"와...선배도 참 대단하네요. 저 지랄맞은 성격을 그냥 넘기고..."

그런 쿠루타츠를 대단하다는 듯 쳐다보는 카마키리.

"일단 스탠다드한 건 이 정도로 하고 소품 들고 찍어볼까요?"

"좋아요. 소품은 어디 있나요?"

흉흉하고 살벌한 베아트리체 쪽과는 달리 훈훈한 분위기의 블루 나폴레옹과 카마키리. 애초에 346 프로덕션과의 콜라보를 제시한 건 카마키리였으니 본인에겐 나름 즐거운 듯 하다.

"잠깐만 있어봐요. 어디 있더라...너네 뭐야?!"

소품 바구니는 이미 쌍둥이가 점령한 지 오래였다.

"이거 뭐야?"

"어디보자...망고라고 써져있는데?"

통조림을 뒤지며 신기한 듯 살펴보는 쌍둥이. 그걸 본 카마키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달려간다.

"야 이것들아! 이게 뭔 짓이야!"

태연하게 돌아보는 쌍둥이. 본인들의 행동에 대한 자각이 없어 보인다.

"...휴우. 다행히 부서지거나 하지는 않았네. 너희들 어디서 온 거야?"

"이바라키에서 왔어!"

"이바라키?"

생뚱맞은 대답에 어리둥절한 카마키리. 그런 카마키리에게 선생님처럼 소시오가 자신들의 처지를 알려 준다.

"응! 거기 집이 있는데 엄마랑 아빠가 우리 두고 해외여행 갔어. 그래서 우리 막 굶고 그래서 배고파서 오빠 찾아왔어."

"오빠가 누군데?"

"한코츠 유우츠! 우리 형 이름이야!"

자랑스러운 듯 형의 이름을 말하는 사이코.

"한코츠 유우츠...아! 그 프로듀서의 동생들이구나!"

"오빠를 알아?"

"계약 관계니까 말이지...잠깐만! 너네 혹시 사진 찍는 거 좋아해?"

"좋아해!"

순간 카마키리의 눈이 반짝이고 입 끝이 올라간다.

"그럼 저기 언니들이랑 같이 찍자~"

 

...

 

"애들이 여기 왔다구요?"

"그렇...다니까...헉..."

427 프로덕션 건물 앞. 트라이어드 프리머스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유우츠가 들은 말은 뒷통수를 후려치는 발언이였다.

"아니...어떻게..."

"내 지갑 멋대로 가져가서 택시 잡았어. 우리도 서둘러 쫓아서 여기까지 왔고."

"그렇다면 지금 사이코랑 소시오는 427 프로덕션 건물에...망했다..."

망연자실한 유우츠. 그런 유우츠를 린이 타박한다.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빨리 들어가서 찾아봐야지!"

"...알겠습니다. 일단 블루 나폴레옹에게도 얘기해 보죠."

급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유우츠와 트라이어드 프리머스.

 

...

 

"..."

사진촬영장에 도착한 유우츠와 트라이어드 프리머스. 그 곳에서는 생각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좋~아! 그대로 돌아서 한 방!"

찰칵

"오케이!!! 다음엔 앉아서 포즈 잡아주고!!"

흥분한 상태로 소리를 지르는 카마키리. 그리고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는 사이코와 소시오. 재미있는 듯 그 상황을 지켜보는 블루 나폴레옹. 베아트리체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고 쿠루타츠는 사진사의 시선으로 모델들을 관찰하고 있다.

"좋아!! 좋아!!! 컷!!!! 아주 좋아!!"

허공에 어퍼컥을 날리며 날뛰는 카마키리. 어지간히 신난 듯 하다.

"이게..."

"아, 프로듀서 씨!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카마키리가 유우츠의 손을 붙잡고 사정없이 위아래로 흔들어댄다.

"네...네. 알겠으니까 일단 손 좀..."

"확실히...저 둘은 모델로써의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쿠루타츠 역시 진지하게 유우츠에게 사이코와 소시오를 칭찬한다.

"오빠 왔다!"

"형아~"

유우츠가 반가운듯 달려가 품에 안기는 사이코와 소시오. 하지만 쌍둥이는 유우츠의 얼굴이 점점 귀신처럼 변해간다는 걸 알지 못했다.

"지갑 훔쳐가서 멋대로 자리에서 이탈하고 지금 웃음이 나오냐?!"

형벌은 꿀밤 한 대와 잔소리, 1주일간 간식 금지령.

"반성 따윈 하지도 않을 테니..."

"우잉..."

"후우...일단 촬영과 더불어 이 아이들을 돌봐 줘서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뇨!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좋은 경험이였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보라돌이 언니 안녕~"

"다음에 또 보자~"

"그래! 건강히 잘 지내라!"

"크윽...어디 두고 보자..."

"너 저 애들한테 된통 당한 것 같구만."

즐겁게 유우츠 일행을 배웅하는 카마키리와 분한 듯 이를 가는 베아트리체. 쿠루타츠가 그걸 어련하다는 듯 쳐다본다.

 

...

 

"오늘 어땠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우츠가 넌지시 쌍둥이에게 물어 본다.

"재밌었어!"

"사자 누나 머리 기분 좋아!"

"보라돌이 언니도 좋은 사람이야!"

"검은 누나는 나중에 혼내주자~"

"그러자~"

부분부분 잘려나가고 정리도 안 된 무용담이지만 즐거워하는 동생들을 보는 유우츠도 어딘가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다음부터는 남의 물건 함부러 들고 가지 마. 알겠지?"

"네~"

석양 지는 저녁, 기다랗고 우울한 남자와 규칙을 모르는 아이들이 저녁놀을 쬐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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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끝나면 좋은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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