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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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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2, 2015 01:24에 작성됨.

사쿠마를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았다. 쾅, 운전석 문은 조금 세게 닫지않으면 제대로 닫히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항상 사쿠마는 움찔거린다. 이젠 익숙해졌으면 좋겠는데. 벌써 2년째 사용하고 있는 나의 차. 아니, 회사 차지만 개인용으로도 사용해도 좋다고 들었으니 내 차라고 해도 괜찮겠지. 약간 비좁긴 하지만 잘 굴러가니 불만은 없다. 내가 데리고 다니는 아이돌 한명만 제대로 태우면 되니까.

내가 데리고 다니는 아이돌인 사쿠마는 제대로 안전벨트를 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티없이 영롱한 눈을 하고 있어서 살짝 두근거린다. 이렇게 살짝 보여주는 멍한 표정은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사쿠마는 평소때는 빈틈없이 몰아치면서, 가끔씩 이렇게 하염없이 나를 바라보곤 한다. 애초에 나 좋다고 우리 프로덕션으로 이적한거지만.

...나도 이젠 익숙해졌으면 좋겠는데.

"...사쿠마. 이제 운전할거니까 앞을 봐줄래. 계속 보고있으면 신경쓰여서 운전 제대로 못한다고?"

"어머, 프로듀서씨. 마유가 바라보는게 신경쓰이시나요오?"

그걸 말이라고 하냐! 신경쓰이니까 말한거 아냐! 물론 이렇게 대놓고 말해버리면 사쿠마가 놀라서 상처를 입을테니까 좀더 순화해서 말했다.

"후후... 마유의 소중한 프로듀서씨니까요오... 사고나면 안되니까, 지금은 참도록 할게요. 후훗."

그것 참 고맙구나! 사쿠마!

 

사쿠마 마유는 기본적으로 조용하다. 둘만 있을때는 더더욱. 아까처럼 멍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볼때가 많지만, 그것을 못하게 제지하면 또 이쪽을 안 보려고 노력하는게 귀엽다. 참 데리고 다니기 귀찮은 아이다.

차라리 대화를 하면 좋겠지만, 섬세한 여자애에게 어떤 말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다가 또 사쿠마가 이쪽을 살짝 쳐다보고는 다시 흠칫하며 앞을 본다. ...불편한 침묵을 잠시나마 물리기위해 카 오디오에 넣어둔 cd를 재생시킨다. 분명히 저번에 마지막으로 넣어둔 건,

Something always

brings me back to you~

서정적인 피아노 음 다음에 또 서정적인 목소리. 역시 좋은 노래다. 물론 우리 애들 노래도 좋지만!

"...무슨 노래죠?"

이건 또 드문 반응이네. 평소에는 어떤 노래를 틀어도 그냥 나를 보기만 했는데 말이야. 신기함을 감추지않은 채 말한다.

"세라 바렐리스란 가수의 그래비티란 곡이야. 처음 들어봤어?"

"네..."

"뭐 어쩔수없지. 팝 가수란게 찾아보지않으면 모르는 사람이 있는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꽤 유명한 사람인데. 앞으로는 여러 가수를 들려줘야겠다. 누구 노래를 들려줘야 좋아할까 고민해보자. 그런데 사쿠마의 반응이 아까부터 뜸하다. 살짝 곁눈질하니 다시 나를 멍하게 쳐다보고 있다. 다시 두근거린다.

"사쿠마?"

두번쯤 더 부르고 나서야 사쿠마는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해요. 프로듀서씨... 뭔가 이곡...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건가!

"아뇨, 처음 들어본 곡이 맞아요."

...그렇게 딱 잘라서 부정하지않아도 되는데. 살짜 슬퍼진다. 다만,하고 사쿠마는 말을 잇는다.

"뭔가 전해지고 있어요. 가사로 듣는게 아니라."

"프로듀서씨. 마유에게 이 곡을 설명해주시겠어요?"

사쿠마가 나를 쳐다본다. 눈썹에 힘을 줘 진지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에겐 그저 귀여운 얼굴일 뿐이다. 사쿠마의 축처진 눈매는 아무리 힘을 줘도 안 올라가니까, 오히려 눈을 평소보다 크게 떠서 더 예뻐보이는 효과만 있었다. 내가 두근거리는건 어쨌든 설명을 해줘야겠지.

"뭐, 간단해. 가사를 들어서 알겠지만 사랑에 대한거야."

갑자기 마유가 고개를 숙인다. 아, 맞다. 마유는 영어를 잘 못한다고 했지... 딱히 핀잔 주려는게 아니니까, 라고 황급히 말하며 다시 설명을 잇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멀어지려는데 다시 이끌려서 어쩔수 없다... 대강 이런 내용이야. 제목처럼 중력이 작용하듯 너가 날 붙들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벗어날수 없다, 뭐 그런 내용."

정확히는 나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지만. 하지만 사쿠마는 고개를 저으며, 훌륭한 설명이었어요. 프로듀서씨. 하며 슬쩍 웃는다. 역시 빈틈없이 귀엽다. 괜히 큐트 속성이 아니라는건가. 내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사쿠마가 기습을 했다.

"제가 착각한 모양이네요."

"응?"

"이 곡의 가사. 마유에게 딱 맞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마유라면, 프로듀서씨의 중력에 끌린다면 그대로 착 달라붙고 싶은걸요."

순식간에 내 얼굴이 붉어졌다. 그걸 본 마유는 귀엽게 웃었다. 프로듀서씨, 귀여운 반응이네요. 시끄럽네! 물론 소리치진 않았다. 사쿠마가 놀라면 안되니까.

"후후... 이 곡은 오히려 프로듀서씨한테 더 어울리네요."

"...무슨 뜻이야."

"마유의 중력에 프로듀서씨가 저항하려고 해도,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구요? 왜냐면 이건 어쩔수 없는거니까요. 후후♥"

망할... 그 말이 맞다. 이미 네 중력에서 벗어나긴 어려울것 같다. 방금부터 히죽거리는 표정을 숨길수도, 참을수도 없었으니까.

"저기, 프로듀서씨?"

차는 이미 사무소 근처까지 와있다. 앞으로 3분 거리에서 신호등에 걸렸다. 사쿠마의 공격에도 어찌어찌 잘 왔구나. 나에게 상이라도 주고싶지만 사쿠마는 아직 공격을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마유... 이대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조금만... 멀리 돌아가지 않을래요?

 

안전벨트까지 푼 마유가 내 귓가에 속삭인다. 아. 이젠 더이상 어쩔수 없다. 이건 자연스러운거니까. 사쿠마가 말하는 것처럼 운명이다. 중력에 붙잡혀버린 이상 탈출할 방법이 없다.

나는 말없이 차를 다시 돌리며 마유의 안전벨트를 채워줬다. 마유는 우후후 웃을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 힘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적어도 아직은 먼 것 같다.

 

 

왠지 이벤트글이 난무하는 중에 저퀄글로 끊어버린 것 같네요. 갑자기 써져서 올렸습니다. sara bareilles의 'gravity'. 분명 가사 내용대로 쓰고있었는데 갑자기 이상하게 되버렸네요.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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