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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Gloomy, Blue Lif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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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6, 2015 20:51에 작성됨.

비어있는 사무소. 그 곳에서 유일하게 앉아 있는 한 남자. 텅텅 빈 사무소에 홀로 남아 있는 모습은 어딘가 애처로워 보인다.

남자의 이름은 한코츠 유우츠. 346 프로덕션에 들어온 신입 프로듀서이다.

아이돌들은 오프나 촬영, 사무원인 치히로는 비품 거래로 사외로 나가 있는 상태이다. 비품 거래는 원래 프로듀서의 일이지만 입사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새내기가 함부로 나섰다간 거래 취소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남아 있다.

'괜찮겠지.그 사람, 돈 관련으론 철저해 보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유우츠는 인터넷을 뒤진다. 월급도둑이라 해도 할 말 없는 행동이지만 이미 업무를 마침으로서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왼손으로 턱을 괴며 화면을 뚫어지게 노려보는 유우츠. 심각하게 노려보는 화면에는 방영 애니메이션 정보가 띄어져 있다.

'이번 분기에는 영 볼 게 없네...'

"야옹~"

모니터에 정신이 팔린 사이 그의 근처로 검은색 고양이가 다가간다.

"에? 뭐야?"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에 적잖이 당황한 유우츠. 확실히 회사 사무소에 고양이는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회사 사람이 기르는 녀석인가...'

"...나비야~이리 온~"

갑작스럽게 내민 손에 머리를 부비는 고양이. 경계심이 없어 보인다.

"그래, 그래...영차."

고양이를 들어올려 감싸는 유우츠. 외모로 인해 편견과 따돌림을 받은 그에게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동물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다.

"관리도 잘 되 있고...주인한테 사랑받나 보네."

"페로...돌려줘..."

느닷없이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면, 그 곳에 서 있는 건 열 살 남짓해 보이는 소녀.

짙고 푸른 머리카락은 과거 성의 공주님같다. 붉은 눈동자에는 무심함이 가득해 보인다.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 치마에는 프릴이 장식되어 있고 목 부분으로 붉은 리본이 묶여 있는, 이른바 '고딕'풍의 복장.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나즈막하게 요구한다.

"페로...내 친구...돌려줘..."

페로. 아마 유우츠 품에 안겨 있는 고양이의 이름인 것 같다. 서둘러 고양이를 내려 놓는 유우츠.

"죄, 죄송합니다. 주인이셨군요. 그러니까, '사죠 유키미' 양이시죠?"

페로를 품에 않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유키미. 페로가 안겨 있자 표정이 편안해진다.

"음...딱히 참견하는 건 아닙니다만, 반려동물을 기를 때는 조심해 주세요. 잘못 하면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유우츠의 충고를 들은 채 만 채 하며 쇼파에 앉는 유키미. 자연스럽게 페로의 뒷덜미를 쓰다듬는다.

자신의 충고가 무시당한 듯 하자 머쓱한 유우츠. 자리로 돌아가려 한 순간.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안녕하십니까, 사사키 양.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치에와 두 소녀.

"여어. 유우츠, 우리 왔어."

가볍게 프로듀서에게 인사를 던지는 한 소녀.

등 위쪽을 훑을 정도의 오랜지색 머리카락. 검은색 눈은 약간 따분하다고 얘기하는 듯 하다.

축구공이 그려져 있는 흰 모자와 옥색 후드파카, 흰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라는 또래의 남자아이 복장을 하고 있다.

"뭐 하시는 건가요? 업무 중 아니신가요, 프로듀서?"

예리한 말투로 유우츠에게 핀잔을 주는 다른 소녀.

갈색의 야무진 눈과 긴 흑발의 소녀. 머리 뒤쪽은 푸른색 리본으로 장식해 놓았다.

파란 치마는 평범해 보이지만 갈색 코트와 베이지색 체크무늬 목도리는 조금 더워 보인다.

왼팔에는 커다란 태블릿PC를 끼우고 있다.

'유우키 하루'와 '타치바나 아리스', 346 프로덕션의 어린 아이돌들이다.

"세 분 모두 안녕하십니까?"

"업무 중에 농땡이는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입니다."

단호하게 야단치는 아리스.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모를 지경이다.

"일단 오늘 업무는 모두 끝났습니다만."

"그렇습니까?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저희를 이끌어주실 프로듀서가 업무 중에 농땡이를 피운 게 아니라."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지난번의 진심어린 호소로 신뢰를 얻어냈지만 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코 실수해선 안 됀다.

'피곤하구만...'

"유우츠! 일 다 끝났으면 밖에 나가서 공 차자!"

시간이 남는 걸 알자 운동을 권하는 하루. 아이돌 일에는 늘 투덜대지만 축구에는 의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실내차인 유우츠는 그 권유를 받을 이유가 없다.

"죄송합니다. 스포츠는 쥐약인지라..."

"에에...그러지 말고! 남자라면 햇빛 아래에서 땀 흘리며 공을 차는 게 멋있다고!"

도통 포기하지 않는 하루. 유우츠는 고심 끝에 약간 비겁한 수를 쓰기로 한다.

"밖에 나가는 건 유우키 양과 저, 두 명입니까?"

"그런데?"

"그렇다면 사사키 양과 타치바나 양, 사죠 양을 텅텅 빈 사무소에 내버려 두란 말씀이신지?"

"엑..."

"가뜩이나 요즘 뉴스에는 흉흉한 소식도 자주 들려오는데 보호자 없이 어린 아이들만 내버려 두자, 이 말인가요?"

치졸하다. 고작 열 두살 어린아이를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모습이 너무 치졸하다. 하지만 유우츠는 보신주의자. 그렇기에 치졸한 방법마저 끌어다 쓴다.

하지만 어른을 동경하는 치에는 그런 유우츠의 모습을 책임감을 가진 어른으로 오해하는 듯 존경의 시선을 보낸다.

"...알았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시무룩해지는 하루. 상당히 풀 죽은 모습이다.

"어쩔 수 없잖습니까. 어른에겐 어른의 책임이란 게 존재하니까요."

자신의 승리에 당당한 미소를 짓는 유우츠. 세상에서 가장 한심해 보이는 미소다. 치에에게는 듬직한 어른의 미소이겠지만.

그 모습에 아리스가 한심하단 듯 한 마디 던진다.

"그럼 저희들도 같이 나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순식간에 싸늘한 시선을 아리스에게 보내는 유우츠. 그 시선은 분명 프로듀서가 아이돌에게 보낼 시선이 아니였다.

그와 동시에 눈에 빛이 들어오는 하루.

"그래! 그러면 되겠네!"

"그...사죠 양이나 사사키 양의 의견을..."

"치에는 나들이 나가는 것 같아서 좋아요."

"나도...페로랑...산책가는 것처럼..."

주변에 아군이 없다. 완전히 궁지에 몰린 유우츠.

"그...그러니까..."

"빨리 밖에 나가자~"

"아! 혹시 다른 분들이 오실 수도 있으니 전 여기 남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간신히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유우츠. 그리고 상심이 큰 듯한 하루.

"...유우츠 바보."

순간 마음 속이 저려온다. 하지만 어쩌랴, 땀 흘리는 게 귀찮고 싫은 것을...

"다음 번엔 축구 관련으로 일을 잡을 테니 이번 한 번만 참아 주십시오."

"...정말이지?"

"약속하죠."

"좋아. 대신 이상한 복장 입히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초등학생은 단순하다. 그래서 좋다.

"그나저나 네 분 모두 오프이실 텐데 여기까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글쎄...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하루의 한 마디에 수긍하는 세 명. 학급 내에서도 일단 인기는 있지만 또래와 자연스럽게 섞이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쉬다 가십시오. 질문이 있으시면 부르시구요."

"저기...프로듀서 씨!"

"무슨 일입니까, 사사키 양?"

"저기...프로듀서 씨는 저희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다소 뜬금없지만 날카로운 질문이다. 과연 나 자신은 그녀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조용히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기는 유우츠.

이윽고 눈을 살며시 뜨며 미소를 짓는다.

"여러분은 저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을 지키며, 여러분의 꿈을 이루어 드리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 다짐은 한코츠 유우츠로서의 다짐인가, 프로듀서로서의 다짐인가. 불확실한 대답이지만 그녀들에게는 가장 완벽한 대답일 것이다.

"...프로듀서 씨는 정말 대단해 보여요. 어른스러워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저 역시 미숙한 사람이에요."

그 말대로 유우츠는 어른스럽다는 말과 꽤나 동떨어져 있는 인간이다.

음침한 인상과 주체 못하는 반골 기질. 그로 인해 인간관계에 계속된 마찰이 일어나고 결국 대학교를 중퇴하고 가족과 연을 끊어가며 자신의 방 안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현실을 도피한 겁쟁이. 아마 그 날 편의점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돌아가는 길에 사장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굶어 죽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치에는 프로듀서 씨가 대단해 보여요. 치에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걱정 마세요. 사사키 양은 저 같은 것보다 더 훌룡한 어른이 될 겁니다."

"엣...! 그럴...까요?"

"물론이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에헤헤..."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치에. 그 모습에 제대로 대답한 자신이 뿌듯한 유우츠.

"프로듀서. 혹시 다른 여성들한테도 그렇게 칭찬하시나요?"

"아뇨."

상대가 어린아이니까 자연스럽게 충고할 수 있는 것이지, 고등학생쯤 되도 입을 여는 게 힘들 정도다.

"흐음...왠만하면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런 칭찬하는 거 안 좋을 겁니다."

"???"

"에헤헤..."

그 때 어디선가 갑자기 풍겨오는 비릿한 냄새. 그와 동시에 페로가 유키미의 품에서 뒤척이기 시작한다.

"우냐~앙"

"...페로? 왜 그래?"

"음? 어디선가 비린내 나지 않아?"

"어디...이건 생선 냄새 같은데요?"

냄새의 근원지는 사무소 바깥. 동시에 그 곳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모두들 안쪽으로 들어가 주세요. 한 번 바깥을 보고 오겠습니다."

"네. 다들 이쪽으로 와요."

아리스를 따라 아이들이 들어가고 유우츠는 긴장된 표정으로 손잡이에 문을 갖다 댄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아당긴 순간!

...한코츠 유우츠는 28년 인생 중 가장 난감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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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유우츠P에게 다가서는 위기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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