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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Gloomy, Blue Lif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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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5, 2015 23:01에 작성됨.

쿨 타입 아이돌 담당 프로듀서 한코츠 유우츠.

그는 아침부터 분주히 발걸음을 옮긴다. 치히로가 주선한 각 타입 프로듀서끼리의 회의 때문이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과연 잘 얘기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윽고 회의실에 도착하고 크게 숨을 내쉰 후 손잡이를 잡아 당긴다.

"오! 왔다, 왔다!"

순진무구해 보이는 소년이 즐거운 듯 웃는다.

단정한 흑발 댄디컷에 푸른 눈. 작은 체구지만 의외로 양복이 어울리는 모습이다.

"제때 도착했군! 환영한다!!!"

소년의 옆에 있던 사내가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질러댄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카락은 약간 짧아 보인다. 눈은 사납게 찢어져 있고 붉은 눈동자가 작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구릿빛 피부에 다부진 몸으로 봐서 과거에는 운동 관련 업종을 한 것 같다.

"쿨 타입 아이돌 담당 프로듀서, 한코츠 유우츠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긴장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마음 속과는 달리 어느 정도 침착하게 자기소개를 한다.

"큐트 타입 아이돌 담당 프로듀서, '텐넨 한텐(天念 反轉)'이야! 만나서 반가워~"

"패션 타입 아이돌 담당 프로듀서, '카게키 켄(課劇 拳)'이라고 한다!!! 만나서 정말 반갑다!!!!!!"

각 타입 담당에 걸맞는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자기소개다.

자기소개를 마친 후 재빨리 자리에 앉는 유우츠. 가방에서 회의 관련 문서를 꺼낸다.

"그럼 프로듀서 회의를 시작합시다."

"회의라 해도 그냥 세 명이서 각 타입 간 교류 방법에 대한 거나 수다떠는 거지만 말이지~"

산만하게 좌우로 몸을 흔드는 한텐. 회의에 대해 딱히 흥미가 없는 것 같다.

"예.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난 기본적으로 허물없이 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같은 프로덕션이면서 파벌을 나누면 보기 좋지도 않고!"

"한텐도~한텐도~그냥 편하게 대하면 되겠지~"

"저 역시 일부러 교류를 막는 건 부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결론 났네? 자~회의 끝~이제 그냥 잡담이나 하자~"

예상 외로 허무한 회의다. 아니, 오히려 이런 모습이 치히로의 의도일 수 있다. 회의라는 허울을 이용해 각 프로듀서들끼리의 친목을 다지는 것.

'무서운 여자...'

"그나저나 다들 인상 되게 무서운 데 몇 살이야?"

"전 28세입니다만..."

"난 스물다섯이다! 잘 부탁한다구, 유우츠 형님!"

"한텐은 말이지~서른넷이다~"

"에엑?!"

말도 안 된다. 기껏해야 십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30대 중반?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와하하핫!!! 꼬맹이라 생각했는데 형님이셨군! 잘 부탁한다구!"

"한텐도~"

켄과 한텐은 별 문제 없이 넘어간다. 저 유연한 사고방식이 부럽기까지 한 유우츠였다.

그러다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저기...여러분은 서머페스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알지~거기서 일등하면 사장이 소원 한 가지 들어준댔지?"

"정확히 말하자면 높은 성과를 냈을 때입니다. 1등이 아니라도 순위권 안으로 들어가면 가능하죠."

"유우츠 형님은 생각해둔 소원이라도 있나?!"

걸려들었다. 여기서 잘 구슬리면 작전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네. 한 소녀를 돕고 싶어서 말입니다."

"돕는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지?!"

"과거, 346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밤 늦은 시간을 틈타 아이돌을 강간하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실패로 끝났지만요. 하지만 그녀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아직까지 치료중이라고 합니다."

"큭...!그런 일이 있었다니...!"

"엄밀히 따지면 직장 내 성폭력이죠. 하지만 프로덕션의 간부들은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배상이나 구호를 피해 왔습니다. 이번 서머페스에서 성과를 올리면..."

"그럼 한텐은 뻬 줘~"

"...네?!"

"그건 유우츠 소원이잖아? 굳이 한텐이 그걸 도와줄 필요도 이유도 없어. 어설프게 머리 굴리지 말고 실력으로 따내라고~"

"..."

싱글벙글 웃으며 살벌한 소리를 내뱉는 한텐. 내뱉는 말과는 달리 천진난만한 얼굴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저 정도로 말한다면 절대 넘어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카게키 씨는 어떻..."

"으아아아아!!!!! 유우츠 형님! 형님은 진정한 남자다!!!!!!!"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눈물을 쏟으며 오열하는 켄이 있었다.

"카...카게키 씨? 일단 눈물 좀 닦고..."

"크흑! 미안하다!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엔 약해서...!"

"그렇다면 카게키 씨!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면목없지만 그건 힘들 것 같다!"

"어째서..."

"...어머님이 몸이 나쁘셔! 거기다 어린 동생들도 있고! 나 혼자선...버티기 힘들다!"

"...알겠습니다."

"미안하다! 하지만 내 사정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이해합니다. 가족과 관련된 일이니까요."

"그럼 세 명 모두 경쟁 상대란 얘기네? 잘 해 보자구~"

'역시 틀렸나...'

당연한 일이다. 알지도 못하는 남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유우츠 본인 역시 부탁받는 입장이였다면 선뜻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부턴 철저히 자신의 몫이다. 모든 결과의 책임은 유우츠 본인이 지게 되는 것이다.

"후우..."

힘 없는 한숨. 유우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수많은 사람들로 소란스러운 아이돌 사무소. 63명의 아이돌들과 한코츠 유우츠의 첫 만남이였다. 몇몇 아이돌들을 제외하고.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할 한코츠 유우츠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갑작스러운 소개에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분명 과거의 일 때문에 그닥 신뢰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 때 두 인물이 유우츠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니까 믿어도 돼."

"맞아! 우리 편이 되어준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렇지, 프로듀서?"

한 명은 처음부터 유우츠에게 호감을 가지고 접촉한 니노미야 아스카.

다른 한 명은 오해를 풀고 동료가 되겠다고 선언한 키리노 아야.

유우츠는 자신을 두둔해주는 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두 분의 말로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본인의 의견을 알고 싶은데요?"

손가락으로 안경을 슬쩍 올리며 소녀가 날카로운 지적을 날린다.

자주색 머리칼과 회색 눈동자의 미인이지만 어딘가 딱딱해 보이는 인상.

하늘색 와이셔츠와 회색 조끼, 짙은 남색 넥타이와 체크무늬 치마의 교복.

한눈에 봐도 깐깐한 우등생의 기운을 풍기는 소녀.

"그러니까...'야가미 마키노'씨죠? 어떤 대답을 원하시는 겁니까?"

"당신의 생각입니다. 여기의 인원 대다수는 아직 당신을 신뢰할 수 없어요. 당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으로 이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강적이다. 논리를 우선적으로 하는 사람은 말싸움에서 매우 유리하다. 쓸대없는 논쟁보단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편하다.

...물론 굽신거리며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신뢰받니 못하는 건 '과거의 그 일'때문이겠죠."

"..."

순식간에 침묵하는 아이돌들. 그 눈에는 의심과 기대가 서려 있다.

"솔직히 이 곳에 온 이유야 생계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꺼구요."

냉정한 현실로 대답하자 아이돌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번져 갔다. 아야 역시 느닷없는 고백에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전 일단 보신주의를 표방합니다. 일단 내가 살아야 남을 도울 수 있으니까요. 이기적이라면 이기적인 거겠죠."

"그렇다면 역시..."

"제 말 아직 안 끝났습니다만?"

순식간에 마키노의 말을 끊어버리는 유우츠. 평소의 저자세와는 달리 강압적이고 당당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유우츠의 치명적인 버릇. 갑인 상대방이 을인 자신에게 요구를 할 때 오히려 자신이 갑인 것처럼 쏘아붙이는 태도.

이 버릇 때문에 학창 시절이 극한의 연속이였다.

"전 연예계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애정도 없습니다. 사실 어제 그 일에 대해 듣지 않았다면 아마 연예계에서 그런 일도 빈번히 존재한다는 걸 평생 몰랐을 것입니다."

"프, 프로듀...서?"

"그럼 제가 이번 서머페스에 집중하는 이유가 뭐일까요?"

"사장님의 거래 때문이겠죠."

"맞습니다.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준다는 파격적인 거래. 당연히 이런 일엔 눈독을 들이겠죠."

"그럼 그 거래로 평생 먹고 살 정도로 지원해달라거나 그런 걸 원하시는 건가요?"

참다 못해 빈정대며 쏘아붙이는 마키노. 하지만 그것은 유우츠의 함정이였다.

"...일단 이때까지의 이야기로만 들으면 그렇게 되겠죠."

"그렇다는 말은?"

"우선 전 일단 보기에 굉장히 음침한 사람입니다. 어때요, 마치 범죄자같지 않습니까?"

"푸훗!"

갑작스러운 자책에 순간 군중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유우츠는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논리를 펼쳐 낸다.

"이런 인상인지라 어렸을 때부터 억울하게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그 결과, 전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증오하게 되었죠."

아이돌들을 둘러보며 다시 한번 입을 여는 유우츠.

"폭력은 피해자를 방치하는 것만으로도 가해자와 공범입니다. 과거 그 일 역시 마찬가지이구요. 전 가해자도, 공범도 증오합니다."

"..."

"그래서 저는 방관만 한 공범들에게 복수를 하고 피해자를 치료해 주기 위해 이 서머페스에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

"그리고 전...두 번 다시 같은 비극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그런 끔직한 고통을 다시 안겨주긴 싫단 말입니다..."

길고도 짧은 주장을 마친 후, 유우츠는 다시 본래의 저자세로 돌아갔다.

"...이상입니다."

재빨리 아이돌들의 눈치를 보는 유우츠. 자신의 진심이 그녀들에게 와닿았을까. 어느새 사무소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짝짝짝. 적막을 깨는 박수소리.

"대단합니다. 제 패배네요. 당신을 믿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코츠 유우츠 프로듀서."

마키노가 미소를 띄우며 유우츠의 '논리'를 '인정'한다. 그와 동시에 닫아 놓았던 마음을 열기 시작한 아이돌들.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

예전과는 180도 달라진 일상. 사람을 두려워한 청년은 이제 자신의 사회 속에서 변혁의 바람을 이끌기 시작했다. 이 일이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이젠 그런 건 딱히 상관 없다.

"모두들 잘 부탁드립니다."

우중충한 그의 하늘에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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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츠P가 기본적으로 저자세이긴 하지만 반골 기질이 올라오면 사람이 확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이중인격인 건 아니라 단순히 머리에 피가 끓는 것 뿐이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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