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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Gloomy, Blue Lif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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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4, 2015 16:57에 작성됨.

격식있는 객실. 마주보고 앉은 두 사람. 한 명은 음침한 청년. 또 다른 사람은 4, 50대의 중년 남성.

전체적으로 무거운 객실의 분위기와 상반되게 푸른 하늘과 상쾌할 정도로 맑은 날씨.

창 밖을 보면 누구나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산책 나가기엔 딱 좋은 날씨다.'

그런 평범한 생각의 주인은 음침한 청년, 한코츠 유우츠(反骨 湯鬱). 역설적이게도 그의 모습은 평범과는 멀리 떨어져 보인다.

아무렇게나 대충 기른 듯한 더벅머리 사이로 퀭한 눈이 언듯 보인다. 눈동자는 죽다 못해 썩은 생선처럼 보이기도 하다.

구부정하게 굽은 몸은 190이 넘는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살이 없어 전체적으로 앙상해 보이지만 남들보다 굵은 골격과 의외로 붙어있는 잔근육은 그가 육체적으로 전혀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늘어진 검은 티셔츠에 색 빠진 청바지, 낡은 운동화. 한 눈에 봐도 복장에 무신경한 듯 하다.

"그러니까...저보고 아이돌 프로듀서를 하란 겁니까?"

유우츠는 약간은 새된 목소리로 자신에게 들어온 제안을 되물어본다.

"체구도 나름 좋고 인상도 특별하니 자네라면 왠지 잘 할것 같네만."

"그렇습니까..."

언제나 남들에게 기피받는 평가가 익숙한지라 흔하지 않은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사실 아이돌이니 연예계니 그와는 전혀 관계 없고 본인도 그런 계통은 아무 신경 안 쓰는 타입이다.이런 일은 결과적으로 귀찮기만 하니 빨리 거절하는 게 좋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평소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이였다.

"복지는...잘 되나요?"

이 생뚱맞은 질문은 아마 부모와 의절하고 꾸준한 수입 없는 독신 생활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그 나름대로의 구조 신호일지도 모른다.

"복지 말인가? 혹시 생활에 어려움이라도 있는 건가?"

"네...마땅히 수입이 없어서..."

그 말을 들은 사장이 딱한 듯이 쳐다본다. 그런 시선 앞에서는 동정 따윈 필요 없으니 어떻게든 해 달라고 부르짖고 싶을 심정이다.

"알겠네. 자네 요구대로 내 쪽에서 최대한으로 도와 주겠네."

"그럼 거래 성삽니다. 내일 뵙죠."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한코츠 유우츠 군."

결국 생존을 위해 굽히게 되는 건가...건물을 나오면서 크게 한숨을 내뱉는 유우츠.

하지만 가슴 어디선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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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처럼 맑은 날씨.

대규모 연에 프로덕션인 '346 프로덕션'. 대규모란 명성에 걸맞게 건물 크기도 거대한 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여기가 사무소인가...'

아이돌 사무소는 의외로 한적한 곳에 놓여 있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부서라 그런지 생각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사무소의 문을 열고 첫 출근과 동시에 한 인물이 유우츠를 맞이해 준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프로듀서 님이시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사무소의 어시스턴스, '센카와 치히로'라고 합니다."

자신을 어시스턴스라고 소개한 사람은 젊은 여성. 갈색인지 회색인지 모를 머리칼을 한 갈래로 땋아 어깨 앞에 내놓고 있다.

머리에 달린 리본과 눈동자의 색은 붉은색. 녹색의 제복과 대비되어 크게 눈에 띈다.

"아, 네. 쿨 타입 아이돌 담당 신입 프로듀서, 한코츠 유우츠라고 합니다..."

쿨 타입 아이돌이란, 현재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을 분류해 놓은 구분점 중 하나이다.

큐트, 쿨, 패션의 세 타입으로 200명에 육박하는 아이돌들을 분류하는 모습은 346 프로덕션만의 특이한 모습이다.

유우츠가 쿨 타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큐트 타입은 말 그대로 귀여운 어린아이들 위주일 것이다. 그런데 담당 프로듀서가 이렇게 음침한 사람이라면? 아마 울거나 겁 먹겠지.

패션...철자로 봐선 열정일 듯 싶다. 이런 타입은 전채적으로 활발해서 피곤하다. 자기 자신이 그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아닌 건 스즈시 본인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쿨 타입이라면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인데다가 주로 개인적인 행동할 인상이니 피곤할 일도 없고 교류도 별로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보신주의자인 유우츠이니까.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프로듀서 님."

얼굴에는 사람 좋은 미소가 만개한다. 유우츠가 제일 무서워하는 타입의 사람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인간.

"아하하...잘 부탁합니다..."

"일단 기초적인 업무부터 부탁할게요. 업무는 프로듀서 님의 자리를 쓰시면 되요."

기본적인 업무를 알려준 후 치히로는 사무소를 나왔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훑어 보니 대강의 스케쥴이 보인다. 아마 적절한 일거리만 골라서 컨디션을 조절하게 하는 거겠지.

빠르게 퍼지는 타자 소리와 클릭 소리.

보기와 달리 유우츠는 기본적으로 고스팩에 만능형이다. 물론 인상이 평가절하를 시키지만...

63명의, 많다면 많은 인원의 스케쥴을 조정하는 사이 사무소 입구가 소란스럽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난 절대 인정 못해!"

날이 선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사람은 10대 후반의 여성.

회색빛의 머리칼은 끌어올려 뒤쪽으로 묶어 두었다.

붉은 색의 후드티와 청바지라는, 어딘가 남성적인 옷차림을 한 여성은 오랜지색 눈에 힘을 주며 날카롭게 쏘아보고 있었다.

"...누구신지?"

"네가 그 프로듀서냐?!"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다니 무례한 인간이다. 유우츠는 직감으로 자신이 잘못 선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부로 이 곳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쿨 타입 담당, 한코츠 유우츠라고 합니다."

"이름이고 나발이고 그딴 건 아무 상관 없고! 우린 우리 스스로 이때까지 잘 해 왔으니까 너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만 돌아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짜증을 참으며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얘기한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이미 사장님과 협의 하에 이 곳으로 오게 된 겁니다만?"

"...쳇! 방해나 하지 말라고!"

그런 말 안 해도 이쪽에서 어련히 끝낼 일이다. 그것보다 아까부터 이상하리만큼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을 모르는데..."

"내 이름은 알아서 뭐 하게!"

"...이름을 알아야 업무를 합니다만?"

슬슬 한계가 온다. 더 대꾸하면 프로듀서고 뭐고 멱살 잡고 싸울 것이다.

"...'키리노 아야'다. 이제 됐지."

키리노 아야. 아마 한코츠 유우츠의 기억 속에 깊숙히 남을 이름일 것이다. 안 좋은 의미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키리노 씨."

이때까지의 말이나 행동으로 보았을 때, 키리노 아야는 기가 세고 남성적인 성격이다. 이런 성격의 사람한테는 기본적으로 저자세로 일관해야 한다. 똑같이 으르렁거리면 피차 피곤해지기만 한다.

"똑바로 하라고..."

"아야 언니? 그리고...누구신가요?"

아야의 뒤를 이어 들어온 사람은 아직 어린 소녀.

검은 단발머리에 토끼와 꽃 헤어핀을 장식한 귀여운 인상의 소녀이다.

푸른 가디건과 분홍색 원피스는 아직 한창 때의 여자아이같았다.

검고 큰 눈망울에는 음침한 정체불명의 남자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치에? 보컬 레슨 중 아니였어?"

아야의 목소리가 평온해진다. 인상을 찌푸린 얼굴도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한 상태다. 같은 아이돌 동료들한테는 친절한 성격인 듯 하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그 쪽도 아이돌인가 보군요?"

유우츠의 입이 떨어지기 무섭게 노려보는 아야. 아까보다 한 층 더 경계가 심해진 모습이다.

"치에한테...아니, 다른 사람들한테 손 하나 대기만 해 봐, 아주 죽을 줄 알아!"

남을 멋대로 소아성애자로 모는 건가. 이젠 어떤 취급을 받아도 담담할 듯 하다.

일단 아야의 말은 무시하고 자기소개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쿨 타입 아이돌 담당, 한코츠 유우츠라고 합니다."

"아, '사사키 치에'라고 해요. 저기, 만나서 반가워요..."

사사키 치에라 자신을 소개한 소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에게 마음을 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사키 씨."

악수를 청한 손이 시원스럽게 튕겨나갔다. 원인이야 안 봐도 뻔하지만.

"손 대지 마라고 했을텐데...?!"

"업무 동료에게 예의상 악수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과민반응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시끄러! 판단은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저기...악수 정도라면 괜찮은데..."

"...악수까지만이야. 갑자기 껴안거나 더듬기라도 하면 진짜 날려버릴 테니까."

"아까부터 자꾸 절 변태로 몰고 계시는데, 심한 말씀은 삼가시죠? 기분 나쁩니다만."

결국 참다못해 한 소리 하고 만다. 그 와중에도 예의는 지키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애처롭게 느껴진다.

"...자,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네. 잘 부탁해요."

28세 청년과 11세 소녀의 손이 서로를 맞잡은 채 위아래로 움직인다. 분명 훈훈한 장면일테지만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건 유우츠의 인상 때문일까.

이윽고 맞잡은 손을 놓고 유우츠가 묻는다.

"다른 분들은 아직 안 오신 겁니까?"

"몇몇 사람들은 촬영이나 레슨 중이고, 오프인 사람들도 많아. 그런데 그건 왜?"

"일단은 프로듀서니까요. 아이돌 분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넌 디딤돌로 충분하니까 얌전히 있으라고. 치에, 저 쪽에서 간식 먹자."

"네! 치에, 푸딩이 먹고 싶어요!"

"푸딩이라...냉장고에 남아 있는게 있을텐데..."

유우츠를 가로지르며 두 아이돌은 웃음꽃을 피운다.

63명의 아이돌. 그리고 한 명의 프로듀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고비가 찾아올 지.

화창한 날씨지만 유우츠의 마음은 우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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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분은 어떠신가요?

 

*이전 장편이였던 'Epic Saga'는 무기한 보류하겠습니다. 단편을 쓰면서 구도를 잡으려 했는데 영 안 잡히고 막히네요.

**장편 연재 중에도 간간히 단편을 쓸 생각입니다. 물론 전 단편은 어둡고 절망적인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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