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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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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7, 2013 02:42에 작성됨.




얼마전 미우라 씨가 길을 잃고 왔을 땐 그려려니 했다.

천성이 길을 잘 잃는데다 그나마 지나가다 아는곳이 내 포장마차였다는데 뭐 할말이 있을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싶다.

"여긴 유기견보호소가 아닌데.."

"컹!"

그 말에 마치 자기는 유기견이 아니라고 항의하는것 마냥 와작, 하고 다리를 살짝 무는 덩치 큰 갈색과 하얀색 혼합의 개 한마리.

"아프잖냐. 아무나 함부로 물면 혼난다."

사실 애교떠는 수준으로 문거라 이빨자국도 안남았지만 그래도 콩하고 머리를 쥐어박자 정말 알아듣기라도 한듯 낑낑거리며 미안한 태도를 취한다.

허허, 이녀석 정말 똘똘하네.

그나저나 이 개는 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와서 나한테 먹이를 얻어먹는걸까?

대략 십 여분전의 일이다.

야간 장사가 끝난 늦은 시간 이제 장사를 접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리를 하는데 갑자기 입구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이라면 오늘은 영업종료라고 말해주기 위해 한참 식기도구를 정리하던 손을 털고 나갔을 때 들어온 손님이 사람이 아니란걸 깨닫게 된다.

어지간한 꼬마아이보다 커보이는 덩치의 그 개는 어두운 골목을 해메다 포장마차에서 새어나오는 빛에 이끌려 온듯, 들어와서도 방금 전 오고간 고통의 교환 이외에는 여기 저기를 훑어볼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제법 훈련이 잘되있는것 같긴 하다만 어찌됬든 개는 개.

사람이라면 대화라도 시도해보겠는데 뜬금없이 언어는 커녕 발성기관조차 다른 타종족의 생물이 와버리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보고만 있다가 그래도 뭐라도 해볼까하고 다시 조리장으로 들어간다.

꺼낸것은 오늘 장사 후 조금 남은 돼지고기.

그냥 주는것보단 익혀주는게 나을것 같아 간단하게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는다.

그러자 향긋한 고기냄새를 맡은건지 혀를 내밀고 꼬리를 흔드는 개.

역시 종족에 관계없이 환심을 사는 최고의 수단은 먹을거지.

그럴듯한 방법을 생각해낸것에 기뻐하면서도 생각해보면 저 개랑 친해져야할 이유가 있나 싶어 고개를 갸웃해보지만 아무래도 어때.

그 사이 알맞게 구워진 고기를 건져 일회용 접시에 담아 개의 앞에 둔다.

"개사료보단 맛있을거다. 이래뵈도 요리솜씨가 제법되거든."

어디까지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솜씨지만.

그래도 개의 입맛에도 맛있는건 마찬가지였는지 아니면 그냥 고기라 좋은건지 그 개는 처음 먹기 위해 입을 접시에 박은 이후 다 먹을때 까지 한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저러다 체할것 같아 물을 담아 고기접시 옆에 두자 다 먹고 난 뒤 할짝할짝 물을 핥는다.

저녁밥을 굶었나? 걸신들린것 처럼 먹네.

아까전 유기견이라는 말에 마치 알아들은것 처럼 반응했지만 역시 저래서야 영락없는 버려진 개 꼴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늦은시간에 나돌아 다닐일도 없고. 설마 이시간에 산책을 시킨다고 돌아다니다가 잃어버렸다고 하기엔 그런 일은 좀처럼 없을테니까.

그래도 마냥 버려진 개라기엔 세심하게 관리를 받은건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여지껏 봤듯 훈련도 잘 되있다.

주인을 찾아주는게 인지상정이겠지만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네.

우선 집에 대려가서 하룻밤 데리고 있다 내일 찾아보는게 나을것 같다.

그나저나 내일도 장사는 하는데. 시간이 나는건 새벽시장을 갔다온 후 장사 준비하기 전의 잠깐인가.

내일은 바쁘겠구나.

힘들것 같은 하루가 예상 돼 한숨을 폭 쉬는데 그게 누구 탓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 개는 이미 싹싹 비운 접시를 핥을 뿐이다.

"아직 배고프냐?"

"컹! 컹컹!"

진짜 알아듣나? 기다리기라도 한것 마냥 컹컹거린다.

다만 나는 개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은 없으므로 대충 눈치껏 때려맞추고 소시지 몇개를 집어던진다.

"그거라도 먹고있어. 좀 더 정리해야하니까."

그러자 조용히 고개를 박고 소시지를 먹기 시작하는 개.

역시 밥을 안먹었던것 같네. 불쌍해라.

배고픈것만큼 서러운게 없는데 말이지.

결국 그 뒤로 소시지를 몇개나 더 먹고 나서야 배가 찬건지 만족스럽게 자리에 앉아 쉬기 시작하는 개는 꾸벅거리면서 졸다가 내가 정리를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깨우자 길게 하품하며 일어난다.

"일단 우리집에 가자. 내일은 네 주인 찾아줄테니까."

"컹!"

혼자 사는집에 모처럼 손님이 오게되는걸.

옆 자리에 태우고 출발하기 앞서 머리를 쓰다듬자 기분 좋은듯 눈을 감고 손길을 느낀다.

반려동물이라는것도 생각해볼만하려나.

귀찮음에 그리 애완동물을 키우려 했던적은 없지만 이렇게 말잘듣는 애완동물은 키워도 괜찮을것 같긴하다.

뭐, 나중에 정말 키우고 싶어지면 그때 키우도록할까.

애완동물을 키운다는건 평생 그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뜻인데 충동적으로 분양받았다가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다면 서로에게 안좋은 일이 될테니까.

"안그러냐?"

"컹컹!"

먹이를 줬다는것 때문인지 완전히 마음을 연듯 머리를 쓰다듬던 손으로 콧등을 만지자 혀를 내밀어 할짝거리는 그 개의 모습에 절로 표정이 풀어진다.

덩치는 산만해 가지고 하는짓은 귀엽네.

그러다 나도 피곤이 몰려와 하품을 한다.

그만돌아가서 잘까.

손을 핸들로 가져가고 엑셀을 밟는다.

만약 주인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진심으로 고민하면서.



새벽이 밝았다.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맞춰 침대에서 일어난다.

다만 평소와 달리 내가 누워있던 자리옆에서 무언가가 부시럭 거리며 기어나온다.

어제 데려왔던 그 개.

알람소리에 잠이 깬건지 몇번 휘적거리다 이내 침대 밑으로 내려와 기지개를 켠다.

오늘은 저녀석 주인도 찾아야하니까 좀 더 서두를까.

우선 잠도 쫓을겸 세면을 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한다.

칫솔에 치약을 묻혀 이제 막 입에 넣으려는 순간 언제 따라왔는지 그 개가 내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진다.

낑낑거리며 뭐가 문제인지 안절부절 못하는 모양새.

뭘까 싶어 칫솔을 다시 내려놓고 앉아 눈을 맞추자 뭐를 설명하는것 마냥 자꾸만 변기를 가리킨다.

변기?

몇번이나 변기 쪽으로 고갯짓을 하면서 낑낑거리는 모습에 설마 하면서도 신문지를 가져와 깔아주고 자리를 비킨다.

잠시 후.

살았다는 표정(개도 그런표정을 지을 수 있을줄이야)으로 나오는 개.

아니나 다를까 신문지 위에는 그 존재감을 표출하는 다갈색의 무언가가 곱게 올려져 있었다.

세상에 누가 훈련시킨건지 기가 차는구만.

사람도 아니고 개가 배변을 깔끔하게 하기위해 끝까지 참다가 해결하다니.

아무튼 그 다갈색의 물체는 신문지에 싸서 변기에 흘려보낸다.

그러곤 이를 닦으려 칫솔을 들자마자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그 개.

이번엔 또 뭔가 싶어 쳐다보자 빙글 몸을 돌려 엉덩이를 이쪽으로 댄다.

꼬리를 살랑거리며 대기하는 그 자세를 멍하니 보다 중얼거린다.

"……닦아달라고?"

철저하구만.



새벽시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무슨 메뉴로 정할까 생각하며 차에서 내리려는데 조수석에 앉아있던 개가 나를 따라 훌쩍 뛰어내린다.

"따라오게?"

"컹!"

그냥 차에 두고 혼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같이가고 싶은지 내 뒤를 따라온다.

시장분들한테 폐가 되지 않을까 잠깐 고민했지만 저렇게 훈련이 잘되있으면 괜찮을것 같기도 하고 혼자 두고가면 역시 외롭겠지 싶어 데려가기로 한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된다.

작은 강아지도 아니고 이렇게 커다란 개라면 신기할만도 하지.

"어이~! 그 개는 뭐냐? 언제 키우기 시작한거야?"

"어. 아저씨. 안녕하세요."

자주가는 정육점 아저씨가 먼저 인사하며 개에게 관심을 보인다.

"키우는건 아니고요. 주인을 잃어버린건지 어제 밤에 포장마차에 왔길래 시간도 너무 늦고 해서 일단 데리고 다니고 있어요. 이따 돌아가는길에 주인을 찾아보려고요."

"그래? 어디보자, 생고기 줘도 상관없나?"

"좀 그렇지 않을까요? 저도 어제 고기주려다 생고기는 안될것 같아서 구워서 줬는데요."

"흠, 소시지는 상관없겠지?"

"가공품이니까 괜찮을것같아요."

어제 나도 줬었고. 생고기는 기생충이 걱정되서 그렇지만 소시지는 사람이 그냥 먹어도 큰 탈은 안나니까.

그러자 판매용 소시지를 하나 뜯어 개한테 던져주는 아저씨.

"옜다 먹어라. 보나마나 저놈이 아침밥도 안챙겨줬을테고."

"윽. 그러고보니."

항상 아침을 거르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무심코 안먹고 나왔지.

당연히 저 개도 같이 굶은게 사실이다.

그, 그래도 아직 시간이 이르잖아! 아침먹을 시간은 아니라구!

아무에게도 들리지않을 변명을 속으로 하는사이 개는 맛있게 소시지를 먹는다.

"마침 잘됬다. 오늘 소고기가 쓸만한데 전골어떠냐. 저기 채소가게 형씨 말로는 버섯도 좋은게 많이 들어왔다는데."

"괜찮네요. 전골이라."

날씨도 추워지고 있고 따뜻한 전골이라면 인기를 끌것 같다.

전골냄비도 몇개 있긴한데 그걸론 부족할테니까 가는길에 사가야겠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골의 이미지에 괜시리 입맛을 다시다 소고기를 주문한다.

추천받은대로 채소가게로 가서 버섯과 전골에 들어갈 여러 채소들을 구입하고 양손에 가득 든채 차로 돌아가려는데 바짓단이 당겨지는 느낌에 내려다본다.

"왜 그래? 또 화장실이 가고싶어?"

내가 발을 멈추자 들고있던 비닐봉투를 툭툭 치는 개.

어라? 요것봐라?

의도를 알아채고 그나마 가벼운 버섯이 담긴 봉투를 하나 빼 물기좋게 손잡이를 가져다대자 조심스레 물어든 개는 봉투가 땅에 끌리지않게 최대한 고개를 올리더니 다시 내 뒤를 따라온다.

"푸하핫! 너 제법인데?"

그 기특한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고 다시 차로 돌아간다.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버린것 아닌것 같다.

저렇게 귀여운 녀석을 버렸을리가 없지.

아마 애타고 찾고 있을테니까 빨리 주인의 품으로 돌려보내야할 것 같다.

그렇다한들 전화번호라던가 주인이름이 적힌 목걸이 같은것도 달고있지 않은 개의 주인을 찾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그나마 처음 발견된 장소가 내 포장마차였으니까 그 근방에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추측할 뿐.

한가지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다름아닌 손님이다.

오고가는 손님들에게 물어봤을 때 어쩌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우선 어제 계획한대로 장사준비 하기 전까지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벽보라던가 붙어있는지 확인해보고 못찾는다면 포장마차에 같이 있으면서 알아보는 수 밖에.

"어쩌다 헤어진건진 모르겠지만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 아마 네 주인도 빨리 널 보고 싶어할거야."

"끄응…."

녀석도 외로워진건지 수그려 신음을 흘린다.

하지만 점심까지 쉴새없이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르니 우선 포장마차로 간다.

계속돌아다녀봐야 찾을수 있을것 같진 않고, 역시 손님들에게 물어보면서 알아봐야 할듯 싶다.

만약 며칠후에 있는 휴일까지 못찾는다면 휴일날에는 본격적으로 돌아보고. 그렇게 했음에도 찾지 못한다면…….

"그런건 그때 가서 생각할까."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다 바뀐 신호에 정차된 차를 출발시킨다.






"모르겠는걸."

"들어본적 없어요."

"미안하다. 도움이 안되서."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저녁이 끝났다.

전골은 다들 만족해 주었지만 그때마다 물어봤던 개의 주인에 대한 정보는 전혀 듣지 못했다.

혹시 지금쯤이면 전단지같은걸 뿌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잠깐 짬을 내어 근처를 돌아다녀 봤지만 저 개를 찾는 종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겨우 하루니까. 괜찮을꺼야. 금방 주인이 널 데리러 올거다."

어쩐지 만났을 무렵보다 점점 더 기운을 잃는 개의 머리를 안쓰러운 마음에 쓰다듬으며 마치 나에게 말하듯 위로한다.

이제 다시 곧 야간 장사를 시작해야할 시간이다.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니 잠시 개의 주인에 대한 문제는 접어두고 재료 손질을 시작하려는데 조용하던 포장마차에 착신음이 시끄럽게 울린다.

전화를 건 사람은 아미.

요즘들어 이녀석과 통화하는 일이 많네 라고 생각하며 이번엔 또 뭘까 궁금해 전화를 받아든다.

"무슨일이야?"

"아, 점주 오빠.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엑, 잠깐 히비──여, 여보세요? 점주 씨! 혹시 거기 우리 이누미 있지 않아?!"

"어어…우선 침착하는게 어떨까 싶은데요."

아미와 통화하던도중 우당탕 큰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목소리가 바뀌었다.

전후사정과 목소리를 들어봤을 때 예전에 한번 봤던 페어리중 한명 가나하 씨 인 모양이다.

다만 뭣때문인지 잔뜩 흥분한것 같아서 진정시키고 다시 천천히 대화를 시작한다.

"이누미라고 하셔도 이누미가 누구인지 모르는데요 전."

"그러니까 개야! 눈가에 검은 얼룩이 있고 등부분은 갈색에 배부분은 하얀색의 털인 개. 혹시 본적 있어?"

그 말에 저 멀리 앉아있다 전화기 넘어 들리는 목소리에 반응한것처럼 벌떡 일어나 내 옆으로 다가온 개를 살펴본다.

"그러니까 눈에 검은 얼룩이 있고."

날 보는 녀석의 눈 주위는 검다.

"등은 갈색, 배는 하얀색의 털."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등의 털색깔은 갈색이고 전에 봤던 녀석의 배는 하얀색 털로 덮혀있었다.

확인차 말해본다.

"네가 이누미냐?"

"컹! 컹컹컹!!"

"어? 그, 그 소리는 설마?!"

"예, 아무래도 제 옆에 있는 이 개가 찾으시던 이누미라는 개인것 같은데요."

"하, 하아아…."

"어? 여보세요? 저기요?"

마치 정신을 잃는 사람처럼 힘없는 바람빠지는 소리와 함께 수화기너머 들리던 목소리가 끊기자 당황해 몇번 말을 거니 이번엔 또다른 사람이 대답해준다.

"여보세요? 저 하루카에요 점주 씨."

"아마미구나. 어떻게 된건지 일단 설명을 좀 해줄래."

"그러니까……."

아마미가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한다.

요컨데 이 개의 이름은 이누미, 가나하 씨의 애완견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젯밤 가나하씨가 이 녀석의 저녁밥을 몰래 훔쳐먹은 바람에 잔뜩 화가나 서로 싸우고 냉전상태가 되었는데, 아무래도 잘못했다고 생각한 가나하 씨가 사과하기 위해 간식과 함께 찾아갔을 땐 이미 사라진 이후 였단다.

문을 깜빡하고 안잠궜던건지 용케도 집밖으로 나간 이누미는 정처없이 떠돌다가 내 포장마차에 찾아온 것.

그렇게 하룻밤을 내가 데리고 있는 사이 늦게까지 찾던 가나하 씨는 결국 너무 늦어진 시간에 우선 집으로 돌아갔다 아침이 되자마자 찾기위해 스케쥴도 미루고 수색을 시작했단다.

하지만 좀처럼 찾을 수 없었고 사정을 알게된 사무소의 모두도 같이 찾아보았지만 행방이 묘현한 상태에서 사무소 사장님에게서 정보를 듣게된다.

저녁에 내 포장마차에서 식사를 하고 내가 이누미의 주인을 찾고있는걸 알게된 한 단골이 마침 연예계 관계자였고, 저녁 이후 일 때문에 통화를 하던 그 사무소의 사장님에게 나를 도울겸 물어봤던게 맞아떨어진 것.

그래서 나한테 전화를 했고 하자마자 확인을 한거였구나.

세상 좁다고 말들은 해도 정말 좁은게 실감이 난다.

이 녀석의 주인이 가나하 씨였고 어떻게 또 내 가게에 왔다간 손님이 그 사장님과 일때문에 통화를 하다 그 얘기를 꺼내서 이렇게 됬을까.

그래도 잘된일이니까. 다행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하지? 내가 직접 데려다주고 싶지만 이제 곧 장사를 다시 시작해야해서."

"그거라면 벌써 히비키가 그 포장마차로 출발했어요."

"빠르네. 그보다 괜찮은거야 가나하 씨는? 아까 전화하다 갑자기 쓰러지는것 같은 소리를 냈는데."

"아마 긴장이 풀려서 다리에 힘이 풀렸던 모양이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바로 벌떡 일어나서 뛰어나갔는걸요."

그렇다면야. 아마 곧 이쪽으로 올것 같고 우선 기다리기로 할까.

마지막으로 인사한 뒤 통화를 마치고 이제 이름을 알게된 이누미를 보며 웃는다.

"기뻐해라. 네 주인이 지금 널 만나러 전속력으로 뛰어오고 있단다."

"컹컹!"

힘없던 녀석의 눈에 생기가 돌고 다시 기운차게 짖는다.

그 뒤로 초조한듯 입구를 서성이며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던 이누미가 무언가를 느꼈는지 왈칵 밖으로 뛰쳐나간다.

"컹컹! 컹!"

"이누미~! 흐아아앙~!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애~!"

그 소란에 밖으로 나가보자 마치 수십년을 헤어졌다 상봉한 가족마냥 얼싸안고 눈물바다를 만들어놨다.

어이구 난리도 아니네.

그래도 잘됬다 정말. 저렇게 기뻐하는데 금방 만날 수 있어서.

"저기 다시 만나서 기쁜건 알겠지만 추운데 밖에서 그러고 있으면 감기걸려요. 우선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그러고보니 이누미를 돌봐줬던게 점주 씨였구나. 정말 고마워. 점주 씨는 은인이야."

"워낙에 이누미가 착해서 돌봤다고 할것도 없었는데요 뭐. 그보다 어서 들어오시라니까요. 바람이 차요."

손을 잡아 일으키며 포장마차 안으로 들여보내는데 가나하 씨의 몸에서 겉으로도 느껴질만큼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전속력으로 뛰어온다고 그냥 하는말이었는데 진짜로 전력질주를 한건지 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고 아직 숨도 거칠다.

정말 감기 걸릴뻔했네.

일단 수건을 건네 땀을 닦게하고 따뜻한 차를 끓여 안정시킨다.

"다시 말하지만 고마워. 점주 씨 덕분에 이누미도 별일 없이 잘 있었고 금방 찾을 수 있었어."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데려가는 바람에 그날 찾지 못한게 아닌가 미안한데요."

"그땐 너무 늦었었으니까 아마 못찾았을거야. 덕분에 살았어."

몇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하는 가나하 씨를 말리는데 갑자기 분위기를 깨는 작은 소리가 가나하 씨 쪽에서 흘러나온다.

꼬르륵─

"……."

얼굴이 잔뜩 붉어지는 가나하 씨.

"저기."

"왜, 왜?"

당황하는 가나하 씨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장난끼가 발동해 짗궂게 웃어보인다.

"방금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으, 으으, 응?! 이상한 소리? 모, 모르겠는데?"

"아뇨 분명히 들렸어요. 마치 밥달라고 배가 우는듯한 소리가."

"글쎄 못들었다니까? 점주 씨도 참 이상한 소리를──"

꼬륵─

"……하네."

"아하하하!!"

"우갸아아!! 웃지마아!!"

말하다 말고 다시 울리는 가나하 씨의 뱃소리에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리자 가나하 씨가 이제 더이상 빨갛게 변할 수도 없이 발개진 얼굴로 바락바락 소리친다.

"그치만 어쩔수 없는걸! 하루종일 이누미를 찾아다니느라 점심 부터 꼬박 굶었으니까!"

"그건 고생이었겠네요."

"그렇다구. 이누미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꽉차서 배고픈줄도 몰랐지만 찾고나니까 더이상 참기 힘들어."

하며 힘을 잃고 풀썩 테이블 위에 엎어지는 가나하 씨.

"그렇다면 식사하시면 되죠."

"응? 식사?"

"여긴 포장마차라구요? 오늘 메뉴는 전골인데 어떠세요."

"오오오! 그, 그랬었지! 전골이라면 좋아한다구!"

다시 활기를 찾아 떠드는 가나하 씨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후 냄비를 준비한다.

원래는 전부 준비한 상태로 냄비만 내놓지만 모처럼 포장마차에 손님도 없는 시간이고 가나하 씨 혼자만을 위한거니까 육수만 끓이고 재료는 그때마다 넣는게 나을것 같다.

말린 표고버섯과 가쓰오부시, 다시마 등 다양한 재료로 우린 후 채로 거른 육수를 냄비에 담아 끓이기 시작한다.

그리곤 다양한 버섯, 두부, 곤약, 각종 채소, 소고기 등을 끓는 육수에 넣어 익힌다.

참고로 고기는 미리 소스와 함께 한번 구운 것이다.

고기만 먼저 먹어도 되긴 하지만 전골이라는게 이왕이면 한번에 완성해 즐기는게 맛이다 싶어 한꺼번에 끓여서 낸다.

덕분에 기다리는 가나하 씨의 입에서 흐르는 침이 바닥에 닿을 지경이지만.

"엄청 맛있어보여…."

"그렇다면 직접 드셔서 평가하시길. 이제 다 익었으니까요."

"오오! 잘먹겠습니다!"

덥석 집어올린 고기를 시작으로 쉴새없이 빠르게 가나하 씨의 입으로 들어가는 전골재료들.

점심부터 굶었다더니 정말 어지간히 배고팠던 모양이다.

마치 어젯밤 고기를 구워줬던 이누미를 연상케한다.

그 이누미는 아까 준 저녁밥을 잔뜩 먹은고로 주인을 만났으니 걱정할것도 없겠다 가나하 씨 옆에 앉아 자고 있지만.

그러다 너무 급하게 먹은듯 켁켁거리는 가나하 씨에게 급히 물을 떠준다.

"천천히 먹어요. 그러다 체해요."

"그치만 배고팠는걸! 게다가 맛있는걸!"

"그래도 아프면 손해보는건 본인입니다."

"흠…."

내 말이 끝나자 잠깐 젓가락을 내려놓고 날 유심히 살펴보는 가나하 씨.

그 시선에 의아함을 느낀다.

"왜 갑자기 제 얼굴은 뚫어져라 쳐다보시는 겁니까?"

"아니, 왜 점주 씨는 나한테 경어를 쓰는거야?"

"왜냐고 해도 손님이니까요."

"그치만 미키라던가 아미나 마미, 하루카에 유키호 마코토까지 전부 편하게 말하잖아?"

"그 아이들이 허락한것도 있고 유키호는 어렸을 적 친했던데다 마코토나 아마미는 손님으로 처음 만난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나도 편하게 말해줬으면 한다구!"

"그래 그럼 가나하."

"히비키!"

"하아…."

"우갸아! 왜 한숨 쉬는거야!"

"너도 참 멋대로다 싶어서. 소원이라면 히비키라고 불러주마."

거참 왜 이름으로 못불려서 다들 안달인건지.

어쨌든 이름으로 불리는게 만족인건지 히비키는 다시 식사에 열중한다.

그렇게 얼추 식사가 끝나고.

배가 부른듯 후식으로 건넨 차를 마시는 히비키에게 묻고싶은게 있어 말을 건다.

"그나저나 이누미의 저녁밥을 훔쳐먹은게 저녀석이 가출한 원인이라고?"

"들은거야? 맞아."

"대체 동물 밥은 왜 네가 먹는거야. 배고프면 다른걸 먹으면 되는데."

"그치만 무심코 말이지. 먹고싶어지잖아?"

"너말고 누가."

애초에 사람이 먹으라고 만들어 논것도 아닌데 무심코 먹고싶어질리가 있냐.

"그치만 맛있다구? 이누미껏도 그렇지만 햄조의 간식도 가끔 먹고."

"햄조라는건 또 무슨…?"

"햄스터야. 본인, 기르는 애완동물 엄~청 많으니까."

하나하나 나열해 가는 그 애완동물 목록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햄스터, 개, 뱀, 다람쥐, 토끼, 앵무새, 고양이, 돼지, 하늘다람쥐에 뭐? 악어까지?

"그걸 다 키운다고?"

"응!"

시원하게 긍정하는 히비키.

아니 많기도 많지만 심지어 종류까지 하나도 겹치는게 없다.

돈도 돈이지만 정말 어지간히 손이 가는게 아닐텐데 동물기르는걸 엄청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가족이니까. 오키나와에서 혼자 이곳에 와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 아이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은걸."

어느새 깨어난 이누미가 히비키가 내민 손을 핥는다.

가족인가.

그러고보면 나도 부모님이 있는데 말이지.

정확히는 아버지는 어렸을 적 기억도 없을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 한 분이지만.

어머니 혼자였어도 워낙에 능력이 좋으신 분이라 집안은 부유하다고 말할 정도였지만 그만큼 바쁜바람에 거의 만날일이 없었고 형제도 없어서 유년시절은 꽤나 외롭게 자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내가 어느날 갑자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하고싶은걸 하기, 를 위해서 독립한 이후엔 어머니를 거의 찾아뵙지 못했었지.

조만간 기회를 내서 한번 찾아가볼까.

잠깐 그런 딴생각을 하는 사이 야간시간 첫 손님이 들어왔다.

"참, 그러고보니 장사를 해야한다고 했지. 더 있으면 폐일것 같으니까 이만 돌아가볼게."

내가 손님을 받자 히비키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 이제 애완동물 밥은 그만 뺏어먹고. 그나마 개였던 이누미니까 다행이였지 악어가 가출하면 난리난다."

"윽. 노력해보겠다구."

손님이 주문을 하기에 앞서 술을 주문해 먼저 자리에 가져다 둘겸 조리장 밖으로 나와 이누미 앞에 쭈그려 앉는다.

"너도 히비키랑 잘지내고. 밥좀 뺏겼다고 가출하니까 너도 히비키도 슬프잖아. 그러니까 다음부턴 그냥 콱 물어버려. 알았지?"

"컹컹!"

"무슨 이상한걸 가르치는거야!! 게다가 이누미 넌 또 뭘 알았다고 하는거냐구!"

우갸~ 거리며 성내던 히비키의 모습에 다시 웃음이 터져 한참 웃다가 정말로 간다구, 라며 나가는 히비키를 배웅한다.

사이좋게 걸어가는 둘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 나도 애완동물 하나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됬다. 애완동물은 무슨."

그리 외로운것도 아니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걸 구할 이윤 없겠지.

한명 더 찾아온 손님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는것으로 생각을 지운다.



그냥 일기

히비키가 오키나와 출신인건 알았지만 독신생활을 하는건 처음 들었다. 하긴 독신이라기엔 가족이라고 부르는 애완동물들이 잔뜩이니까. 본인입으로 외롭지 않다고는 했지만 오히려 외로움을 많이 타니까 애완동물을 많이 기르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말이지 괜히 궁금해져서 개사료를 구해다 먹어봤는데……생각보다 맛있네 이거. 히비키의 말이 약간 이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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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 재등장, 입니다. 전회에서 썻었지만 개인적으로 전 히비키가 가장 좋습니다. 다만 다른 팬픽들에선 그 취급이 별로라 참 아쉬워요. 저라도 살려보고자 이번 화를 시작했는데 어째 히비키보다 이누미의 분량이 더 많은것 같습니다. ……이거 참.

ps. 점주의 약점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것 같은데 점주도 약점이 있긴합니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한 에피소드로 설명할테니 그때까지 기다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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