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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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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4, 2015 16:08에 작성됨.

녹이 슬었다.

반짝반짝 빛나던 미키의 빛이 사라져 버린 지금 쓰기에 좋은 말이 아닐까.

미키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목표가 사라지자 서서히 녹이 슬듯이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그런 자신이 싫었던 걸까. 미키는 나를 떠나 자신의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예전의 치하야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 미키에게 괜찮다고 금방 원래 미키로 돌아올 거라고 말할 때 나는 그저 미키를 지켜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미키의 빛이 다시 돌아오더라도 그게 진짜 예전의 미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미키는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났다.  

내가 가진 빛이 미키 옆에 서면 밀릴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너무나 눈부셨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천재라서 가진 빛이라고 말했지만 아니었다.

미키의 빛은 절대 선천적인 게 아니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돌진해 가는 미키가 만들어낸 빛이었다.

미키는 목표가 생기면 그것만 바라보는 타입이니까. 그래서 목표 하나만을 보고 노력해온 결과였다.

그런데 그런 미키의 빛이 목표를 잃자 사라졌다.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겠지. 

"미키 넌 안 그럴 거 같은데 늘 열심히 하네"

"우 데코쨩 안 그럴 거 같다니 미키는 언제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거야!"

"데코쨩이라고 하지 마! 그래서 목표는 달성했어?"

"미키 그걸 잘 모르겠는 거야."

"목표가 뭔데?" 

"미키는 톱 아이돌이 되는 게 목표인 거야"

"톱 아이돌? 그럼 그건 영원히 못 이루겠는데?"

"어째서?"

"그야 톱 아이들은 내가 될 테니까. 톱 아이돌이 둘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데코쨩한테 질 리 없는 거야!"

"미키, 그거 무슨 뜻이야?"

"미키가 더 빛나는걸!"

"그럴 리 없어!"

"하지만 그런 거야." 

"흥 그럴 리 없다니까 뭐 네가 진짜 톱 아이돌이 돼서 반짝반짝 빛난다면 나보다 빛날 테지만 내가 될 테니까!"

"톱 아이돌은 미키가 되는 거야! 톱 아이돌이 돼서 미키가 더 빛난다는 걸 데코쨩이 알게 할 거야! 그게 미키의 새 목표인 거야"

그 대화 이후로 우리는 서로를 라이벌로 여기며 열심히 해왔고 결국 우리 둘 다 전 국민이 아는 아이돌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나는 깨달았다.

둘 중에 더 빛이 나는 건 미키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늘 미키의 옆에서 같이 활동을 했다. 빛이 두 개라면 누가 더 빛나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방법. 한 사람의 빛이 더 커진다면 그때부터는 누가 더 빛이 나는지 눈에 잘 띄게 할 뿐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무렵의 나는 이기적이었기에 미키에게 가 말했다.

"미키... 넌 지금 톱 아이돌이야. 네가 나보다 더 빛나. 이제 넌 뭘 할 거야?"

"데코쨩?"

"네 목표가 이루어졌어. 이제 넌 무슨 목표를 향해 뛰어갈 거야?"

일부러 목표를 달성했다고 미키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면 미키가 새 목표를 찾기 전까지는 빛이 사그라들 테고 그땐 내가 더 빛이 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생각대로 일이 풀려갔다. 미키의 빛이 정말 사그라들었으니까.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미키는 다시 목표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미키의 빛은 죽어갔다.

미키는 이제 빛이 나지 않았고 팬들은 그걸 그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챘다.

처음에는 팬들도 미키를 응원했다.

하지만 그래도 미키의 빛이 다시 돌아오지 않자 팬들은 다른 빛을 찾아 서서히 떠나갔다.

그 모습을 보는 미키는 빛이 사라지는 것도 모자라 서서히 무너져 갔다.

자신을 지지해주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난다는 게 무섭다고 내게 말할 정도로. 

나는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미키를 이렇게 만든 건 나니까. 

그저 미키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데코쨩... 이제 미키 반짝반짝하지 않으니까 팬들이 떠나는 걸까? 미키는 어떻게 해야 다시 반짝 거리는 거야? 미키 모르겠어"

"...데코쨩도 빛이 나지 않는 미키는 필요 없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미키를 쳐다보기만 하는 거야?"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미키가 그렇게 된 건 나 때문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미키는 떠나갔다. 

"안녕 데코...이오리"

그 말을 남기고 미키는 자신의 집에 틀어박혔다.

그 소식을 듣고 사무소의 다른 아이돌들이 모두 미키에게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고 미키를 달랬지만 나만은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목표만 찾으면 된다고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무너져가는 미키를 지켜보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미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나는 훨씬 이기적이었고 한심했다.

미키가 나를 미워하는 게 두려웠고 남들이 이런 나를 욕하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미키를 저대로 내버려두기에는 가슴이 너무 욱신거렸다. 

"미키가 지금 빛이 나지 않는 건 목표가 갑자기 사라져서일 거야"

"무슨 소리야 이오리?"

"미키는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고 했어. 그러니 분명 목표가 사라져서 방황하는 걸 거야"

"그렇구나! 그럼 그걸 미키한테 말하면 되겠네!"

나는 미키의 목표가 사라진 게 나 때문이라는 말은 빼고 하루카에게 말했다. 

미움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에 내가 미키에게 직접 말하는 건 두려웠기 때문에 하루카에게 추측인 것처럼 말했고 하루카는 그걸 그대로 다른 아이돌들에게 전했다.

모두 그 사실을 듣고 기뻐했다.

이제 곧 미키가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난 그 와중에서도 미키가 나 때문에 목표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진심으로 기뻐하지 못했다.

하루카가 미키에게 목표 때문이라고 다시 톱 아이돌을 목표로 하자고 말하자 예상대로 미키는 다시 빛을 되찾았다.

그리고 나 때문에 목표가 사라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듯 다시 내게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데코쨩! 미키 이제 다시 빛이 나는 거야!"

"잘됐네. 미키"

미키가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게 기뻤다. 이기적인 내 모습이 들키지 않아 기뻤다.

한편으로는 미키가 빛이 나니 이제 나는 다시 미키에게 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키는 나에게 와 안기며 말했다.

"미키, 데코쨩이 미키 미워하지 않게 다신 빛을 잃지 않는 거야!"

가슴이 욱신거렸다. 미키가 빛을 잃은 건 나 때문인데 그런데 내게 와 말하는 미키를 보니 참을 수 없었다.

미키가 그렇게 된 건 나 때문인데 미키는 나에게 와 미소 지었다.

이기적인 내 모습이 미키때문에 더 어둡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키와 다시 겨루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은퇴라는 선택을 했다.

미키와 겨루는 게 무서웠기에 도망을 택했다.

"데코쨩,미키가 너무 느려서 그래? 이제 미키는 예전처럼 빛나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금방 다시 빛날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미안. 미키"

그게 미키에게 전한 내 마지막 진심이었다.

나는 도망쳤다. 

미키는 다시 빛이 난다. 예전보다 훨씬 더.

그래서 나는 미키를 보지 못한다. 

나 때문에 잃어버린 빛을 찾았지만, 아직도 진실을 모르는 미키를 보면 도망친 나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깨닫게 되기에. 

그런 자신이 한심하기에 나는 미키를 보지 못한다.  

 

 

 

 

 

창작판에 글쓰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어제 트위터에서 해시태그가 보여서 새벽감성으로 열심히 써봤습니다.

요새 자꾸 아이돌 들을 괴롭히고 싶더라구요. 사실 지금 쓰고 싶은건 미키를 울리는 글인데 그게 생각보다 잘 안 써져서 잠시 다른 글을 써 봤습니다.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는데 내용이 재밌게 보기는 영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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