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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일족 - 두번째 이야기 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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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8, 2015 22:59에 작성됨.

P[hotographer] : 안녕하세요. 사촌 언니.

 

P[roducer] : 응. 오랜만이야.

 

P[hotographer] : 언니도 안녕?

 

P[edicurist] : 안녕. 구두 바꿨구나?

 

P[hotographer] : 네. 이번에 새로 사봤어요.

 

프로듀서는 잠시 시선을 아래로 돌려 자기 사촌 동생의 발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사촌 동생이 신고 있던 구두는 346 프로덕션의 타카모리 아이코가 신고다니던 구두와 똑같이 생겼음을 프로듀서는 알아차렸다.

 

P[roducer] : 얘. 혹시 타카모리 아이코라고 아니?

 

P[hotographer] : 알고 말고요! 아이코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놓치지 않고 꼭 듣는 걸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사진사는 프로듀서의 손을 잡았다.

 

P[hotographer] : 그런데 아이코는 왜요?

 

P[roducer] : 아니. 그냥 신고 다니는 구두가 똑같이 생겨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길이 워낙 부담스러웠는지, 프로듀서는 살짝 시선을 돌렸다.

 

P[hotographer] : 그게 말이죠?

 

사진사는 잠시 뒷걸음질치고는 지갑 속에 들어있던 폴라로이드 사진을 꺼내들었다.

 

P[hotographer] : 예전에 교토에 갔을 때, 금각사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아이코를 만난 적 있거든요!

 

사진사의 말대로, 사진 속의 아이코는 분홍색 사진기를 들고 있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절을 등진 아이코는 은은하게 웃고 있었다.

 

P[roducer] : 그러고보니 두 달 전쯤에 아이코가 교토에서 사진집 촬영할 일이 있었지.

 

P[hotographer] : 잠깐만요! 아까 구두 이야기도 그렇고, 일정 이야기도 그렇고. 혹시 346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세요?

 

P[roducer] : 뭐. 그렇지. 아이코는 내 담당 아이돌이야.

 

P[edicurist] : 언니. 언제 물어보실 건가요?

 

사진사와 프로듀서의 대화를 끊은 사람은 발마사지사였다.

 

P[hotographer] : 물어보다니요?

 

P[edicurist] : 피의 의식말야. 피의 의식.

 

프로듀서는 사진사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발견했다.

 

P[hotographer] : 미안해요. 피의 의식에는 참가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진사가 시무룩해하고 있을 때, 프로듀서 일행에게 다가온 사람은 다름아닌 치하야였다.

 

P[roducer] : 음? 네 프로듀서는 어디 갔니?

 

키사라기 치하야 : 프로듀서는 어르신들을 설득하러 간다고 하셨어요. 메일을 보낸다고 했을텐데요?

 

그 말을 보낸 프로듀서는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수신된 메일을 확인해보니, 치하야의 말대로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치하야를 부탁한다는 메일을 보낸 상태였다.

 

P[roducer] : 그래도 빨리 합류하게 되었네.

 

키사라기 치하야 : 바로 뒤에 있던 식탁 의자에 앉아있었는데요.

 

그 순간, 사진사는 치하야의 오른손을 덥썩 잡았다.

 

P[hotographer] : 세상에나! 세상에나! 생전에 765 프로덕션 아이돌을 실물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P[roducer] : 내가 못 살아...

 

그 광경을 본 프로듀서는 이마에 손을 얹더니, 사진사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P[hotographer] : 그렇군요...

 

자초지종을 듣고 사진사는 말끝을 흐렸다.

 

P[hotographer] : 유감이지만, 지금은 피를 드릴 수 없어요.

 

프로듀서가 보기에 사진사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듯이 치하야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P[roducer] : 지금 안 된다는 건, 현재 특수한 사정이 있어서 그렇다고 봐야 하니?

 

프로듀서가 걱정하는 어조로 질문하자, 사진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그녀는 자기 일족의 일원이 꺼낸 약통을 보고나서 대략적인 전말을 추측해낼 수 있었다.

 

P[roducer] : 그래. 그렇구나. 본의 아니게 무리한 부탁을 한 꼴이 되었네.

 

프로듀서는 그 뒤에도 사진사를 격려하고는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인파에 섞인 사진사가 보이지 않을 때쯤에 치하야를 이끌고 프로듀서가 간 곳은 바로 뒤에 있는 식탁이었다.

 

P[harmacist] : 어머나~오랜만이구나~

 

인사한 70대 여성은 약사였다. 약사 옆에는 30대 여성이 앉아 물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P[edicurist] : 안녕하세요?

 

약사에게 인사하는 발마사지사와 함께 프로듀서는 인사했다. 치하야의 옆자리에 앉으려던 발마사지사는 언니인 프로듀서를 위해 의자를 빼 주었다.

 

P[astry chef] : 내 남편이 피의 의식을 치른 것도 어느새 10년 전이네.

 

이 말을 듣고, 프로듀서는 자기 앞에서 물을 마시는 여성이 치하야에 대해 이미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P[roducer] : 뭐. 그렇지.

 

프로듀서는 자신에게 말을 건 제과제빵사가 머나먼 곳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30대 여성은 7년 전에 남편과 사별한 이후, 미친 듯이 제과제빵에 매진했던 여인이었다.

 

P[astry chef] : 내 제자는 그 쪽에서 잘 일하고 있지?

 

오오하라 미치루의 안부를 물어보는 제과제빵사에게 프로듀서는 성의있게 답해주었다.

 

P[roducer] : 오오하라는 3주 전에 시마무라 우즈키란 애랑 광고를 찍었어.

 

P[astry chef] : 그 광고는 나도 봤어. 홋카이도의 숲 한가운데에서 바게뜨 빵을 둘이서 함께 뜯어먹는 광고였지?

 

P[roducer] : 응. 홋카이도에 있는 대자연의 장엄함을 홍보하는 광고이긴 했지. 빵 뜯은 건 마지막 장면에 잠깐 그랬을텐데.

 

P[astry chef] : 빵 뜯는 장면만 기억에 남더라고.

 

두 사람은 살짝 웃고서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P[roducer] : 그리고 며칠 전에는 아베 나나와 함께 공연장에서 '메르헨 데뷔'를 불렀고.

 

P[astry chef] : 그렇구나. 근데 '메르헨 데뷔'는 어떤 노래니?

 

프로듀서는 대답 대신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들려주었다.

 

P[astry chef] : 뭐라고 해야 할지...

 

P[roducer] : 어려운 노래지.

 

P[astry chef] : 응! 맞아! 어려운 노래야. 그걸 말하고 싶었는데 늦었네.

 

제과제빵사는 영혼 없는 웃음을 잠깐 짓더니 프로듀서의 말을 경청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P[roducer] : 어제는 미무라와 함께 CD 녹음을 했고.

 

P[astry chef] : 미무라면...미무라 카나코?

 

P[roducer] : 음? 미무라 카나코를 아네?

 

P[astry chef] : 알다마다. 며칠 전에 우리 집에서 케잌도 사 갔는걸?

 

P[roducer] : 흐음~ 그런 일이 있었구나. 미무라 카나코는 내 담당이 아니어서 자세히 알지는 못 해.

 

P[astry chef] : 두 달 전쯤에 우리 제과점에 TV 프로그램 촬영 차 온 적 있었거든. 그 때 구운 쿠키를 먹어보고 주목하게 되었지.

 

미무라 카나코를 말할 때 그 어느 때보다도 눈이 반짝이는 제과제빵사를 보면서 프로듀서는 직감했다.

 

P[roducer] : (흠...미무라 카나코의 쿠키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네.)

 

P[astry chef] : 그 애에게 의향만 있다면 내 제자로서 받아들이고 싶어.

 

P[roducer] : 어머~방금 한 말은 오오하라가 들으면 섭섭해하겠는걸?

 

P[astry chef] : 물론 미치루도 다시 받아주고 싶지. 미치루한테는 제빵 기술을 가르치고 말이지.

 

두 사람의 담소가 계속되는 동안, 발마사지사와 약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섰다. 치하야는 완전히 어두워진 창 밖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P[ilot] : 흠...아가씨가 키사라기 치하야 양이군?

 

P[roducer] : 오빠?

 

P[astry chef] : 어머나~오빠도 오셨네요?

 

어느새 치하야에게 접근한 자기 친오빠를 바라보며, 프로듀서는 아는 척을 했다.

 

P[ilot] : 오랜만이군. 내 하나 뿐인 여동생.

 

P[roducer] : 그 느끼한 말투로 말하는 건 당장 관뒀으면 좋겠는데.

 

(뻥)

 

P[roducer] : 으왓!!

 

그 순간, 뒤에서 난 큰 소리를 듣고 그녀는 돌아보았다. 야구 투수가 마개 따인 샴페인을 움켜쥔 모습이 프로듀서의 망막에 비쳤다.

 

P[roducer] : 후우...깜짝이야...

 

놀란 가슴을 쓸어 안으며, 프로듀서는 한숨 쉬었다.

 

P[ilot] : 흠......조만간 있을 의식을 위해 샴페인을 미리 땄구만.

 

P[roducer] : 샴페인 따는 소리는 들어도 들어도 적응이 되질 않아.

 

P[ilot] : 언제나 그랬지. 그 뿐인가? 우리 여동생은 사격장 근처에 접근도 못 하지 않던가?

 

P[roducer] : 그러니까 그런 느끼한 말투는 그만 두라니까.

 

정색한 프로듀서의 표정을 의식했는지, 그녀의 친오빠는 멋쩍게 웃으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P[roducer] : 그건 그렇고. 이번에 민항 항공사에 취직했다면서?

 

P[ilot] : 뭐. 그렇지.

 

P[roducer] : 주로 어떤 항로를 운항해?

 

P[ilot] : 나같은 경우에는 이웃 나라로 가는 항로를 종종 맡지. 주로 한국 쪽으로 간단다.

 

프로듀서의 오빠는 담담하게 답해주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그녀의 5촌 오빠인 765 프로듀서가 오면서 끊겼다.

 

P[roducer of 765] : 이제 시작할게. 치하야도 일어나고.

 

네 사람은 탁자가 없는 홀로 갔다. 프로듀서는 천장에 있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노랗게 빛나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는 의식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피아니스트와 제과제빵사, 경찰관 등이 모인 가운데, 바로 옆 단상에는 근엄한 얼굴을 한 남성이 제례복을 차려입고 서 있었다.

 

P[riest] : 그럼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남성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담소를 그만두었다. 수 십개의 눈이 쏘는 시선을 프로듀서는 느낄 수 있었다.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프로듀서는 잠시 주눅들었지만, 그녀와 함께 일하는 아이돌들이 하는 일을 상기해냈다.

 

P[roducer] : (그래. 내가 프로듀스 하는 아이돌들은 수천 수만 명의 시선 앞에서도 춤추고 노래하는데. 몇 십명도 안 되는 시선에 질까보냐.)

 

그 다음 순간, 단상에 서 있던 남성은 야구 투수에게 턱짓으로 지시했다. 그러자 야구 투수는 바퀴 달린 옷장을 끌고 왔다.

 

P[riest] : 의식 참가자들은 모두 치하야(千早)를 입어주시기 바랍니다.

 

옷장 안에는 무녀들이 제사 지낼 때 입는 겉옷인 치하야(千早) 몇 벌이 걸려있었다. 얇디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겉옷들은 반쯤은 투명하여 안감이 다 보일 법 했다.

 

http://www.yusoku.com/miko.html

 

키사라기 치하야 : 치하야(千早)라니...프흐흐흡.

 

치하야는 치하야를 집어드는 대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키사라기 치하야 : 프로듀서.

 

치하야를 걸친 자기 프로듀서에게 치하야는 말을 걸었다.

 

키사라기 치하야 : 이거 몰래 카메라 맞죠?

 

P[roducer of 765] : 글쎄? 난 잘 모르겠는걸?

 

프로듀서는 자기 5촌 오빠가 치하야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하는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P[roducer] : (참 연기 못 하네.)

 

어쩔 수 없다 여겼는지 단상에 서 있던 남자는 잠시 고개를 떨구고는 다시 들었다.

 

P[riest] : 들켰나 보구만. 어이. 이제 나오시게나.

 

그러자 무대 근처에 있던 기둥의 비밀문이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비밀 공간에서 나온 사람은 사진사였는데, 손에는 8mm캠코더를 들고 있었다.

 

P[hotographer] : 아하하. 들켰나요?

 

P[roducer] : 완벽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P[roducer of 765] : 언제부터 알아차렸니?

 

키사라기 치하야 : 저 기둥에 있는 구멍을 발견했을 때부터요.

 

치하야는 기둥을 가리키며 말했다.

 

P[hotographer] : 아~~

 

사진사가 이 다음에 한 말은 치하야로 하여금 다시 웃게 만들었다.

 

P[hotographer] : '눈이 마주친 순간', 어렴풋이 깨닫고는 있었지만 그 때 들켰구나.

 

키사라기 치하야 : 프흐흐흐흐흡.

 

P[ianist] : 음? 왜 다시 웃기 시작했을까나?

 

P[roducer] : (설마 자기가 불렀던 노래 제목인 '눈이 마주친 순간'이란 말을 듣고 웃은 건가?)

 

웃는 치하야를 진정시키려고 물 한 잔을 5촌 오빠가 가져오는 동안에 프로듀서는 문득 사무소에 소속된 타카가키 카에데를 떠올렸다.

 

P[roducer] : (카에데와 치하야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한데. 나중에 한 번 만나게 해볼까?)

 

잠시나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P[roducer] : (아냐. 아냐. 괜히 치하야가 웃는 모습을 봤다가는 카에데가 자기 말장난이 재미있다 착각할 수도 있겠어. 위험하니까 그만 두자.)

 

그 순간, 무대 뒷편에 있던 막이 걷혔다. 그 곳에는 3층 케잌이 놓여 있었는데, 꼭대기에는 765 프로듀서와 치하야 인형 장식이 놓여 있었다.

 

P[riest] : 자. 몰래카메라도 끝났고, 케잌도 준비 되었으니까.

 

제례복을 입은 남성은 허리춤에 찬 칼을 빼어들었다. 검신의 길이가 58cm 정도 되는 칼에는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P[riest] : 의식을 시작하도록 하지.

 

키사라기 치하야 : 네??

 

P[riest] : 그 반응을 보아하니 뭔가 오해하고 있나 본데, 피의 의식은 진짜라네. 치하야(千早)를 입는 부분만 몰래카메라 설정이었지.

 

치하야는 당황했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프로듀서, 사진사, 765 프로듀서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치하야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P[riest] : 의식에 참가할 사람은 내 앞으로 오게나.

 

제례복을 입은 남자는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왼손에는 술잔을 든 채로 말했다. 프로듀서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줄을 섰고, 칼과 술잔을 든 남성은 차례 차례 그 긴 칼로 검지 손가락을 조심스레 쨌다.

 

키사라기 치하야 : 으윽...

 

8명의 손가락을 째서 모은 피는 작은 술잔을 가득 채웠다. 술잔에서 나는 피비린내 탓인지 치하야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내 결심한 듯 그녀는 술잔을 들이켰다.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은 숨 죽이고 치하야의 목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키사라기 치하야 : 푸하...

 

술잔에 담긴 피를 모두 마신 치하야는 숨을 참고 있었는지 크게 한숨쉬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키사라기 치하야 : 우욱.

 

그 다음 순간, 피비린내가 역했는지 헛구역질하면서 입을 막은 그녀에게 프로듀서는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한 중년 남성이 선수를 쳐서 치하야와 눈을 마주치고는 심호흡을 권했다.

 

P[rincipal] : 따라서 숨 쉬어 보렴. 후~하~

 

중년 남성을 따라 심호흡하던 치하야는 조금 안정되었는지 입 가리던 손을 내렸다.

 

P[roducer of 765] : 괜찮니?

 

어깨에 외투를 걸쳐주면서 프로듀서의 5촌 오빠는 치하야에게 상태를 물어보았다.

 

키사라기 치하야 : 왠지 기분이 이상해요. 으슬으슬 추워지는 것 같고요.

 

어깨에 걸친 외투를 양 손으로 움켜쥐면서 치하야는 말했다. 자기 프로듀서가 준 외투를 급히 입는 치하야의 모습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었다.

 

P[harmacist] : 마신 피가 효능을 발휘하고 있구나. 5분 쯤 지나면 괜찮아질게다.

 

P[riest] : 우리 일족의 일원이 된 걸 축하하네. 키사라기 양.

 

그 말과 함께 치하야를 에워싸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박수치기 시작했다.

 

P[rincipal] : 오랜만이구나. 조카야.

 

박수치던 프로듀서는 시선을 살짝 돌려 자기 왼쪽에 있던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 회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맨 중년 남성이 아까 치하야에게 심호흡을 권한 사람임을 그녀는 알아보았다.

 

P[roducer] : 삼촌. 오래간만이에요.

 

P[rincipal] : 네가 교복을 입고 학교를 거닐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P로 시작하는 직업을 가질 정도로 훌륭하게 자랐구나.

 

P[roducer] : 벌써 20여년 전이거든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제과제빵사는 무대 뒤에 있던 케잌을 샹들리에 아래로 옮겼다. 그 후로 빈 무대의 조명이 켜지더니 다른 곳 조명이 어두워졌다.

 

아마미 하루카 : 안녕하세요~!

 

무대에 등장한 사람은 765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이었다. 사람들이 박수로 아이돌들을 맞이하고 있을 때, 사건은 일어났다.

 

P[ackager] : 히익!!

 

선물 포장업자는 아마미 하루카를 본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선 자리에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선물 포장업자가 기절한 불상사 때문에 공연은 잠시 중단되었다.

 

P[roducer of 765] : 누나! 괜찮아요?

 

뒤에 있던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양 손으로 떠받친 덕분에 선물 포장업자는 바닥에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프로듀서도 그 쪽으로 달려나가 선물 포장업자를 부축하였다.

 

P[roducer] : 갑자기 왜 기절한 거죠? 오빠는 짚이는 데가 있으신가요?

 

프로듀서의 5촌 오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P[roducer] : 학창 시절에 겪은 일 때문에 하루카를 무서워하게 되었다고요?

 

의자에 축 늘어져 있는 선물 포장업자를 보면서 프로듀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P[roducer of 765] : 그리고 여러 정황을 보건대 그 하루카는 우리 사무소의 아마미 하루카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키사라기 치하야 : 그럴 수가......

 

선물 포장업자 옆 자리에 앉아 안정을 취하고 있던 치하야는 자기 프로듀서의 설명을 듣고 입을 다물지 못 했다. 한편, 프로듀서의 눈에는 피아니스트가 식은 땀을 흘리는 선물 포장업자의 얼굴에 부채를 부쳐주는 광경이 들어왔다.

 

P[itcher] : 이대로는 안 되겠어!

 

야구 투수는 깡마른 선물 포장업자를 가볍게 들쳐멨다.

 

P[rincipal] : 일단 자네는 병원으로 가 보게!

 

교장의 지시를 들은 야구 투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회의장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피아니스트는 치맛 자락을 움켜 쥐고 남편의 뒤를 따랐다.

 

P[riest] : 이제 초청한 아이돌들이 문제구만.

 

P[rosecutor] : 이대로 돌려보내기도 좀 그런 것 같고요.

 

P[ublic servant] : 저 쪽이랑 이야기해볼 사람이......있었지!

 

세 사람은 일제히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P[roducer of 765] : 그럼 제가 가보겠습니다.

 

키사라기 치하야 : 저도 같이 갈게요.

 

P[roducer of 765] : 그렇지만 치하야.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할 때인데.

 

치하야는 대답하는 대신 자기 프로듀서를 응시했다.

 

P[roducer of 765]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알았어.

 

치하야의 진지한 눈을 본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는 결국 허락해버렸다. 한편, 치하야와 5촌 오빠가 무대 위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던 프로듀서는 그 뒤를 따라갔다.

 

아마미 하루카 : 프로듀서 씨??

 

가나하 히비키 : 치하야! 회의장 쪽을 봤을 때, 설마 했는데, 진짜로 치하야일 줄은 몰랐다고!

 

프로듀서가 무대 뒤 대기실에 왔을 때, 그녀는 아마미 하루카와 가나하 히비키가 치하야와 5촌 오빠를 보고 놀라는 모습을 보았다.

 

타카츠키 야요이 : 안녕하세요!

 

한편, 타카츠키 야요이는 세번째로 대기실에 온 사람을 보고 인사했다. 야요이가 하는 인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양 팔을 뒤로 쭉 뻗은 자세로 인사했다.

 

아마미 하루카 : 어라? 346 프로덕션의 프로듀서 중 한 분 맞으시죠?

 

P[roducer] : 응. 맞아.

 

아마미 하루카 : 당신은 여기에 무슨 일로 오셨나요? 그리고 프로듀서 씨는 어째서 이 곳에 계신 건가요?

 

P[roducer] : 우리 둘 다 이 일족 회의의 참가자이자, 너희와 어느 정도 아는 사이니까.

 

하루카가 던진 두 질문에 동시에 답한 사람은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아니었다.

 

P[roducer of 765] : 일단 공연은 계속 해줬으면 해서 우리 둘이 왔지. 하지만 방금 일어난 불상사 때문에 일정은 살짝 수정해야 할 거야.

 

두 프로듀서와 치하야, 그리고 초청된 세 아이돌들은 순식간에 일정을 조정했다.

 

아마미 하루카 : 저기...저는 나가지 않는 건가요?

 

P[roducer of 765] : 미안하지만 그래줘야 할 것 같아.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해주고는 하루카에게 경위를 설명했다. 자기 7촌 누나 뻘인 선물 포장업자가 하루카를 보면 공황에 빠진다는 점과 선물 포장업자의 하루카 공포증을 일족 전체가 알고 있다는 점 등을 말이다.

 

아마미 하루카 : 그런 분이 계실 줄은 몰랐어요.

 

하루카가 고개를 떨군 모습을 프로듀서는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P[roducer] : (저 아이는 765 프로 아이돌이지. 달래는 건 오빠 역할이니까.)

 

자기 5촌 오빠가 하루카를 달래주기 시작할 때 쯤, 프로듀서는 치하야와 함께 대기실을 나와 무대로 갔다.

 

P[roducer] :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는 모양이네.

 

키사라기 치하야 : 그렇지 않아요.

 

자기 프로듀서 옆에 있는 사람이 하루카라 초조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치하야를 보면서 프로듀서는 입을 열었다. 그녀는 프로듀서의 질문에 대답을 하긴 했지만 시선은 줄곧 다른 곳을 향한 채였다.

 

P[roducer] : 걱정할 것 없어.

 

키사라기 치하야 : 전 걱정된다고 말한 적 없어요?

 

P[roducer] : 이제서야 이 쪽으로 고개를 돌려주었네?

 

키사라기 치하야 : 큿.

 

P[roducer] : Partner of life를 조금은 믿어주렴.

 

다시금 치하야가 고개를 돌리자, 프로듀서는 그녀를 가로막고나서 말을 이었다.

 

P[roducer] : 오빠가 좀 못 미더운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지금까지 너희들을 프로듀스 해줄 정도로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 건 알고 있잖니?

 

치하야는 대꾸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무대를 내려올 때, 복도를 허둥지둥 뛰어오는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P[riest] : 치하야라고 했던가?

 

무대에서 내려온 두 사람 앞에 선 사람은 아까 제례복을 입은 남성이었다.

 

P[riest] :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는구만. 의식을 치러서 잔뜩 예민해진 탓도 있겠지.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그의 시선은 치하야를 향하고 있음을 프로듀서는 지켜보았다.

 

P[riest] : 자네 눈 속에 깃든 걱정의 내용을 내 잘 알 수는 없겠지만, 그게 자네 프로듀서와 관련된 것이라면 걱정을 조금은 덜어도 될 것이야.

 

P[roducer of 765] : 얘기는 끝났습니다. 6촌 어르신.

 

제례복을 입은 신관의 말은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나타남으로써 끊겼다.

 

P[riest] : 왔구먼. 둘 다 수고했네.

 

신관은 두 프로듀서에게 악수하고서는 다른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 직후, 회의장의 조명은 어두워졌다. 해가 진 뒤였으므로, 무대 부분을 제외한 회의장은 깜깜해진 상태였다.

 

P[roducer] : 어떻게든 재개했네요.

 

P[roducer of 765] : 하아...여기서도 일하게 될 줄이야.

 

프로듀서의 5촌 오빠는 한숨 쉬면서 무대를 응시했다.

 

가나하 히비키 : 우리들을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기억해줘~

 

무대에 오른 가나하 히비키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P[roducer] : 음? 처음 들어보는 노래같은데?

 

P[roducer of 765] : 맞아. We Have A Dream이란 노래야. 오늘 발매된 앨범에 수록된 노래지.

 

팔짱 끼고 나서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는 자기 5촌 여동생에게 답했다.

 

가나하 히비키 : 월화수목금토 월화수목금토~ 매일이 결전일~

 

가사를 다 불렀지만 히비키는 약 5초 정도 안무를 선보였다.

 

P[roducer of 765] : 노래는 어때?

 

P[roducer] : 음. 뭐라고 하면 좋을지.

 

박수치면서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질문하는 5촌 오빠를 보며, 프로듀서는 고민에 빠졌다.

 

P[roducer] : 원래부터 솔로곡인가 보네?

 

P[roducer of 765] : 놀라지 마.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는 안경을 고쳐 쓰고는 다시 말했다.

 

P[roducer of 765] : 저 노래는 5명이 부르기도 하는 노래야.

 

프로듀서가 그 말을 듣고 짐짓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무대에 선 사람은 야요이였다.

 

타카츠키 야요이 :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자~가자~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최고~!

 

야요이가 부른 노래는 키라메키라리였다.

 

P[roducer] : (이 노래......)

 

노래를 들은 프로듀서는 속으로 생각했다.

 

P[roducer] : (중장년층이 잔뜩 있는 잔치에 어울릴 리가 없는 노래인데.)

 

P[edicurist] : 저 노래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들으리라곤 생각지도 못 했네.

 

피의 의식을 시작하기 직전에 회의장을 나갔던 발마사지사는 어느새 프로듀서와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 사이에 끼어들어서는 야요이의 노래에 대한 감상을 남겼다.

 

P[roducer of 765] : 지금 초대된 멤버들로 여기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을 부르게 하기는 너무 어려워서 말야. 하하하.

 

5촌 오빠가 자기 뒷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을 보고,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 짓기만 했다.

 

타카츠키 야요이 :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자~가자~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최고~!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자~가자~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최고!

 

야요이가 키라메키라리를 다 부르자, 잔치장에 있던 사람들은 박수만 쳤다. 조명이 밝아지고 야요이가 무대 밖으로 퇴장하자, 사람들은 박수를 그만 치고 자리에 앉았다.

 

P[roducer] : 그러고보니 어느새 다시 돌아왔네?

 

P[edicurist] : 피의 의식할 동안에 잠깐 바깥 바람 쐬고 왔어요.

 

치하야와 프로듀서, 발마사지사, 그리고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는 5인용 원탁에 앉아 각자 이야기하고 있었다.

 

P[lumber] : 저기......

 

살짝 험악해 보이는 인상을 한 20대 남성이 자리에 앉았다.

 

P[edicurist] : 7촌이잖아? 오랜만이야!

 

P[lumber] : 예. 안녕하세요. 누나.

 

검은 정장을 입은 배관공은 다시금 발마사지사에게 인사했다.

 

P[lumber] : 며칠 전에 346 프로에 갔을 때는 못 뵈었는데, 여기에 와서야 뵙는군요.

 

P[edicurist] : 아. 며칠 전이면 다른 사람이 대신 갔을 때네. 그건 그렇고 346 프로에 갔다고?

 

P[lumber] : 네. 여자 화장실 하수도 정비 일 때문에 그 쪽으로 출장 갈 일이 있었습니다.

 

P[roducer] : 그럼 와쿠이 씨가 말했던 그 배관공도 너구나?

 

P[lumber] : 와쿠이 씨...그 분은 누구십니까?

 

P[roducer] : 우리 프로덕션의 아이돌이야. 여튼 와쿠이 씨는 너를 보고 프로듀서가 직접 하수도를 고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P[lumber] : 저와 닮은 프로듀서가 그 곳에도 있습니까?

 

P[roducer] : 응.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맡은 프로듀서랑 너는 엄청 닮았거든.

 

P[lumber] : 참 신기한 일이군요.

 

P[edicurist] : 그건 그렇고.

 

배관공에게 다시 말을 건 사람은 발마사지사였다.

 

P[edicurist] : 치하야를 본 순간 화들짝 놀란 걸 보니까 잘 아나 보네.

 

그 순간, 프로듀서의 눈에는 배관공의 얼굴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P[roducer] : 귀까지 빨개졌구나. 후후훗.

 

키사라기 치하야 : 무슨 일이세요?

 

P[edicurist] : 이 애가 네 팬인가봐~

 

발마사지사는 배관공의 등을 팡팡 치며 치하야에게 말했다.

 

P[lumber] : 예전에 일할 때, 당신이 라이브하는 모습을 TV로 본 적 있었습니다.

 

P[roducer of 765] : 라이브라.......

 

얼굴이 시뻘개진 배관공은 치하야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P[roducer] : 싸인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해보렴.

 

키사라기 치하야 : 지금 종이가 없는데 어쩌면 좋죠?

 

P[edicurist] : 수첩 여기 있어.

 

P[lumber] : 아니. 괜찮습니다.

 

P[roducer of 765] : 음? 싸인 필요 없는 거야?

 

P[lumber] : 그것도 아닙니다. 여기 이 명함에 해주십쇼.

 

배관공은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손 때문에 더더욱 작아보이는 명함을 치하야에게 내밀었다.

 

P[roducer of 765] : 여기 펜 있어.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건네준 펜은 이윽고 배관공이 준 명함에 잉크를 흩뿌렸다. 명함을 돌려받은 배관공이 살짝 미소 지으면서 지갑에 넣는 모습을 지켜본 프로듀서는 말했다.

 

P[roducer] : 그러고 보니 목이 마르네.

 

P[lumber] : 그럼 뭐 좀 드시겠습니까?

 

P[roducer] : 나는 화이트 와인 부탁할게.

 

P[lumber] : 그럼 7촌 누나는 뭘 드시겠습니까?

 

P[edicurist] : 난 과일 쥬스.

 

P[lumber] : 두 분은 무슨 음료수를 드실 겁니까?

 

P[roducer of 765] : 나랑 치하야는 과일 쥬스.

 

그 말을 들은 배관공은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수를 가져왔다. 배관공이 가져온 원반 위에는 과일 쥬스 세 잔과 화이트 와인 한 잔, 그리고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P[roducer] : 술 마시는 사람이 나 뿐이라 왠지 미안해지네.

 

P[lumber] : 전 차를 끌고 와서요.

 

P[edicurist] : 그리고 다른 일은 없고?

 

P[lumber] : 한 3주 전쯤에 346 프로덕션에 간 직장 동료가 누나를 봤다고 했습니다.

 

원탁에 앉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밤은 깊어만 갔다. 몇 시간 뒤 일족 회의는 끝났고, 프로듀서는 원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게 되었다.

 

P[roducer] : 돌아갈 때는 저 혼자 돌아갈게요.

 

P[roducer of 765] : 응? 하루카랑 야요이, 히비키도 타는 것 때문에 그러는 거야?

 

P[roducer] : 그게 아니라, 술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승용차를 타고 가면 다음날에 술을 얼마나 마셨든 간에 숙취에 시달리게 되더라고요.

 

P[roducer of 765] : 그렇다면야 말리지는 않을게.

 

P[edicurist] : 어쩌죠? 언니가 스쿠터에 탈 줄 알았으면 헬멧을 하나 더 가져오는 건데.

 

P[roducer] : 난 분명, 혼자서 간다고 말했을텐데?

 

시무룩해 하는 발마사지사를 뒤로 하고 프로듀서는 건물 1층에서 먼저 내렸다.

 

P[roducer] : 그럼. 안녕히 가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프로듀서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 다음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면서 프로듀서는 새삼 세상이 좁다는 느낌을 떠올리며 개찰구에 교통 카드를 갖다 대었다.

 

P[roducer] : 참. 알 수 없다니까. 사무소 아이돌들 이야기를 일족 회의에서 들을 줄이야.

 

원룸에 들어와 혼잣말한 프로듀서는 정리를 끝내고 새벽 1시 40분 경에 잠들었다.

 

P[roducer] : 으하암~ 5시 50분인가? 잠깐. 벌써 5시 50분??

 

허둥지둥 일어난 프로듀서는 서둘러 씻고 옷을 입고 화장을 마친 다음에 문을 나섰다.

 

P[roducer] : (7시 23분. 좀 늦긴 했지만 괜찮으려나?)

 

지하철 역에 도착하여 시계를 확인한 프로듀서는 지하철 안으로 들어갔다.

 

P[roducer] : (그래도 아주 늦지는 않았네.)

 

역에서 나와 횡단보도 앞에 선 프로듀서는 길을 건너면서 346 프로덕션 정문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

 

P[roducer] : 좋은 아침이에요.

 

타카가키 카에데 : 어머~ 좋은 아침이에요.

 

담당 프로듀서 : 좋은 아침이군요. 어제는 안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나요?

 

P[roducer] : 가족이 모일 일이 있었거든요.

 

담당 프로듀서 : 그러셨구나. 어제 돌발적으로 채널 출연하게 되셨던데, 발은 괜찮으세요?

 

P[roducer] : 결국 힐이 부러져버렸어요.

 

타카가키 카에데 : 어머나. 정말로 발 괜찮으신가요?

 

P[roducer] : 다행히도, 발은 괜찮아요.

 

로비로 들어간 프로듀서의 눈에 띈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베 나나였다.

 

아베 나나 :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청바지같은 반바지에 오렌지색 티셔츠, 그리고 모자를 쓴 아베 나나가 오오츠키 유이 같다고 생각하면서 프로듀서는 인사했다.

 

P[roducer] : 24층이시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에 프로듀서는 카에데 일행을 위해 엘리베이터 층을 눌러주었다. 회의가 취소된 것을 카에데 담당 프로듀서에게 들었기 때문에, 프로듀서는 문이 닫히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베 나나 : 오늘 드디어 애니메이션 촬영이에요! 어젯밤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어서 잠드느라 애먹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23층 복도를 걸으면서 흥분한 나나를 보던 프로듀서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격려해주고 있었다.

 

후타바 안즈 : 하암......

 

P[roducer] : 음? 너는 후타바 안즈 맞지?

 

안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23층에 왔느냐는 질문을 하자, 안즈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후타바 안즈 : 안즈. 오늘은 오프라 그냥 돌아다니고 있어.

 

P[roducer] : 오프인데도 출근했다고?

 

후타바 안즈 : 응. 가끔은 몸을 움직여주지 않으면 힘들다고.

 

P[roducer] : 가끔 보다보면 게으른 건지 부지런한 건지 헷갈리게 하는 애구나.

 

후타바 안즈 : 안즈는 누가 봐도 게으른 아이돌이라고?

 

P[roducer] : 아니. 아니. 보통 게으른 사람은 쉬는 날에 일부러 출근하는 일 같은 건 안 해.

 

두 사람의 실랑이에 끼어든 사람은 나나였다.

 

아베 나나 : 그러고 보니 캔디 아일랜드였죠? 미무라 씨나 오가타 씨는 어디 가고 혼자 23층에 있으신가요?

 

후타바 안즈 : 아. 치에리는 오프라 출근 안 했고, 카나코는 맛집 탐방 프로그램 갔어요.

 

아베 나나 : 잠깐만요! 저도 17세에요! 후타바 씨와 동갑이라고요? 존칭은 빼세요!

 

타바 안즈 : 에~? 그러는 나나 언니도 존칭 쓰고 있으면서?

 

아베 나나 : 그건 같은 소속이 아니라서 격식을 차리느라 그렇고요! 그리고 전 언니 아니에요!!

 

후타바 안즈 : 그럼 저도 격식 차리고 있는 걸로 알아주세요. 언니.

 

아베 나나 : 그러니까 언니 아니라고 했잖아요!!

 

P[roducer] : 음~ 전화 왔나보네.

 

팔짱 끼고 구경하던 프로듀서는 들고 있던 손가방에서 나는 진동을 느끼고 지퍼를 열었다.

 

P[roducer] : 여보세요? 유즈구나?

 

수화기를 집어든 프로듀서는 사무실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지상주차장에 있던 차들이었다.

 

P[roducer] : (어제 본 것 같은 차가 주차된 것 같은데.)

 

키타미 유즈에게 내일 일정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프로듀서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P[roducer] : (기분 탓이겠지. 차량이야 비슷한 기종들이 있으면 거기서 거기인 걸로 보이니까.)

 

(키타미 유즈 : 네. 고마워요. 프로듀서. 그럼 내일 아침에 뵈요~)

 

P[roducer] : 그래. 그럼 끊을게.

 

전화를 끊은 프로듀서는 밖에 있을 나나와 안즈의 실랑이 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P[roducer] : 나나. 앞으로 40분 뒤면 녹음실로 가야......

 

P[ianist] : 아베 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아베 나나 : 아...안녕하세요. 아하하하하......

 

후타바 안즈 : 영문을 모르겠어.

 

P[edicurist] : 어? 언니! 안녕!

 

사무실 문을 연 상태로 우두커니 서 있던 프로듀서는 7촌 여동생인 발마사지사의 인사를 받고서야 제정신을 차렸다.

 

아베 나나 : ......언니?

 

P[roducer] : 그래. 소개해줄게.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하고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아베 나나 : 에스테 룸의 발마사지사 분이 프로듀서의 친척이었다니! 몰랐어요!

 

P[roducer] : 그러고보니 두 사람은 무슨 용무로 오셨나요?

 

P[edicurist] : 아츠미를 만나러 왔어요. 그리고 여기 둔 짐도 정리하려고 왔어요.

 

P[ianist] : 이걸 전해줄 겸 해서 왔어.

 

P[roducer] : 여기까지 와 주셔서 고마워요.

 

피아니스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초청장을 건네주었다. 봉투에 키사라기 치하야와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본 그녀는 곧바로 손가방에 집어넣었다.

 

아베 나나 : 세 사람 모두 저와 아는 사이였을 줄이야...

 

눈이 휘둥그레진 나나를 보면서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친척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본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예식장에서 기묘한 만남에 대해 회상하던 프로듀서가 하객으로서 참가한 아베 나나를 마주치고 당황한 것은 이 날로부터 약 2년 뒤에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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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일족은 血의 일족이 아니라 P의 일족입니다.

그리고 전편은 하이퍼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 나온 피의 일족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P[hotographer] : 사진사, 타카모리 아이코와 인연 있음

P[harmacist] : 약사, 오토나시 코토리와 인연 있음

P[ilot] : 비행기 조종사

P[astry chef] : 제과제빵사, 오오하라 미치루와 인연 있음

P[ackager] : 선물 포장업자, 아마미 하루카와 악연 있음

P[rincipal] : 교장

P[riest] : 신사 신관, 키사라기 치하야와 인연 있음

P[lumber] : 배관공, 와쿠이 루미를 만난 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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