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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P 「네?」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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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1, 2015 00:15에 작성됨.

P 「…………」

치히로 「…………」

치히로 「아니, 뭔가 반응을 보이셔야죠!」

P 「아… 뭐랄까…….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하하하.」

치히로 「농담이 아닌걸요.」

P 「아니아니아니, 그런건 말이 안되니깐요.」

 

~~~~~~~~~~ [10분 전 회상] ~~~~~~~~~~

 

과장 「아아, 그럼 오늘 우리 회사에 입사하게된 여사원을 소개하지. 이름은 센카와... 치히로라고 했나?」

치히로 「네, 맞아요.」

 

[술렁술렁]

 

과장 「어흠. 어쨌든 진정들 하고.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일본인이지만 우리말(한국어)에 매우 능숙하고, 경력직으로 들어왔으니 업무는 바로 시작할 수 있을걸세. 그럼...... 마침 P 사원 옆 자리가 비어있으니 거기 앉아서 일할 수 있도록. 이상.」

 

~~~~~~~~~~ [ 회상 종료 ] ~~~~~~~~~~

 

P 「그... 일이나 하죠. 그쪽도 오늘 해야할 일을 받았을거고......」

 

주위를 돌아보니 아까까지만해도 센카와 씨의 등장에 술렁술렁거리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마우스 클릭 소리만 나는 매우 고요한 회사 사무실 안의 분위기에 조용히 내 업무를 하기로 했다.

 

치히로 「흥칫뿡. 재미없는 사라암~~~」

 

무시하고 오늘의 업무를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의 업무는...... 아... 어제 미뤘던 프로포절 작성이군. 끄응...

 

그나저나 센카와 씨, 내가 하는 게임 속 인물과 너무너무 닮았단 말이지.

그래, 마치 게임에서 튀어나왔달까.

옷은 그나마 평범한 OL(오피스 레이디)이 선택할만한 블랙 정장이지만 머리카락색부터 얼굴 생김새, 말투까지.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에 나오는 '센카와 치히로'라는 캐릭터 같단 말야.

그러고보니 오늘 출근길에 갑자기 내 폰에서 신데마스 게임이 지워져서 스태미나도 소비 못 했는데......

안그래도 어제는 접속에러가 자꾸 떠서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뭐, 오늘 아침에는 오랜만에 지하철 좌석에 앉아서 출근하기도 해서 그냥 재설치 안하고 조금 잤으니.

퇴근할 때 재설치하면 될거야. 아이디와 비번은 있으니.

 

주임 「P, 아직도 프레젠테이션 결제 안 올렸냐?」

P 「아, 네! 지금 작성...」

주임 「어제 저녁에 내 자리에 올려놓으라고 그랬잖냐? 엉??」

P 「......」

 

다른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이 회사에 입사한지 겨우 1년.

내 바로 윗 상사인 이 사람은 우리 회사 내의 제일 잘 나가는 라인을 타서 우리가 일하는 사무실 내의 가장 높은 직급인 과장님도 그저 쩔쩔매고 있는 사람이다. 그럼 사람이 항상 나에게 제한된 시간 내에 다 쳐낼 수 없는 일들을 맡기고는 다 쳐내지 못 했다고 윽박지른다.

 

처음에는 내가 자질이 부족해서,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거니 좀 더 열심히 하자고 스스로 다독였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두달......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거다.

이 사람은 그냥 나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고 싶은 것 뿐이라고.

 

오로지 나에게만 일을 주고, 나에게만 화를 낸다.

다른 이들에겐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해주면서.

 

주임 「뭐냐, 꼽냐? 꼽아?」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치면서 말한다.

 

주임 「야, 니 옆에 신입 사원 있다고 내가 '아이고, 옆에 신입 오셨으니 좀 편하게 대해드려야겠네요~'라고 할 줄 알았어? 어??」

P 「아, 아닙니다. 오전 중에 완료하겠습니다.」

주임 「으이구. 니가 고따구로 사는 이유가 뭔지 알어?」

 

이렇게 일부러 크게 말하면서 나를 욕보이게 한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은 일부러 그걸 방조하듯이 무시한다.

과장님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저 모니터만 보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키득키득거리기도 한다.

 

뭐, 직장 내 왕따... 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업무 내용말고 개인적인 대화를 한 적이 없으니.

 

주임 「그놈의 애니나 쳐보고, 게임이나 쳐하는 오타쿠새끼라서 그런거야! 응? 너 같은 놈은......」

 

[쾅!]

 

그 때, 내 옆 자리에서 아주 큰 소리로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는 소리가 났다.

 

치히로 「이거, 지금 뭐하는 짓이죠?」

주임 「어? 뭐하는 짓이냐니. 그저 보고서를 제 때 못낸 부하 직원에게 훈계를 하고 있을 뿐이에요, 센카와 사원?」

치히로 「훈계가 아니라 인신공격이잖아요? 애시당초 제 시간 안에 다 해내지 못할 일들을 P 사원에게 줘서 그런거 알고 있어요!」

 

갑자기 큰 소리로 내 상사에게 직구를 던지는 센카와 사원.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분명 이 사건 뒤의 후폭풍이 나를 덮칠 걸 생각하니 전신의 감각이 차가워져 버렸다.

 

주임 「뭐? 일본인이라서 그런가, 아직 한국문화를 잘 모르나보네. 잘 하면 칭찬하고, 못 하면 욕하는게 당연하잖아?」

치히로 「칭찬? 당신이 이 사람에게 언제 칭찬을 해준 적이 있다고!!」

주임 「반말? 아, 놔...... 남자였으면 군대 다닐 때처럼 조인트 까였을 줄 알어!! 일본년이 낄데 안낄데 모르고 이런 씹덕후 새끼나 옹호하고 눈을 부라려?! 나, K 주임이야. 알어?!」

 

게임 속 캐릭터와 너무나도 닮고 닮았던 그녀는 출근 하루 만에 사무실 생활의 위기가 닥쳐왔다.

그녀가 나를 왜 이렇게 감싸주는건지, 애시당초 내가 저 사람에게 항상 욕만 들어먹었다는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이쯤에서 내가 무릎꿇고 빌지 않으면, 사태는 원만히 해결되지 않겠지.

 

P 「K 주임님.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서 프리젠테이션 작성해서 올리겠습니다.」

주임 「어쭈? 꼴에 남자노릇은 하고 싶다는거야?!」

차장 「이기 돌았나?」

 

[퍽]

 

그 때, 갑자기 사무실에 들어온 L 차장이 K 주임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면서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말했다.

 

주임 「차... 차장님?!」

차장 「그래, 니 차장이다. 그래서 니는 누구 앞이라꼬 그래 소리를 꽥꽥 질러쌌노?」

주임 「아, 아닙니다. 부하직원들이 제 말을 듣지 않아서.」

치히로 「뭐라구요?」

 

K 주임은 순간적으로 센카와 사원을 째려보았고,

 

차장 「전무님한테 눈깔 안 거두나!」

주임 「네?」/ 과장 「응?」/ P 「어?」

 

차장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회계담당 센카와 치히로 전무님이라꼬! 내가 보다보다 못 참겠어서 들어온기다!!」

 

순간의 정적.

그리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치히로 「이직기념으로 부서별로 어떻게 근무를 하고 있는지 보려고 말단 사원을 가장해서 들어왔는데... 그야말로 가관이네요.」생긋생긋

주임 「......」

치히로 「K 주임. 아니, 당신. 오늘 퇴근 후에 제 사무실로 오세요.」

 

조용한 사무실.

 

치히로 「요즘 폭언을 하는 상사는 해고사유에 해당된다고 하죠?」

주임 「......」공허한 눈동자

치히로 「오란도란 얘기나 나눠보자구요.」

치히로 「그리고 P 사원.」

P 「아.. 넷!」

치히로 「당신은 지금 당장 내 개인 사무실로 따라오도록.」

P 「아, 알겠습니다!」

치히로 「자자, 그럼 여러분. 오늘도 힘찬 하루 보내세요~!」미소

 

방금까지만해도 엄청난 기세로 몰아붙였던 센카와 사원... 아니, 센카와 전무님은 사무실의 직원들에게 생긋 미소를 짓고 복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뒤따라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용히 센카와 전무님의 뒤를 따라 회사의 상층부에 위치한 전무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당연하겠지만 사무실 문의 명패에는 '회계담당 전무 센카와 치히로'라고 적혀있었고, 어떤 훈계를 들을지 모르니 마음을 다 잡자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내 평생 한번도 실제로 볼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한 회사 임원용의 개인사무실은 의외로 매우 검소했다.

당연히 있어야할 개인사무용 책상과 마주보고 배치된 손님 접대용 쇼파 2개가 전부.

어쨌든 갑자기 전무님은 사무실의 문을 닫고나서 '후우'하고 한숨을 쉰 뒤에......

 

치히로 「프로듀서 씨, 껴안아보고 싶었어요오오오오~~~~」

P 「엑?」

 

갑자기 격한 포옹을 하면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머릿 속의 사고가 상황을 따라갈 수가 없어 그저 멍하니 전방을 응시하고 있자, 포옹한채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치히로 「정말 모르시는거에요?! 저, 당신을 만나러온 당신의 폰 속 게임에 있던 당신의 어시스턴트 센카와 치히로에요?」

P 「아니아니아니, 우리의 첫 만남때의 대사로 돌아가지 말자구요?!」

치히로 「믿지 못 하시겠지만 프로듀서 씨에게는 그저 게임일지 몰라도, 그 안에 있던 저나 우리 아이돌들은 당신의 존재를 알고있다구요?」

P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잖아요!!」

치히로 「12월 25일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설치 후 첫 기동, 1월 1일 기념으로 신데렐라걸즈 첫 결제(수수료포함 16,500원),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178개, 카카오톡 대화방은 12개, 자기 전에 항상 센카와 치히로, 바로 저의 일러스트를 보며 웃으며 잠들기!」

P 「내 사생활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에요?!」

치히로 「프로듀서 씨의 폰 속에서 다 보고 있었어요.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는것부터 집에서 편히 쉬는 모습까지... 정말로... 못 믿어주시겠나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는 센카와 전무님.

그 표정을 보고서도 장난을 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P 「그럼 어떻게 게임 속에서 나온건데요? 그리고 애시당초 다른 사람들도 설치한 게임이잖아요??」

치히로 「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P 「수고하셨습니다.」

치히로 「가... 가지마요!!」

P 「뭐, 좋습니다. 그래서 게임 속 캐릭터라서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한방에 회계담당 전무가 됐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요.」

치히로 「에? 그런거 당연하잖아요. 당신과 결......」

 

[똑똑]

 

비서 「후후후... 센카와 전무님? 외근을 가셔야할거 같아요오...」

치히로 「칫히?!」

비서? 「센카와 전무님은 너무너무 뛰어나시니까, 비서인 이 사쿠마 마유가 프로듀서 씨에게 어울린다구요오? 후후후후...」

치히로 「분명 아키하에게 몰래 부탁했었는데?!」

마유 「프로듀서 씨를 만날 수 있다면 이 마유는 뭐든지 가능하답니다아?」

치히로 「1...16세가 무슨 회계담당 전무 비서를 하고 있어!!」버럭

마유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미성년자의 취직이 가능하거든요오~?」고고고고

P 「머리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어.」

 

그렇게 나름대로 힘들었었지만 평범해서 만족하고 있었던 나의 회사 생활이 이 시간을 기점으로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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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게임 속을 박차고 나온 신데마스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회사생활을 쓰고 싶었습니다.

쓰는 저도 오그리토그리인데 여러분은 오죽하시겠습니까.

 

다음편부터는 일본사람이었던 신데마스 캐릭터들이 P를 둘러싸고 전형적인 한국사회의 회사단체생활에 적응하거나 파괴하는 게 주를 이룰거 같습니다.

사실 즉흥이라서 스토리도, 분량도, 연재 주기도 미정입니다.

 

다시 한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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