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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10-

댓글: 18 / 조회: 2525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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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3, 2013 04:13에 작성됨.








"과자 만들줄 아냐고?"

"응!"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을 금치 못한다.

손님이 거의 빠져나간 늦은 저녁.

이제 슬슬 정리를 하고 다시 야간판매를 위한 준비를 하려는데 들어온 한 사람이 있었다.

머리카락을 왼쪽으로 묶은 천진난만한 분위기의 귀여운 소녀. 후타미 아미.

현재 류구코마치란 이름의 유닛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이다.

전에 가게에 왔던걸 인연으로 그냥저냥 친분을 가지게 되었다지만 그리 자주 만날일이 없다보니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적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 홀로 찾아와 이상한 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뜬금없이 그건 왜 물어보는거야?"

"그게 말이지…."

답지 않은 힘 없는 목소리로 아미가 사정을 이야기 한다.

요컨데 사무소에 '아마미 하루카'라는 이름의 같은 아이돌 동료가 있다고한다.

그 아마미는 과자만드는 솜씨가 일품이어서 가끔 사무소에 직접 구운 과자를 가져와 모두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여느때와 다름없이 아마미가 

만들어온 과자를 먹던 아미가 문득 장난기가 동했단다.

'흐응~ 하루룽. 사실 그동안 말않고 가만히있었지만 하루룽의 과자는 어딘가 한가지 부족해! 이 쿠키마스터 후타미 아미의 혀를 만족시키진 

못하단 말이지! 아미는 이것보다 대단한 과자를 알고 있다구!'

그 말을 들은 아마미는 자신의 것이 부족하다는것에 불만스러워하기 이전에 호기심을 가진다.

그러니까 이 과자보다 맛있는 과자가 있다면 본인의 과자만들기에도 큰 도움이 될것이라 여겼단다.

……착하네. 그 아이.

아무튼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자 솔직히 거짓말이라고 하는게 최선이었다만 괜한 자존심에 장난이라고 말을 꺼내지 못한 아미는 어찌어찌 이야

기를 진행하다 직접 그 과자를 가져오기로 약속을 했다는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그래서. 나보고 그 아마미란 아이가 만든 과자보다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내라?"

"바로 그거지!"

머리를 쥐어박는다.

"아팟!"

"맞을짓을 했잖아. 달게 받도록."

"우우~! 이렇게 귀여운 소녀가 직접 찾아와서 부탁하는데!"

"귀엽고 자시고 애초에 네가 장난을 관뒀으면 부탁할일도 없었겠지."

그건 동의하는지 다시 아미의 어깨가 축 처진다.

그 처량한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약해진다.

과자라.

화과자는 경험이 없다만 양과자라면 몇번 만들어본 기억이 있다.

케이크나 간단한 쿠키 정도라면 어렵지 않겠지.

다만 문제는 단순히 만드는데서 끝나는게 아니라 그 맛이 아마미란 아이의 과자보다 뛰어나야 한다는것.

"우선 그 아이가 만든 과자를 먹어보지 않으면 안되겠는데."

비교대상이 필요하단 말.

직접 먹어봐야 내가 만든것과 차이를 알 수 있을테니까.

"그거라면 준비해 왔지롱~!"

하며 포켓에서 곱게 포장된 과자꾸러미를 꺼낸다.

호오. 의외로 이런데는 준비성이 좋네.

한번 감탄하곤 아미가 건넨 과자를 받아 하나를 꺼내 먹어본다.

촉촉한 식감과 달콤한 향기가 입 안에 가득 퍼진다.

이건 상당한데. 거의 전문가에 가까운 솜씨다.

아미의 이야길 듣기론 이제 고교생의 나이라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 나이때의 아이가, 그것도 그런 쪽으로 진로를 정한것도 아닌 취미정도의 

실력으로 만들어 봐야 얼마나 되겠나 싶었는데 이건 그런 마음을 싹 가시게 만들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다.

요리라면 어디서 꿇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어떨까 싶네. 게다가 접할 기회가 많은 일반적인 조리가 아닌 제과니까 더더욱.

그래도 난 아미의 부탁을 승낙하기로 한다.

오히려 우습게 봤던 상대가 대단하다는걸 깨달으니 더 불이 붙어 버렸다.

아미가 약속한 시간은 다음 주.

그리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의 감각을 끌어올리기엔 충분할 것 같다.

내 말에 아미는 환히 웃으며 두 팔을 높게 든다.

"고마워 점주 오빠!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은혜는 무슨. 그보다 쿠키마스터가 뭐냐."

"그, 그건 그냥 넘어가라구!"

예이예이.


­











약속한 다음 주가 다가오고 정확한 날짜의 바로 하루 전.

포장마차에서 과자를 구울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간 장사가 끝난 새벽에 집에서 매일같이 과자를 구워 봤다.

자랑이라면 자랑인 폭넓은 요리가짓수를 바탕으로 수많은 양과자들을 만들어 보았다.

기본적인 케이크 부터 쿠키, 드롭스, 푸딩, 바바루아, 마롱글라세 등등.

일단 만들어본 가짓수는 많지만 본래 목적인 '보다 뛰어난 과자'에 초점을 맞추고 한가지에 주력한다.

그것은 그때 먹었던 과자인 쿠키.

때문에 마지막으로 선정한 과자는 바로 초코릿 마카롱이다.

아몬드와 코코아, 슈가 파운더로 만든 반죽에 다크 초콜릿을 넣은 가나슈를 샌드해 단맛과 씁쓸함이 절묘하게 조화된 쿠키의 한 종류.

애초에 쿠키라는 단어가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작고 납작한 비스킷이외에도 견과 위주의 

마카롱쿠키(Macaroon), 계란 흰자를 이용한 머랭 등의 가짓수로 나뉜다.

다만 내가 만든건 마카롱쿠키(Macaroon)가 아닌 머랭의 대표주자중 하나인 프랑스과자 마카롱(Macaron)이다.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두가지 식감이 입을 즐겁게하는 고급 과자.

재료는 그리 대단할 것이 없지만 조리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워 맛있게 만들기가 쉽지 않은 과자다.

모처럼 불이 붙었으니 그정도 되는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싶었으니까 시도해 보았다.

"뭐, 어떻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긴 했다만."

그때와 같은 시간에 찾아온 아미에게 말하며 초코릿 마카롱이 담긴 꾸러미를 넘긴다.

"으응…직접 먹어보고 싶은데 이쁘게 된 포장을 뜯는건 싫네."

건네받은 아미가 어째 불안한지 확인을 하고 싶어하지만 한번 포장 뜯긴 과자를 가져가는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관둔다.

"어차피 가져가서 먹을거잖아. 그때 먹어."

"맛은 확실한거지?"

"뭐어 내 입으로 느낀바에 의하면 그 아이가 만든것보단 좀 낫다고 생각하는데. 시험작을 단골손님들한테 맛보게 해주니까 다들 반응이 좋았

고."

단골손님들은 그 아이가 만든 과자를 먹어보지 못했으니 비교는 하지 못하지만 그 격렬한 반응은 괜찮다는 뜻이겠지.

그렇다고 포장마차에서 양과자를 팔라고 하는건 너무하잖아.

극성맞은 아저씨들 생각에 한번 질린 표정을 지어보인 난 다시 아미를 보며 말한다.

"그럼 내일 결과는 부탁한다. 모처럼 만들어 준거니까 한번정도 더 찾아와서 말해주는건 괜찮겠지?"

"응? 전화나 메일로 알려주면 안되는거야?"

"전화나 메일이라니. 아이돌이 그런거 아무한테나 알려줘도 되는거냐?

그 편이 편하긴 하겠다만 아무렴 아이돌의 신분으로 함부로 개인연락처 같은걸 뿌리면 곤란한거 아닌가 싶어 말했지만 아미는 개의치 않아하

며 핸드폰을 내민다.

"점주 오빠는 상관없다궁~! 자자! 전화번호! 메일주소!"

라며 억지로 내 핸드폰을 뺏어간 아미는 꾹꾹 자신의 것으로 추정되는 전화번호와 메일주소를 적어 다시 돌려준다.

나도 엉겁결에 받아든 아미의 핸드폰에 내 전화번호와 메일주소를 적자 아미는 다시 받아들어 확인차 전화를 걸어보더니 이내 울리는 벨소리

에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그럼 내일 연락할테니까 기대하고 있으라! 개봉박두!"

"뭔 영화냐."

말은 그렇지만 역시나 아미의 활기찬 분위기는 나쁘게 생각할 수 가 없다.

그나저나 괜시리 긴장되는걸.

정말 영화의 예고편이라도 본 듯한 기대감이 은근히 몸에 감돈다.

이왕이면 이겼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러다 다시 머리를 휙휙 젓고 오늘의 요리에 집중한다.

아직 장사가 남았으니까. 일단은 여기에 충실하자.

내일 일은 내일의 즐거움으로. 말이지.








다음 날이 밝았다.

아직 이른 점심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장사준비로 여념이 없을 때였다.

연락올 곳 거의 없는 시계 혹은 TV나 다름없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짐작가는 구석이 있어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액정을 확인하자 역시나 최근에 등록한 아미의 이름이 띄워져 있다.

천천히 터치를 하고 조심스레 귀에 가져다 댄다.

"아미니?"

"저, 점주 오빠! 큰일 났어!"

그 예상과 많이 다른 아미의 통화내용에 당황한다.

결과에 따라 축하해! 라던가 아쉬워! 라던가 하는 말을 기대했는데 난데없이 큰일 났다니?

"무슨말이야 그게?"

"지금 하루룽이 점주 오빠를 만나고 싶다고 난동을──히이익!!"

띠이─

아미의 단말마를 마지막으로 통화는 끊기고 만다.

……뭐지.

마지막으로 아미가 말한건 아마미란 아이가 날 만나겠다고 난동을 어쩌구저쩌구.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 수 가 없다.

그래서 과자는 누구께 더 나은거야?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전화를 받았다가 오히려 궁금한것만 더 늘어난 것에 한숨짓고 다시 하던일에 열중한다.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전화하던가 해야지.

더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장사준비를 시작한 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였다.

벌컥! 하는 소리와 함께 포장마차의 입구가 크게 펄럭이며 열린다.

그 예사롭지 않은 효과음에 손을 멈추고 입구를 바라보았을 때, 보이는건 한명의 소녀 였다.

양 쪽에 리본을 매단 갈색머리의 소녀.

귀여운 인상의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그 소녀를 보며 난 처음 보는 얼굴임에도 어쩐지 저 소녀가 누군지 알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설마 저 아이가….

내가 속으로 생각하는 사이 성큼성큼 다가온 그 소녀는 서로의 거리가 두어발 남짓하게 남았을 때 팔을 척 올려 나를 가리킨다.

"재대결을 요청합니다!!"

"……네?"

그 당돌한 외침에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황급히 뒤이어 들어오는 또 하나의 소녀가 있다.

"아아~! 하루룽! 정말이지!"

"아미구나. 그런데 내가 지금 이상황이 이해가 잘 안되서 그러는데 설명좀 해주지 않으련."

침착함을 가장하여 '이게 뭐냐아! 누가 좀 알려줘!'라는 말을 돌려 아미에게 말하자 아미는 들어오기 전에 뛰어온건지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을 들려준다.






765 사무소.

아미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에 없던 이른 시간에 사무소에와 누군가를 기다린다.

먼저 와있던 코토리와 아카바네, 리츠코는 그 평소와 다른 아미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고 무슨일인지 물어보지만 대답을 않는 아미의 모습에 

그저 품에 꼭 안고 있는 저 무언가가 담긴 꾸러미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막연히 추측할 뿐이다.

다른 아이돌들이 하나둘 사무소에 오고 오늘있는 일정을 다시 체크하며 슬슬 일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데 누군가 들어올 때 마다 흠칫거리던 

아미가 다시 들어오는 사람을 보더니 이번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와, 왔다!"

"어라? 하루카? 오늘 하루카는 오프 아니었던가?"

"안녕하세요. 쉬는날인건 알지만 아미와 약속을 해서요."

하며 인사한 하루카는 마지막으로 아미를 돌아본다.

"오늘이 맞지 아미?"

"으, 응."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아미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마주 앉은 하루카에게 여지껏 안고있던 꾸러미를 건넨다.

말없이 받아든 하루카는 조심스레 그 포장지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궁금해진건 마찬가지인 사무소의 모두가 그 뒤로 와서 무슨일인가 같이 확인하는데 꾸러미 안에서 들어난 내용물에 다같

이 한 목소리로 감탄한다.

"맛있어보이는 과자네요."

"음~ 좋은 향기."

"엄청 달콤한것 같은거야."

"헤에. 설마 이걸 아미가 만들었을리는 없을테고."

마코토의 장난스런 말에도 그저 하루카의 얼굴만 보고 있는 아미의 모습에 모두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조용히 입을 다문다.

그러자 오히려 당황한 하루카가 손사래를 친다.

"싫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것 같잖아. 그냥 아미가 맛있는 과자를 가져온다고 해서 먹어보는건데."

"그, 그치만 아미가 하루룽의 과자보다 맛있는거라고 떠들었고…."

"그 반응을 보아하니 사실 아미도 잘 모르는것 같네?"

"……응."

결국 아미는 사실대로 이야기 한다.

단순한 장난에 의한 거짓말이었다는 것.

항상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오는 하루카에게 그것을 폄하하는듯한 말을 했던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탓에 지금 이 과자를 보여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 침울한 분위기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상냥한 하루카가 겨우 이걸로 화를 낼리가 만무. 오히려 웃는 얼굴로 위로한다.

"장난이었다는건 예전에 알고 있었는걸. 아미가 항상 그렇게 미안한 눈으로 날 보는데 모를리가 있겠어. 그래도 약속을 지키려고 과자를 구해

왔잖아? 오히려 이렇게 맛있어보이는 과자를 사온건 감사하고 싶은걸."

"그거 사온거 아냐. 만든거야."

아미의 말에 모두가 놀란다.

"설마 정말 아미가 만든거야?"

"아니, 왜 있잖아. 그 포장마차의 점주 오빠."

직접 본사람도 있고 하루카처럼 듣기만 한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이 사무소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화제의 포장마차 점주가 만들었다는 말에 

대부분이 수긍하는 눈치다.

"점주 씨가 만든 과자였구나."

"점주 오빠 요리 잘하는건 알고 있었지만 과자도 만들줄 알았던건 몰랐던거야."

"그러고보니 예전에 어렸을 때 오빠가 과자를 만들어 줬던 기억이 있는것도 같아요오…."

"참. 유키호가 점주 씨랑 옛날에 아는 사이었다고 했지. 그런데 과연 맛은 어떨까? 포장마차 일을 하니까 자주 만들어봤을것 같진 않은데."

순서대로 말하다 다시 마지막으로 대화를 맺은 마코토의 말에 모두가 잠시 침묵하다 결론을 내린다.

"먹어보는 수 밖에 없겠지."

저마다 하나씩 초코릿 마카롱을 손에 든다.

한입 한입 베어무는 소리와 조용히 맛을 음미하는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것 마냥 다같이 동시에 얼굴이 풀어진다.

"흐아앙~ 달콤해애~"

"맛있는거야~"

"말랑말랑한게 너무 좋아요오."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아이돌들이야 말로 한껏 말랑말랑해져선 초코릿 마카롱에 취해 허우적 거리는데 그 가운데 유독 하루카의 표정만이 딱

딱하다.

맛을 보곤 마찬가지로 방금까지의 미안한 마음은 어느새 잊고 달콤함에 젖어있던 아미가 그런 하루카를 보고 다시 긴장한다.

"저기 하루룽. 왜 그래?"

"이건……."

그런 아미의 말이 들리지 않는건지 하나를 다 먹은 하루카가 두 손을 무릎에 두고 눈을 감는다.

"패배를 인정하는 수 밖에 없는걸. 하지만 나도 전력으로 만든게 아니었고 역시 분해!"

하며 번뜩 눈을 뜬 하루카가 벌떡 일어난다.

"다시 승부를 겨루고 싶어! 이대로 물러나는건 용납 못해! 아미!"

"으, 응?!"

모두가 말하길 그때 하루카의 그 눈은 마치 활화산처럼 뜨거워 다가가면 데일것만 같았다나.

그 언제나의 상냥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 천지차이인 위엄넘치는 하루카의 외침에 놀라 대답한 아미에게 하루카는 선언한다.

"그 점주 씨가 있는 포장마차로 안내해줘! 직접 가서 말해야겠어!"

"에에엑?!"










"그렇게 된거야."

"허허."

아미의 설명을 다듣고나선 그저 허탈하게 웃는다.

그리고 아직도 날 뜨겁게 노려보는 소녀, 아마미의 시선을 애써 회피한다.

아이돌이라며. 뭘 과자 만드는것 가지고 그렇게 피를 끓이는거야.

다만 쳐다보는것도 무서운마당에 그 말을 대놓고할 용기가 없어 결국 승낙하고 만다.

하기야 나도 괜히 달아올라서 열심히 하긴 했긴하지. 이렇게 된이상 서로가 납득할만한 결과를 위해 한번 더 승부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

다.

일시는 다음 주에 있는 포장마차 정기 휴일.

종류는 관계없이 과자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뭐든지 괜찮은걸로 다만 맛 만을 기준으로 삼는 승부.

심사위원은 이번과 같은 그 아이돌 사무소의 아이돌들 및 직원.

어차피 차도 있으니 내가 직접 사무소에 찾아가는걸로 이야기를 끝냈다.

"어쩌다 이렇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아무리 상대가 여자아이라도 승부라면 대충하는 성격은 아니니까."

"바라던 바입니다! 저야말로 최선을 다할꺼니까요!"

그렇게 제 2차 과자승부가 시작되었다.







바바루아 라는 과자가 있다.

차갑게, 그리고 부드럽게. 푸딩같은, 무스같은.

본래 단독으로 먹기보단 서양의 식사 코스에서 마지막에 내는 앙트르메로 프랑스 전통의 디저트다.

사용되는 과일, 초콜릿, 바닐라와 같은 재료라던가 함께 즐기는 커피, 홍차 같은 음료에 따라서도 맛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매력적인 디저트로

, 과연 그 맛은 제대로된 바바루아를 맛본 사람이라면 쉽사리 잊을 수 없게끔 한다.

이번에 내가 대결에 만들어낼 작품이 바로 바바루아다.

좁은 의미의 과자로 따진다면 포함되지 않겠지만 '정식 식사 외에 먹는 단맛을 위주로 하는 기호식품'이라는 넓은 범위로 따진다면 엄연히 디

저트도 과자다.

딱히 이런거 가지고 까다롭게 따질것 같지도 않고 예전에 자주 만들던 과자중 하나가 바바루아 였으니 이번에 만들어 보기로 한다.

약속한 날 오전.

완성된 바바루아를 캠핑카 안의 냉장고에 보관하고 서둘러 전에 가본적 있는 그 사무소로 향한다.

이럴땐 참 이 차가 편하단말야.

같이 놀러갈 사람은 없지만서도 2층으로 이루어진만큼 엄청 크니까 단체여행에도 좋고 침대와 TV, 냉장고 딸린 주방에 샤워실까지 어지간한 

원룸형 집보다 나은 수준이니까.

거기다 외형은 그냥 트럭이랑 다를바가 없어서 눈에 띄지도 않아 더욱 좋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나쁘진 않지만 어쩌면 이 차가 집보다 비쌀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전에 말한적이 있던가? 예전에 구한건데 선물받은데다 돈에 구애받지 않는 성격이다보니 정확한 시세는 모르지만 선물 해줬던 그 사람도 참 

대단하다 싶다.

씀씀이도 크지. 외국사람이라 그런가?

그런 옛날생각을 하다 어느새 사무소가 보이기 시작해 근처에 주차할 곳을 찾아 차를 댄다.

작은 아이스 박스에 보관된 바바루아를 들고 사무소에 들어가자 예전에 왔을때와 달리 북적거리는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어디보자 류구코마치와 페어리에 야요이까지.

직원 세명까지 합치면 열 명이나 된다.

아니지, 한 명을 더해야 한다.

그 한명, 대결대상인 아마미가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셨군요."

"어어. 그런데 그렇게 심각한 얼굴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특별히 뭐가 걸린것도 아니고."

"아뇨. 이건 제 자존심이 걸려있어요."

전에도 말하려했지만 너 아이돌이잖아. 의욕을 불태우는 방향이 틀린것 같다니까.

다만 이번에도 무서우니까 그 말은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아무튼 서로 준비한 과자를 꺼내는것으로 대결의 시작을 알린다.

아마미가 만들어 온것은 아몬드 비스킷. 옆엔 잼 나이프와 함께 딸기 잼이 있다.

소프트 비스킷으로 부드러움과 담백한 맛을 살리고 거기게 잼을 더해 달콤함까지 더한건가.

잠시 아마미가 만들어온 비스킷을 훑어보다 이번엔 내가 만들어온 바바루아를 꺼낸다.

그러자 미키의 눈이 번쩍 뜨인다.

"아앗! 바바루아! 미키가 좋아하는거야!"

"헤에, 심사위원의 선호음식을 가져오다니. 수완이 좋은데. 혹시 미리 알아둔거 아니야?"

"그럴리가 없지. 그렇다해도 미키가 바바루아를 좋아하는건 하루카도 알고 있었잖아."

미나세의 밉살스런 말에 아카바네 씨가 반론하자 미나세가 새침하게 고개를 돌린다.

그나저나 미키는 바바루아를 좋아했었구나.

"미키가 좋아하는건 그중에서도 딸기 바바루아야!"

"내가 만들어 온건 블루베리 바바루아지만."

이름은 비슷하긴 하다.

잡담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본격적인 시식에 들어간다.

열 명의 심사위원, 그들이 각각 두가지의 과자를 먹어보고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쪽에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짝수이니까 무승부도 나올수 있지만 과연 어떻게 될까.

모두가 심사의 입장이다보니 되도록 감정표현을 절제하려 하지만 비스킷이나 바바루아를 먹을때 마다 어쩔수 없이 나오는 감탄사와 표정의 풀

어짐은 어쩌지 못한다.

그걸 볼때마다 나와 아마미도 감추려해도 신경쓰는건 마찬가지.

그 길게 느껴진 짧은 시간이 지나고 각자 작은 쪽지에 의견을 적어 한데 모은다.

대망의 발표시간.

대표로 오토나시 씨가 화이트 보드 앞에 서서 개표를 시작한다.

"점주 씨 한표."

첫번째 결과에 내가 주먹을 쥐며 작게 환호한다.

아닌듯해도 역시 내가 열심히 만든것이 좋게 평가받으면 좋기 마련이다.

이어진 두번째, 세번째에서도 내 바바루아가 득표하자 슬슬 아마미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러다 다시 네번째 부터 여섯번째 까지 연속으로 호명된 아마미의 이름에 그 어둠이 물러나 내쪽으로 몰려온다.

그 뒤로 각각 한표씩 가져간 뒤 이제 아홉번째 차례다.

"점주 씨 다섯 표."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것으로 최소한 무승부는 벌어두었다.

마지막 표가 어떠냐에 따라 승리가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중간은 갔나.

마지막 표가 어떻게 나오던 이길 수 없다는걸 아는 아마미는 나와는 반대로 최소한 비기기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마지막 개표를 기다린다

.

열번 째 쪽지가 오토나시 씨의 손에 들리고.

내용을 확인한 오토나시 씨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연다.

"마지막 투표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린다.

이윽고 결과를 말한 오토나시 씨의 입이 닫혔을 때.

아마미는 어쩐지 후련한 얼굴로 날 보며 미소지었다.

그 티끌하나 없는 깨끗한 웃음에 난 머쓱하게 머리를 긁는다.

최종 결과 6 : 4. 나의 승리.

하지만 이겼다는 성취감과는 다른 쑥쓰러움에 민망해하는 나에게 다가온 아마미가 손을 내민다.

"좋은 승부였어요. 역시 듣던대로 굉장하네요 점주 씨는."

"아니 뭐, 너보다 산날이 많으니까. 경험의 차이겠지. 실제로 내가 네 나이땐 과자는 사먹을줄 밖에 몰랐으니까."

"후후후. 그래도 지금은 저렇게 대단한 솜씨잖아요? 좀 더 자랑스러워 해도 된다구요."

솔직한 아마미의 칭찬에 더욱 민망해 진다.

다른 아이들도 저마다 맛있다며 칭찬하고 있고, 어째 훈훈한 분위기에 기분이 이상해진다.

……상관없나?

좋겠지. 즐길까 이 기분.

어차피 이려려고 요리하는거 아니겠어.

먹어주는 사람이 맛있게 먹고 기뻐한다면 나도 기쁘다.

"그래서 말인데. 만들다보니까 엄청 많이 만들어 버렸거든. 바바루아 뿐만 아니라 저번에 만들었던 마카롱이나 케이크 라던가 다른종류의 과

자도 잔뜩 말이지. 내가 다 먹을 수도 없어서 우선 보관해놓긴 했는데 어차피 이렇게 된거 싹 가져올까 싶어서."

"찬성 찬성! 미키는 대찬성인거야!"

"웃우! 과자파티 인거에요!"

그리고 가져온 수많은 과자의 향연으로 야요이의 말마따나 파티가 사무소에서 시작되었다.

여담이지만 다들 먹고 난 이후 내가 말해준 과자들의 칼로리에 절규한건 또 다른 이야기.

과자는 살찐다. 방심하면 안된다구.






그냥 일기

모처럼 양과자에 심혈을 기울여 보았다. 이제 양과자는 질리도록 만들어 봤고 다음엔 화과자를 도전해 볼까 한다. 아닌게 아니라 포장마차에

서 과자를 팔면 좀 그림이 웃기겠지? 그래도 다음에 생각나면 한번 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포장마차인데 안에서 파는건 과자와 차, 

이 무슨 재밌는 상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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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미양 등장입니다.

이번화에는 유난히 음식 얘기가 많네요. 어쩌다보니 소설이 요리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저도 과자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래도 

이 새벽에 뭘 먹는건 살찌니까 관두고 그만 자야겠지요. 흑흑. 과자는 살찝니다.



ps. 점주의 캠핑카는 구글에서 EX70-HDQ를 검색하시면 대충 나옵니다. 다만 사이즈는 그것보다 약간 작다는 설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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