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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프로듀서 그만둘겁니다.」 치히로 「네?!」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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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5, 2015 15:31에 작성됨.

P 「휴우...... 왠지 모르게 노곤하네.」

 

공원의 벤치에 앉아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본다.

 

5월 초순, 봄이 무르익은 계절이라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거리산책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프로듀스를 하기위해 빠르게 움직였던 탓일까.

정신을 차려보니 빠른 걸음으로 땀을 흘리며 산책을 하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P 「여러가지로 익숙해져있었구나.」

 

결국 땀을 식히기 위해 눈에 띈 공원에 들어가 나무그늘 아래의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P 「그나저나 여긴......」

 

그래, 잊을 수 없지.

우즈키의 도움을 받아 린을 아이돌계로 이끈 곳이니까.

그 때의 난 그녀들에게 큰 기대와 희망을 가졌었다.

어쩌면 내 첫사랑보다도 더욱 더 큰 희망을 나눠줄 아이돌이 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

 

P 「그랬었지... 그나저나 동창회에 가야하나...... 하아...」

 

[또각또각또각또각]

 

토키코 「질 낮은 한숨이나 푹푹 쉬는군.」

P 「어?」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니 롱코트를 걸치고 우아한 자세로 내려다보는 토키코가 있었다.

 

토키코 「'어?'라니. 꿀꿀한 기분을 풀기위해 산책하던 중, 쓸모없는 너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 이 토키코님을 보면 정중히 무릎꿇고 인사하는게 도리겠지!」

P 「그, 그건 아이돌로써 발언할만한 내용이......」

토키코 「하아? 누가 내 발언에 토를 달아도 된다고 허락했지?」

 

하필이면 이 사람과 공원에서 마주치다니.

그나마 이 공원은 오후 3시쯤에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여러가지 스캔들이 날만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

아니, 난 이제 프로듀서가 아니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터이다. 역시 프로듀서라는 직책에 너무 길들여져 있었나.

 

토키코 「초점 없는 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니! 무례에도 정도가 있지!!」

 

그래, 이 사람은 첫 만남때부터 고압적이었지.

자기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 못해, 타인을 자기 밑으로 보는 성격.

그녀와 일을 하다보면 내 안의 자존감이 땅에 떨어져 짓밟히는 것 같아 속이 쓰라렸다.

 

하지만 나는 프로듀서였다.

언젠가 팬들을 자신의 하인이 아니라 자신이 희망으로 따뜻하게 보듬어 주어야하는 그런 사람들로 인식해주기를 바라면서.

그를 위해 내 자존심따위는 버리고, 그녀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조금씩조금씩 그녀의 성격과 인식을 바꿔가려고 노력했다.

 

P 「아니, 생각할게 좀 있어서 그래.」

토키코 「생각? 아하. 그렇지. 소식은 들었어. 전(前) 프로듀서 군. 일이 힘들다고 나갔다던데. 그정도 일도 못 버티는데 어디 다른데에 가서 일을 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 그러니 비천한 너따위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걱정으로 점철된 생각을 하는거고. 안 그래?」

 

그리고 오늘.

그녀의 앞에서 나는 다시한번 그녀의 오만방자함을 느꼈다.

안된다. 어서 이 자리를 피하자.

 

조용히 벤치에서 일어나 그녀를 무시한채 걸어가기로 했다.

 

토키코 「내 말을 무시할 생각? 예의범절이 필요하겠네, 전(前) 프로듀서군.」

 

무시해라.

무시하자.

무시해야한다.

 

그러자 토키코는 또각또각소리를 내며 다시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얼굴은 상당히 일그러져있었다.

 

토키코 「호오. 이 내가 널 위해 금으로도 못 바꿀 소중한 시간을 내서 얘기해주고 있는거 안 보여? 안 들려? 널 걱정해주는거잖아. 뭘 하면서 살 생각? 어차피 네게 다른 일을 할 능력이나 있어? 없잖아. 그저 일이 힘들다고 꿀꿀거리며 도망이나 가는 한심한 돼지 뚱땡아.」

 

[꽈악]

 

토키코 「뭐, 뭣...」

 

나는 그녀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P 「걱정? 비꼬는거겠지. 이렇게 뚫린 입으로 나오는 말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어서 마치 자신이 잘난 사람이라고 느끼며 희열을 느끼고 있는거잖아? 사람이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버럭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을 토해냈다.

아니,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P 「네 녀석은 항상 날 하인취급하면서 우습게 봤었지! 내가 항상 실실 웃으니까 더 기고만장해져서는!! 내가 그만두니까 지금이다 싶어서 그 지랄 염병같은 말을 지껄이며 오싹오싹함을 느끼는거지? 아, 그래, 그렇지. 내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면서 뒤에서는 실실 쪼개며 뚱뚱하다, 냄새난다, 능력없다 같은 그런 시덥잖은 뒷담화나 지껄이는 시부야 같은 애들보다는 네가 훨씬 낫지!!!」 부릅

토키코 「(꿀꺽)」 덜덜

 

순간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는 토키코의 얼굴이 보였다.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했는지 깨닫고, 급히 그녀의 멱살을 잡던 손을 놓았다.

하지만 머리 끝까지 난 화는 풀리지 않았다.

 

P 「고마워. 덕분에 고민거리 하나가 사라졌네. 결정했어. 그리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성격 더러운 토키코 '님' ?」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원 밖으로 걸어나갔다.

내심 토키코가 날 따라오진 않을까하고 걱정했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그저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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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30분, 346 프로덕션]

사장 「센카와 군. 오늘 일들은 어떻게든 된거 같나?」

치히로 「네, 특히 카와시마 씨께서 예전 아나운서 일을 하실때 아시던 방송국 분들께 부탁을 해서 어떻게든 무마해주신거 같아요.」

 

스케쥴이 있는 몇몇 아이돌들이 프로듀서 씨와 얘기를 해야겠다며 나간것 덕분에 오늘 저희 프로덕션은 방송국 및 여러 관련 업체에서 들어온 클레임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져버렸습니다.

그만두신 프로듀서 씨를 위해서라도 새로이 열심히 하려고 한 저였습니다만.

역시 저로써는 무리가 있는 모양입니다.

 

사장 「그거 다행이구먼. 그런데 말이야.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는가?」

치히로 「네? 아, 오늘 스케쥴은 어떻게든 처리했지만 내일 스케쥴은......」

사장 「그게 아닐세. 음... P 군을 이성으로써 진심으로 좋아하냐는 말일세.」

 

순간 눈이 크게 뜨여진 상태로 사장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사장님과 저만 있다는 것을 알고난 뒤에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치히로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거죠?」

 

최대한 침착함을 가장한채로 사장님께 질문을 해봅니다.

사장님은 머리를 긁적이며, 사장실로 차 두잔을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사장실에서 사장님과 마주보며 소파에 앉아있게 되었습니다.

 

사장 「아침에 그 건도 그렇고.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것 같이 슬퍼해서 말이네.」

치히로 「만약 그렇다고 할지라도 사장님과는 관계가 없는게 아닐지요...?」

 

사장님은 한숨을 푹 쉬면서 이야기를 꺼내주셨습니다.

 

사장 「아니, 뭐. 자네의 말도 맞지만. 확실하게 끝맺음을 해주었으면 해서 말일세.」

 

끝맺음?

끝맺음이라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걸까요? 아마 제 얼굴에도 그런 궁금함을 담은 표정이 나타났나봅니다.

 

사장 「P군은 말일세. 아마 다시는 연예계로 돌아오지 않을거야.」

치히로 「왜,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다급하게 물어보았습니다.

사실 프로듀서 씨가 갈 곳이 없으니 다시 여기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검디 검은 이기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만, 사장님의 입으로 그런 얘기를 들으니 궁금함이 더욱 증폭 되었습니다.

 

사장 「그는 인재라네.」

 

천천히 소파에 기대며 제 눈을 바라보는 사장님.

 

사장 「내가 항상 말했었던 프로듀서로써의 인재라는 뜻이 아니야.」

치히로 「그, 그럼요?」

사장 「그는 우리 프로덕션에 들어오기 직전만 해도 유명 로펌의 잘 나가는 변호사였네.」

치히로 「엣?」

 

저도 모르게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아니, 하지만 분명 프로듀서 씨는 지방대의 경영학과를 나왔다고 들었는데......

 

사장 「그가 출신 대학이나 이전 직장에 대한 정보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길래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었네만. 지금은 상관없겠지.」

치히로 「그럼 우리 프로덕션에서의 대우가 좋지 않아서 이전 직장으로 돌아간다거나 그런 뜻이에요?」

사장 「왜 그만 둔건지에 대해선 나도 알수 없네. 하지만 말일세. 그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여, 그 당해에 변호사 시험 역시 수석으로 합격한 사람이야. 내가 받은 이력서에 따르면 유명 로펌에 들어가있었던 경력은 2년이 조금 넘지. 또한, 그 기간에 그가 수임했던 사건들은 모두 성공적으로 해결하여 다른 로펌에서도 그를 데려가려고 아우성이었네. 심지어 그가 여기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을 때도 수천만엔을 프로덕션에 줄테니 그를 넘기라고 할 정도였으니.」

 

저는 무심코 그 얘기를 듣고 입이 바짝 말라버렸습니다.

하지만 테이블에 제가 타온 차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채, 계속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장 「그리고 오늘은 도쿄대학 법학부의 정기 동창회가 열리는 날이지. 이게 뭘 뜻하는지는 아나?」

 

저는 살짝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모르겠다는 뜻을 피력했습니다.

 

사장 「사장이라는 자리에 앉으면 이곳저곳에서 소식을 듣기 마련이지. 어쨌든 센카와 군,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중요요직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도쿄대학 법학부 출신들이야. 그리고 오늘 그들이 모이는 동창회가 열리네. 이미 엘리트 코스 중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유명 로펌에서 성공적으로 사건들을 해결한 P군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들은 많을터. 예를 들어 이미 일정부분 변호사 경력을 쌓은 P군이 마음만 먹는다면 사법부에 들어가 있는 선배들에게 얘기하여 판사보, 판사, 지방재판소장을 거쳐 사법부의 중추에 섰다가 정치에 입문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치히로 「잠... 잠시만요. 이야기가 너무 빠른거 아닌가요?」

 

사법부의 중추에 선다니.

머릿 속으로 생각을 해봐도 프로듀서 씨는 항상 내성적이지만 상냥한 느낌이었지, 그런 엘리트적인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구요?!

 

사장 「처음에 면접을 봤을때, 그에게 왜 프로듀서가 되고싶냐고 물었더니 '약속...이 있어서요.'라고 멋쩍게 웃기나 했었고. 그때 팅하고 '이 사람이다!' 하고 왔었는데 말이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그동안 그렇게 열정적이던 그가 프로듀서를 그만두려고 했어. 나는 그의 엘리트 코스를 알고 있었기에 그저 수긍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고...... 어찌됐던 그가 동창회에 가서 중요요직에 앉아있는 선배들에게 자기가 나아갈 길을 말하는 순간, 우리와의 인연은 그걸로 완전 끝이네.」

치히로 「그, 그럼 정말로 프로듀서 씨는...」

 

사장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저는 마음의 동요가 점점 심하게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조금 못 생기고 살이 찐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차원이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일 줄은.

 

문득 첫 만남 때가 생각나요.

그때는 그저 돼지 오타쿠 1명이 프로덕션에 들어온 줄 알고 내쫓으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혐오스럽던 외모와 달리 따뜻한 그의 내면에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프로듀서 씨께서 입사하신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저는 그저 개인적인 탐욕을 위해서 프로듀서 씨에게 스테드리와 에네드리를 팔았습니다.

일정 수수료를 챙겨서 제 통장에 넣을 수 있었으니깐요.

 

프로듀서 씨는 그런 저를 보고 오히려 '마침 드링크가 필요했는데 잘 됐네요.'라며 환하게 웃으며 감사하다며 구입해주셨습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에요.

자신의 업무가 모두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저 혼자 남아 잔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밤을 새며 공동 잔업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전 기브 앤 테이크일 줄 알았지만, 그는 어제까지 단 한번도 제게 밥이나 술을 사달라고 한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부탁은 공적인 일을 할때 뿐으로, 사적인 부탁은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제 마음이 그렇게 기울고나서부터는 드링크를 판매하는 것도 그저 그의 건강을 생각하여 마진없이 팔았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한없이 상냥한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그렇게 귀신이나 악마로 불리는 수전노인 센카와 치히로는 그의 앞에선 그저 한 사람의 소녀이고 싶었습니다.

 

[꽈악]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던 두 손을 저도 모르게 주먹으로 꽉 쥐게 되었습니다.

 

프로듀서 씨.

당신이 그렇게 유능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음에도.

당신이 그렇게 한 없이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음에도.

 

저의 이기적인 마음을 용서해주세요, 프로듀서 씨.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6시가 가까워진 시각.

 

치히로 「사장님, 죄송합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저는... 프로듀서 씨를 놓칠 수 없어요.」

사장 「자, 잠깐! 나는 포기하라고 얘기한걸세!!」

 

조용히 소파에서 일어나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빠르게 사장실을 나왔습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그가 떠나는 걸 보고 있다니.

센카와 치히로라는 이름이 운다구요.

 

프로듀서 씨.

권력은 못 드리겠지만, 재력만큼은 이 제가 보증할테니.

 

치히로 「당신을 반드시 다시 데려오겠어요!!」

 

사무실에서 제가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경차의 키를 찾기위해 책상을 뒤적거리던 중,

 

[지잉지잉지잉]

 

제 정장치마 주머니에 넣어뒀던 휴대폰이 조용하게 진동을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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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 씨를 따뜻한 사람으로 나타내보고 싶었습니다.

(칫히칫히는 귀여워요!)

 

하지만 점점 이야기가 엉망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기대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저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다음편으로 끝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PS. 우즈키엘과 칫히는 정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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