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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미 하루카 생일기념 단편] 겨울을 품은 봄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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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3, 2015 23:40에 작성됨.

이 작품의 등장인물과 기본 인간관계는
이돌마스터 애니메이션 TV판과 극장판의 내용을 기준으로 합니다.
커플링까진 아니지만,
남성 아이돌 아마가세 토우마와의 이야기가 메인이니 읽는 분들은 미리 주의를.
 
 
 
 
겨울을 품은 봄의 하늘
 
- 4월 3일 아마미 하루카 생일기념 단편 -



4월이 되었는데도, 아직 쌀쌀함은 가시지 않았다. 특히나 겨울의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4월 3일의 아침.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종종걸음으로 직장까지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좁히려는 인파 사이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소녀가 하얀 숨을 내뱉으며 달리고 있었다. 뭐 하나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그 소녀는 가방의 무거움도 잊은 채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던 그녀가 발걸음을 딱 멈춘 것은, 무심코 전광판에 비친 어떤 영상에 눈길이 갔을 때였다. 빛나는 무대에서 반짝이는 미소를 지으며 춤추는 아름다운 소녀들의 모습. 모두 즐거운 표정을 짓는 와중에도, 가장 눈부신 표정으로 가운데서 뛰어오르는 소녀. 그 소녀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마신 그녀는, 모자를 더욱 눌러쓰더니 한숨을 다시 깊게 내쉬었다.

 

“아직도, 꿈만 같아.”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 그녀는 도수 없는 안경알 너머로 무대 위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머리에 붉은 리본을 불꽃처럼 흩날리며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서 밝게 타오르는 소녀의 눈동자는 에메랄드빛. 그 모습을 담은 안경알 너머의 눈동자 역시,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소녀는 아이돌(IDOL).
바라보는 이들에게 꿈을 꾸게 해주는 현대의 우상.
언제나 그것만을 꿈꾸던 소녀는 정말 그 무대에 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마미 하루카.
765 프로덕션 소속의 아이돌이다.

 

“핫! 이, 이럴 때가 아니지!”

 

하루카는 약간 달뜬 표정으로 영상에서 고개를 돌렸다. 역시 지각하지 않으려면 슬슬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물론 언제나 그것을 감안해서 집에서 일찍 나오긴 하지만, 선천적인 덜렁이라고나 할까, 트러블 메이커인 하루카는 본인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순간에 커다란 실수를 해 버리곤 했기에 정시보다 일찍 도착해야 마음을 놓곤 했다.

 

“하아, 하아……. 응. 이 정도면 괜찮겠지.”

 

언제 봐도 친숙한 765의 간판이 멀찍이 보이는 횡단보도 앞에서 겨우 숨을 고르는 하루카. 잠시 시계를 보려고 폰을 꺼낸 순간, 메일을 알리는 진동이 울렸다.

 

“에, 어랏?”

 

순간 손에서 미끄러질뻔한 폰. 용케도 떨어트리지 않고 그것을 잡아낸 하루카는, 메일을 무사히 읽어볼 수 있었다.

 

「하루카, 생일 축하해」

 

그 짤막하지만 서투른 애정이 담긴 문면에, 하루카는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키사라기 치하야. 소중한 프로덕션의 동료들 가운데서도 둘도 없는 친구. 출근시간 전에 메일을 보내주는 성실함도, 그녀다운 매력이라고 생각하며 하루카는 폰을 닫았다.

 

“그나저나…… 생일인가.”

 

집에서도 축하의 말을 듣고 나오긴 했지만 빵을 물고 전철로 달리는 동안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버려서 까맣게 잊고 있던 단어를 새삼스럽게 떠올린다. 하루카는 머리를 긁적였다. 정신없이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오던 와중, 본인의 생일 같은 건 정말 신경도 쓰지 못했다.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을 생각해주는 친구와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새삼스럽게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그런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길을 건너고 싶어서 보도의 끝자락으로 걸어간 하루카는 손 안의 폰이 또다시 진동으로 울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또다시 폰을 받으려고 허둥거렸다. 하지만 이번엔 연속으로 울리는 바람에 또다시 손에서 튕겨 미끄러지는 폰.

 

“엣, 어, 아, 잠깐──.”

 

그건 정말 한 순간. 보도블럭의 틈에 발끝이 끼인 순간, 하루카는 자신의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폰은 떨어지기 전에 낚아챘지만, 보도에서 차도로 무너지는 몸을 다시 돌리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넘어지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엔 정말로 위험──.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을 때, 하루카는 누군가에게 옷의 목덜미가 잡혀 뒤로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꺄악!”
“으앗?”

 

그리고 당겨진 반동으로, 뒷걸음질을 하다 뒤의 사람과 세차게 부딪혀 버렸다.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뒤에 있던 사람은 털썩 소리를 내며 무너져버렸다. 하루카는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마도 차도로 떨어지려는 자신을 잡아주려던 사람이었으리라. 민망함에 새빨간 얼굴이 된 하루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해요! 제가 잠시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아~ 정말. 이런 데서 정신 놓고 있으면 위험하잖아!”
“아아, 정말로…… 죄송…… 어라?”

 

퉁명스럽지만 걱정스러움이 담긴 남성의 목소리. 하루카는 그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들다가, 그 남자와 눈을 마주치고는 당황한 목소리를 흘렸다.

 

“……엣? 쥬피터의…….”
“응? 뭐야. 잠깐, 넌…….”

 

흐트러진 모자가 하루카의 머리에서 완전히 미끄러졌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 뭐라 말하기 애매하면 표정으로 하루카를 올려다보고 있는 남성은 하루카가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
“……끙. 남코 프로잖아. 하아.”

 

그렇게, 어쩔 수 없다는듯한 한숨을 내쉬는 그의 이름은 아마가세 토우마.
한때 961 프로덕션의 아이돌로서 자신들과 경쟁하던 라이벌 그룹 쥬피터의 리더였다.

 

 

 

“오랜만이네요~.”
“오랜만은 무슨 오랜만. 바로 며칠 전에도 CF 촬영 때 방송국에서 인사했잖아.”
“그, 그야 그렇지만…… 에헤헷.”
“그나저나 넌 정말로 언제나 멍한 상태구나. 그러다가 언젠가 큰일 난다.”
“조, 조심하고 있긴 한데 말이죠…….”

 

아직 회사 출근시간까지는 꽤 여유 있는 시간이었기에, 하루카는 숨도 고를 겸 잠시 공원 근처에서 토우마와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사실 961을 나간 직후라면 모를까, 쥬피터가 복귀해서 제대로 일을 시작한 뒤로는 방송 등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기회는 종종 있었다. 서로 연락처도 교환하고 라이브 티켓을 주고받기까지 할 정도였으니. 다만 최근엔 서로 일도 바빠져서 정말로 인사만 가끔 꾸벅이는 상태였기에 제대로 이야기 등을 할 짬은 거의 없었다.

 

“오늘도 얼굴이라도 상처 입었다면 어쩔 뻔했어? 아이돌은 누구보다 자기 관리가 생명이란 걸 너도 잘 알고 있을 것 아냐.”
“우우…….”

 

역시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워져서 움츠러들고 만다. 하루카의 그런 모습에, 토우마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 그런 만큼 보고 있으면 질리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더 조심해라. 아무리 그래도 앞으로 엎어져 코가 깨지는 녀석에게 졌다는 기분이 들고 싶지는 않다고.”
“딱히 저희도 쥬피터와 제대로 싸운 적은 없거든요!”
“뭐,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야. 하지만 이제부턴 정말 본격적으로 붙어볼 수도 있을걸.”

 

그렇게 말하는 토우마의 눈은 전에 없을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하루카는 무심코 그 열정에 넘치는 눈동자를 직시하게 되었다. 토우마는 하루카의 강렬한 시선을 그제서야 느끼고 고개를 빠르게 홱 반대쪽으로 돌렸다.

 

“……뭐, 뭐야?!”
“헤에……. 뭔가 계기라도 생기신 건가요?”
“으음……. 뭐 그렇지. 이번에 정말 괜찮은 프로덕션을 찾았거든.”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그래도 토우마의 목소리에선 숨길 수 없는 기대와 흥분이 묻어나왔다. 그것을 느낀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맘에 드시는 것 같네요.”
“뭐어……. 응.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프로듀서도 말이지…… 아, 너희 남코 프로의 그 녀석보다 더 쓸만해 보이더라고!”
“우리 프로듀서도 충분히 유능하거든요!”
“어엉? 그런 녀석의 어디가! ……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지금 작은 소리로 뭐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 그런 적 없어!”

 

으르렁거리듯 똑바로 바라보던 두 사람은 이내 다음 순간, 얼굴을 풀고 피식 웃어버렸다.

 

“아하하하, 아침부터 쓸데없는 걸로 열을 올리다니, 바보같아요.”
“……흥. 너도 마찬가지잖아.”

 

어깨를 으쓱이는 토우마에게 하루카는 눈을 빛냈다.

 

“궁금해요!”
“……뭐, 뭐가.”
“그 프로덕션, 어디에요?”
“……사이코 프로덕션. 315라고 쓰지.”
“헤에…….”

 

고개를 끄덕이던 하루카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닫고 벌떡 일어났다.

 

“에엑?! 315 프로덕션이면 바로 얼마 전에 저희 근처 건물에 들어선 예능 사무소잖아요? 남성 아이돌만 양성한다는!”
“뭐야,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야.”
“아니 그게, 사장님과 코토리 씨가 얘기하는 걸 살짝 엿들어서 말이죠…… 가 아니라, 정말 가까운 건물이란 말이에요!”
“별로 신기할 것도 없잖아. 그쪽만큼은 아니겠지만 어차피 우리 쪽도 영세한 편인걸.”

 

하지만 하루카는 토우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응응, 그렇단 말이죠. 아, 그러고보니 아침에 그쪽 횡단보도를 지나가던 것도…….” 라고 중얼거렸다. 토우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카는 그런 토우마를 똑바로 바라보고 뭔가를 결심한 듯 앞에 똑바로 섰다.

 

“저, 예전에 만났을 때부터 쭈욱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뭐, 뭐야…… 그 묘한 박력은. 딱히 상관없지만.”

 

하루카는 심호흡을 했다. 다소 무례하다고 생각될지도 몰랐지만, 어차피 말해두려면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하루카는 질문을 입 밖에 냈다.

 

“제 이름, 제대로 기억하시나요?”
“……………………어엉?”

 

너무나 당혹스러운 질문의 내용에 토우마는 대답조차 아닌 콧소리를 한 박자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하루카는 그런 토우마의 반응에도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아니, 저번부터 계속 절 ‘남코 프로’라고만 부르시길래 말이죠. 제 이름 제대로 기억하시는 게 맞나 싶어서요.”
“네 이름을 모를 리가 있겠냐!”
“봐요, 지금도 ‘너’라고 부르지 이름을 부르지 않잖아요?”
“아니…… 그…….”
“전 하루카! 아마미 하루카에요!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면 저도 그쪽을 아마토우 군이라고 불러버릴 거예요!”
“남코 프로의 꼬맹이가 붙인 별명이잖아?! 이름 부르기 전에 별명부터 부르지 마!”
“그럼 오니가시마 라세츠 군!”
“‘가’밖에 맞질 않잖아!”
“피핀 이타바시 군!”
“이젠 맞는 게 글자수밖에 없잖아!!”
“그게 싫으면 똑바로! 불러주세요! 제 이름!”

 

하루카의 진지하고 올곧은 시선에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는 토우마.

 

“아아, 그래. 졌다. 졌어. 아마미 하루카. 앞으로는 제대로 이름을 불러 주도록 하지. 아마미. 그걸로 괜찮지?”
“네. 좋아요♪ 토우마 군♬”
“……아마미 너, 급작스럽게 너무 친근한 호칭을 쓰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에요. 기분 탓.”
“……그렇다고 해두지.”

 

 

 

잠시간의 헤프닝이 진정된 뒤, 하루카와 토우마는 각자의 사무소로 복귀하기 위해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나도 궁금한 게 생겼는데 말이야.”
“네?”
“왜 갑자기 이름에 대해 고집한 거야? 지금까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더니만.”
“아니, 그게 말이죠……. 에헤헷. 저도 사실 대단한 이유는 아니라서.”
“응?”
“사무실이 가까우면 지금보다 더 자주 마주칠 수 있잖아요. 일 장소가 아닌 곳에서도. 오늘처럼.”
“아아.”
“그런 때, 제대로 인식되고 싶어요. ‘아마미 하루카’라고.”

 

하루카는 몸을 빙글 돌려서 토우마를 바라보았다.

 

“사무소의 모두들, 정말 좋아하지만…… 동료이면서, 동시에 선의의 라이벌이기도 하거든요. 처음엔 그게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동료만큼 ‘라이벌’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
“저는 저로서, ‘아마미 하루카’로서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제 눈을 바라보고, 제 이름을 불러주고, 감정을 있는 힘껏 부딪혀주길 바라요. 그게 팬이든, 동료든, 라이벌이든…… 제 마음은 한결같아요. 그래야 저도 그 상대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거든요.”

 

하루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아이돌’에 대해 제 나름대로 찾아낸 답이에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눈부셔 보였기에, 토우마는 하루카를 바라보며 왠지 모를 감정이 북받쳐 올라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961 프로덕션을 떠나며 쿠로이 사장에게 쏘아 붙인 말들이 떠올랐다. 톱 아이돌이란, 누군가를 누르고 위에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눈앞의 소녀와 같은──.

 

“──토우마 군?”

 

하지만 앗 하는 사이에 눈부신 소녀는 사라지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평범하게 귀여운 소녀만이 눈앞에 있었다. 결국 토우마는 참을 수 없어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하하핫! 남코 프로 주제에 그럴듯한 말을 하잖아?”
“또! 아마미예요! 아 마 미!!”
“아아, 아마미 네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아.”
“우우~!”

 

부루퉁한 표정을 짓는 하루카를 보며, 토우마는 다시금 다짐했다. 역시, 되고 싶다. 톱 아이돌이 되고 싶다. 방법은 다르더라도, 이 눈부신 소녀가 도달해 있는 경지에, 빛나는 스테이지의 정점에──.

 

 

 

“자, 그럼 토우마 군. 저는 이만 사무실로 가볼게요.”
“그래. 아마미. 발밑은 언제나 조심하고.”
“그래도 똑같은 곳에서 두 번 이상 넘어진 적은 없다구요!”
“아, 맞다.”

 

그렇게 횡단보도에서 앞에서 발을 돌리고 가려던 토우마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몸을 돌려 메고 있던 가방에서 뭔가를 뒤적거려 하루카를 향해 가볍게 던졌다.

 

“자. 받아.”
“앗!”

 

허둥지둥 받아든 것은 따뜻함이 남아 있는 캔커피였다. 토우마는 비웃음과 같은 표정을 띄우고 어깨를 으쓱였다.

 

“카페인이라도 섭취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니라는 의미야.”
“에에…….”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하루카였지만, 이내 솔직하게 토우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침에도 그렇고,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토우마 군.”
“누……누가 신경을 썼다는 거야!! 별로 신경 쓴 적 없거든!! 난 간다! 그 프로듀서 녀석에게도 안부나 전해줘!”

 

순식간에 새빨갛게 되어서 도망치듯 자리를 뜨는 토우마를 보며 하루카는 킥킥 웃었다. 고개를 돌린 하루카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심호흡했다. 아직도 차가운 겨울바람이 손에 들린 캔커피의 온기가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하루카는 자신이 가장 힘들 때 구경했던 쥬피터의 라이브 공연을 다시금 머릿속에 회상했다. 좁은 공연장과 적은 사람들. 화려한 조명도 변변찮은 음향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정말로 즐거운 듯이 팬들과 호흡하던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하루카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꿈을 일깨웠던 적이 있었다.
아이돌이란 무엇일까. 자신은 무엇이 되려고 했을까.
친구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라면, 라이벌은 부족한 부분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였다. 둘은 다른 것 같으면서도 하나였다. 그러니까, 그것을 일깨워준 쥬피터에게는, 아마가세 토우마와는 라이벌뿐만이 아니라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아마미 하루카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루카는 손에 든 폰을 다시금 펼쳤다. 대화를 나누느라 확인하지 못했던 메일함에는 치하야의 메일 외에도 「하루카, 생일 축하하는 거야! 얼른 안 오면 케이크 다 먹어버리는 거야~」 라는 메일을 포함해 10통이 넘는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각자의 개성이 톡톡 튀는 생일 축하 멘트에 웃음을 지으며 하루카는 횡단보도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너갔다. 동료 아이돌과 사무원 코토리, 그리고 프로듀서가 보낸 메일까지 꼼꼼하게 읽은 하루카는 언제나처럼의 친숙한 타루키 정 앞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조금 식긴 했어도, 아직 캔커피는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루카는 폰을 주머니에 넣고, 캔커피를 따서 조금 입에 대었다. 문득, 따사로운 햇살이 눈을 찔러대 왔다.

 

고개를 들자, 아직 겨울을 품고 있었지만 완연한 봄의 하늘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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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이트에 올렸던 글을 하루카 생일이 가기전에 올려봅니다.

아이마스2에 비해 꽤 재미난 하루카와 토우마의 관계가 애니판에선 많이 줄어들어서 끄적여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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